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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9/24 14:13:32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로마제국의 멸망과 유럽의 탄생

90년대까지만 해도 중세유럽은 암흑과 무지가 지배하는 시대로 알려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이런 통념을 뒤집는, 즉 유럽중세는 무지나 암흑과 전혀 거리가 먼, 찬란한 문화와 예술이 꽃피던 시대였다는 학설이 주류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두 학설 모두 반은 맞도 반은 틀린 게 아닌가 하네요.

 

(1) 로마는 476년에 멸망했는가?

 

중세는 분명 로마시대에 비해 분명 퇴보한 모습을 보입니다. 로마시민, 원로원, 제국을 잇는 고속도로, 식수와 식량을 공급하는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로마세계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열등한 야만인들이 로마의 위대한 유산을 파괴하거나 물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법을 집행하고 공공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강력한 중앙정부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로마의 거대건축물들은 게르만족의 침입 이전부터 부식되기 시작했습니다...제국이 점점 가난해졌기 때문이죠) 

 

실제로 로마를 멸망시켰다고 알려진 야만인들, 가령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를 폐위시킨 오도아케르나 그 오도아케르를 물리친 테오도릭 1세 모두 로마의 이름으로 통치하고자 했습니다. 이 둘은 모두 고트족(게르만 족의 일파)이었지만, 로마의 유산을 계승하여, 콘스탄티노플에 있던 정제(正帝)를 대신해서 통치한다고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스스로 로마의 신하임을 자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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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릭 1세가 건설한 제국의 최대판도

 

특히 서로마 제국의 판도를 거의 부활시킬 뻔했던 테오도릭 1세의 경우 그 자신이 8세부터 18세가 될때까지 10년 동안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인질생활을 하면서 로마문화와 정신을 체득했습니다. 

  

하지만 테오도릭이 권력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들 휘하에 있던 게르만인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게르만인들은 별로 로마화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오도릭 1세는 이들을 위한 법을 따로 적용해야 했습니다. 기존 로마인들은 로마법으로 다스리되, 게르만인들은 게르만법으로 다스렸던 것입니다. 아울러 전쟁수행에 큰 공을 세운 게르만인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했었고, 이는 당연히 이탈리아의 기존 귀족들의 특권을 일부 빼앗는 것을 의미했지요. 

 

그러나 그는 기존 로마귀족들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어하지 않았고, 가능한 많은 로마귀족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고자 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카시오도루스라는 사람인데, 그는 테오도릭 밑에서 총리에 해당하는 직책까지 지낸 인물입니다. 테오도릭의 영광을 찬미하는 역사서 라는 저서를 저술하기도 했죠. 

 

콘스탄티노플의 로마제국의 입장에서 그의 배반(?)이 괘씸해보였는지, 나중에 테오도릭이 죽고 동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수복했을 때 카시오도루스는 이적혐의로 심문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카시오도루스는 자신은 명예로운 로마인처럼 행동한 죄밖에 없고, 당시 테오도릭의 치세는 지극히 로마적이었다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변호했습니다. 

 

"로마"라는 것은 서로마의 멸망 후 적어도 꽤 오랫동안 큰 힘을 발휘하던 개념이었다는 것이죠. 어떤 먼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 실존하는 권력체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로마의 권위"라는 것이 서유럽에서 서서히 사라지게 됩니다. 

 

프랑크족은 갈리아(지금의 프랑스)에서 로마와는 별개인 독자적인 게르만 왕국을 건설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수복한 동로마제국은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죽자마자 다시 혼란에 빠졌습니다. 오랜 숙적 페르시아가 제국의 동부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었고, 심지어 619년에 이르면 제국에서 가장 풍요롭던 지방 이집트마저 페르시아 제국의 수중에 떨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이탈리아 반도는 고트족, 롬바르드족, 동로마제국 간의 각축장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어떤 안정된 중앙정부가 나타나지 못했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교회에 몸을 위탁하거나 또는 자치정부를 세워 스스로를 구제해야 했습니다. 

 

상황이 그러할진데 서유럽에서 "로마의 권위"를 강제할 정부나 권력이 없었고, 그나마 로마적인 것을 명칭으로나마 간직한 것은 "가톨릭 교회"였습니다. 교회의 행정체계와 명칭 등은 모두 로마제국의 행정체계를 빌려온 것이었으며, 교회의 공용어 또한 제국의 언어, 즉 라틴어를 그대로 간직했습니다.

 

특히 당시 모든 종류의 중앙정부가 와해되고 곳곳에 왕을 자칭하는 소규모 왕국들이 탄생하면서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진 서유럽에서 "가톨릭 교회"는 요순시대(?)와 같았던 로마세계와 현세 간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매개체였습니다. 

 

(2) 로마 이후의 세계, 이슬람의 도전

 

"교회"가 를 대체하면서, 서유럽은 미약하게나마 다시 일종의 일체감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게르만 왕국들이 난립했지만, 이들은 모두 같은 신앙을 공유하게 되었고, 심지어 서기 8세기까지 계속 게르만 전통 신앙을 믿었던 작센족 또한 샤를마뉴의 무자비한 정복으로 가톨릭으로 개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쪽으로부터 전례없는 위협이 유럽을 찾아옵니다. 

 

"지하드"를 외치는 전사들이 이교도들을 모두 이슬람의 집(움마)에 복속시키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슬람 세력은 서로 싸우느라 지쳐버린 동로마와 페르시아를 쉽게 물리치고, 이집트, 시리아, 북아프리카를 손쉽게 정복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에 위치해 있던 고트족의 왕국도 어이없이 쉽게 무너져내리면서, 유럽은 콘스탄티노플, 피레네 산맥, 그리고 지중해 등으로 3중으로 포위당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이슬람 세력은 스페인을 쉽게 정복한 이후, 프랑스까지 손을 뻗혔고, 한 때 프랑스 또한 정복할 뻔했습니다. 그런데 프랑크 왕국의 샤를 마르텔 (샤를마뉴의 할아버지)에 의해 패배하면서, 프랑스의 이슬람화는 저지당했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운이 좋지 못했습니다.

 

옛 로마제국의 곡창이었던 시칠리아는 이슬람 세력에 의해 정복당했고, 이탈리아 남부는 끊임없이 침략 위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슬람 세력은 한 때 로마 성벽 외곽에 있었던 성베드로 성당과 성바울 성당을 약탈했으며, 전성기 때는 로마 북쪽에 있는 항구도시까지 점령했었습니다.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를 보호해야할 일차적인 책임은 여전히 로마제국의 정통 계승자인 동로마제국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콘스탄티노플은 이탈리아의 안보를 전혀 책임지지 못했고, 로마의 교황은 자연스럽게 북쪽의 게르만 왕국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게르만 왕국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바빠서 콘스탄티노플과 마찬가지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죠.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타난 인물이 "샤를마뉴" 또는 카를대제였습니다. 샤를마뉴는 프랑크 왕국을 전례없는 수준으로 확장시켰고, 이탈리아의 롬바르드족을 물리쳤습니다. 서유럽을 사실상 통일할 정도로 거대한 제국을 이룩하자, 로마의 교황은 그와의 동맹을 추진하였고, 그를 "로마황제"로 선포합니다.

 

이는 동로마의 종주권을 부정하는 행위이자 동시에 교황이야 말로 서유럽의 황제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계략이었죠. 

 

(3) 유럽의 탄생

 

프랑크족의 왕 샤를마뉴와 로마 가톨릭 교회가 동맹을 맺으면서 비로소 유럽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샤를마뉴는 교회에 많은 특권을 제공했고, 이는 중세시대 동안 교회가 프랑스와 독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특히 봉건귀족들의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성직자들에게 봉건귀족 못지 않은 권력을 쥐어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이후 유럽사를 특징짓는 황제권과 교회권의 양분, 경쟁 그리고 대립은 이때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겠씁니다. 

 

다른 한편 그 자신이 고전문화 애호가였던 샤를마뉴는 라틴고전을 부흥시켰고, 그의 치세 때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알파벳 소문자(abcdefg....)가 발명되었습니다. 

 

프랑크 제국의 강력한 창과 검 아래 전성기의 로마제국도 이루지 못한 엘베강 동쪽의 기독교화(다른 말로는 로마화...)가 이루어졌고, 이는 기독교세계를 게르마니아 전역으로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한 역사의 주무대를 이탈리아와 지중해에서부터 북쪽 프랑스와 독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죠. 

 

그리고 샤를마뉴의 대관식은 이후 유럽역사 1000년을 특징짓는 의 근거가 되었고, 신성로마제국의 독특한 정치체계와 문화는 유럽 중세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죠. 로마법, 게르만법, 기독교 성직자, 봉건 영주, 자유 상업 도시, 그리고 중세기사들 이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던 곳이 바로 "신성로마제국"이었습니다. 

 

물론 18세기에 이르면 볼테르의 말마따나 전혀 신성하지도, 로마적이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제국이지도 않았지만...

 

샤를마뉴의 후계자들은 분명 기독교 세계의 수호자임을 자처했고, 로마의 후계자 (즉 세계의 통치자) 를 자처했습니다. 물론 땅 위의 현실은 그러한 이상과는 전혀 무관하게 흘러갔지만, 그러한 모순적인 것들이 중첩되고 혼재되어 있는 독특한 모습이 바로 유럽을 탄생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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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반찬
19/09/24 14:22
수정 아이콘
음...사놓고 안 읽고 있는 책이랑 비슷한 제목이네요. 여유되면 읽어봐야하는데...
열역학제2법칙
19/09/24 14:30
수정 아이콘
그냥 고대 그리스가 아웃라이어였던 걸로...
홍승식
19/09/24 15:35
수정 아이콘
서로마제국 멸망(476)이후 카롤루스 대제의 신성로마제국(800) 까지의 3백여년간의 정치적 불안정이 중세를 암흑기로 인식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본문에서 말씀하신 이탈리아의 오도아케르나 테오도릭,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도 모두 한세대 넘어가면 쓰러졌으니까요.
게다가 이건 이탈리아를 말하는 거고 나머지 나라는 더 하죠.
프랑스야 그나마 프랑크 왕국 위주로 투닥거렸다면 영국은 계속 침략을 받았고, 스페인은 아예 이슬람에게 뺐겼구요.
독일 동쪽은 로마 때에도 야만인의 땅이었고요.
19/09/24 16:4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 한개 올립니다.

1페이지에서 가장 피지알스러운 글인데,
요즘들어 자칭보수 테라포밍글만 난무하면서
좋은 글들이 전혀 빛을 못보는 현상이 나타나네요.

피지알을 지키던 사람들이 많이 바뀌어가는게 느껴집니다.
내설수
19/09/28 14:13
수정 아이콘
같은 생각입니다. 이 글로 눈정화 뇌정화하네요
묵언수행 1일째
19/09/24 17:06
수정 아이콘
중국은 지속적이지는 않았지만 주기적으로 통일 국가가 만들어져 결국 오늘날의 지도를 만든데 반해서 유럽은 로마 제국이나 프랑크 제국 정도를 제외하면 뚜렸한 통일 국가가 존재하지 못했던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요.
홍승식
19/09/24 19:24
수정 아이콘
지형요.
중국은 사천지역을 빼고는 대부분 평야지역입니다.
장강 이남은 밀림이어서 위진남북조 이후에 개발이 되었구요.

유럽은 프랑스를 기준으로 남쪽 이탈리아와는 알프스 산맥으로 막혀있고, 서쪽 스페인은 피레네 산맥으로 막혀있죠.
영국은 섬이고, 독일은 숲이 깊었구요.
오렌지꽃
19/09/24 22:39
수정 아이콘
장강이남은 기후상 밀림지역이아닙니다. 그저 한반도같은 온대기후 산악지대입니다.
홍승식
19/09/24 22:56
수정 아이콘
춘추전국 시대에는 장강 이남 밀림에 코끼리가 살았다는 얘기도 있지 않았나요?
오렌지꽃
19/09/25 18:22
수정 아이콘
춘추전국시대에는 황하유역 까지 코끼리, 코뿔소가 살았죠. 이것은 코끼리가 온대기후지역에도 산것이지 코끼리가 살았다고 열대기후인것은 아닙니다.
홍승식
19/09/25 19:05
수정 아이콘
코끼리가 온대기후에도 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끼리는 숲이 많지 않은 곳에는 살 수 없습니다.
먹어야 사니까요.
코끼리가 살았다는 것은 당시 중국 강남이 숲과 습지가 많은 밀림이었다는 하나의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밀림이 꼭 열대기후에만 있는 건 아니구요.
오렌지꽃
19/09/25 20: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밀림은 일반적으로 열대우림과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영어로는 정글이라고 하구요
고대 중국이 숲과 습지가 많은것은 인간에 의한 개발이 더뎌서일뿐 그걸 밀림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장강이남지역은 기후상 한반도 남부지역과 일치하는데 한반도 남부가 밀림지역었다고 하는 사람은 본적이없네요
우리가 밀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은 고대 온난기후에도 인도차이나반도 남단에서나 가능합니다.

덧붙여 코끼리뼈는 앞서말했듯 황하유역에서도 출토됩니다. 허나 이 지역은 냉대동계건조기후대입니다.
지금이 인류 문명이후 가장 더운시기에 근접해있음을 감안하면 고대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리라 보입니다.
코끼리과에 속하는 매머드가 냉대기후에서 주로 살았음을 감안하면
코끼리가 출토되었으니 열대기후다~ 가 아니라
온대기후대에서도 코끼리가 있었고, 지금은 인간에 의해 멸종하여 열대기후대에서만 남았다고 보는게 합리적인 추론이겠지요
한반도와 일본에서도 나우만코끼리의 화석이 발견됬구요
홍승식
19/09/25 21: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강남이 숲과 습지가 많아 개발이 안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동의하는 것 같네요.
그러나 고대 장강 이남이 아열대 기후였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https://i.imgur.com/XiujHkc.png
추론된 중국의 연평균 기온의 변화 곡선

10세기 이전 동아시아의 기후 변화와 인구 이동 - 신성곤
동아시아문화연구 48권 0호 308p 2010년 12월 발행

논문 : http://eastasia.hanyang.ac.kr/front/jurnal/include/file-load?id=717&fileId=364
오렌지꽃
19/09/30 06: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열대기후는 정확한 명칭은 아니며 열대기후가 아니라 온대기후의 종류입니다.

쾨펜의 기후구분에선 온난습윤기후(Cfa)라고 하죠

장강이남은 지금도 아열대기후입니다.


북회귀선이 중국 남단 끝자락에 걸치는데 그보다도 아래쪽에 위치한 열대기후대가

고대 온난기후에서 장강이남지역까지 확장됬을리가요

말씀하신 고대 중국 남부가 아열대기후대였다는건 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입니다.
오만과 편견
19/09/24 18:3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왕세종
19/09/24 19:33
수정 아이콘
글 감사합니다!
지탄다 에루
19/09/24 22:5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서로마가 땅! 하고 멸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재미있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 부분의 역사를 다룬 유명한 소설 같은 게 있을지 궁금하네요.
펠릭스30세(무직)
19/09/25 01:57
수정 아이콘
근데 로마는 476년에 멸망한 건 사실인듯.

수많은 이민족 군인들이 정권일 차지하고 '황제'의 이름을 자처했는데 오도아케르는 왕rex를 자처했지요.

더이상 로마 제국이라는 큰 울타리가 필요없다는 사실의 확인. 결국 사실 로마는 그 이전에 멸망한거지요. 오도아케르는 도장을 찍은 거고.
19/09/25 03:3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로마의 멸망을 다루는 글이니 좀 핀트가 어긋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샤를마뉴는 Imperator Romanorum 이기 이전에 Rex Francorum 이기도 했죠. 앞의 칭호를 독일계가 가져가고 뒤의 칭호(와 카롤루스 왕조의 혈통)를 프랑스계가 가져가는데, 왕국(민족국가)으로 가장 먼저 발전하게 되는 프랑스 역사와 교황과의 신경전/이탈리아 지역에 힘을 쏟고 민족국가로서 독일의 가능성에는 소홀했던 신성로마제국 역사의 갈림이 묘하게 겹치기도 하네요.
정상을위해
19/10/07 17:36
수정 아이콘
테오도리쿠스의 유산이 크게 작용한 것이, 이탈리아인들이 '어 게르만 야만인의 통치도 이렇게 괜찮을 수 있네?'라고 생각하게끔 되어서(저 카시오도루스의 말이 그렇게 공갈빵이 아니었다고 알고 있어요), 거기에 동로마의 수복이 처음에는 해방군으로서 환영했었지만, 다시 제국 산하로 들어가 보니까 고트 시절에는 널널했었는데, 행정체계가 수백년 쌓인 나라답게 징세 등이 빡빡하다는 걸 '새삼' 느꼈고, 또 서방에 온 동로마 사람들은 몇몇 지식인들을 빼면, 라틴어가 점점 짧아지거나(좁은 의미의 그리스어권 사람들) 아니면 아예 못하는 (콥트어, 시리아-아람어, 아르메니아어 등 좁은 의미의 그리스어권 밖의 사람들) 것을 보고 이질감을 느껴서 + 이제 본국 내지는, 수도 지위는 저쪽 콘스탄티노플, 그리스어권에 뺏기고 자기네들의 처지가 한낱 속주로 떨어진 것에 대한 한스러움 등이 종합되어서, 롬바르드의 침입 때 이탈리아 영토가 구멍이 뻥뻥 뚫린 게 이런 이탈리아인들의 제국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 이탈리아 현지인의 내응이 없으면 아예 외적의 침입에서 영토를 온전히 지키던가, 아니면 통째로 넘어가던가 해야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이탈리아 지도가 뽕뽕 뚫려 있는 것은 그것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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