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한민국의 국도 중 그 상태가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게 만드는 국도를 이야기하라고 할때, 59번 국도는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국도의 길이 자체는 의외로 길고 길어서 전남 광양부터 강원도 양양까지 400km가 넘게 이어지지만, 광양-하동 구간 및 타 국도와 중첩되는 구간 빼고 나면 왕복 4차로를 찾기가 어려우며, 몇몇 구간은 한때 비포장 및 미개설로 그 명성이 자자했던 국도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59번 국도 중에서도 한때 가장 명성(?)이 높았던 구간인 부연동길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 길은 국도 승격 이전에는 415번 지방도의 일부였으며, 2001년 국도 승격 이래 십수년을 대한민국 국도 중 몇 안되는 비포장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내 온 도로입니다. 2017년 대부분의 구간이 포장되어(전체는 아닙니다. 아직도 비포장구간이 수백미터 정도나마 남아 있긴 합니다.) 비포장이라는 오명은 벗어났지만, 아직도 전구간 왕복 1차로에 공구리포장과 아스팔트포장이 섞여 차가 다니기는 영 좋지 않습니다. 대신 운치와 경치 하나는 보장되는 길이기에, 운전솜씨 자신있고 날씨 좋고 조심운전 하고 멀미약한 동승자 없고(...) 뭐 여러 조건 만족하면 한번쯤은 가볼 만한 길 아닌가 싶어요. 2028년까지 왕복 2차로로 확장 예정이라 하니 그때쯤이면 좀더 편한 길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양양부터 59번 국도를 따라 부연동길 종점인 부연동삼거리까지 가는 경로는 아래 지도와 같습니다.
대략 418번 지방도와 교차하는 지점부터 도착지점까지, 즉 아래쪽 절반이 부연동길 구간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윗쪽은 남대천로로 이쪽은 왕복 2차로 포장이 잘 되어 있습니다. 카카오맵에서 안내하는 길이 40km 남짓한 구간의 소요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개중 20km 정도 길이의 부연동길 구간의 소요시간만 대략 40분입니다. 실제로 다녀보면 이것도 소요시간을 너무 짧게 안내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속주행이 불가피한 구간입니다.
양양부터 어성전리 입구까지 이르는 길은 위에서 서술했듯 남대천로로 명명되어 있고, 아래 사진처럼 왕복2차로로 포장도 잘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도로가 잘되어 있는데는 사연이 있는데, 도로 완공 표지판을 보면 수해복구공사라고 되어 있고 공사 시작일이 2002년 9월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2002년에 이지역을 강타한 태풍 루사로 길이 싹 날아간걸 복구한 김에 아예 선형개량까지 겸한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 사진처럼 다시 수해를 입어 길이 유실된 구간도 있어, 이 구간은 복구공사 중이기도 합니다.
남대천로를 쭉 달리다 보면 나오는 표지판들은 하나같이 직진방향에 X를 쳐놓고 비포장이라 표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2017년 포장공사 전에 세워진 표지판들이고, 상술한대로 지금은 포장은 일단 되어있긴 합니다. 여전히 통행이 불편해서 X자 그대로 쳐놓는게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쭉 달리다 보면 왕복 2차로 구간이 끝나고 왕복 1차로 구간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부터 어성전1교까지 수백m 정도의 구간은 어성전길로 불리고, 전구간 아스팔트 포장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부연동길의 시작, 어성전1교. 꺼라위키 부연동길 항목에 나오는 그 장소이기도 합니다.
콘크리트포장과 아스팔트포장이 번갈아가며 나옵니다. 떨어지는 낙엽사이로 달려나가는 장면은 운치가 넘칩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MTB도 간혹 지나가는걸 볼 수 있습니다. 노면상태 때문에 로드바이크로 주행하기는 애로사항이 꽃필듯.
아스팔트 포장 구간. 콘크리트 구간보다 운치를 느끼기 더 좋습니다. 콘크리트 구간은 운치와 함께 멀미도 같이 올라오거든요(...)
조....... ........다를 외치게 되는 순간. 다행히 어찌어찌 지나갈 수는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대피공간이 없는건 아니지만, 간격이 꽤 있다보니 중간중간 이렇게 일기토를 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등에 식은땀이 나게 됩니다.
부연동 마을 내부. 이런 비포장 구간도 두번 나옵니다. 다행히 둘 다 구간이 짧아 큰 무리없이 지나갈만 합니다.
남대천을 따라 쭉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구간도 운치가 넘칩니다.
오른쪽 돌담 너머로 평행봉과 놀이기구들이 있는걸 봐서는 옛날에 초등학교가 있었던 자리 아닐까 했는데 맞네요. 카카오맵을 찾아보니 삼산초등학교 부연분교장이라고 나오네요.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지금은 폐교.
계속 가다보면 웬 주차장 같은 장소가 나오고 그다음부터 콘크리트포장 고갯길이 나옵니다. 부연동길의 하이라이트 전후치재의 시작.
전후치재 구간의 확대도. 이것이 바로 K-이로하자카?
전후치재를 올라가는 길. 한국의 어떤 고개든 싸다구를 후려갈길수 있을 만한 급경사와 헤어핀 커브, 불안해보이는 가드레일과 그 너머로 이어지는 절경이 운전자를 반겨 줍니다.
전후치재 정상. 꺼라위키 부연동길 항목에 나오는 두번째 사진과 같은 장소입니다. 여기 부근부터 아스팔트 포장이 다시 시작되지만, 여기저기 파여 있어 딱히 체감이 안됩니다. 사진의 셀토스 차량 뒤로 흐릿하게 나온 고개가 6번 국도가 지나가는 진고개.
이제는 내리막. 정상 부근을 지나면 가드레일도 사라집니다. 까딱 잘못하면 염라대왕 영접하기 딱 좋습니다. 조심조심 지나가는 수밖에.
수해가 잦은 구간이다 보니 사진처럼 복구공사도 수시로 벌어집니다.
길고 긴 내리막길을 지나 당도한 부연동길의 종점, 부연동삼거리. 좌회전하면 6번국도를 따라 주문진으로 갈 수 있고, 우회전하면 6번/59번 국도를 따라 진고개를 넘어 평창으로 향합니다. 진고개에서는 오대산으로도 갈수 있고, 진고개를 넘으면 월정사나 대관령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주행영상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부연동길 구간은 24:33부터 시작하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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