얼마전 보람튜브가 연 500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100억에 달하는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된적이 있습니다.  제가 흥미를 느낀 부분은 보람튜브의 성공에 많은 사람들이 박탈감을 가졌다는겁니다. 물론 여섯 살 밖에 안된 아이가 1700만명에 달하는 구독자수를 찍고 게시물 당 억을 가뿐하게 넘는 조회수를 찍는다는건 놀라운 일입니다. 심지어 그 컨텐츠가 어른의 눈으로 볼 때는 특별할거 없어 보인다면 더더욱 말이죠. 그 때문인지 청와대 청원은 언제부터인가 쓸데 없는 온갖 투정들의 집합소가 되었지만 보람튜브를 제재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더군요. 그렇지만 편 당 수천만원을 버는 연예인, 아버지를 잘 만난 이유로 삼성 일가의 일인자가 된 이재용에게는 사람들이 잘 느끼지 않던 박탈감을 왜 보람튜브에만 느끼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사상의 출처가 불분명한 헬조센반도의 수저계급론은 공전의 대히트작입니다.  그 어떤 사상가도 대한민국의 모두를 수긍하게 한 철학을 제시한 적이 없었는데  '흙+수저'라는 처음 듣자마자 머리가 띵 할 수 밖에 없는 직관적이면서 많은 것을 함축하는 신조어 하나 만으로 대한민국을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된겁니다. 기생충이 칸에서도 인정받고 한국에서도 천만 영화가 된건 이 계급론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수저계급론은 사실 새로운게 아닙니다. 졌잘싸, 우린 안될거야 아마로 대표되는 패배에 대한 냉소주의적 시각일 뿐이죠. 수저계급론의 핵심은 잘못된 수저를 물고 태어난 우리 모두 패배자라는겁니다. 더이상 이 수저를 벗어날 수 없다는거죠. 로스쿨에 대한 반대 논리 중 하나는 '개천에서 용나는 길'을 원천차단했다는 근거 없는 우려였습니다. 그만큼 이 수저의 벽을 뛰어 넘는건 어려웠기 때문일겁니다.

보람튜브의 성공은 사실 이 흙수저들에게도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보람튜브 뿐만 아니라 많은 유튜버 혹은 컨텐츠 크리에이터 혹은 인터넷 인플루언서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나 블루 오션을 개척하며 자신의 수저를 바꿔낸 사람들이죠. 그러나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더 많은 박탈감을 느낍니다. 연예인은 멋지고 예쁘니까 익스큐즈, 이재용은 부모 잘만났으니까 익스큐즈하지만 쟤는 나랑 별 다를 거 없는데 왜 저렇게 돈을 잘 벌지? 같이 망해야되는데 왜 쟤네는 잘되는거지?

결국 수저계급론이 함축하는 우리 모두 패배자라는 단어에서 강세는 '패배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 있다는 겁니다. 이제 대학과 군대에서의 무의미한 군기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직장 내 강압적인 회식 역시 줄어드는 추세지만 우리 정신에 존재하는 전체주의, 심지어 모두의 발전을 도모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수준의 전체주의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겁니다.

이런 하향 평준화를 강요하는 전체주의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페미니즘입니다.  탈코르셋에 대한 강요, 흉자라고 배척하기. 아니 그 이전에 한국형 페미니즘이라 말해도 무방할 워마드메갈의 문화 자체가 일베충과 같은 수준이 됨으로써 시작되었지요. 그 이전에는 '수준 떨어지는 애들은 배척'하는게 미덕이었다면 페미니즘의 출현 이래 더 아래로 내려가자는게 신조가 된겁니다. 한국의 페미니즘이 대단한건 여성우월주의를 내세우지만 윤리적으로 더 아래를 추구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페미니즘 지원 역시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을 이루는게 아니라 뿌리 깊은 하향식 평등을 지향하는 문화를 확대 재생산할 뿐인겁니다. 대한민국의 출생률이 낮은 것 역시 다른 국가보다 우리가 훨씬 척박한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두 함께 패배하기를 종용하는 국민 정서에 기인할 뿐입니다. 페미니즘이나 보람튜브에 느끼는 박탈감이나, 00년대 이후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냉소적인 패배주의 모두 恨많은 한반도의 변형이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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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페미니즘 지원 기조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페미니즘의 기저에 존재하는 하향식 평등 문화에 있습니다.출생률 저하를 더이상 막지 않고자 한 문재인 정부가 그리는 이상향은 어디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런 정부의 5년이 지난 후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떨지 걱정이 될 뿐입니다. 제대로 된 국정 철학이 없는 정부의 실패 사례로 남지 않길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