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3/14 07:04:59
Name 된장까스
Subject [일반]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 - 너무 많은것들이 잊혀져가고 있다. (수정됨)
이글루스가 20년의 서비스를 2023년 6월 16일에 종료한다고 공지를 올렸습니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옛 추억의 블로그 서비스였고 그곳을 이전에 떠난 많은 사람들은 추억이 없어진다며 아쉬워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거기에 남아 있던 사람들, 중요 자료와 기록을 보존하고 있던 사람들 사이엔 20년 동안 쌓여온 데이터가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점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남기고 있습니다. 이글루스는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각종 고전 디지털 데이터가 축적되어 나름대로 그 시대 한국의 인터넷 문화의 유산을 보관하던 도서관이었고 후대의 입장에서보면 그 시대의 디지털 문화를 보존하고 있던 1차 사료의 보고였습니다. 이런 데이터가 백업이 있다고 해도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는것 입니다. 당장 백업을 한다고 해도 살아남는 데이터가 없어지는 데이터보다 많을거라고 생각할 순 없죠. 과거 PC통신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종료된 싸이월드, 엠엔캐스트, 클럽박스, 다음 블로그에서 사라진 귀중한 데이터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이제는 이글루스가 그 뒤를 밟게 되는 것입니다.

'디지털 암흑시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의 디지털 데이터 유산이 보존매체의 문제로 인해서 너무나도 쉽게 없어지는 상황을 통칭하는 말인데요. 보통은 옛 시대의 데이터가 후대에 호환이 되지 않는다던가 너무나도 보존력이 약한 디지털 저장매체에 대한 우려가 낳은 말인데 지금 한국에서도 이런 대규모의 디지털 암흑시대가 연이어지고 있는건 아닌가 개인적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어권 사이트에선 이런 우려때문에 아카이브 사이트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만, 한국에는 그런게 부족하죠. 1990년대 인터넷, PC 통신의 태동기 한국 디지털 데이터는 현재 와서는 거의 옛날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아 있는 판이고 이제는 2000년대~2010년대의 기록들도 너무나도 쉽게 하나둘씩 파괴되고 잊혀져 갑니다. 마치 빗 속의 눈물처럼 말이죠.

언젠가는 소 스피키오가 카르타고 함락 이후 '로마도 언젠가 이리될것이다'라고 비탄해 했던 것처럼 지금 남아 있는 사이트들도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을겁니다. 디시인사이드도, 트위터도,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들도,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더쿠도, 루리웹도, 펨코도, 나무위키도, 그리고 여기 피지알도, 기타 다른 모든 현재의 웹사이트들이 앞서 없어진 이들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죠. 이런 우리 시대가 남겼던 수많은 자료과 기록들이 이대로 잊혀지고 없어진다면 누가 우리를 기억해 줄까요? 오늘 우리 시대가 남겼고 또 생각했던 사고의 편린이 이렇게 다시 사라지는 걸 보고 깊은 슬픔을 느껴서 한탄을 남겨 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ntidote
23/03/14 07:20
수정 아이콘
한국인은 계속 줄어들테니 그런 류의 디지털 데이터 손실은 심해지면 심해지지 좋아지지는 않을거라고 봅니다.
AI로 대변되는 미래 시대에도 영어 외의 언어들이 경쟁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고요.
데이터의 양이나 재생산이나 보존이나 영어가 압도적일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한국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 한들 그냥 사라져간 여러 언어 중 하나가 될 뿐이겠죠. 만주어같은.
23/03/14 07:54
수정 아이콘
한때 참 많이가던 곳이었는데 안타깝네요. 초록불님 같은 역덕들이 많이 활동하시는 곳이라서 그 분들이 다 어디로 이주하실지도 궁금하군요..
Valorant
23/03/14 07:57
수정 아이콘
아쉽네요. 2ch 번역글이나 흥미로운 글들을 발견했던 곳이 이글루스인데.. 저에게는 싸이월드 네이트 소식보다 더 와닿습니다.
오우거
23/03/14 08:05
수정 아이콘
추억의 이글루스...
o o (175.223)
23/03/14 08:18
수정 아이콘
옛날에 성인 되자마자 블로그 팠던 기억 나네요
이사빠
23/03/14 08:24
수정 아이콘
이글루스에 올렸던 제 흑역사도 같이 종료되겠군요..
남한인
23/03/14 08:28
수정 아이콘
'로마도 언젠가 이리될것이다'

"천지는… 옷같이 낡으리니
의복같이 바꾸시려면 바뀌려니와"
(시편 102:26)
고오스
23/03/14 08:31
수정 아이콘
그래서 갑자기 세계가 멸망하면 우리 시대의 흔적이 생각보다 오래 못갈 꺼라고 하죠

먼저 디지털 저장장치는 살아남아도 출력장치 및 전기가 없어서 무용지물이고,

책은 보관이 잘된 극소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몇십년 가기도 힘들고,

철과 콘크리트도 수백년 지나면 대부분 삭아서 사라질껍니다

강제로 구워진 수메르 점토판이나, 돌을 쌓아서 만든 고대유적지 보다도 수명이 짧죠

그래서 고대초문명설 같은 각종 미스테리 기설들이 끊임없이 나오죠
23/03/14 08:34
수정 아이콘
본문에 클럽박스 이야기가 있길래 백업 시간이라도 주면 양반입니다.
바꺼수
23/03/14 09:04
수정 아이콘
이글루스 블로그 서비스만 유지하려면 얼마나 비용이 들까요? 말씀하신 디지털도서관 같은 입고도서 없이 열람만 가능한 운영이라도 계속할 방법은 없을까요?
늙은방랑자
23/03/14 10:10
수정 아이콘
세월이 흘러 오래되면
광대한 우주도 무너지고
수미산도 닳아 없어지고
대해도 말라 없어지니
그 무엇이 영원하리요
기사조련가
23/03/14 10:12
수정 아이콘
백업 할 시간이 충분한데도 안하고 잊혀진 자료는 그냥 무가치한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집 정리할때도 1년이상 안쓰는 물건은 무조건 버리자는 주의라서
지구 최후의 밤
23/03/14 10:26
수정 아이콘
종자보관소처럼 전자기록 보관소도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요.
계층방정
23/03/14 10:45
수정 아이콘
인터넷 아카이브 서비스가 그런 용도로 있습니다만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로만 보관이 되는지라...
닉네임을바꾸다
23/03/14 15:03
수정 아이콘
강제로 보관하면 개인정보보호적 관점이나 잊혀질 권리같은건 멀리가겠죠 크크
실제상황입니다
23/03/14 10:58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저도 요즘엔 기억해두고 싶은 글은 죄다 그 페이지째로 다운받아 두는 습관을 기르고 있습니다.
똥진국
23/03/14 11:01
수정 아이콘
똥은 에너지라도 사용되면서 사라질수 있는데 이런건 기록 보관 같은 그런거 없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군요
햇님안녕
23/03/14 13:31
수정 아이콘
옛날에 이글루스 정말 재밌었는데 많이들 떠나셨네요. 블로거들끼리 싸우는 거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는데..
노회찬
23/03/14 14:11
수정 아이콘
많은 것이 잊혀져가는 것은 자연스러운겁니다
12년째도피중
23/03/14 15:32
수정 아이콘
네이버블로그로 옮기려다가도 거기도 조만간 서비스종료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움찔하게 되네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그곳에서 나눈 댓글들이 사실 더 추억이긴 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요.
다시마두장
23/03/14 16:11
수정 아이콘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물어가네요.
블로그에서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에서 트위터로, 트위터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설탕가루인형형
23/03/14 16:31
수정 아이콘
예전에 영상 만든거를 앰앤캐스트에 주로 올렸었는데 싹 사라졌습니다...ㅠㅠ
미메시스
23/03/14 16:36
수정 아이콘
이미 플라스틱 지층이 생겼고
화학비료로 지질에 변화흔적이 남기때문에
현대문명의 증거는 상당히 오래가긴합니다

핵무기에 사용된 원자로 같은건 억년 단위로 남아있다고 하니

본문에는 별 관계없지만 어느 유튜브에서 본게 떠올라 끄적여봅니다 흐흐
바인랜드
23/03/14 23:30
수정 아이콘
이글루스에서 맛집 블로그 하시는 분의 글들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 글 덕분에 후다닥 찾아봤네요. 플랫폼을 옮기실 예정이신 것 같아서 조금 안심...
23/03/15 15: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누가 우리를 기억해 줄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168 [일반] 사회 초년생 직장인을 위한 소개팅 팁 [9] 멍하니하늘만8991 23/03/15 8991 7
98167 [정치] 뉴스타파가 대장동 50억 클럽 녹음파일을 공개했습니다 [117] 쟁글21518 23/03/14 21518 0
98166 [일반] 60년대생이 보는 MCU 페이즈 2 감상기 [30] 이르21783 23/03/14 21783 32
98165 [일반] 어젯밤 아이를 재우는데 아이가 절 안아줬어요 [37] 플토의부활乃12462 23/03/14 12462 79
98164 [일반] 아빠. 동물원! 동물원에 가고 싶어요! [73] 쉬군11082 23/03/14 11082 132
98163 [일반] [잡담] 20년을 일했는데, 좀 쉬어도 괜찮아 [39] 엘케인11494 23/03/14 11494 33
98162 [일반]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 - 너무 많은것들이 잊혀져가고 있다. [25] 된장까스9441 23/03/14 9441 31
98161 [일반] 스즈메의 문단속 본 쓸데없이 긴 감상 (강스포) [15] TheWeeknd8379 23/03/14 8379 4
98160 [정치] "한국도 핵무기 보유할 때 다가오고 있다" [307] 동훈20062 23/03/14 20062 0
98159 [일반] 회전하지 않는 회전스시 [38] 이그나티우스11441 23/03/13 11441 27
98158 [일반] 한국 야구가 탈락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126] 안경16629 23/03/13 16629 38
98157 [일반] 국내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들 간단한 시청소감 및 평가 [34] 새침한 고양이15320 23/03/13 15320 1
98156 [정치]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또 5·18 北 개입설 주장…“가능성 배제 못해” [112] 터드프15005 23/03/13 15005 0
98155 [일반] 학폭 피해자들을 위한 삶의 전술 교안 초본 ( 이라 하고 내 삶의 자기반성문 ) [8] 마신_이천상9001 23/03/13 9001 8
98154 [일반] 자녀, 감성(?)을 위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할 만한가? [인생 확장팩 29개월 플레이 후기] [74] Hammuzzi12166 23/03/13 12166 77
98153 [일반] (스포) 더 글로리 주관적으로 아쉬웠던 점 [96] Polkadot11984 23/03/13 11984 6
98152 [일반]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 [20] 리니시아7877 23/03/13 7877 1
98151 [일반] <노스맨> - 묵직하고 긴 영화가 보여주는 힘.(약스포) [6] aDayInTheLife7131 23/03/13 7131 2
98150 [일반] 스즈메의 문단속 재밌게 본 후기 (스포) [7] 칼슈마이8619 23/03/13 8619 7
98149 [정치] 국힘 수석최고 김재원, 전라도 5.18 립서비스, 조중동 안 보고 전광훈 신문 구독 논란 [82] 터드프17418 23/03/13 17418 0
98148 [일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 간단 감상평 [19] 트럭8487 23/03/13 8487 1
98147 [일반] 뉴욕타임스 3. 4. 일자 기사 번역(테슬라에 실망한 자동차 칼럼니스트) [38] 오후2시13436 23/03/12 13436 5
98146 [일반] (스포)연애혁명 10년만에 대망의 완결 ​ ​ [8] 그때가언제라도10107 23/03/12 1010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