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 Sword. 말 그대로 자아를 가진 검)
「어후, 답답한 곳에서 꺼내주셔서 고마워요! 저 동굴은 추워서 손잡이가 시려웠다니까. 」
「특별한 능력? 말하는 검 이상을 원해요? 너무 양심없는 거 아냐?」
「예쁘다고 자주 말해줘요! 검날이 뽀얗단 말도 괜찮겠네요! 저도 당신에게 잘생겼다고 자주 말해줄테니까요! 서로서로 기분 좋게 얼마나 좋아요? 뭐, 일방적으로 거짓말하는 제가 조금 손해지만.」
「사람 몇 명 썰었다고 저보고 마가 깃들었니 하는 사람들 이상해요. 그 논리면 정육점 칼은 마왕검이겠다.」
「이런 몸이 아니었을 때? 왕실에 있었죠. 기사? 아뇨, 그냥 월급쟁이 공무원이었는데요.」
「공무원이 왜 검에 있냐구요? 몰라요. 아, 아는 기사 아저씨가 저보고 초초초 검술 천재라고 하긴 했어요.」
「전 그냥 작업멘트인 줄 알았죠. 내가 보통 예쁜 게 아니었거든.」
「'그런 재능을 가지고 무슨 공무원이야, 기사였으면 조금이라도 도움 될텐데..' 같은 생각 하고 있죠?」
「당신이 절 위해 사는 게 아니듯, 저도 당신을 위해 살았던 게 아니에요.」
「전 제 일이 좋았어요. 일찍 출근해서 커피 마시고, 보고서 보고, 부하도 쪼고 가끔은 야근도 하고, 월급날이면 기분 좋고. 재능이 있든 말든 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구요.」
「당신도 칼질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칼잡이 하고 있잖아요.」
「.......네? 복수? ...아.」
「미안해요.」
「얼굴값 못한다는 말 진짜 자주 들었는데, 그거 칭찬이죠?」
「펜은 칼보다 강하다구요. 펜을 다뤘던 칼은 최고라는 거죠!」
「'이럴 때 아무 도움 안 되는 빌어먹을 칼 같으니'...? 도움 안되긴요, 지금 이렇게 말 걸어주잖아요.」
「힘들 때 말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구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저도 안 죽었을텐데....」
「와, 어찌어찌 살았네요! 살아남아서 다행이네요! 만세!」
「'이미 죽은 칼 주제에 무슨'이라니, 아니, 저 말고 당신...」
「...못 들었던 걸로 해줘요.」
「끝났네요.」
「..............」
「.........어휴.」
「제가 말했잖아요. 허무할 거라고. 그런 얼굴 하고 있지말고 미래계획이나 짜봐요. 살아있으면 살아갈 이유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구요.」
「맞다, 돈. 월급날이 되면 없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던데. 제 새 주인 찾아주는 건 어때요? 저같은 검에 이상한 환상 품은 사람 널렸으니까 비싸게 쳐줄걸요. 저는 좋은 사람 만나서 떠나고, 당신은 지참금 챙겨서 새 신부나 찾아보라구요. 좋죠? 그쵸?」
「예? ...'말 걸어줘서 고맙다'니, 그런.」
「..........저기요, 진짜 그런 의도가 아니었거든요? 제가 누구 좋으라고.」
「무슨 이상한 스크롤인가요. ? 아니, 얼마나 돈을 쓴 거야. 사기 당한 거 아니에요?」
「에이, 그런 게 가능할리가. 사기당한 거라니까요. 제가 죽은지 얼마나 오래됐는데.」
「아니, 진짜 하지말라구요. 아, 뭐야. 기분 좀 이상...」
"아."
".......말하는 검 이상을 원해요?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