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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8/30 17:48:59
Name Farce
Subject [일반] 공식 설정 (Canon)의 역사 (수정됨)
안녕하십니까. Farce입니다. 오늘은 '공식 설정'의 역사를 가져온 Farce라고 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한 이래, 인간은 창작물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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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으아아악 이건 내가 원하던 작품이 아니야!]라는 외침 역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지요.
흐흐흐, 오늘 다룰 글은 이 비명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재미있겠죠?

이 글은 '공식 설정'의 역사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따라가볼 것입니다.

1. 성경이 말하는 '공식 설정'
2. 영문학이 말하는 '공식 설정'
3. 창작물이 말하는 '공식 설정'입니다.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하나로 묶일 수 있을까요?
이들을, 서양에서는 캐논 (Canon입니다. 대포 Cannon와는 다르지만 카메라 브랜드 Canon과는 같아요~)이라는 같은 말로 묶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캐논의 시작인 성경부터 논해야겠지요? 그렇습니다. 한국어도 그렇지만 알고보면 종교에서 온 말이 많다고요!
캐논이라는 영어 단어는, 사실 영어는 아니고 고대 그리스말입니다. 뜻은 '자'입니다. 길이를 재는 길쭉한 도구 있잖아요~

하지만 여기서 의미를 좀 더 확장해보자면 '측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자로 측정해보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물건!
이 정도 어감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로마제국은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고 유럽 세계를 통일했으며
세계적인 제국은 로마의 지역 종교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종교를 받아들이고 제국을 안정화시키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경쟁자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정교한 교리를 가지고 있던 것은 원시 기독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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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소아시아, 그리고 그리스 지방은 기독교를 받아들여 로마를 포함한 제국의 곳곳으로 선진종교를 수출했지요]

313년 기독교가 마침내 다른 종교를 무찌르고 로마의 공인 종교가 되면서,
곳곳에 비밀스럽게 파편화되어서 전달되던 교리들을 공식적으로 정리하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일단 로마의 기독교 교단에게 사용할 수 있는 자료는
"70인역"이라고 불리는 코이네 그리스어 (로마 동쪽에서 쓰이던 공용어로써의 그리스어,
성경 자체 표현으로는 '헬라어'라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리스어'로 통일하겠습니다. 현대 그리스어가 아니에요!) 번역본이었습니다.
지금의 '구약성경'이라고 불릴 뭉치가, 기원전 3세기에 시작된 이 번역프로젝트로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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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0인역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기존의 유대인들의 경전 '모세오경'을 그리스화된 유대인들이 기독교의 경전에 편입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판본이다보니,
유대교의 경전들 빼고는 수 많은, 그리스어 지방 판본이 추가되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앞으로 논쟁에서 계속 등장할 '마카베오서'는
1세기에 적힌 따끈따끈한 물건인데도, '기원전에 유대 히브리말로 적힌 성경을 번역해서 모았다는' 70인역에 당당히 껴있게 되죠.

그러면 나머지 뭉치인 '신약성경'은 어땠을까요?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된 이후로도 우리가 '신약'이라고 부를 것은 아직 작성되는 중이었답니다.

예를 들어, 신약 뒷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도 바울 서신/바오로 서간'의 경우에는
당시 사람들이 '아니 성경이라기엔 너무 최근 아닙니까? 그냥 좋은 설교 말씀이지요.'라는 태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이건 다시 말해, 70인역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문서가 혼재되어서, 각각 교회 맘대로 사용하는 것이 당시 기독교의 현실이었습니다.
제국의 가장자리에 있는, 북아프리카 베르베르족이나, 나바테아 왕국의 아랍인들 같은 경우에는 70인역을 제외하고는,
지역 신앙이 나머지 경전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지역 주교들의 개탄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들은 7세기에 이슬람 제국이 성립해서 지정학이 바뀌자 빠르게 이슬람 세계로 편입됩니다.)

397년 제3차 카르타고 공의회가 되서야, 성경의 목록을 교단에서 정리해야한다는 요구가 나왔습니다.
이때 지금 우리가 '신악성경'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완성되었다고 역사가들은 기록합니다.
이 요구는 정치적이기도 했습니다. 아리우스주의와 마르키온주의 펠라기우스주의 등등
새 성경을 통해서 이상한 해석이나 하는 초기 이단들을 정리하자는 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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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슷한 시기에 '불가타'라고 불리는 종류의 성경 역시 완성됩니다.]
라틴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성경'이라는 지금의 형태를 만든 물건이라고 평가됩니다.
무슨 말이냐, 여러분이 기다리시던 '공식 설정' (기독교 표현으로는 '정경')이라는 개념을 처음 여기에 넣어버립니다.

성 예로니모, 그러니까 불가타 성경의 번역자는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70인역의 번역은 끔찍했습니다. 신의 말씀이 직접 적힌 히브리어 성경을 어설프게 그리스어로 옮겨서 망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목소리지, 후대 헬레니즘 철학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영향 받은 유대 랍비들의 해석이 아니라고요!
그래서 "70인역 중에서 히브리어 원전을 찾아볼 수 없으면, 진지한 번역을 할 수 없으므로, '제2경전'으로 제외한다"라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토비트서, 유디트서, 지혜서, 마카베오서, 헤르마스의 목자서 등등이 이때 불가타에서 '제2경전'으로 빠집니다.
다시 말해서 인류 최초의 '비공식설정'내지 '외전'인 것이지요. 아~~ 공식 설정 아니라고~~!

불가타 성경은 성 예로니모가 열심히 '구약의 이런점은 70인역이 잘못 번역했고. 이런 점이 빠졌고!' 하면서
장문의 편지를 열의를 불태우면서 남겼지만, 신약성경 부분은 후대의 편집자들이 오역을 고치거나 전부 완성한 부분도 많아서,
그리스어 가득한 신약성경은 제자들에게 뿌리고 도망친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크크크!
물론 정론은 본인의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거라고 치지만요 흐흐.

아무튼 카더라에 따르자면 '신약도 그리스어로만 적혔으니, 이것도 비공식으로 빼야하는거 아닙니까?'라고 제의했다가,
당시 교황 다마소 1세가 '허허허, 번역자님 선 넘으시네요?'라고 답신해서, 자신의 뜻을 접었다는 야사가 있습니다.

그렇게 불가타는 15세기에 종교개혁이 일어날때까지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구세계의 공식성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공식 성경의 이야기가 무시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옥에 가기엔 경미한 죄를 지은 사람이 죄를 씻고 천국에 갈 수 있는 '연옥',
기독교를 접하지 못한 선인이나 갓난아이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고성소',
성경 최초의 성녀(무력) '유디트', 솔로몬의 기독교인의 영혼에 대한 논쟁이 담긴 '지혜서' 등등
대부분의 요소는 가톨릭 교리에 흡수되었습니다.
'전례력', '성인', '퇴마'가 그렇듯이 가톨릭 교회는 지역 신앙을 흡수해서 퍼지는 것을 누구보다 잘했으니까요.

아니 그러면 누가 '그거 다 비공식설정이라고! 동인지란 말이다! 정신차려!'라고 소리쳤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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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긴 누구겠습니까. 어떤 독일인 근본주의자였지요.]
라틴어로 적힌 불가타 성경에 대항해서,
마르틴 루터는 '독일어' 그러니까 사람들 입말로 적힌 최초의 성경을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로부터 번역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성 예로니모보다 루터는 한 발자국 더 나가는 것으로 차별화를 두려고 했죠.
'아니 그러니까, 히브리어 원전이 안 보이면, 다 그리스-로마 놈들이 현지화한거라고! 우리는 성경으로 돌아간다!'
참으로 근본주의자답지 않나요 흐흐흐. 개신교란 원래 이런 교파였습니다.

그래서 루터가 만든 성경에는, 제2경전을 확장해서 '외경 (Apocrypha)'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구약과 신약 사이에 껴넣었으며 루터 성경에만 들어가는 글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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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경: 성경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지 못하지만, 쓸모있고 유익한 글."]

그런데 이 '외경'이라는 단어는 꽤나 모욕적인 표현이었습니다.
원래 '외경'이라는 뜻은, 70인역에도 끼지못한, '성경이라고 보기에는 좀 그런 책'을 부르던 말이였기도 하거든요.
대표적인 외경으로는 '아담서'와 '에녹서'가 있었습니다. 창작물에서는 매우 중요한 책들이고, 후대에도 많이 읽었지요.
근데 내용이 무엇이냐, '아담서'에는 장광설을 떠들면서 신을 버리고 악마를 믿는 것이 났다는 악마가 등장하고,
'에녹서'에서는 다양한 천사와 악마의 계급에 대한 설정이 나오면서 세상의 종말에서 일어날 천상전생을 길게 묘사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초기/중세 기독교인들도 정말 재밌게 읽으면서도 '아니 근데 이거 기독교 책이라기엔 너무 유대 판타지 아니냐?'하면서,
차마 성경에 집어넣자고는 못 말하고 있던 작품들이었지요 크크크크크.

그러니까 루터는 '제2경전'을 그냥, '교회에서 이런 문학작품도 떠돌던데, 완전 근거 없음. 그냥 웃으면서 보고 진지하게 떠들지 마라.'
라고 엄근진하게 정해버렸던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전통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했던 루터와 달리,
후기 개신교는 지금도 '외경? 그냥 성경 읽으시죠? 왜 굳이 그걸?'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마치 '해리포터를 열심히 읽어서 정말 팬이 되었어요! 특히 어떤 동인지가 좋아요!'라는 말을 듣는 입장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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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상당히 최근인 1946년. "사해문서"라는 것이 발견되면서 기독교계가 다같이 뒤집어집니다.]
사해문서는 말 그대로, 사해에서 발견된 종이쪼가리들이었는데요.
성 예르니모나 루터의 주장과는 달리 '제2경전서의 히브리어 판본'이 발견된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 뒤집어짐은 얼마가지 못했습니다.
'아니 근데, 그 드넓은 고대의 기독교 세계에 퍼지지 못한 판본이면 그냥 지역종파의 작은 필사본 아님?'
이라는 해석이 다시 곧 고개를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 '정경논쟁'은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아직도 '쿠란'이 '신께서 직접 내려주신 문서'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수 많은 성경책에 대한 사료적인 비평이 베스트셀러가 되서 대중적으로 팔리기도 하였거든요.

많은 호사가들이 '기독교 성경과 교리에 대격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라고 썰을 풀었지만,
막상 교단들은 '이미 성립된 전통이 있고, 교부들이 그렇게 형성할 원인이 있었다.'라고 미지근한 논평만 내놓았지요.

하지만 '성경이란 무엇인가? 사실 소수의 '공식 설정 (Canon)'이 되게 인위적으로 결정된 묶음 아닌가?' 라는 새삼스러운 떡밥이 부활하면서
20세기말의 오컬트 붐에도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자 성경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이제 영문학에서의 Canon의 이야기를 잠시하고, 창작물로 넘어가겠습니다.

Literary Canon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을 여러분께서 이해할 수 있으시다면, 영문학 학사는 따논 당상이십니다.

2차 대전이 종전한 50년대, 미국은 엄청난 학문적인 확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1차 대전에서 돌아온 참전군인들에게 어떤 복지도 해주지 않은 결과,
'미국에서 가장 좌편향적인 시기'인 20-30년대의 사회불안을 경험했던 경험이 있었던 미국인들은,

'G.I. 빌 (G.I. Bill)' 그러니까 '제대군인원호법'을 강력하게 실시하여, 냉전을 시작하는 미국 사회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많은 백인군인들에게 대학교 등록금을 저이자로 빌려줬으며, '직업 교육'으로 인정받는다면 지원금도 줬습니다.

미국 정부는 '교육받고 사회에서 높은 자리를 꿰차는 백인'이, 전쟁통에 직업시장에 나온, '흑인', '여성', '이민자'를 밀어내길 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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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사회분위기 역시 경제력을 따라 반공보수적으로 바뀌어서, 20-30년대 친공-사회주의적인 목소리를 막아버리길 의도하고요.]

이 시기에 지금도 굳건한 '주립대' 시스템을 포함해서, 미국의 대학교육은 엄청나게 팽창했습니다.
물론 내실이 '학위장사'가 되었다는 비난의 시발점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50년대에서 대학을 '장사'로 한다면 '대마불사'의 장사였습니다.

이렇게 공교육이 확대되면서, 공교육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논쟁이 시작됩니다.
미국 영문학의 Canon 그러니까 '공식 설정'은 무엇이 되어야할까요?

1952년 시카고 대학교는, 자신들이 40년대 동안 시험 교육을 하던 교육방식을 전 미국에 보급하겠다고 발표합니다.
"Great Books", 한국에서는 '위대한 고전'이라고 옮기는 교육법이었습니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좋은 책'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그러니까 호메로스, 소포클레스로 시작해서, 셰익스피어, 초서를 배우고, 디킨스와 멜빌을 배운다면
'좋은 수준의 학생'이 탄생한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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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고전 전집', '서구 고전 읽기'는 이때 탄생했습니다.]


특히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미국보다 우주로 보내는 '대참사'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문학교육 또한 '분명한 차시와 진도로 진행되며, 일정한 이수 끝에는 수준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서게 됩니다.
그 전의 '고전교육'은 돈 많은 자제분이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특정 그리스 문학에 심취하는 취미에 가까웠었거든요.

Literary Canon 그러니까 '문학 고전'이라는 개념은 미국인들에게 아주 새로운 개념은 또 아니었습니다.
랠프 월도 에머슨, 너새니엘 호손, 그리고 허먼 멜빌 같은 19세기 말의 미국작가들은 항상 '미국적인 소설! 미국인만의 소설!'이
언젠가는 영국의 영문학과도 동등한 존재가 되어서 가르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시카고의 '위대한 고전'은 멜빌을 '위대한 미국의 고전작가'라고 규정하는 것으로 서로 상부상조를 하였습니다.
'영국문학사'에 대비되는 '미국문학사'가 정립된 것도 이 시기이지요.

그리고 시대는 1960년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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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에 도움을 받은 2차대전 참전용사들께서는 자신들의 자식들을 베트남으로 보냈지요.]
도시가 발달하자 일자리를 위해 흑인들이 남부에서 이주해왔으며,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직장인이자 소비자가 되었고,
아시아에서 열심히 전쟁을 해준 대가로 그동안 제한했던 아시아인 이민제한법들이 하나 둘씩 폐지되었습니다.

50년대에 무분별하게 확대된 대학들은 제대로 된 교육기관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했으며,
학생들은 똑바로 가르치는 법은 모르는 구닥다리 학교에게 서로 가르치고 '데모'를 조직하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60년대 말은, 문학비평론의 태동기였습니다.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이민자 문학, 흑인 문학 등등의 담론이 이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학생들은 대학교에서 밀어붙이는 'Canon'에 대해서 반항했습니다.

이들이 고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서 "죽은 백인 남성 (Dead White Male)" 묶음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때 발굴된 작가로는 앤 허친슨(Anne Hutchinson)과 프레더릭 더글라스(Frederick Douglass)가 있습니다.
앤 허친슨은 초기 메이플라워호 이민자 중에서 유일하게 '시'를 남겼던 인물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 시들은 '최초의 미국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프레더릭 더글라스는 19세기에 해방노예로서 수많은 수필을 쓴 사람이었습니다.
기존의 미국문학사에서 그의 수필들은 역사의 일부가 아니었습니다.

도시 문화라면 미국 역사에서 가장 빠르다는 할렘 르네상스를 이끈 랭스턴 휴즈와 W. E. B. 두보이스는 어떻고요?
이들이 굳이 '현대문학'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이제는 대학교에 흑인도 학생으로 들어와서 등록금을 납부할 것이었습니다. 아니라고 잡아땔 수만은 없었죠.

글로리아 안잘두아 (Gloria Anzaldua)의 멕시코 국경지대 문학은 어떻고요?
존 오카다 (John Okada)가 "이 또한 미국인의 이야기이다"라면서 수용소에 감금되었던 일본계 미국인 부모님의 이야기를 적었던 것은요?

문학비평론의 발달과 함께, 미국문학은 '고전'을 버리지 않기로 결론내렸습니다.
히히, 멜빌이 얼마나 소설을 잘 쓰는데요! 하지만, 모든게 'canon'에 들어간다고 포괄하기로 했습니다.
그 대가로, '고전들도 흑인 비평, 여성 비평이 적용될 수 있어서 봐주는거 아니야?'라는 지금도 논쟁의 여지가 많은 합의를 하긴 했지만요.

이런 합의덕분에 미국문학은 거의 세계문학에 가까울 정도로 여러가지 영역에 자신의 지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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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서 이주해온 작가가 자신의 아프간에서의 삶을 회상하면서 적은 "연을 쫓는 아이"는요?
미국 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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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작가가 미국에 정착하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나이지리아에서 행복을 찾는 소설은요?
[이것 또한 미국 문학입니다.] 어때요?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무섭지 않나요?

미국 문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the American Canon?이라는 질문은 지금도 교실에서, 학회지에서 다루어지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정말 좋지 않나요? 결국 답이 없어서,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적는 글만 끝없이 나오거든요 흐흐흐흐!
아니 한국사람들도 한국적인게 뭔지 논쟁의 역사가 긴데,
미국적인게 뭔지는 그쪽 전공이 아니라면 우리는 딱히 고민 안해줘도 되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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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니 여러분에게도 한번 묻겠습니다. What is the Korean Canon?]
그리고서는 빠르게 도망칠거에요. 너무나도 길고 힘든 질문이거든요 이거 크크크크!

자 문학은 잠시 멀리하고(?), 창작물의 '공식 설정' 및 '캐논'에 대해서 논해봅시다.
사실 캐논이라는게 미국에서 온 말이거든요.
신학용어이자 문학비평용어인 '캐논'을 일개 '창작물'에 쓴 것의 원조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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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입니다. 1966년 말에 방영된 TV 시리즈였지요.]
스타트렉이 방영을 시작한 이후 만화, 소설, 극장판, 세계관 서적 등등으로 다양한 미디어 믹스가 이루어졌는데요.
미국 NBC 방송국으로부터 판권을 사들인 파라마운트 픽쳐스가 1988년 "스타트렉: 애니메이션 시리즈 (TAS)"가
'캐논이 아니다'라고 발표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앞으로 신작을 내는 것에 그쪽 설정을 쓰지 않겠다는 말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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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를 거쳐서, 스타워즈도 등장하고, Canon이라는 말은, '지금 당장 연재에서 선택받은 공식 설정'을 다루는 말로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왜냐면, 성경책이나 문학비평에서와는 달리, TV나 영화매체에 있어서 '만들다보니 판권이 이래서, 줄거리가 이래서'라는 개념을 지칭하는
또다른 단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었지요.

스타워즈의 경우에는 '캐논'을 스타워즈 영화 작품 6부작 말고도 다양한 소설에까지 확대했습니다.
그래서 '확장 세계관 (Extended Universe)'라고 불리는 거대한 세계관이 완성되었습니다.
본래 작품에서 조금 벗어나있던 '한 솔로'의 수많은 모험과, '클론전쟁'이라는 과거의 대전쟁이 이때 다루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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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디즈니가 인수하고서는. 하하하 우리가 새로운 7편을 만들거고요. 나머지는 Non-Canon입니다!]라고 해버렸습니다!
앞서서 EU에서 다루어지던 내용은 전부, '공식 설정 아님'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었죠.
어느 정도 기존 EU 설정들이, 다시 디즈니가 만들고 있는 '캐논'에 편입되고 있지만, 그건 말그대로 승자의 자비일 뿐입니다.
그리고 몇몇 설정을 집어먹은 새 삼부작이 어떻게 되었죠? 네? 어떻게 되었냐고요!?!?!?!?

아무래도 이제 서양에서 연재되는 창작물을 우리가 많이 접하다보니, 이 '캐논' 개념에는 익숙해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양에서 연재되는 소설의 경우에는 세계관를 위해 보통 캐논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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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로 소설, 디아블로 소설, 어새신크리드 소설, 메트로 유니버스 소설, 전부 캐논으로 칩니다.

[물론 '와우'나 '스타크래프트' 같이 소설을 전부 캐논으로 연재했다가 설정이 지금까지도 꼬여버린 경우도 있지만요.]
하지만 와우 RPG나 TCG/하스스톤은 항상 '논-캐논'이었다는게 블리자드의 입장입니다.
또한 '자유의 날개'에서 토시-핸슨 루트가 '캐논'이며 노바-셀렌디스 루트는 캐논이 아니라고 인터뷰로 말해준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각 작품의 전개의 '공식'을 확립시켜주는 것은, 세계관의 정립과 후속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도움을 주지만,
오히려 세계관의 전개를 막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당장, '고짐고'도 캐논인걸 생각해보세요. 으으으윽!

'네버윈터 나이츠','폴아웃', '엘더스크롤' 같은 컴퓨터로 하는 RPG의 경우에는 그래서 전작에서 이루어지는 캐논을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주로, 사이드 퀘스트의 뒷이야기가 다음 작품에 나오곤 하죠. 오히려 주인공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는, 두루뭉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여기서 '사실 저번에 주인공이 이 종족, 이 클래스로, 마지막 퀘스트 이렇게 깼음!'이라고 캐논을 정해버리면,
바로 나머지 수많은 세계선이 '논-캐논'이 되버리니까요. 굳이 전작을 플레이한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 필요가 없죠.

후후후,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여기서부터는 너무나도 지엽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여러분의 몫으로 두겠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캐논'과 '논캐논'은 무엇인가요? 어떤 설정이 뒤집혔을때 가장 큰 비명을 지르셨었나요?
공식 설정에 고통받으셨던 여러분의 댓글이 이 글을 완성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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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zisuka
21/08/30 18:00
수정 아이콘
…창세기전…리리스 어쩌고 환생 어쩌고에서 빡쳤어요 크크크 템페스트가 내 캐논을 망쳤어!!!
21/08/30 18:32
수정 아이콘
으익! 저는 창세기전을 안해본 뇌입니다! 얀지슈카님 입장에서는 철벽인 존재군요 후후후후...

혹시 입문은 2021년 기준 어떻게 해보면 되나요? 알려주실수 있나요?
Janzisuka
21/08/30 21:09
수정 아이콘
...옛날 게임이라..ㅜㅜ 스토리 영상 보시는게 나을실수 잇어요 유튜브에서..크크
21/08/30 21:10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dzrCAuMGxC8

다녀오겠습니... 15시간!? 15시간이요!? 히이익 주말에 한번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8/30 18: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정작 그 독일인이 공식 설정이라고 밀어붙인 예정론이야말로 동인지 설정 아니냐고 가장 많이 비판받은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크크
물론 뭐 그게 공식 설정이라는 주장이야 한참 전부터 있었고 그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사람은 그 프랑스인이겠지만... 이른바 킹중갓정
21/08/30 18:37
수정 아이콘
크크크. 저도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서 그쪽 교리가 익숙한데요. 말씀하신 '그 프랑스인', 장 칼뱅의 '전적부패'들을 때마다 '빨리 이딴 교리 때려치고 유럽인들이 과학적인 사고를 시작해준 원리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같은 설정덕후라면 기독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스스로 신과 통한다는 믿음만 있으면 구원받은거라는 예정론은 참 간편한 교리같기도 하면서도, 너무 쉬운것 같아서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요. "벌레 이야기"를 괜히 개신교인이 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8/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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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예정론의 대항마들 또한 그 전적 부패에서 자유로울 순 없죠. 다만 '모든 인류에게 신과 통할 수 있는 은총이 주어져서 전적 부패 그거 충분히 커버된다. 고로 예정론 그거 틀린 거임 ok?' 같은 식이죠.

예정론의 무서운 점은, '신과 통하게 될 인간은 정해져 있고 구원에 대한 인간의 자유의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사실 뭐 신의 전지성에 대한 클래식한 해석을 받아들인다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긴 한데(어떻게 보면 거기서 출발한 썰이기도 하고) 그래서 신의 전지성 자체를 부정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신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식으로다가... 클래식한 전지성을 인정해버리면 너무 말이 안되고 불합리해지니까요 크크

그럼 인간이 인간이게요? 아니죠 기계죠. 그런데 말이죠. 저는 인간이 기계라고 반쯤 믿는 놈이거든요 크크. 아마 유물론자도 그 논리적 귀결만큼은 동의들 하실 겁니다. 세상에 나의 주체성이란 게 어딨습니까? 크크
21/08/3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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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인풋과 아웃풋으로 영원회귀를 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그럴수록 그딴 세계의 신이라는건 죽여버려야하지 않나 생각하는 유물론자로서의 저입니다 크크크.

저는 러프크래프트 신화도 알아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손에 떨어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It is a dreadful thing to fall into the hands of the living God.)"
(히브리서 10장 31절)라는게
질투하는 인간적인 신이고, 그래도 말이라도 통하는 신의 무서움을 말하는 것이여야지,
인간으로는 이해할 수도 없는 촉수괴물일거라면 그건 따라야할 신이 아니라 무찔러야할 대상, 압제자에 불과한 것이지요.
실제상황입니다
21/08/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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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래서 저는 예정론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당최 이해가 안 갑니다. 지금이야 인간은 기계라고 반쯤 믿는 단계까지 왔지만 저도 한때는 자유의지를 믿는 놈이었거든요. 아니 인간으로 태어나서 그걸 어떻게 안 믿을 수 있겠어요 크크. 인간이 인간이라는 걸 어떻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예정론은 인간을 기계라고 가르칩니다. 아니 뭐 예지예정이니 영원한 현재니 이런 또 다른 공식설정(이라고 주장되는)들도 있긴 하지만요. 아직도 대가리 덜 깨졌나 싶더라구요. 이래도 전지성을 포기 안해? 이래도? 뭐 저는 이원론적인 믿음까지는 믿을 만하다고 보는 놈인데 자유의지와의 조화니 신비니 그런 거 보면 독하다 독해 싶어집니다. 하긴 누가 알겠습니까. 인간의 인지 한계로 크툴루의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근데 느그들은 그걸 왜 이치라고 그렇게까지 확신하는데? 공식설정에 그렇게 쓰여 있다고? 응 그것도 또 다른 해석에 따르면... 아니,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어차피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움)

지금도 기독교 커뮤니티 같은 데 가보시면 수많은 아마추어 덕후들의 전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근데 뭐.. 재밌잖아요? 그럼 된 거 아니겠냐 싶기도 합니다.

대충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야...
어쩌구 저쩌구 하는 짤.jpg
21/08/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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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크크 '스스로 구원 가능'하다던 영지주의와 알미니안주의가 얼마나 샌드백이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하나님을 1대1로 만나지 못하면 결론적으로 다 지옥간다!'는 칼뱅주의가 등장한 신학적 배경이 느껴지긴 합니다.

그래도 결국 인간은 세상에서 막 살 수도 있는건데 어떻게든 칼뱅주의 교회에 가서 구원의 기회를 얻는다는거잖아요?
그리고 그게 애초에 하나님이 설계한 세상의 방식인거잖아요. 크크크 악인들이여 불탈지어다! 여기서 한 걸음 나가면 "영혼멸절설"이 되고요

칼뱅이 뇌과학과 심리학을 알았다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었겠지만, 몰랐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과거 위인이 노예제를 지지했다고 비난'하는 그런걸 맘에 안들어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공격이잖아요.
미래에서 보기에 아무리 바보같은 소리여도, 그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개인적인, 시대적인 한계가 있었던 것이겠죠~

흐흐흐 정말 재밌는 논쟁이에요. 종교란.
실제상황입니다
21/08/3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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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전지성 개념에 따르면(그리고 그것을 위시한 예정론에 따르면)... 인간은 사실 막 살 수도 없는 존재라는 논리적 결론이 나오니까요. '막 사는 것'조차 정해져 있을 뿐이죠 크크. 그래서 저는 인간의 책임 개념에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책임이라는 것은 본디 자유의지 개념을 전제할 때나 성립하는 인격적 비평일 텐데, 누구누구 탓이란 게 어딨겠습니까 크크. '나'라는 것조차 없는데. 자아라는 허상은 하나의 상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 쳐도 그 자아의 주체성 따위는 없겠죠. 그쵸 모든 것에는 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 뿐이고... 아니 각자라는 것도 없고 그냥 그놈의 사정이라는 것만 있을 뿐이죠. 기계한테 책임을 묻는다니 솔직히 저는 좀 우스워요. 근데 뭐 항상 하는 얘기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런 생각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고... 그냥 익스큐즈하면서 자유의지니 책임이니 그런 영혼론 비슷한 거나 믿으며 반쯤 종교인으로 살아갈 수밖에요. 이렇게 말하는 저부터가 인간이고 싶으니 원... 그래요 그냥 기계라는 깨달음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자아라는 뽕이나 좀 빨면서 사는 거죠 뭐. 그래서 저는 집착이나 미련이 고통의 원인이라느니 어쩌니 그런 소리 별로 안 좋아합니다. 저는 차라리 인간답게 미련 떨며 고통스럽게 살려구요(이것도 제가 그렇게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다 그냥 그렇게 형성되어가는 것뿐이겠지만요).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뭐라고? 자유의지?! 뭐? 책임?! 노오오력?! 의지이이?! 너는 영혼이 있다고 믿는 거냐?!
이러고 놉니다 크크...
21/08/3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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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영미법의 근간을 만든 '영국법주해(Commentaries on the Laws of England)'는 개인의 권리, 재산의 권리 형사/민사를 규정했죠.
현대사회에서 인간에게 '법적인 책임'이 없으면 사법체제가 붕괴합니다 크크크크. 역시 성공회가 칼뱅주의보다 났군요.

그러고보니 지금 독일이나 스위스의 법에서 칼뱅주의의 영향이 어떤지는 저도 한번 조사를 해봐야겠습니다. 설마하니 인간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하지는 않을텐데 말이지요. Antinomianism 그러니까 세속의 법으로 그리스도교인의 선함과 악함을 규정할수 없다는 반율법주의가 꽤나 칼뱅주의의 흔한 변종인 것은 압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영국법주해도 이런 칼뱅주의의 반율법주의적인 경향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걸 보면, 정말 '전적부패'는 빨리 교회를 진지하게 믿는걸 때려치라는 칼뱅의 큰 그림이었다는 아까의 제 주장이 맞는 것 같습니다 크크크

저는 그래서 니체의 결정론을 좋아합니다. 투쟁은 예정된 것이고, 이건 영원회귀를 해도 마찬가지이지요. 하지만 투쟁에서 열심히 하는 것은 오직 저의 영역입니다. 크으.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죠. 그리고 그 투쟁 안에서 모든 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신만의 윤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니체는 믿었습니다. 칼뱅은 도달하지 못한 사랑의 영역입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1/08/3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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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자유의지의 존재가 있냐 없냐는 나름 떡밥이던데...뭐시기 실험 이후에 말이죠 크크
21/08/3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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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바꾸다 님// 흐흐흐... 자유의지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할만큼 아주 복잡한 주제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도 한번 글로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군요!
실제상황입니다
21/08/3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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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는 오히려 그래서 니체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아요. 아니 그런 결정론이야 동의하긴 하는데... 솔직히 적극적 허무주의라니 이 무슨 개소리지? 싶거든요. 정신의 노예가 되지 말자. 대신 육체의 노예가 되자. 아니 그냥 육체의 노예가 맞는 거야 뭐 그렇게 들립니다. 대체 거기에 자유 따위가 어디에 있다는 건지 크크... 사실 '나'의 영역이란 없지요. '나' 자체가 없으니까요. 아니 '나'가 있다고 치면 있는 건데... 그 '나'라는 것은 그냥 객체일 뿐이잖아요? 있는 건 그냥 자연뿐이고 환경뿐이죠. 그래서 인간은 100% 객체란 거고. 박테리아나 설탕이나 인간이나... 운명을 사랑하라고는 하는데, 사실 그걸 사랑하고 말고도 어찌할 수 없는 거지요. 그걸 사랑하고 말고까지 다 운명이니까. 인간은 인간이 아니지요. 그냥 오토마타지 크크...

그래서 소위 약한 결정론 같은 게 그냥 말장난이란 소리 듣는 거고 자유의지를 지멋대로 재정의한 거라 비판받는 거죠. 그걸 자유라고 여길 인간 따위 극소수니까요. 어떻게 보면 니체나 데닛이나 '자유'라는 걸 송두리째 바꿔놓을 선각자격 위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성공하긴 했죠. 뭐 저는 그에 관한 가치투쟁에서 결코 그들이 승리할 수 없다고 보지만요. 그들이 백날 그걸 자유라고 외쳐봤자 그게 보편적인 삘이 될 리가 없으니까... 물론 그 사상은 저도 당연히 경외해 마지않습니다요 흐흐.
21/08/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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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에게 니체는 '육체의 노예'인 짐승에서 벗어나서, '자아의 노예'인 초인이 되자는 자아지상주의자입니다. '권력 의지'가 얼마나 달콤한 것인데요! 흐흐흐, 어째서 파시즘이 나왔는지 알만한 달콤한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은 정해져있고, 그 앞에서 인간에게 남은 것은 굴복아니면 투쟁 뿐이다! 누가 승자가 될것이며, 누가 자신의 자아를 만족시킬 것인가!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간찬가여서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흐흐흐흐. 오토마타도 서로 무한히 싸워야하는 오토마타라면 구경할 맛 장난 아닐겁니다. 수석을 쳐다보면서도 바람의 흐름을 재밌어하는게, 크킹을 하면서도 왕위의 움직임을 재밌어하는게 인간인데요.

저는 인간이 자유의지가 있어봤자, 어차피 주어진 문화, 맥락, 권력, 체제에서 행동해야하는 '고통받는 존재'라는 베버, 푸코적인 세계관을 좋아해서, 오히려 이런 니체적인 자유를 숭상합니다. '자유'롭다는 인간은 멋대로 살수 있고 그러면 사회적 물의와 불이익을 당할뿐이지요. 당장 우리가 옆사람을 한대 주먹으로 때릴 Liberty는 있어도, 자신의 체제 속 Freedom이 침해당할까봐 웃으면서 지내는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들이 이미 가치투쟁에서 승리했다고 봅니다. '자아/나' 이상의 존재와 더불어 사는 세상은 항상 언제나 베버의 '쇠우리'였죠.
실제상황입니다
21/08/3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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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Farce 님// 저는 그게 사실상 육체의 노예라는 소리랑 똑같다고 봐서요. 그게 결정론의 '운명'이고 유물론의 논리적 귀결이지요. 조건의 노예, 맥락의 노예. 하여튼 자유라고 온갖 수사를 갖다붙여서 포장하려 들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말이 안 되니까요 크크. 환경은 정해져 있고, 그 앞에서 인간에게 남은 것은 오직 굴복뿐입니다(응? 나는 굴복한 거 아닌데? 라고 말하는 순간조차도 그냥 굴복의 연속선상에 있을 뿐입니다). 유물론적 세계에서 인간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년놈들이니까요. 그 허상인 자아가 바로 나다!를 시전할 순 있어도 그 허상인 자아가 주체적이다!는 결코 시전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100% 자연에 종속된 존재이고, 즉 100% 객체이고 우리는 그냥 놀아나는 것뿐이지요. 근데 이게 재밌긴 재밌어요. 영화가 재밌는 것처럼 말이지요. 인간의 주체성이란 한낱 영화 같은 것이고 백일몽 같은 것이죠. 어느 정도 그렇다는 게 아니라... 100%

니체의 사상이 이기긴 했습니다. 하지만 자유에 대한 니체의 비전만큼은 영원히 패배할 거예요. 유물론적인 세계에서 자유가 성립할 일 따위는 없을 테니까요. 그런 논리, 그런 삘은 결코 대세가 되지 못할 테니까요. 이는 박테리아나 설탕에게 자유가 있다는 것과 똑같은 소리니...

아니~ 하여튼 자유롭다고~ 논리 그딴 거 모르겠고~ 아 하여튼~
저도 이렇게 살아가긴 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떻게 그리 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크크
뭐? 집착하지 말라고? 미련 떨지 말라고? 그러니까 고통스러운 거라고? 자아는 허상이라고?
응 엿먹어~ 해탈 x까~ 열반 x까~ 아이러브자아~ 나는 그렇게 평생 자아 뽕이나 빨다가 뒤질 거여~
키야~ 이게 뽕맛이지! 인생 뭐 있냐? 무지성으로다가 아편이나 빨다가 가는 거쥐
21/08/3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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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엥? 크크크크. 마지막 부분은 저랑 완전 해석이 다르셔서 재밌네요.

저는 니체가 인간을 굴복자에서 투쟁자로 해방시켰다고 봅니다. 똑같이 천만번이 반복될 수 있는 현상세계에서도, 물질은 한정되어있고, 콩나무가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면 물은 콩에게 갇히고, 다른 나무는 그 물을 마시지 못하고 목이 말라져야하는 제로셈 세계인 것이지요. '권력 의지'는 물질을 '자아'로 환원할 수 있게 만드는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기를 뜯어 먹으면, 그 단백질은 제 몸에 갇히지요. 아무리 수증기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 물리법칙이고, 물이 땅 속으로 흐르는 것이 이치라도 제가 살아있는 한, 제 체네의 수분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물리법칙은 저에게 있어서는 단지 개인적인 투쟁에 불과합니다.

제가 존재하지 않아도, 세상에서 누군가는 밥을 먹고 물을 마시겠지만, 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해 제 자아의 의지, 제 인위에 따라서 제 혈기/생이 물체를 움직이고 분배의 우선순위를 뒤바꿉니다. 제가 대학교에 붙었기에 누군가 이 대학교에 정원이 넘쳐서 예비번호를 받거나 떨어졌을 것이고, 다음 로또 번호의 자동번호가 바뀌어서 다른 사람의 손에게 갔을 것입니다. 이 모두가 '투쟁'이고 '권력'입니다. 그리고 제 삶의 몫입니다.

이게 파시즘으로 진화하면, 1984에서 나온 '윈스턴 자네는 존재하지 않네. 하지만 당은 불멸이네. 당은 영생이네'라는 전체주의로 타락하지만, 개인적인 단위에서의 니체주의야말로 인간의 삶을 긍정하는 유일한 원동력이라고 저는 봅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소유물을 줍니다. 쾌락을 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을 긍정합니다. 삶에서는 승리할 투쟁이 있으며 얻어낼 권력이 있다고 믿기에 사람은 침대에서 일어나고 삶에 참여하는 것이며, 패배만을 제공하고, 개인의 작은 권력공간마저 빼앗아가면, 죽음을 택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이론에 관심이 있고, 뇌과학에 관심이 있고, 신학에 관심이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사람들이 삶을 연장하게 하는 이야기로서의 효용을 가진다고 믿으며, 그게 사람에게 유일하게 의미있는 존재가치라고 믿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8/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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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ce 님// 그런 사상적 의의가 있다... 정도야 저도 당연히 긍정하는데 그렇다고 유물론적 세계에서 자유를 논할 순 없으니까요. 인간이 백날 투쟁해봐야 그냥 기계고 오토마타일 뿐이지요. 유물론적으로 보면 박테리아나 설탕이나 인간이나... 인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다 무위일 뿐이라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언제나 환경에 패배합니다. 결코 이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인간도 인간이 아니라 사실은 그냥 환경이니까요. 객체니까요. 어느 정도 그렇다는 게 아니라... 100% 객체.
21/08/3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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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이쯤되면 니체철학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그 객체가 결국 지구 생태계도 자기 편의위주로 개편하면서 작살내고 있고, 언젠가 항성을 연료로 삼는 마트로쉬카 브레인 컴퓨터를 만들어서 시뮬레이션 우주도 만들고, 물질의 흐름을 인위로 혼란스럽게 만들것이 아니었나요? https://bb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4/read/15947372

이게 전부 SF 판타지 소설에 불과하고, 100% 객체로 남을것이 현실이라고 인류에게 알려준다면, '반생명방정식' 마냥 다들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저는 유물론적인 초월을 믿습니다. 유물론을 이해한 인류는 '판을 깨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다가 스러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필연적인 공산주의'를 피해서 자본주의를 연장시킨 마르크스 이후의 인류처럼요.

헷, 이쯤되면 저도 그냥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버리는군요! 하지만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실제상황입니다님으로부터 권력을 빼앗기 위해 투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8/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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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아 이건 꼭 해보고 싶었던 말이고 첫댓도 그런 맥락에서 적었던 건데... 예정론과 그 대표주자인 칼빈주의야말로 기독교 내부에서 가장 많이 두들겨맞았던, 지금도 가장 두들겨맞고 있는 샌드백 중의 하나일 겁니다 크크. 뭐 반반이긴 하겠지만요. 펠라기우스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거죠. 백날 이단 정죄 때려봤자고, 신인협력은 그 모습을 달리해가며 기독교 끝나는 날까지 살아남을 겁니다(하긴 예정론도 그렇기야 하겠지만요). 그래 이원론 믿을 거면 그렇게 믿어야지, 라는 게 저의 생각이고 예정론은... 아니 그게 유물론이랑 당최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야? 아니 다르긴 다른데... 그럴 거면 신을 왜 믿냐? 소리가 절로 나오는 썰이라... 크크
21/08/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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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크. 저도 열심히 샌드백을 때릴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저도 장로교회 집안에서 자라난 사람으로서, 칼빈주의의 경쾌한(?) 사상을 많이 비난하긴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독교 끝나는 날까지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이원론이죠 크크크. 영지주의 욕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예정론은 개신교에서만 가능한 교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 직접 인격신을 만나보면 전부 납득이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랑의 신, 믿음 신을 직접 영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니, 그렇다면 신을 믿을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미노제'란 참 부러운 요소인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은 결코 만나지 못하겠지요.
실제상황입니다
21/08/3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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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정론의 논리적 귀결이 사실상 유물론이랑 하등 다를 바 없다고 봐서요 크크. 아니 그러니까 그럴 거면 왜 믿냐? 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 위에서 [정해진 인풋과 아웃풋으로 영원회귀를 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그럴수록 그딴 세계의 신이라는건 죽여버려야하지 않나]라고 하셨는데 딱 그 꼴이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하여튼 자유의지랑 조화가 되고 그게 인간의 대갈빡으로는 알 수 없는 신비랍디다 크크. 근데 웃긴 건요. 직접 인격신을 만나봤다는 작자들이 한둘이 아니라서요.

어떤 놈은 이렇게 말하지요.
"아 내가 만나봤는데, 예정론 그거 개소리라고 하시던데?"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tchurch&no=35546

괜히 개신교 내에서조차 가장 두들겨맞는 썰정 중의 하나가 예정론인 게 아니죠 크크
21/08/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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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크크크크 예정론을 깔 수 있는 논리를 하나 더 잘 배우고 갑니다~

그래도 여태까지 말씀해주신 것처럼 예정론이 부정당한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한 자체 해탈(?)이 가능하다는 영지주의적인 해석으로 다시 향할 수 있기에 아주 없애버릴 수도 없는 그런 주장이군요 크크크. 기독교의 완전형은 여태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 남은건 무한한 떡밥 뿐일까요?
실제상황입니다
21/08/3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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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Farce 님// 영지주의 같은 것보다는... 역시 전지성이 문제가 되죠. 예정론 아니라도 전적 부패 긍정하면서 선재적 은총 시전해버리면 되니까요. 그게 만인구원론(선재적 은총으로 전적 부패 커버 쌉가능이니까 신인협력이라는 소리) 얘기하는 웨슬리안 같은 거고... 사실 이게 거슬러 올라가면 알미니안이 나오는 거고 반(semi)펠라기우스주의 나오는 거고 또 더 거슬러 올라가면 행위구원론이 나오는 거긴 한데... 그렇다고 요즘 같은 세상에 알미니안이나 웨슬리안이라 그랬다고 뭐어?!!!!! 이 행위구원론 믿는 이단 새키! 이런 무식한 소리는 안 하죠 크크. 알미니안조차도 이단 정죄 받은 걸 근거로 반론하면 개무시당합니다. 뭐 아마추어 덕후들 사이에서 그렇다는 거지만요. 영지주의는 솔직히... 예정론 문제에서 취급도 안 해줍니다... 펠라기우스의 정신이 살아 있다고 해서 행위구원론 취급해주는 건 아니듯이...
21/08/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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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와아아, 예정론에 관련된 철학논쟁은 대충 알았기에, 이렇게 '전지성이 문제지!'라면서 맥락을 잡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대충 들었던 이단 교파들이 이 논쟁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군요! 이제야 이름들이 하나로 이해가 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칠성사와 보속 같은 개념을 보면, 행위구원론은 가톨릭에서 긍정하고 있는 개념이고, 개신교만 애써 무시하고 아이덴티티로 부정하는 포지션 아닌가요? 저도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니 행위 없이, 그냥 영적으로 하나님과 1대1 소통으로 구원 끝! 하는건 너무 유아론적인 세계관 아니야?'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전통(tradition)/의식(ritual)이 허례허식이 아니라 신앙의 본질이 아닌가 고민해본적도 많거든요 크크크. 으으음... 제가 오컬트를 워낙 좋아해서, 기승전 영지주의를 소환하는 데미안적인 면모를 가진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크크크... 확실히 요즘 개신교의 경향이 에큐메니컬하다보니 '정죄' 드립은 애초에 가톨릭 쪽이 아니면 접수해주는 사람이 없군요? 흐흐 역시 괜히 '열교'라고 불리는게 아닌 그런 장점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8/3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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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ce 님// 아 거기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예정론 덕질 소소하게 해보긴 했는데... 개신교쪽에서 쌈박질 하는 거 위주로만 파봐서리... 근데 그쪽에서도 펠라기우스가 어거스틴한테 깨진 이후로 그렇게까지 취급이 좋은 건 아니라고 듣긴 했습니다. 사실 그쪽이 원조긴 하죠 크크. 그래도 어느 쪽이나 행위를 통한 구원 그 자체를 긍정한다기보다는... 좀 호환 가능하게 다듬어서 이야기하는 것이긴 할 거예요. 아마도...
21/08/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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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다시 태어난 자'는 행실도 달라야하는게 맞고... 설마하니 주님과 소통했는데, 행동이 안 바뀔리가 없고.. 그렇다고 행동만으로 한다고 하면 그건 좀 이교도 주술적이고.. 어음... 인격신과 만나서 소통한 것은 그게 맞다고도 주장해야하고... 등등등

기초적인 합의사항은 있는데, 뭔가 교리별로 '우리 교파는 이게 중요하다고 적어놓습니다'라고 하다보니 막 모순이 나오고 그런 느낌이군요 크크크. 어차피 '누미노제' 한방이면 끝! 이라는 종교로서의 특징을 포기할 수도 없을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유교는 되게 특이하긴 합니다... 음음... 신학이 이렇게 재밌는데, 중세가 엄숙하고 재미없는 시기라는 헛소문은 어디서 자꾸 나오는걸까요 크크. 크킹3 키고 새로운 교리 좀 만들어봐야겠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8/3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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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ce 님// 교리 만드실 때 정치질 잘 하셔야 합니다? 펠라기우스가 로마귀족들한테 지지받고 있어서 당초에는 행위구원론이 채택되는가 싶었는데 어거스틴의 본거지인 아프리카 교회에서 뇌물까지 써가며 주교랑 황제를 포섭했다고 하더군요(꺼무위키발 소스)
21/08/3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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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와 어거스틴의 정치질! 아시는군요! 나중에 프랑스가 알제리 식민지배 할때, 이곳이 어거스틴의 땅이라고 강조 하면서 기독교 세계로 재편입 및 프랑스인으로 동화를 시도해서, 유대인들과 베르베르인들이 열심히 독립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지금도 어거스틴은 탈식민주의와 문화제국주의 맥락에서 소환되고는 합니다(?)

역시 역사는 요지경이군요. 이래도 니힐리즘에 대항하는 권력의지가 틀렸습니까? 크크.
실제상황입니다
21/08/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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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Farce 님// 그것도 다 오토마타들의 기계짓이랑께요~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거나 인간이 정치질 하는 거나~ 근데 저도 익스큐즈 하긴 합니다. 세상을 어떻게 그런 식으로 다 기계짓이라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겠어요 크크. 그냥 눈가리고 아웅하는 거죠 뭐~ 저도 FM 같은 게임 하면서 공격수들이 개발 찰 때마다 진심으로 쌍욕 박아주곤 하니까요. 게임속 캐릭터에게도 죄가 있고 책임이 있듯, 우리에게도 죄가 있고 책임이 있는 거겠죠. 기계도 말 안들으면 때려주곤 하잖아요 왜~ 아, 이 무시무시한 인간의 공감능력... 우리는 자기의 자아에만 취하는 게 아니라 세상만사를 자아로 환원해서 취해버립니다. 에휴 귀여워라 우리 인간들. 애기들이 따로 없네요. 근데 애들이 원래 제일 악하다잖아요? 애들끼리 배때지도 좀 쑤셔주고 뇌물도 슬쩍 좀 찔러주고 하는 거죠
21/08/3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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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아아악!

결국 설전에서 패배했습니다. 응애. 유물론이 최고시다...
jjohny=쿠마
21/08/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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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 예전에 PGR에서 성경/교리와 관련된 내용을 덕질/공식 설정의 언어를 빌어서 설명했던 적이 있는데 https://cdn.pgr21.com./freedom/89648#4141838
비슷한 접근에서 이렇게 전문적으로 작성된 글을 보니 반갑고 공부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 위 링크에서도 썼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신앙생활'에는 '신앙심'과 '종교덕질'이라는 상호 구분되는 개념들이 혼합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부터도 신앙심보다 '종교덕질'의 비중이 더 강한 사람이고... 실제로 종교판 논쟁과 덕질판 논쟁 양쪽을 경험해보니, 종교판에서 벌어지는 논쟁들과 덕질판에서 벌어지는 논쟁들이 대체로 상호간 유사하게 치환 가능한 것 같더라고요. 캐논-논캐논 논쟁들도 그렇고...

- 현대 신학에서 성경/교리에 대한 접근 및 해석 방법론에 영문학/문학비평의 방법론이 다량 차용되었다고 배웠는데, (조금 다른 얘기인 것 같기는 하지만) 이렇게 연결해서 보니 또 재밌네요.

- 제 경우에는 친구에게 속아서 신천지 성경공부를 몇 개월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캐논-논캐논에 대한 감각이 뿌리부터 뒤흔들리는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막줄 보니 그 기억이 다시 나네요. (경험담: https://cdn.pgr21.com./freedom/84670 )
jjohny=쿠마
21/08/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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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하자면, 살면서 캐논-논캐논에 대한 감각이 뒤집어지는 시점들이 몇 번 있었는데,

창조과학이 캐논이라기보다는 논캐논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정리된 시점,
신천지식 접근이 캐논에 해당한다고 속아넘어갈 뻔 했던 시점,
반동성애가 캐논이라기보다는 논캐논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정리된 시점 등등...

주로 그런 순간들이 신앙의 큰 변곡점들이 되었던 것 같고, 다르게 말하면, 덕력이 크게 증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살면서 그런 순간들을 몇 번 더 맞이하게 될 것 같아서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비명을 지르겠지만, 지나고 나면 '아 덕력이 증가해버렸어' 하고 회상하게 되겠죠.

여러가지 덕질을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에게 있어서 덕질 중에 최고로 재밌는 덕질은 이쪽인 것 같아요.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21/08/3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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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논캐논에 있어서 저는 '사회집단이 인위적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꽤나 냉소적으로 이 글을 적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입장이고요.
제 주변에서도 정치적인 음모론을 믿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몇번이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게 말로될 영역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더군요.
종교도 그렇지 않습니까? 말로 몇마디 한다고 믿지 않을 사람이라면 애초에 믿기를 시작하지도 않았겠지요.

그래서 저는 그냥 관망하는 덕후가 되어서 세상의 다양한 세계관을 모으고 싶을 뿐입니다.

저도 그래서 사람을 좋아합니다. 사람은 마르지 않는 설정덕후이지요. 재미있습니다.
21/08/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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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관련되서 깊은 생각을 적어주시는 jjohny=쿠마님께서 덧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어릴 때 종교덕질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신앙심의 영역은 아니었던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몬 교회도 가보고, 이상한 군소교회도 가보고 참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없는 용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뭐.. 저는 마르크시즘을 통해서 그곳에서 구원 받으려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수많은 좌파들의 논쟁, 허허 정말 밑도 끝도 없고 부모님도 상호존중도 없는 또다른 '설정덕질판'에 잠시 머물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지나고나니까, 저는 꽤나 시니컬한 유물론자가 되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진리에 도달하겠습니까. 노력만 하는거죠."라는 식으로요.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쓸때없이 사심을 부린 파트가 중간 내용이었습니다. 지금봐도 부끄럽네요 흑흑... 하지만 Canon의 문제는 정말 이 바닥에서는 중요해서요. 음, 쿠마님께서는 '성경을 통해서 도달할 지점'이 있다고 믿으셨었나 봅니다? 제가 오히려 빠르게 유물론자로 전향했던 이유가, '아이고 다 소설일텐데, 그래서 어디가 설정이 가장 복잡하냐?'였던것도 있거든요 크크...

하지만 이런 '구원'의 키워드야말로, 기독교의 본질이자, 영지주의 등 수많은 이단의 본질이겠지요. 어쩌면 '누미노제' 그러니까, 종교적인 사람만 경험할 수 있다는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개념은 어쩌면 저같은 사람이 아니라, 쿠마님 같은 분을 위해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21/08/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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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변주곡...
21/08/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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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이 덧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음악에서 캐논은 16세기에 정립된 작곡법으로, 당시 유행하던 '푸가'의 돌림노래를 개량한 형태라고 합니다. 돌림노래에서 성부(part)를 특정한 음만큼 이동하는 것으로 노래를 찍어낼 수 있는 방식이라 유행했으며 작곡가들의 용돈을 책임졌다고 합니다. 역시나 어원은 그리스어로 '자'로, 일정한 음만큼 움직여서 곡을 만드는 특징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라는 것도 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주꿀
21/08/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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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해문서, 아포크리파 이런 단어를 원래 뜻이 아니라 덕후쪽에서 차용한 개념이 먼저 머리속에 박혀 버려서 읽는동안 힘들었네요.
에반게리온이랑 페이트는 내 머릿속에서 좀 나가라 쫌!

2.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지금도 보면 혈압올라서 죽을까봐 안 보고 있습니다. 돈독오른 뒤즈니 놈들....
Janzisuka
21/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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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근데 몇천년지나고 우연히 발견된 에반게리온 공식 설정집이 바이블로 여겨질수도 있지 않을까요 크크 개인적으로 성경도 그정도라 여겨서
21/08/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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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역사를 보시면 그래도 나름 실시간으로 잘 받아적은 것에 가깝습니다. 괜히 외경이라고 '너무 최신 내용 (그리스어로 적힘)'을 빼버린게 아니었죠. 흐흐흐 이런걸 보면, 지구가 멸망하고 나면 외계인들이 스타워즈 최신작 같은건 적당히 덜어내주지 않을까요 크크크
21/08/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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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크리파 드립을 치면 중간에 도망가시는 독자분들께서 많을까봐 저도 참았습니다 크크크.
사해문서의 경우에는 나중에 오컬트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다시 찾아뵈면 좋겠군요!

공식 설정의 문제는, 별로 공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소비자로서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에반게리온 덕후인데요... 어음 어음...
세상에 카오루를 이렇게 망치다니!
Naked Star
21/08/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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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얘기일랑가 했더니 더 깊은 얘기였어!
21/08/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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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캐논이라는게 스타워즈 이전에 나온 말이니까요~
이선화
21/08/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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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래서인지 스카이림의 쉐오고라스가 그렇게 인상깊게 다가오더라구요. 말씀하신 제약을 광기의 신인 쉐오고라스로 등장시키면서 [광기의 신이니 무슨 정신나간 일이든 할 수 있다][신들은 원래 자기 모습을 마음대로 변할 수 있다]로 싹 다 바이패스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암살단의 두목이니 메이지 길드의 아크메이지니 세상을 구한 영웅이니 하는 퀘스트를 싸그리 전부 후속작에 편입시킬 줄은... 끽해야 역사책에 "언제 누구누구가 뭘 했다" 식으로 적는 게 고작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크크

토드 하워드가 난 놈은 난 놈이라고 해야 할지...
21/08/3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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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크 정말 멋진 캐논 정립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지금 엘더스크롤 6는 개발중인지 아닌지도 모르지만, 팬들은 계속해서 시로딜의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기다리고 있죠. 이게 정말 성공한 세계관이죠. 블리자드의 현황같은걸 보다보면, 정말 베데스다가 욕을 이런저런 것으로 먹어도, 확실히 급이 다른 프랜차이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21/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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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코믹스에서 바리안이 오닉시아 목 딴게 정사가 되어버려서 바리안이 업적 도둑놈 소리를 한동안 들었죠. 레이드나 던전 공략도 정사랍시고 어느 진영의 누가 공략했는지도 정해버려서 유저가 한 걸 없던 걸로 해버리고.. 뒤죽박죽 꼬여버린 설정들 정리한답시고 연대기 만들었는데 이것도 얼마안가 게임에서 뒤집지 않나.. 와우저들은 캐논이란거 이제 안믿음 정확히는 의미 부여안함 크크
21/08/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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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밑 댓글에 스타2의 설정에 대해서 엄청 욕할 예정이었습니다 크크크크. 제가 와우는 논-캐논인 하스스톤쪽으로만 알아서 함부러 첨언할 수가 없겠군요... 로닌도 그렇고 소설에서 등장시키고 감당 안되어서 와우에서 빨리 치워버린 캐릭도 많다면서요?

아니 도대체 왜 플레이어의 참여를 줄이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소설은 소설이고, 본가가 게임이며, 참여로 돈을 벌어야하는데 말입니다!
음음, 그래서 실바나스에 대한 캐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요...? 조심스럽게 여쭙고 도망가야겠어요!
21/08/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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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세계관의 캐논은 퍼스트 - Z - ZZ - 역샤 이상. 반박하면 지온군.
21/08/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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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 저는 너무나도 어려서, 헤이세이 건담의 팬이라고요! W를 가장 좋아합니다! Endless Waltz로 멋지게 끝났어요!

프로즌 티어드롭이요? 으아아악 그건 동인지입니다... 절대로 절대로... 공식 작품이 아니에요... 갸아악!
잠이온다
21/08/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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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1. 종교같이 순수하고 확고한 가치(처럼 보이지만 사실 뜯어보면 모순투성이지만) 경우가 아니면 한국도 미국처럼 문화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어요.

2. 고짐고는 그래도 캐리건 연출빼면 그럭저럭 납득할만한데, 그 이후 작품들을 보면 선녀더라고요. 블쟈가 노망나기 전에 스타2완결시켜준 것이 너무 고마움...
21/08/3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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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콩고사람이 대한민국에서 경험한 일을 적은 작품도 대한민국 문학의 고전이 될 수 있기를 저도 희망합니다.
K-POP은 그런 측면에서는 충분히 글로벌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짐고를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습니다. 공허의 유산 결말에서 블리자드는 그냥 손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사악한 젤나가 아몬은 현실세계에서 추방당했지만, 공허에서 언젠가는 추종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며,
테란은 자치령과 레이너 특공대가 같이 만들어나갈 새로운 민주사회와 다른 군소세력이, 저그는 다양한 무리어미가 추구하는 약육강식이,
프로토스는 큰 위기 앞에 칼라이, 네라짐, 탈다림이 위태로운 연합이 남았지요.

협동전에서 컨텐츠나 적당히 풀면서, 적당히 울레자즈 소설을 내거나 하면서 유유자적했다면,
아무도 '스타크래프트'를 끝장난 컨텐츠라고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한한 창작과 상상이 가능한 살아있는 세계관이 남았겠죠.
그런데 그게 두려웠는지, '고짐고'로 에필로그를 대충만들어서 때려박고, 세대교체도 제대로 없이 스타2의 주연을 다 은퇴시켰습니다.
그러고나서는 '스타크래프트: 진화'로 아무도 원하지 않던 조연들의 후일담이나 집어넣어서 간을 보고서는,
'아이고 님들 이 시리즈 별로 안 좋아하시는구나? 안 팔렸으니 장사 접어요!'하면서 컨텐츠 개발 중지나 선언했죠.

말씀하신 것처럼, 블리자드가 상대적으로 멀쩡하던 시기의 판단이라서 지금보면 선녀일수도 있지만,
저는 스타2는 그렇게 끝날 프랜차이즈가 아니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잠이온다
21/08/3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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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그냥 그렇게 거대한 프렌차이즈였어도 그럭저럭 깔끔하게 완결을 내는 것 자체를 높게 평가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데드 스페이스같이 끝조차 못내는 컨텐츠가 쌓여있는 세상이니.

그리고 워크래프트 세계관처럼 질질 끌고가다보면 애정을 쏟았던 세계들이 점점 추해지고 몰락하는 모습을 보고, 식상해지는 것을 보니 뭔가 비참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게 아니더라도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화하다보면 원본의 감성이랑은 좀 많이 떨어진 모습이 되더라고요. 스타크래프트 1편과 2편이 그런 느낌이 들었고, 엄청나게 긴 세계관을 가진 타입문같은 곳도 그렇고요.

이런 '캐논'의 본질은 상품이기에 어쩔 수 없는 모습이기는 하고, 계속해서 컨텐츠가 이어지는 것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전 패키지 게임의 엔딩을 보고 후련하게 끝났다는 느낌을 느껴본지 참 오래되서 그런거같기도 하고요. 물론 좋은 컨텐츠로 캐논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지만요. 아니면 저도 보고 눈물을 흘린 라스트 제다이를 보고나서 더 염세적인 느낌이 되어서 새로운 캐논에 대해서 비관적인 관점이 늘어나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21/08/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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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는 동방프로젝트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원작자분께서 계속해서 시리즈를 만들어주는데도,
요즘 시리즈는 영 제가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많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히려 어릴때 봤던 그때 그 첫인상하고, 지금 첫 입문자의 첫인상은 비슷할텐데,
오히려 제가 시리즈를 오래 따라오면서 제가 바뀐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또 들더라고요.

평상시에 묻어두고 있던 이야기인데 잠이온다님께서 적어주신 이야기를 보니까 갑자기 그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좋은 컨테츠로 캐논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지만요. 확실히 이제는 저도 그렇지 못했던 작품들의 목록이 길어져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요.
말씀하신것처럼, 당장 스타2도 스타1의 '여기서 지면 종족빵이다!'와는 테마가 많이 바뀌어버렸고요...

그래도, 2022년에는 또 새롭게 덕질할 괜찮은 녀석이 나와줄거라 저는 희망을 가져보렵니다! 우리 같이 화이팅해요~
스위치 메이커
21/08/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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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넌이 성경에서 나온 단어였다니...
21/08/3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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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신학논쟁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성경책 안에서는 안 나오지만, 성경책에 대해서는 후대인들도 참 할 이야기가 많았나봅니다~
metaljet
21/08/3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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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팬덤이 사소한 설정에 목숨을 거는지 이해가 안갔는데 종교에 비교하니 딱 명쾌하네요 크크 설정놀음때문에 이단이라며 잡아죽인 사람이 대체...
21/08/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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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에서 정해진 정경들은 '이게 성경 목록이다'라는 것이었고, 계속해서 이단들은 새로운 교리서를 만들고는 했습니다.
(그건 지금 개신교도 자유롭지 못한 문제입니다 크크)

오히려 정경의 목록이 '이게 지켜야하는 책'으로서 기독교 세계에서 살아남았고, 영지주의 같은 이단의 책들은 전부 불타버려서 지금도 남은게 손에 꼽습니다. 지금 기독교를 몇번이나 이길 뻔했던 경쟁자로서의 영지주의를 현대에서 연구하는 행위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요.

남프랑스에 지역적인 기반을 두고 북프랑스와 경쟁하던 카타리파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학살되고, 재교육되고, 문헌이 불타올라서,
이들을 연구할 방법이 당시 교황청에서 생성한 카타리파 비난 문서 밖에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르네상스에 다시 헤르메스주의를 포함한 오컬트붐이 돌기 시작했던걸 보면,

음음 역시 이상한 책들은 다들 구석에 숨기고 잘 읽고 있었군요!
Hudson.15
21/08/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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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절에 대놓고 반기독교하면서 동성애가 유행탔던 시절도 있었죠.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교황이 있는 본산인데 말이죠
Lainworks
21/08/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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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 스타워즈 789는 논캐넌이고, 그 외에는 많은 캐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캐넌을 따라서 공화국을 무너뜨리는건 다스 케이더스님인거고, 논캐넌에 등장인물중 붕쯔붕쯔에게 당하고 홀로그램에 낚이는 놈이 있다는데 아 그놈 아니에요. 아닙니다.
21/08/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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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만달로리안은 살아있으며 그는 신입니다.
인민 프로듀서
21/08/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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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넌이고 논캐넌이고 간에, 스타워즈 7,8,9 같은건 나온적도 없는데 무슨 말씀이시죠;;;;;;;;;;
레이는 에반게리온 캐릭 이름이구요
21/08/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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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팬들은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에서 전부 쓰러졌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흐흐흐흐
시니스터
21/08/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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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kanon이 없나요 세기말 캐논하면 이건데
21/08/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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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1999년에 흥했던 문학작품을 말씀하시는군요. 그걸 모르는 사람은 문학도가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해본적은 없군요. 2021년 컴퓨터에 돌아가는 리마스터 같은거 없나요...?
21/08/3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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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는 캐넌인가요...
21/08/3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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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캐넌이라는 용어가 최근에 정착된 의미는 여러명이 창작한 작품에서 '공식 설정'이 되는 작품군을 묶어서 말하는 것이기에,
나관중이 홀로 편찬한 삼국지연의에는 이 단어를 적용시키기 힘듭니다.

하지만 나관중 역시 만담집이었던 삼국지평화를 참고했었기에, 삼국지평화의 어떤 내용은 나관중의 이야기에 있어서
캐논(편입)되고, 논캐논(편입되지 않았다)라고 표현할 순 있겠네요. 예를 들어 오호십육국시대 전조의 유총이 유비의 후손이라는 설은
나관중 입장에서는 논캐논이지만 후대 삼국지 2차 창작물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삼국지 이야기를 나관중의 캐논과 논캐논으로 나누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정사논쟁도 그렇고 꽤나 유서깊은 동양권의 지적유희였습니다.
21/08/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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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정의대로면 여러 사람의 창작물을 하나의 설정으로 묶어낸 D&D는 캐논이라고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까요?
21/08/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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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nd.wizards.com/dndstudioblog/dnd-canon

실제로 D&D 홈페이지에서는 캐논의 목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함부로 이용하면 저작권법에 따라서 혼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요 흐흐흐!
워해머도 그렇고, 코어 룰북을 구매해서 즐긴 세션은 모두 캐논의 일부에 포함이 된다고 보증해줍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식 소설이나, 공식 캠페인이 아니고서야, 집 구석에서 하는 한판 한판의 해석을 모두 원작자가 해줄 수는 없지요.
그래서 가끔, 공식 전개가 다른 매체로 공개되어도 '아니 이게 설정이 이게 이거였어!?'하면서 반발하는 사람도 많고,
판매가 끝난 룰북을 그대로 '이게 최고야'하면서 쓰는 플레이어들도 서양에는 많다고 하더군요!
21/08/3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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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뤄주시는 개별 주제의 역사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글이 참 찰지네요.
21/08/3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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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찰지단 의미가 어떠신건지 말씀해주실수 있으신가요?
헤헤, 피드백을 받아서 앞으로 쓸 글에 적용하려는 설문조사 같은 것이니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1/08/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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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se님 글에서 보이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끊김없이 풀어나가는 느낌을 정말 좋아하고요
중간중간 드립을 섞으면서도 적당히 절제하시는 느낌이 또 재미있습니다
21/08/3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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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드립과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잇기라...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 장점을 살리는 주제를 고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1/08/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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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서경, 역경....
논어, 맹자, 대학, 중용....
고나우 : 아잇 쬬팔 그냥 좌씨전이나 가져 오라고!!
21/08/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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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고전'을 모르면 지배계급의 일부로 인정받기는 힘들죠 흐흐흐.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으려는 주제였는데, 부드럽게 이어주셨네요! "고전이란 무엇인가? 교양이란 무엇인가?"
왜 창작물만 열심히 본 사람들은 '보다 낮은 교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몰아세우는걸까요?
언젠가(?) 다음 글에서 찾아뵈겠습니다~
HA클러스터
21/08/3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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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까지만 해도 캐논은 피아노곡인줄만 알았...
그것도 작곡자가 조지윈스턴인 줄로만...
21/08/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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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조지 윈스턴의 캐논 변주곡을 저는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지금 들으러갑니다!

앗! 정말 많이 들어본 곡이군요 크크크크크. 와! 조지 윈스턴! 다신 잊지 않겠습니다!
21/08/3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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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피지알 자게에서 유익한 글을 읽게 되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게로!
이걸 설정 변경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좀 그런데, 메이플스토리 빅뱅 패치 났을 때 엄청 충격 먹은 기억이...
21/08/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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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빅뱅! 생각해보니 그런 '대격변'류 패치들도 캐논 수정에 들어가는군요!

저도 예전 메이플만 알고, 잠시 '검은 마법사'에 흥미가 생겼다가, 다시 금방 묻혀버려서 지금은 스토리가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MMORPG의 스토리 변경 이야기를 모아놔봐도 꽤나 재밌는 추억이야기 될 것 같군요! '대전이'도 생각나고요 흐흐흐.
21/08/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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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잠깐 짚고 넘어가셨는데, 무엇이 카논이고 아니냐의 문제는 그 근본에 자의적인 부분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러면서도 또한 그 자의적인 부분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뒷받침되면서 어떤 아이덴티티 비슷한것이 생겨나는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결국 카논이란 것이 어떻게 생겨나는가 생각해보면 마치 과자가게에 간 어린애가 이것도 고르고, 저것도 고르고 하다보니까 바스켓이 가득 차버려서 무얼 뺄까 하면서 트리밍을 하는 것 같이 좋은 문학 (혹은 종교의 경우 경전) 작품들을 한데 모아서 어떤 근원적인 정신 (혹은 플라톤적 이데아 비슷한 무언가를) 묘사하면서 콜렉션에서 뺄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카논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프로세스가 일방향으로 행해지는 것도 또한 아닐 겁니다. 예컨대 테스트 런으로 한 번 콜렉션을 만들어 보고, 그 콜렉션이 마음에 안 들면 스크랩해버리고 다시 한다던가, 이런 식으로 카논의 셀렉션과 그 카논이 표현하고자 하는 무언가는 서로 상호작용하고 상보의 관계를 갖기도 하겠죠.

그러면 그 이전에 일차적으로 왜 카논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그건 어떤 미에 대한 경외심 비슷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초에 어떤 식의 아름다음을 포함하는 작품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어떤 주제와 관련된 구조로 포괄하는데에 있어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덜 것이냐에 대한 고뇌에서 카논이라는 것이 출발하는 것이겠습니다. 그렇다면 본문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미국의 카논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아마도 미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혹은 더 상세하게는 미국의 아름다움은 무엇일 것인가에 대한 고뇌와 어느정도 상통하는 면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예전에는 주로 백인 남성들의 시각으로서 미국의 카논이 정의되었다면, 이제 여성도 넣어 주고, 비백인의 문학도 넣어 주고, 또 이러다가 "PC할당제 멈춰!" 비슷한 백래시도 생길 것이고요. 또한 다분히 미국적인 시대정신을 포함하는 어떤 것, 예를 들자면 생각나는 건 빈부격차라던지, 자유주의 혹은 환경문제에 대한 고뇌 같은 것 들 같은 것들이 미국의 미래의 카논을 재정의하지 않겠나 하지 싶습니다.

여하튼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할 기회를 얻었네요. 글 고맙습니다.
21/08/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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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성 예르니모와 루터가 '이거 성경 아닌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외경의 경우도,
히브리어 사본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고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헬레니즘스러운' 문체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엘, 아즈라엘 같은 천사 설정들도 가볍게 소모는 했지만, 성경에 안 넣고 그냥 '전승'내지 '외경'으로 둔 것에는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성경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잖아?'라는 공감대가 그 당시에도 존재했다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성경이고, 영문학에서의 카논은 무작정 일방통행이 아니었는데,
요즘 창작물에서 사용되는 카논은 그냥 개발자의 일방적인 결정인 경우도 많이 보여서 (앞선 댓글들에서 많이 다룬 주제죠) 걱정이 됩니다.
그나마 서구권의 경우에는 카논의 역사가 길다보니, 팬들끼리 합의하고 만든 Fanon을 중심으로 또 상업성있는 창작을 하고 그러니까요.
슬슬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고 기대를 합니다. 서브컬쳐가 커지면 좋은건 알아서 배우니까요.

흐흐흐, 저도 그래서 한번 한국적인 글을 써보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아뇨 아뇨, 그냥 이런 글 말고요.
소설로요. 창작된 이야기로, '이야 한국 사람이니까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구나!'라고 생각될만한 그런 글이요.
그래야지 나중에 하다못해 인터넷 글 중에서 캐논으로 넣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요.

흐흐흐, 비밀주의적인 esotericism에 대해서 너무나도 논하고 싶었지만, canon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쪽 이야기는 빠지기만 한 것 같아서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좀더 밀교적인 이야기로 찾아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1/09/0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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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답글 달겠습니다. 뒷북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만...

일단 본문과 다르게 canon을 카논이라고 써서 좀 불편함을 드린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는 캐논이라고 쓰셨는데 여기서는 카논이라고 쓰셨군요. 그냥 단순히 제가 canon을 카논이라고 한글로 쓰는게 익숙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쓴 것 뿐입니다. 미리 언질을 드리는 것이 현명했을 뻔 했는데 생각이 부족했네요.

카논의 독점화를 꾀하는 상황을 걱정하시는데, 결론은 동의하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논리는 전 좀 다릅니다. 일단 일방적인 카논이 일어나는 현상 자체는 전 자연적인 것으로 봅니다. 애초에 구-신교 논쟁-종교전쟁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다른 vocabulary 하에선 설정전쟁을 현실에서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시각으로 보면 요즘 표현으로는 '그뭔씹..' 같은 걸로 서로 배때지에 죽창을 꼽는 짓을 진짜로 한 건데 그 만큼 설정은 중요한 거고 특히 그 창작자인 작가가 거기에 애착을 가지는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분명 무조건 작가가 옳다는 생각은 배격되야 될 겁니다. <변호>의 소크라테스는 '작가 놈들이 자기들이 쓴 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나 해서 가서 물어봤더니 쥐뿔도 모르더라' 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작가가 작품에 있어서 be-all and end-all 한 판사라는 생각을 버린다면 작품에 대한 더 풍부한 탐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적인 글을 써보고 싶다는 그 소원 응원하겠습니다. 충분히 실력이 있으시고 가능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esotericism에 관한 코멘트는 제 이름을 보고 그 이야기를 하신 건지 싶어 은근 찔리는군요. 저 밀교적인 이야기 좋아합니다. 얼른 글 써주세요.
21/09/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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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는 영어권의 사람이 아니라 한국인이라서 necroposting 같은건 걱정 안하니 너무 늦은 답글 같은 것은 없습니다 크크크.

아 카논/캐논의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개인적인 말버릇 같은 것이, 대화하시는 분을 위해서, 특정 표현을 사용하신다면 그 답글 안에서는 맞추는 버릇이 (대화를 할때도)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안쓰셔도 될것 같습니다~

음, 역시 설정논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기본 특징 같은 것이군요? 다만 저는 문학비평론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라 '저자의 죽음 (Death of Author)' 논쟁(argument)에는 익숙해서 그냥 저자의 말은 그냥 듣는 마는둥 합니다 크크크. 작가는 그냥 작품을 잘 이해하고 있을 사람 중 하나지, 무슨 신이 아니죠! 저 같은 인문학 학자들이 살아남으려고 해도, '다양한 해석이 외부인으로부터 가능하다'라는 기본 원칙은 계속해서 살아남아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흐흐흐흐, 징병제가 붕괴한 판타지 남한과 좀비와 시체로 가득한 판타지 북한에 찾아가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 판타지 군인 상병에 대한 판타지 소설을 한가지 쓰고 있습니다. 제목은 "문제의 핵심 (Root of All Wrongs)"고요. 곧 운영자 분들에게 허락을 받아서 PGR에 연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anon of South Korean Conscription으로 곧 찾아뵈겠습니다 후후...

제가 영문과 대학원생이다보니, 영어를 섞어서 대화하는 것에는 직업병이 있습니다. Esotere라는 선생님의 아이디를 무시할 정도로 이단, 이교도, 신학 논쟁에 제가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Canon에 대한 이야기도 좋겠지만, non-canon, pagan, heretic에 대한 이야기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 만족하실만한 이야기로 언젠가는 찾아뵈겠습니다~
드러나다
21/08/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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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는 카논이 있는걸까요? 제가 이 컨텐츠를 최초에 접했을때 뜨악스러운게 '리부트'라는 개념이었습니다. 리메이크도 아니고 재해석도 아니고 갈아엎고 다시 시작한다고?(그걸 돈받고 판다고?) 거기다가 멀티버스까지 더해져서 제2지구 제3지구 모두가 각자의 세계관 ~ 같은 이야기를 하는걸 보면 이건 대체 스토리 완결성과 그로 도출되는 주제의식. 역사성 전통에 대해 인식은 하는건지 아니면 모두가 동인지에 동인지에 동인지인 동인지 세계관이었던 거임 뿌~ 하겠다는건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21/08/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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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화판도 카논이 엄청 중요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맨날 IF, 크로스오버, 멀티버스 같은 것만 내는 것 같지만, DC고 마블이고 MMORPG처럼 일정주기마다 '거대 이벤트'를 진행해서 스토리를 진행하고 그걸 '지금 카논'이라고 치는 것에 철저합니다. 그래야 저작권이 인정을 받거든요.

그래서 평행우주 지구-13번이니 지구-139829번이니 지구-192381239번이니 하는게 많은 이유도 다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서 설정을 구체적으로 두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는 항상 정해져있죠. 그걸 비록 레트콘(retcon), 리부트 같은 걸로 고치긴 하지만 그런 요소를 쓴다는 것 자체가 '지금 당장 카논'에는 엄청 민감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크크크. 덕분에 수 많은 논-카논들이 존재하고 그걸 즐기는 팬들도 남아있는 것이지요. 스토리의 완결성과 주제의식에 대한 성토는 매번 리런치, 리부트, 새 이슈마다 많지만,
그래도 회사입장에서는 브랜드는 안 죽고 살 잘아있으니까요~. 슈퍼맨이고 뱃신이고 아이언맨이고 아직 현역들이죠 크크크크.
aDayInTheLife
21/08/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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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789가 나오면서 나머지 논-캐논! 외친건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습니다. 저처럼 라이트하게 영화만 파고드는 사람에겐 스타워즈 세계관은 너무 방대했거든요. 근데 나온게 그딴식이면 안되지….
결국 대중문화의 캐논 논-캐논 여부는 인기도에 달린거 아닌가 싶긴 해요. 어찌되었건 저도 디즈니 플러스 한국 런칭을 기대하는건 만달로이안의 지분도 있는거라서 크크크
파다완
21/08/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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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나오면서 논-캐논! 외쳤을때 저는 좋아했습니다. 123보고 456 나중에 본 어린 스타워즈 팬은 EU라는 너무 방대한 세계는 파고들기 너무 컸거든요. 아니 그리고 파워 밸런스도 좀 적당해야지 포스는 뭐가 그리 쎈지.... ..

하지만 89가 나오면서........ㅠㅠ
aDayInTheLife
21/08/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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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12456순으로 접했고 어릴때 본 3편 보면서 좋아했더랬죠. 7은 진보가 잘 안보여서 그랬지 쌍제이 영화답게 보는 맛은 충실했었죠… 근데… 근데….
파다완
21/08/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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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을 봤을때는 엄청 꼬맹이여서 너무 좋아했습니다. 지금이야 1을 안좋게보는 (그리고 분명 그럴만한 부분이 있다는걸 인정합니다) 올드팬들이 있다는건 알지만 아 처음보는 라이트세이버가 너무 멋진데 어쩌나요. 그떄 저는 망작이라는 배트맨과 로빈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1은 분명 그정도는 아니였구요. 몰 대 오비완과 콰이건 전투씬은 지금 생각해도 멋집니다. 파기 시작한건 2편부터인거 같군요. 그떄부터 456이라는 고전이 존재하고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며 1편과 2편에서 의미심장하게 보여주는 저 할아버지가 팰퍼틴이라는거에 흥분했습니다. 456은 3편 본후 보기로 했구요. 그리고 3편에서 오더 66가 터질때 키야!!!..............456편도 좋았습니다. 이미 스포는 당할떄로 당한 상태였지만 (사실 당한게 아니라 직접 찾았지만) 아임 유어 파더는 알고 들어도 소름이 들더군요. 그후 클론워즈, 구공기 등등을 참 재밌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7편이 나오고....한 솔로가 죽었지만 리스펙트가 있었기에 만족했습니다. 스노크의 존재가 좀 불안했습니다만 (어디있다 나온건지 누군지 이걸 다음편에 재밌게 설명할수 있나? 같은) 다음편을 기대하기에는 충분했죠. 8편이.........
21/08/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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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편을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스타워즈 중 최초로 봤습니다.
미국인 룸메가 '스타워즈 볼래?'라고 해서 과연 미국의 건국신화는 얼마나 재밌는지 보려다가...

갸아아악. 언젠가 다시 옛 스타워즈도 봐줘야할텐데, 이러다가 스타워즈는 다시 볼 필요가 없는 지나간 세계관이 될까봐 걱정됩니다.
재밌게도, 제가 가장 재밌게 즐긴 스타워즈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를 개량했던, "스타워즈: 갤럭틱 배틀그라운드"였거든요.
저는 오히려 대규모 우주전쟁이 메인이 아닌 세계관이라는걸 뒤늦게 깨달아서 놀랐습니다 크크크.
파다완
21/08/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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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8편을.... 제가 스타워즈 재밌다고 지인들과 8편 보러가던 기억이 나는군요. 욕좀 들었습니다 크크크. 욕을 신경쓸 상태가 아니었지만....
21/08/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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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인수합병 다음에 캐논을 재확립한 것은 할 수 있었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미디어 믹스는 과거형으로 치고, 앞으로 영화만 잘 만들면 되니까요. 그리고나서 괜찮은 설정은 적당히 다시 새 시리즈에 합류시킨다면 기존 팬들도 받아들여줄만 했죠.

근데 나온게 그딴식이면 안되지... (2)

그래서 저는 대중문화의 캐논에 있어서 되게 비판적으로 봅니다. 성경캐논이고 문학캐논이고 분명 백래쉬가 중간중간에 오는데, 돈을 가진 프랜차이즈가 얼마나 팬들을 배려해줄지 저는 회의적입니다. 그래도 뭐... 만달로니안이 인공 호흡기를 달아줬으니, 미워도 다시 한번도 가능할까요? 크크크
aDayInTheLife
21/08/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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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대중문화의 캐논은 결국 자본의 논리=인기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합니다. 뭐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한다 어쩐다 하는데 그만큼 설정 갈아엎기가 흔한게 대중 프랜차이즈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장 디즈니-마블의 로키만 봐도 성적 지향성에 대해서 작게라도 반발하는 사람도 없기도 하구요.(몰론 여기는 원래 그랬음이란 얘기가 나올 수는 있지만)
결국 그게 어긋나는 순간 자금줄이 끊기도 인기가 개박살 나는건데 돈을 벌어야하는 대중문화의 캐논이 그걸 쉽게 버릴까 싶습니다. 완전 수뇌부 전체가 맛가서 캐논 통제가 안된다면 모를까요.
21/08/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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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쉽게 쉽게 갈아엎고 쉽게 쉽게 이게저게 논-캐논이라고 또 웃으면서 넘어가겠죠. 으윽 스토리에 대한 존중이나 진중함은 찾아보지도 못할 것이고요. 그리고 저는 진지하게, 수뇌부가 맛이 간게 아니라면 789가 이렇게 될 일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가 나름 원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진중한 브랜드에서, 그냥 현대인 소비자와 창작자의 변덕에 춤추는 그냥 '흔한 창작물'로 추락한 일이었으니까요.

전설을 쌓는 것은 오래 걸리고. 흔한 퇴물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니, 이제 적어도 미국인의 건국신화 같은 거창한 소리는 다시 들을 일이 없겠군요.
aDayInTheLife
21/08/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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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라는게 어찌보면 게임의 1UP 비슷한건 아닐까 싶은 생각은 들어요. 스타워즈의 경우 7편이 0이었다면 8, 9가 -1UP, 만달로리안이 +1UP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스타워즈만의 독특함과 신성성은 어느 정도 깨졌다는데 동의합니다.
aDayInTheLife
21/08/31 16:18
수정 아이콘
별개로, 저는 스타워즈 8편에 대한 평가는 아리까리 합니다. 개별 오락영화로 치면 보고 나왔을때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요. 다만 이거 어떻게 수습하지?+치명적으로 다음 작품이 크게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시리즈의 중간 다리로는 별로.. 정도의 감상이었거든요. 판 벌린거 걍 그대로 갔으면 9편이 차라리 더 괜찮아 졌을까?싶긴 한데 여튼 수습하느라 9편을 같이 안고 폭사한 느낌이 듭니다. 크크
21/08/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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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영화를 룸메들이랑 넷플릭스로 술마시면서 보고 나서요. 조니.. 그러니까 조니(가명)라고 할께요.
그 영화를 추천했던 조니의 웃음 가득한 얼굴을 해석할 수 있어서 더 소름이 돋았습니다.

꽤나 괜찮은 블록버스터, 그것도 미국에서 유명한 스타워즈를 한국인에게 보여줬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아니 최소한 그냥 괜찮은 영화를 친구랑 보고나서 기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의 얼굴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비록 스타워즈의 구시리즈는 보지 못했어도, 적어도 제가 지금 당장 본 영화가,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총체적인 난국의 형태로 편의주의적으로 진행된 대충 만든 SF 범작-망작, 술마시고 보기 좋은 작품이라는걸
깨닫고 당황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거 스타워즈 이름 붙어있었잖아요? 그것도 무슨 외전작이 아니라 숫자가 붙은 공식작!

저야 매너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 괜찮은 영화였네, 전함도 터지고 (비꼬는 말이었지만), 여기저기 우주여행도 하고 (비꼬는 말이었지만)
괜찮았다... 라고 했지만요. 아니 진짜 주인공 각성만 봐도 그냥 흘러가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급의 연출이었는데,
이걸 '아이 엠 유어 파더'라는 명작을 본 올드팬들은 어떻게 이 작품을 평가할까? 라는 걱정이 평생 스타워즈를 걱정해본적도 없는
제가 처음 떠올린 생각이었으니, 제가 8편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aDayInTheLife
21/08/31 16:3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크 아 이 글도 풀버젼으로 언젠가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표현력이 너무 찰지십니다.
집으로돌아가야해
21/09/01 13:26
수정 아이콘
스타워즈 얘기가 주류네요. 전 선녀에 선녀에 선녀를 거듭중인 터미네이터가 생각났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1/09/01 20:13
수정 아이콘
으아악 저는 T-800를 정말 좋아하지만 이놈의 '정식설정' 짓에는 계속해서 스토리가 꼬여가는 작품으로 터미네이터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흑흑... 정말 좋아하는 터미네이터인데 정말 1-2 말고는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는 기억을 다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마치 에반게리온을 이카리 신지의 행복을 위해서 하나하나 챙겨봤듯이, 아놀드 형님의 행복을 위해서 하나하나 챙겨봐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먹게 되었습니다.

흑흑 터미네이터의 명복을 빌면서 이 이야기를 마쳐야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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