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7/19 02:42:40
Name aDayInTheLife
Subject [일반] 잠 못 드는 밤 비는 멈추고.

여기는 비가 한참 오다가 지금은 잠깐의 소강상태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원래라면 잠을 자고 있어야 하는 시간대인데, 이상하게도 잠이 오질 않네요. 아마도, 낮에 너무 많은 잠을 잤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이 상태로 이제 잠들게 되면 아마 내일 100% 늦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제 체력이라면 아마도 4시 쯤에 미친 듯이 졸리기 시작할 거고, 아마 잠들고 내일 늦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글은 제가 잠들지 않기 위해 하는 일종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크크크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픽션과 사실이 적절히 섞인 이야기를 할 거에요. 어쩌면 읽으시면서 '이거 100% 진실이네 크크크크'라고 하실 수도 있고, 혹은 '이걸 지어내네 크크크크'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러니까,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저에게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작동하니까요. 크크크

저는 그러니까, 나잇대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또 젊은 편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그 중간에 걸쳐있는 나잇대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딱 사회 초년생, 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나잇대의 중간 내지 끄트머리를 지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주변에는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혹은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친구들이 거의 반반으로 갈려서 취직을 했거나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죠. 그렇다고 뭐 다른 일을 하기에는 제 주변에 특출난 친구는 많이 없어서요. 음, 말하자면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즐겁다' 스러운 친구들이라고 할까요.

그러다보니, 친구들의 성향도 조금씩은 달라지는 경향이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묘하게 '꼰대화'가 진행되는 건 아닌가 싶은 친구가 있고, 아직까지 '애인가?' 싶은 친구들이 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성인과 아이 사이에서 대화하는 사람의 연령을 가늠하기 힘든 경우가 생깁니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저를 보면서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사람인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는 가끔씩 하는 얘기인데, 10살 때도 15살 처럼 생각했고, 지금도 15살 처럼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주변 친구들보다는 철이 일찍 든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그 상태에서 크게 나아졌냐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털 숭숭 난 아저씨가 되어가면서도 아직까지는 아이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성격의 단점, 내지 특징은 회피에 있는 것 같아요. 문제가 될 상황, 어떤 상황에 대해서 대면하는 게 되게 불편하고, 어색하고, 힘듭니다. 제가 어떤 상황 내지 난관에 대해서 직선적으로 돌파하고 들이박는 성격은 못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생각이 있더라도, 직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그 문제가 스스로 사라지길 기다리는 타입의 사람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여튼, 이 회피 성향에 대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반응이 꽤 재밌어요. 그러니까, 네 문제에 대해서 네가 해결을 해야한다고 충고해주는 친구들, 화내는 친구들, 걱정하는 친구들. 그러니까 제 성향에 대해서 제 3자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해결책이 있고, 그 상황에 대해서 성향이 섞인 채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셈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담아두고, 그냥 보내버립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이거 같아요. 선택을 하든, 행동을 하든, 어떤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피드백 자체가 두렵거든요. 후폭풍이 두렵다고 해야할까요. 생각해보면 제가 어떤 선택이나 생각을 놓고 고민하는 순간에 저는 내적으로 선호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선호를 항상 저울에 올려놓고, 반대급부를 걱정하며, 선택을 회피해왔습니다.

이게 문제가 되었던 적은 거의 없던 거 같아요. 보통 제 선택은 현상유지였고, 그대로 저는 하던 일을 하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탑이라도 잘 큰 브루저를 무시하고 게임을 하면, 탑은 고속도로가 뚫려있고 정신 차려보면 상대 탑솔러가 우리의 뚝배기를 박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황이 왔고, 지난 3개월 가까운 시기 동안 월례행사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이놈의 불안은 어째 병원 닫고 나서 와요.
그리고 이에 대해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고, 제가 받은 이야기는 '어떻게 못 버텨보겠나?'였습니다. 그리고, 이해는 하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에요. 어차피 저는 이런 저런 일을 한다고 하면, 결국 비슷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부분을 배워야 할 것이고, 또, 제가 있는 곳이 딱히 나쁜 곳은 아니구요, 또 제가 어떤 선택을 할 때, 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또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이기도 하구요. 뭐 이래저래 이유를 낼 수 있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많이 실망했고, 또 많이 서글펐습니다. 이해와 받아들이는 건 분명 다른 차원의 이야기니까요. 예를 들어 제가 바둑의 룰만을 안다고 바둑을 둘 수 있는 건 아니듯이, 제가 그런 말이 나오는 배경을 이해한다는 것과, 그걸 제가 소화시키는 건 분명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요. 그래서 저는 배경을 이해하지만, 그 말을 차마 곱씹을 수 없었습니다. 씹어 삼키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말이었으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항상 문제의 후폭풍을 두려워하던 사람이다보니 이런 성격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저는 그에 따라오는 후폭풍에 대해서 굉장히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어떤 권위 있는, 혹은 위로의 한 마디를 기다렸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제 선택을 남에게 미루고 있던 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생각과 그 고민이, 그리고 이에 대한 다양한 잡 생각들이 오늘 밤 저의 잠을 막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결국은 공감하지만,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친구 중 한 명의 조언 마냥, 결국은 제가 선택해야하는 것을, 제가 온전히 감당해야하는 것을 남에게 미루기 위해서 이러고 있는 거다. 그런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이렇게 하면, 문제를 회피할 수 있으니까요.

두서가 없었습니다. 창작은 이렇게나 힘든거네요. 이미 주무시고 계신 분들, 혹은 곧 잠드실 분들, 이제 깨신 분들. 모두 좋은 밤 되셨길 바라고, 혹여나 저와 같이 잠들지 못하시고 계신 분이 있다면... 곧, 얼마 되지 않아 좋은 밤을 맞이하시길 바라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경규
23/07/19 07:27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정신병 안걸리는게 비정상입니다.
aDayInTheLife
23/07/19 08:28
수정 아이콘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 과녁이 좀 크고 예민하달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쥴레이
23/07/19 09:32
수정 아이콘
후폭풍을 두려워하는 이유중 하나가 내가 책임지는 자리여서 일에 결과에 따른 책임이 따라와서 그렇다고 생각은 해봅니다.
이전에 일 뭐하나 작은 실수라도 하면 돈이 좀 많이 깨지고 질책+법적인 문제도 생길수 있어서 그 만큼 리스크가 큰 업무가 굴러(?) 왔습니다.

몇년하다가 이런 리스크를 지고 일함에 있어 온전히 책임은 나 혼자 다 짊어지고 가야되는데, 이 불안한 심리 해결 방책으로
돈을 그만큼 더 주면 해결된다고 윗분들한테 적극적으로 어필은 하였으나.. 반려 되었죠. 크크

조직장이 겉보기에는 하는일이 많지 않은것 같으나 그자리에 있는 이유가 조직원 일함에 있어 책임을 지는 자리라 생각하고 그만큼
월급을 더 받고 있는거라고 옛 조직장님이 이야기를 하셨을때는 공감 했었습니다.

그러데 요즘은 다른조직장 밑에서 느끼는 감정은 그 반대라고(감히 실수를 해서 나에게 피해를 주다니? 너 아웃~) 느껴져서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구나 합니다.
aDayInTheLife
23/07/19 09:58
수정 아이콘
저는 그러니까 책임지는 위치에 있어봤다기는 좀 어렵고, 반대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 혹은 책임을 질 것 같은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거 같아요. 내가 뭐뭐 한다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사람들이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그런 성격의 것들이요.
그렇다보니 그런 압박감과 무게감을 피하기 위해서 이런 행동 양상을 보이게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안군-
23/07/19 11:38
수정 아이콘
제 경험을 약간 공유드리자면, 저는 공황증을 중학생때부터 겪어왔습니다. 그땐 그게 공황인지조차 몰랐죠. 공부하고 있다가 연필을 쥘 힘조차 없어서 멍하니 있고 그랬죠.
이게 반복되다 보니까 나름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안죽어. 죽을거 같은 기분이지만 안죽어. 그러니까 기다리면돼." 하면서요. 이를 악물고 버티는건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스스로를 안심시켜 주는건 도움이 되더라고요.
aDayInTheLife
23/07/19 12:05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우리..
집으로돌아가야해
23/07/19 14:18
수정 아이콘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회피하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여전히 불안하고 선택은 쉽지 않네요. 혹시 극복하시게 된다면 계기나 방법을 알려주는 후기로 뵙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aDayInTheLife
23/07/19 14:34
수정 아이콘
같이 힘내봐요 우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9267 [정치] 군인이 죽어도 배상받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 [53] kurt13848 23/07/21 13848 0
99266 [일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8] 이혜리7203 23/07/21 7203 2
99265 [일반] 국제 우편 테러 의심 사례 확산 [14] 검사12934 23/07/21 12934 6
99264 [일반] 오송 지하차도, 112 관련 반전 [86] Leeka18410 23/07/21 18410 3
99263 [일반] 미중 갈등으로 ‘니어쇼어링’ 수혜 입는 멕시코 [29] 흰둥8235 23/07/21 8235 1
99262 [일반] [피마새]부냐가 당한 정신 억압은 어떤 것이었을까? [13] 닉언급금지6340 23/07/21 6340 2
99259 [일반]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말아야지 [7] 여기에텍스트입력9241 23/07/21 9241 2
99258 [일반] 초등학교 담임 교사가 겪게 되는 어려움 [25] Icis11833 23/07/21 11833 36
99257 [일반] 서이초 추모공간에 다녀왔어요 [26] rclay10453 23/07/20 10453 26
99256 [정치] 키시다 총리: 내려간 지지율 언젠가는 오른다" [17] 기찻길8758 23/07/20 8758 0
99255 [일반] 초등학교 담임교사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44] nada8211499 23/07/20 11499 17
99254 [일반] 네이버 웹툰 잡담 [20] 그때가언제라도8161 23/07/20 8161 1
99253 [정치] 몰락한 정치인이자 2인자였던 이낙연을 보며 [138] rclay13566 23/07/20 13566 0
99252 [일반] 최강야구때문에 KBO 경기를 다시 들여다 보는상황 (feat. 한화보면서 통곡) [31] 날아가고 싶어.7716 23/07/20 7716 2
99251 [일반] 다수 학생을 제압하는 효과적인 방법 (체벌의 효과와 여파) [84] 두괴즐10784 23/07/20 10784 21
99250 [정치] 늑장 논란 김영환 충북지사 "일찍 갔다고 바뀔 게 있나" [97] 밥도둑12854 23/07/20 12854 0
99249 [일반] 교사로 일하며 본 특이한 교사들 [29] 법규9668 23/07/20 9668 17
99248 [일반] 진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56] 퀘이샤9295 23/07/20 9295 3
99247 [일반] 교권 문제는 법(원)이 원흉이네요. [43] O10975 23/07/20 10975 5
99246 [일반]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끈기일까, 유전일까? [182] 마스터충달10419 23/07/20 10419 6
99245 [일반] 초등학교 선생님은 힘든 것 같다... 아니 힘들다 [98] 아타락시아111907 23/07/20 11907 38
99243 [정치] 4대강 사업 때 만든 상주보·구미보 둔치 와르르…“폭우에 취약 구조 드러나” [37] 베라히11469 23/07/20 11469 0
99242 [일반] <바비> - 독특하고 이상한 바비랜드.(약스포) [11] aDayInTheLife7193 23/07/20 7193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