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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14:07
저희 문중 할아버지이신데.... 이 분이 육아일기라고 따로 책을 쓰신게 아니라 평소 읽던 책의 뒷면에....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이면지에다가 육아일기를 쓰셔가지고.... 생전 뭐 '내가 우리 손주 육아일기를 썼어!!' 이런 말씀도 안 하셔서....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생전 자주 보시던(?) 책이니까 잘 보관해야지 하면서도 책에 뭐 이것저것 많이 써져있으니까 '아.. 메모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셨나보군' 하고 그냥 창고구석에 짱박아두고 있다가, 90년대였나 00년대였나 문중 재산들을 한 번 싹 정리했던가 할 적에 책을 꺼내봤는데 그 때 어쩌다보니(?) 한자를 잘 읽는 분이 계셔서 메모하신걸 읽어보니 '이거 아무리 봐도 책 내용이랑은 거리가 먼데...' 싶어서 잘 읽어봤더니 육아일기더라..... 하는 뒷 얘기가 있습니다... 당시에 이 발견(?)을 가지고 사학계는 물론이고 교육계에서도 조선시대의 생생한 육아모습을 알 수 있다면서 이슈가 되었던걸로.....
21/06/10 14:16
글쿤요.... 유일하게 남겨진 육아일기도 이렇게 샤이(?)하게 기록된 걸 보니
조선시대 육아일기가 왜 없는지 알것 같기도 하고.. 덕분에 귀중한 자료가 남았네요. 저 양아록이라는 이름도 후대에 별도로 붙인 것이겠군요
21/06/10 14:22
마지막에 벼슬을 거부했다는 대목도 뒷얘기가 있는데.... 이문건 할아버지께서 좀 성품이 많이 강직하신 분이라서 조광조 문하에서 공부를 하시다가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죽게되자 다른 제자들은 눈치만 보고 있을때 독고다이로 제사도 지내시고 장례도 지내고 그러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을사사화에 휘말려서 이런저런 화를 입으시니까..... 자식들에게 '너희는 되도록 벼슬길에 오르지 말고 하게된다 하더라도 높은 자리는 가지 말아라'하고 교육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성주 이씨 가문 중에서도 유독 묵재공(이문건의 호)파에서는 이후에 이렇다 할 벼슬을 한 사람이 없다고.... 결론은 제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못 한건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묵재공 할아버지의 말씀을 잘 지키기 위해....
21/06/10 14:29
벼슬이 별겁니까 혼란한 시국에 휩쓸릴뿐이겠죠. 가족이 화목한게 제일이고 조상님의 꼼꼼한 기록을 보니 그런 자애로움이 기본적으로 내면에 있는거겠죠
21/06/10 14:36
당시에 문중에 손이 좀 귀한 편이기는 했는데 저 정도로 얘기할 그런건 아니었습니다... 간혹가다가 형제 중에 자식이 없는 사람이 한둘 생기는 정도? 아예 가문에 대가 끊길 그런 문제는 아니었고 그냥 가지치는(?)게 잘 안된다 할 정도여서.... 당장 이문건의 증조부 되시는 분도 족보상 아버지와 생부가 달랐습니다... 형제간에 아들을 입양보낸 케이스...
21/06/10 15:47
이런 얘기 보면 일제강점기, 6. 25 아니었고 한반도 국가도 좀 평화롭게 현대화 됐음 여러가지 사료가 더 많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드네요...
21/06/10 14:19
제가 살면서 가장 안타까운게 할아버지의 사랑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친할이버지 외할마버지 모두 저희 부모님이 어릴적에 돌아가신 바람에...그래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볼때 항상 부럽습니다. 내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사랑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참 슬픈 일인거 같아요.
21/06/10 14:25
저 들쳐엎고 배위를 거의 뛰어다니셨던 기억이 나네요
집에서 10분거리여서 유치원 초등학생시절 2주에 한번씩은 할아버지 집에서 잤었고 뱃사람이셔서 무뚝뚝하셨지만 어지간해서는 어머니들만 참여하시는 행사에 저희 어머니가 못가시니까 할아버지로써는 홀로 참여하시기도 해주시고 진짜 저를 사랑해주셨던 게 여러모로 느껴졌었어요
21/06/10 14:27
좋은 이야기는 많이 나왔으니 좀 삐딱하게 보잘시면
현재는 사라져버린 옛세대의 영감들에게서 종종 보이던 행동인데, 아이 어머니로부터 양육권을 뺏다시피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즉 우리 집안 모두의 아이이지, 너만의 아이가 아니다.... 그런 입장이라 집안의 웃어른이 직접 육아에 나서겠다는데 네가 감히 뭐라하겠느냐. 어린 네가 하는 것보다 훨 나을 것이다...라는 사고죠. 아주 틀린 생각만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육아의 정보를 아는 시대에도 윗세대 분들에게 배울게 많은데 과거라면 오죽하겠습니까만은... 막상 현 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상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겠지요. 방송 등에서는 마치 "남자 가족들도 아이의 양육을 보조"한 것처럼 그려지지만 막상 현 세대 엄마들이 보면 양육권 침해처럼 느껴질겁니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해도 양육의 주도권도 웃어른들에게 있거든요. 즉, 엄마가 "아버님, 오늘 아이들 좀 봐주시겠어요?" "오냐." 의 관계가 아니라 "어멈아, 아이들은 본디 함부로 먹으면 탈이나는 법이다. 앞으로 매끼 먹을 것을 내가 정해 놓을 것이니 그 안에서 먹이거라."며 감시하다가 가끔 아이엄마가 그것을 어겼을 때 아기 밥을 당신이 먹이는 경우같은거죠... 물론 아무것도 안하면서 주도권만 가지는 경우도 많았으니 그것보다야 낫겠습니다만...
21/06/10 15:06
첨언하자면 아이가 엇나가거나 성취가 기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아이 스스로나 가르친 자신이 아니라 엄마 탓을 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21/06/10 15:30
그것도 그렇죠. 사람에 따라 가끔은 부페식 양육도 있었고요. 아이를 데리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시다가 저녁이 되면 며느리에게 넘겨주고 쿨쿨 주무시는... (제 할아버지가 그러셨다고...)
21/06/10 15:33
"니 아빠 닮았다" 가 최고의 욕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남탓은 유서깊은 전통이지 꼭 양육의 주도권과 엮어서만 볼 건 아닌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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