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1/26 13:11:40
Name 천연딸기쨈
Subject [일반] 두 집안의 서로 다른 음식 문화 충돌이 빚어낸 결과
제목을 적어놓고 보니 좀 자극적으로 받아들이셨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다만 두 집안의 음식문화가 다르면 힘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데, 저희는 긍정적인 사례들이 더 많다고 생각돼서 몇 가지를 공유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제사음식
  
저희 집은 제사가 많은 집안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고생하시는 걸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제사라는게 어린 눈에 보기에도 부조리함의 극치였거든요. 평소엔 보기도 힘든 산해진미가 왜 죽은 사람을 기릴 때만 차려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놈의 홍동백서, 좌포우혜, 조동율시는 뭔지, 그리고 왜 남의 집안 제사를 엄마 혼자 다 준비해야 하는 건지 등등...
성인이 되어서도, 그간 커진 제사에 대한 반감은 전혀 줄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결혼하고 처갓댁쪽 제사를 어쩌다 간 적이 있는데, (아마 장인어른의 아버님 제사였을 겁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절을 따로 안하고 다같이 모여 앉아서 그냥 성경책만 읽으시는 것도 신선했는데, 더 놀라웠던건, 제사상에... 고춧가루와 마늘로 맛있게 양념된 도라지오이무침이 올라가 있더군요.
그리고 제사가 끝나자 바로 제사상이 가족들의 밥상으로 변신했습니다.
버릴 것도 없고, 따로 옮겨서 양념을 다시 할 필요도 없구요.

제가 당시에 마눌한테 '우리는 이렇게 안한다, 고춧가루, 마늘 같은거 넣으면 안된다' 라고 얘기했더니 마눌이 했던 얘기가, "양념 안하면 맛이 없어" 였습니다.

이정도로 열린 집안이라면 가능하겠다 싶어서 제가 취한 액션은, 바로..
저희 본가쪽 집안 제사(증조부, 증조모, 조부, 조모)를 모조리 저희 부부가 가져오는 거였습니다.

왜냐구요?
일단 가져와야 없애지 않겠습니까

가져온 그 이듬해에 몽땅 없애버렸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저희 어머님 제사도 지내고 싶으면 지내고, 아니면 안 지내구요.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만들어서 그걸로 제사 지냅니다 크크)

명절 차례도 지난 추석에 이어서 두번 연속으로 안했네요 후후


2. 제육볶음/닭도리탕

마눌님이 제육볶음을 해줬는데, 제가 신김치랑 같이 볶으면 맛있다는 얘길 했더니 경악스런 표정으로 절 보더군요. 그걸 거기에 왜 넣냐면서.
그러다가 한번만 신김치 넣어서 해달라고 했더니.... 맛있다고 김치만 골라먹습니다. (내 김치...ㅠ)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눌이 응용까지 하는데, 언젠가 처갓댁에 놀러가서 마눌이 닭도리탕을 했거든요. 거기에 마눌 마음대로 신김치를 넣어버렸습니다.
장인장모님은 난리가 났죠. 여기에 김치를 왜 넣느냐고.
약 20분 뒤, 여론은 극적 반전.
그 뒤로 저희 집이건 처갓댁에서든, 제육볶음과 닭도리탕엔 무조건 신김치를 넣습니다.

3. 꿀

위의 제육볶음과 이어지는 얘긴데요. 제육볶음에 꿀을 넣어서 볶으면 더 맛있다 라고 마눌한테 얘기했다가, 설탕넣으면 되지 그 비싼 꿀을 왜 넣느냐는 소리를 들었었습니다.
사실 외가에서 양봉을 하셨기 때문에 저희 집에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꿀이 2리터 단지로 2~3개씩은 있었고, 모든 음식에는 설탕 대신 꿀을 넣었었거든요.
결혼 후 외가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꿀을 2단지 받아와서 집에 하나, 처갓댁에 하나 뒀는데, 마눌과 장모님이 신주 단지 모시듯이 애지중지하는 걸 보고 되게 웃겼던 기억이 납니다.
마눌도 처음에는 꿀 한스푼 넣는 것도 벌벌 떨더니, 이제는 국자로 퍼붓습 ;;;
외가에서 양봉을 안하시게 된 이후로는 저렴한 사양벌꿀을 사서 요리에 쓰곤 하지요.

4. 들기름

시골에서 아버지가 농사를 업으로 하시는 건 아닌데, 취미로 밭을 조금 일구셨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들깨인데, 위의 꿀과 같은 이유로, 저희집에선 "들기름 = 대충 식용유 대신 쓰는 것" 이었습니다.
물론 벤조 피렌 관련해서 알게 된 뒤로는 음식을 볶을 때는 가능하면 안쓰려고 하지만, 어려서부터 들기름을 넣어 먹던 습관이 있어서, 어느 날 들기름에 계란후라이를 했다가 등짝 맞을뻔 했습니다. 귀한 줄 모른다며....
하지만 지금은 들기름에 두부도 부치고, 계란도 부치고, 뭐... 저보다 더 잘씁니다.

5. 순무 김치

장모님이 강화 출신이셔서 순무 김치를 매년 담그시는데, 처음 먹었을 때는 뭐 이런 걸 왜 먹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이 순무 김치가 또 익으니까 맛이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익힌 순무 김치를 시원하게 먹는 게 완전 별미입니다.

6. 총각김치 지짐이

김치가 푹 익어서 신김치가 돼버리면 볶아먹거나 찌개를 해먹거나 하는 경우는 있었는데, 처갓댁에서는 총각김치를 볶아(지져?)먹더군요. 첨에는 볶은 총각김치의 물컹한 식감이 좀 읭?스러웠는데, 지금은 볶은 총각김치 식은거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입니다.


위 사례 말고도 또 있을거 같은데, 일단 생각나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결혼하신 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시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 끄적여봤구요.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달랭이
23/01/26 13:15
수정 아이콘
제목과 다르게 재미난 썰이군요.
전 또 시빌워라도 난 줄 알았습니다.
제사 이런 부분은 참 공감이 많이 가네요. 부럽습니다.
천연딸기쨈
23/01/26 13:27
수정 아이콘
아직 명절 차례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라서 진행중입니다.
올해 추석까지 3연속 스킵을 이루고 나면, 그땐 규정화(?)해보려고요.
23/01/26 13:17
수정 아이콘
3. 꿀이 주는 부드러운 단맛과 적당한 점도 첨가는 진짜 치트키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저는 카레 마무리할 때 꿀 넣습니다. 이거 맛보신 분들은 대부분 매우 만족하시던...
천연딸기쨈
23/01/26 13:27
수정 아이콘
아, 마눌님도 카레에 넣으십니다. 애들이 엄청 잘 먹더군요 후후
애플프리터
23/01/27 01:55
수정 아이콘
바몬드(버몬트)가레 근본이 꿀+사과죠. 설탕대신 꿀은 언제나 옳습니다.
마스터충달
23/01/26 13:21
수정 아이콘
이 분야 최고 존엄, 스팸!
천연딸기쨈
23/01/26 13:28
수정 아이콘
스팸은 호불호가 없지 않나요? 그러므로 논쟁거리에서 탈락입니다 크크
소이밀크러버
23/01/26 13:26
수정 아이콘
제육 신김치는 찬성인데 닭도리탕은 반대에요!
천연딸기쨈
23/01/26 13:32
수정 아이콘
한번 드셔보시면.....
리버차일드
23/01/26 17:24
수정 아이콘
닭도리탕에 신김치 존맛입니다. 시도해보세요.
마블러스썬데이
23/01/26 13:29
수정 아이콘
스팸 신김치 볶음 한번 잡숴봐아~
소주파
23/01/26 13:29
수정 아이콘
순무김치 그 특유의 싸한 맛과 독특한 식감이 제맛이죠. 점심 먹었는데도 침이 고이네요. 참고로 파주-개성쪽으로는 고수김치를 담가먹는데 맛들이면 별미입니다.
이혜리
23/01/26 13:30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저도 결혼하고, 아내가 된장찌개에 그렇게 호박을 많이 넣어서, 텁텁해서 죽을 것 같아서 제 스타일로 된장 맛 많이 나게 몇 번 끓여주고 불만을 토로했더니 드디어 된장찌개에서 호박이 많이 빠졌습니다,
교자만두
23/01/26 13:31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들기름=대충식용유대신쓰는것. 총각김치지짐이는 저희도해먹는데 아직정복못했습니다. 아직도 읭? 합니다.
비내리는숲
23/01/26 13:41
수정 아이콘
저는 이번에 고향 가니까 아버지가 명절 제사 없애자고 하시더라구요. 저한테는 좋은 일이니까 감사합니다 했죠. 주변에서 점점 제사 없애는 추세고, 저도 명절 제사 음식 굳이 하지 말고 그냥 사서 먹자고 했더니 아버지는 찬성하시는데 어머니가 반대하시는 기 현상이 -_- 제가 아직 미혼이라 어머니가 혼자 다 만드는데 어째서인지..
천연딸기쨈
23/01/26 14:54
수정 아이콘
헉.... 생각지도 못한 분이 반대를...
23/01/26 15:44
수정 아이콘
이제 다끝나가니까..?
23/01/26 15:49
수정 아이콘
전역자 인터뷰 : 요즘 현역들 군생활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쉽게만 하려고 하는것 같습니다
천연딸기쨈
23/01/26 15:52
수정 아이콘
엌 크크크크
그리움 그 뒤
23/01/26 20:36
수정 아이콘
저희 집도 어머니가 제사를 포기 못하시네요.
여튼 제사는 어머니 생존까지만 하고 없애려구요.
무냐고
23/01/27 14:37
수정 아이콘
시부모님에 대한 정이나 의리 때문일까요
RapidSilver
23/01/26 13:42
수정 아이콘
아니 제육에 신김치 넣으면 맛있는걸 모르고 사신 분들이 있다니!
천연딸기쨈
23/01/26 14:56
수정 아이콘
그러게 말입니다 크크
에이치블루
23/01/26 13:43
수정 아이콘
제사를 가져와서 없애는 능력 리스펙합니다 흐흐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천연딸기쨈
23/01/26 14:57
수정 아이콘
파괴하려면 일단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크크크
하우두유두
23/01/26 13:45
수정 아이콘
장모님 갈비찜이 많이 짠데 엄마 갈비찜은 덜짜고 고기 부드럽게 맛있습니다. 이건 와이프도 인정
반면에 장모님은 청국장 기가막히게 하시네요. 엄마는 된장찌개류에 엄청 약하신데요.. 주특기가 다릅니다.
23/01/26 13:45
수정 아이콘
들기름으로 맨밥 볶아서 소금으로 살짝만 간하고, 총각김치볶음 얹어먹으면 기가 막힙니다.
김꼬마곰돌고양
23/01/26 13:51
수정 아이콘
6번 존맛 인정 입니다.
23/01/26 13:56
수정 아이콘
한번 제육할 때 물엿이 없어서 메이플 시럽 넣어서 해봤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23/01/26 14:01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는 종류의 소소하게 행복한 글이네요. 저는 저희 어머니 김치에 길들여져서인지 가끔 친척집가서 밥먹을때 김치가 나오면 못먹겠더라고요. 결혼해도 이러는걸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리얼월드
23/01/26 14:04
수정 아이콘
묵은지는 치트키인듯...
동네에 묵은지 감자탕 하는 집이 있는데 너무 맛있....
근데 배달을 안해주네요 ㅠ
23/01/26 14:16
수정 아이콘
이런 소소한 충돌과 변화 이야기 정말 좋아요~
덕분에 잘 봤습니다
及時雨
23/01/26 14:31
수정 아이콘
2번 시러요 크크크
가랑비
23/01/26 14:35
수정 아이콘
결혼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저도 아내랑 음식으로 사소한 다툼할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그걸 왜? 였다가 요 근래는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네하고 서로 상대방 본가의 음식을 더 좋아하는 기현상까지 이어졌네요. 크크 내 얘기가 특이한게 아니구나 싶어서 재밌게 보고 갑니다.
천연딸기쨈
23/01/26 14:58
수정 아이콘
저도 장모님이 하신 나물무침이 제일 맛있습니다. 제 마눌은 제 외가에만 가면 밥을 그렇게 많이 먹는다는....
이것이 바로 정-반-합?
드아아
23/01/26 14:41
수정 아이콘
1번 진짜 잘하셨습니다. 크크크
천연딸기쨈
23/01/26 14:55
수정 아이콘
아직 진행중이지만, 승기를 잡았습니다? 후후후
조메론
23/01/26 14:57
수정 아이콘
진짜 따봉 백개 드립니다.
명탐정코난
23/01/26 15:13
수정 아이콘
등푸른 생선이나 젓갈이 많이 들어간 아랫쪽 김치는 잘 먹지못할정도로 냄새에 민감한 집안입니다. 충청도분인 작은어머니가 신혼 때 친정에서 가져온 청국장을 끓여먹자고 들고오셨는데 저희 집은 진짜 화생방 수준으로 온 가족이 달라붙어 굳이 안 끓여도 된다고 작은어머니를 말렸습니다. 그래도 꿋꿋이 끓이는데 냄새가 안나네요? 된장찌개보다도 냄새가 안나더라구요.
집에서 잘 만든 청국장은 냄새 많이 안난다고 설명해주시며 먹어보라고 주시는데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이후로 청국장은 최애 음식중 하나입니다.
천연딸기쨈
23/01/26 15:36
수정 아이콘
청국장은 냄새가 나야 맛있는게 아니었단 말입니까? 냄새 안나는 청국장도 궁금하네요.
명탐정코난
23/01/26 15:59
수정 아이콘
낫토하고 비슷하게 콩알이 굴러다닙니다. 으깨진 게 거의 없어요. 먹으면 꿀맛에 청국장 맛이 진한데 끓일 때는 냄새가 거의 없더라구요.
꿈트리
23/01/26 15:16
수정 아이콘
고1 때 강화도에서 설렁탕과 먹었던 순무 깎두기의 충격이 생각나네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43년신혼시작
23/01/26 15:28
수정 아이콘
저희는 서로 간의 집안 음식에 신기해 하면서 그냥 맛있게 먹습니다. 크크크
천연딸기쨈
23/01/26 15:37
수정 아이콘
사실 저희도 신기해하는 기간이 좀 있었다뿐이지, 결국은 다 맛있게 먹게 되더군요 크크
23/01/26 15:34
수정 아이콘
김치제육 꿀맛.
식물영양제
23/01/26 15:43
수정 아이콘
1. 처가에서 먹은 김국때문에 깜짝 놀란적이 있습니다.

2. 저희집은 나물을 대접에 무쳐 먹는데 처가는 반찬그릇에 한젓가락 분량만 놓아서 한입에 다 털어 먹으니 놀라시더군요.
23/01/26 15:59
수정 아이콘
이런거 은근 많죠.

설에 떡국 먹는것도 저희집은 그냥 칼국수 처럼 채소니 계란이니 막 다넣고 그냥 끊이고 만두는 그냥 당연히 넣는건데 처가집 갔더니 육수따로 고명따로 만두 없냐니까 떡국이라니까 뭔 소리야? 는 눈으로 쳐다봄..
천연딸기쨈
23/01/26 16:44
수정 아이콘
떡국의 정의가 달랐군요 크크 저희집도 떡국이라고 하면 사실상 떡만두국입니다.
애플프리터
23/01/27 02:01
수정 아이콘
비빔밥도 고기 안넣어주면 섭하죠. 만두는 옵션이 아니라 기본으로 합시다.
라바니보
23/01/26 16:46
수정 아이콘
확실히 약간 2집안만 모여도 문화충격이 생기는게 은근히 같은데 또 은근히 다르더라구요. 재밌습니다. 흐흐흐
슈퍼잡초맨
23/01/26 17:16
수정 아이콘
제사 관련해선 글쓴분의 처가집처럼 저희도 추모예배를 드리고, 함께 맛있는 요리로 식사를 합니다. 뭐 요새는 예배만 드리고, 횟집이나 고깃집을 가기도 합니다.
제사(추도예배)의 목적은 선대를 기억하고, 좋은 가풍은 이어가고, 가족끼리 화목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이 내용을 잡아먹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처갓집 큰집에도 이야기했는데, 또 해왔던 게 있어서 잘 바꾸질 못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제사를 가져와서 모두 없앤 것에 리스펙트를 보냅니다.
No.99 AaronJudge
23/01/26 17:16
수정 아이콘
저희도 슬슬 설 추석 차례나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 어떻게 할까 하는 논의가 좀 있더라구요
합쳐서 1년에 4번쯤인데
집안 어른들 간에 논의하고 계신 모양이에요

근데 다들 저희 대에서는 없어지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중론이시긴 하더라구요
하기사…저희 아버지 세대(58년생-76년생)은 5남매인데
그 아래(89년생-10년생)는 대충 2명,3명 정도니까요
저희집은 또 사촌끼리는 나이먹으면 조금 소원해지기도 하고
천연딸기쨈
23/01/26 17:46
수정 아이콘
음.... 제가 겪었던 걸 바탕으로 하나 말씀드리자면,
"너희 대에서는 없어질거다" 라는 말씀 속에는 '그러니 우리까지는 제사를 지내겠다' 라는 뜻이 어느 정도 내포되어 있는 것 같더라구요.
어차피 없어질건데 그래도 좀 더 지내야 하지 않겠느냐... 는 뉘앙스가 어느 순간 느껴져서 허탈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굳이 제사를 가져온 거기도 하구요.

제사를 처음부터 한번에 없앤건 아니었고, 조부 제사에 몰아서 하다가, 추석/설날 차례에 합치면서 없앴습니다.
그러다가 추석/설날도 점차 간소하게 지내려는 중입니다.
토마스에요
23/01/26 17:26
수정 아이콘
혹시 와우 공대장 출신이신가요? 외교능력이 끝내주시네요.

결혼은 두 문화가 융합하는(이라 쓰고 싸움) 과정이고
음식은 생활양식 즉 문화니
소심한개미핥기
23/01/26 18:03
수정 아이콘
훌륭하십니다.
저희 집안은 아버지께서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할머니께서 살아계실때 합의(?)해서 제삿날 뿐만이 아니라 설이나 추석에도 성당 위령 미사만 신청하고 그 미사에 온 가족이 참여하는 것으로 확정했습니다. 추석이나 설날은 당일을 피해서 미사 후 가족이 모여 식당에서 식사하기로 했습니다. 모태신앙인 가톨릭 신앙을 잘 접목시킨 예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연딸기쨈
23/01/26 18:14
수정 아이콘
아버님께서 완전 멋지신데요? 리스펙합니다
23/01/26 18:43
수정 아이콘
완고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 몸이 불편함에도 명절에 차례를 지냅니다. 5년전에 없애자고 합의했는데 계속 지내네요. 아버지는 아무것도 안하시고 절만 하시니 55년 넘게 남의조상 제사/차례상 전부 준비한 어머니는 뭔죄인지 참
천연딸기쨈
23/01/26 21:17
수정 아이콘
사실 제가 제사에 더욱 반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투병중이신 어머니한테 제사를 지내야겠다고 고집부리던 아버지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금은 제가 제사 관련해서 역정을 내면 그 때 기억이 부끄러우신지 별 말씀을 못하시거든요.
23/01/29 10:33
수정 아이콘
집에 아픈 분 있으면 제사나 차례 안 지내지 않아요??
아픈 사람 있는데 귀신 드나들면 안 좋다고 안할텐데요.
23/01/26 19:04
수정 아이콘
어차피 조상 따져보면 진짜 양반은 얼마 되지도 않을텐데, 뭔 제사나 차례를 그렇게 열심히 지내는지 모르겠어요
임전즉퇴
23/01/27 00: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럴 바에야 집에 단을 두고 꾸준히 추념하는 게 효이고 실제 반가의 전통이며 중국 일본에서도 그리하는데, 왠지 현대 한국에서는 날 잡아 거하게 한따까리하는 것만 남았죠. 따지고보면 조상님 온다고 천막 치고 김밥 싸는 식인데 그것도 좋다면 좋겠지만 뼈대있는 집안 행세하려면 평소에 위패나 자주 닦아야죠.
사하라
23/01/26 19:45
수정 아이콘
저희 외가도 강화라 순무김치가 많아서 예전에 어머니가 만두속에 순무를 넣어서 해주셨는데 맛이 기똥찼던 기억이 나네요 흐흐 재밌게 봤어요
2'o clock
23/01/26 21:19
수정 아이콘
샐러드 드레싱으로 올리브유 대신 들기름 넣어보세요. 엄청 맛있습니다.
Valorant
23/01/26 21:2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니팅커벨여행
23/01/26 21:24
수정 아이콘
닭도리탕에 김치라니... 그러면 어려운 요리가 쉬운 요리 되어 버리지 않나요?
김치 넣는 요리는 저도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요 크크크
그래서 저는 반대합니다.
설탕가루인형
23/01/27 11:59
수정 아이콘
거의 대부분의 요리에 신김치를 볶아서 넣으면 맛있어진다고 믿는 1인으로써 극공감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778 [일반] 추악한 민낯 [164] 부평오돌뼈19727 23/01/26 19727 14
97777 [정치] [번역] 미국 핵 전문가가 보는 한국의 핵개발=재앙 [154] 김재규열사18977 23/01/26 18977 0
97776 [일반] [역사] 도넛과 베이글의 차이는?! [31] Fig.1126757 23/01/26 126757 25
97775 [일반] (약혐) 영구치가 아예 안 나기도 하는군요... [44] 우주전쟁13566 23/01/26 13566 1
97773 [일반] 모아보는 개신교 소식 [44] SAS Tony Parker 11361 23/01/26 11361 2
97772 [일반] 두 집안의 서로 다른 음식 문화 충돌이 빚어낸 결과 [66] 천연딸기쨈14436 23/01/26 14436 38
97771 [일반]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의 작지만 큰(?) 변경 [16] Regentag16939 23/01/25 16939 9
97770 [일반] IPinside LWS Agent 취약점 공개 [14] Regentag12021 23/01/25 12021 2
97769 [일반] [잡담] 육아는 템빨? 100일 아기 육아템 구매/사용기(추가) [95] Klopp14751 23/01/25 14751 15
97768 [일반] 머지와는 좀 다르게 흘러가는 보고플레이 상황 [54] 길갈17228 23/01/25 17228 5
97767 [정치] 국민의 힘 당대표는 누가 될것인가? [92] 카루오스19085 23/01/25 19085 0
97766 [정치] 나경원 당대표 불출마 선언 [104] 맥스훼인17577 23/01/25 17577 0
97765 [일반] 미국과 유럽이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검토중이라고 합니다. [40] 된장까스13853 23/01/25 13853 3
97764 [일반] [성경이야기]평화를 사랑하는(?) 단 지파 [4] BK_Zju12140 23/01/25 12140 15
97763 [일반] 차이니즈 뉴이어와 차이니즈 바이러스 [174] Octoblock19214 23/01/24 19214 27
97762 [일반] 한국군 병영식에 고기가 너무 없다. [61] 공기청정기14851 23/01/24 14851 7
97761 [정치] 대한민국에 정말 희망은 없는것일까?(남북통일) [61] 워렌버핏15007 23/01/24 15007 0
97760 [일반] 새해도 시작되었으니 운동도 다시 시작하자 [21] Lord Be Goja12565 23/01/24 12565 13
97759 [일반] 이 추위에 알바하고 왔습니다. [23] style10649 23/01/24 10649 37
97758 [일반] 7700X+기가바이트 X670 어로스 엘리트 ax 핫딜이 나왔습니다 [31] SAS Tony Parker 10743 23/01/24 10743 0
97757 [일반] [노스포] 유령/정이 후기 - 가족과는 "아바타"를 보는걸로 [11] 김유라8475 23/01/24 8475 5
97756 [일반] 논쟁에서 항상 (정신적으로) 이기는법 - 정치, 사회, 역사, 비트코인..등 [142] lexial13982 23/01/24 13982 2
97755 [일반] <우연과 상상> - 우연, 착각, 상상. 그리고.(노스포) [5] aDayInTheLife7187 23/01/24 7187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