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01/07 22:44
저는 공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딱 문을 나서니 다른 사람들은 다 분주히 움직이는데 나만 이곳에 아무런 목표도 목적도 없이 모든 것이 리셋된 상태로 뚝 떨어진 느낌.
집에가서 옷갈아입고 바로 자유를 만끽했지만요.
22/01/07 22:51
인사하고 막사를 떠나서 위병소 통과할때까지는 제대 못할줄 알았는데 내가 제대를 하긴 하는구나 하는 기분이었고
동네에 도착해서 집에 거의 다 다다랐을때가 되니까 이제 자유다!! 하는 생각들면서 기뻤습니다
22/01/07 22:53
저만 그런게 아니었네요. 다들 똑같군요.
입대 전에 읽던 소설책 책갈피 꽂아놓고 제대 후에 펼쳤는데, 바로 어제 읽은 것처럼 내용이 그대로 이어지더라구요. 근데 이등병 때의 일은 마치 전생의 일처럼 까마득하더라구요. 엄청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22/01/07 22:55
전역 하루 이틀 전이 제일 좋았어요. 드디어 나가는구나.. 병장때든 말년이든 군대에 있는 거 자체가 여기저기 눈치보고 신경쓰며 온전한 사생활 자체가 없었죠. 드디어 탈출하는구나.. 하며 즐긴 건 딱 마지막 하루 이틀이었고, 문산에서 버스타며 바깥 풍경 바라보던 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평화스러워서 기억에 남습니다. 그 날 하루동안은 아직 군인 신분이라는 경고에 여전히 긴장했고, 집에 와서 군복을 벗고 하루가 지나니 이제 정말 돌아왔다고 느꼈죠
22/01/07 22:58
주호민 작가의 군대 만화
<짬> 에서도 비슷하게 묘사되죠. 그런데... 왜 안 기쁘지? 전역 동기들이랑 순대국에 소주 한 잔 하고 헤어졌는데 저도 별로 안 기뻤던 게 기억나네요. 앞날에 대한 걱정이 많아서, 였을까요...
22/01/07 22:58
섭섭시원이 아니라 시원섭섭하긴 했습니다. 군대에 대한 미련 같은게 아니라 저랑 잘 맞는 후임들과 익숙해진 막사를 떠난다는게 밟히더라구요.
'개같았던 2년이 결국 어떻게든 지나갔구나 라는 생각이 센티멘탈하게 만들더라'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네요. 어쨌든 기본 베이스는 신남이죠! 말출때는 오히려 짜증이 더 났던게 이대로 전역이 아니라 10일 뒤에 다시 들어와야 된다는게 사람 돌아버리는 포인트였어서... 크크크
22/01/07 23:01
군대에서 남겨 오는 게 없어요. 괜히 남자들이 군대 얘기 많이 한다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남아있는 게 어슴푸레한 기억뿐이니까요. 돈을 많이 벌어온 것도 아니고, 앨범 같은 사진이나 영상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동기나 선후임들이 학교 친구들처럼 쭉 연락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뭐 그러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요... 그냥 내가 2년 동안 한 게 뭐지, 이런 기분이죠... 해방감은 있지만, 내가 뭘 했는지는 모르는... 즐거웠던 일이나 무용담도 한 두개는 있으니 그렇다고 또 마냥 감옥 같은 그런 건 또 아니고...
22/01/07 23:02
중대장이랑 행보관은 그러던가 말던가 서로 관심 없었고, 참모부 간부들은 시원섭섭했어요. 하지만 이틀 후 엑셀로 정리해놓은 거 어떻게 하는 거냐고 옆 과에서 전화 오니 기분 잡치데요 크크크 인수인계 매뉴얼까지 다 만들어놨는데
22/01/07 23:02
저는 군생활을 딱히 힘들게 한것도 아닌데 진짜 기분 좋았어요. 제대한지 벌써 15년정도 됐는데 아직도 그 날 기분이 생생히 기억날정도로...
22/01/07 23:04
허무요? 그게 먹는건가요? 크크크
후임들이랑 아직 연락하고 지내는 걸 보면 그리 군생활을 못한 건 아닌데케레도 군대는 빨리 나오는 게 답입니다
22/01/07 23:05
군대 늦게가서 자대 온 첫날 밤 제대 며칠 남은 말년병장이 동갑이라 친구 담배 피자하고 하늘 이쁘지? 나도 자대와서 xx형이 이랬어하고 별이 참 이쁘다 그치? 하는데 뭔 xxxx이라고 속으로 욕했는데 제가 전역 마지막 날 잠이 안와서 담배 피면서 하늘보고 참 기분 묘해서 중대 건물하고 차량 하나하나 봤네요(수송특기). 제대한지 12년 지났는데 집근처 15비에서 야비있을때 전투기 소리들으면 간혹 생각납니다 그 때 젊음이요
22/01/07 23:19
아 저도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요즘도 가끔 군대 생각이 나는데, 그게 군 시절이 그리워서가 아니고 그 때의 나에 대한 상념들이죠. 그 지긋지긋한 시간들을 지나던 젊음에 대한 기억 같은 건데, 저도 부대 나오기 전 구석구석 돌아보게 되더군요. 땀과 욕과 지겨움에 찌든 장소 물건 사람들 하나하나 마지막으로 추억하는 심정이 되더라는 ; 지금 생각하면 군시절은 지겨움과 공허함 자체였고, 다만 그 시절 그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이상한 기억들만 가득차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이상한 것들은 군대 밖도 다르지 않겠지만 군대는 그 많은 걸 압축해 놓은, 극단적 세계였던 기억입니다.
22/01/07 23:07
끝났구나...하는 느낌이 들면서 참 오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년 4개월이나 해서 그런지 미운정 고운정도 다 들어서 그랬나보다라고 생각하네요
22/01/07 23:07
전역 2일전이 제일 벅찼고 또 제일 시간 안갔습니다.
전역 당일은 2일전만큼 벅차진 않았지만 엄청나게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크크크 집에 가기전에 같이 전역한 동기들끼리 pc방가서 스타 한판한건 덤..
22/01/07 23:10
저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오히려 말년 휴가 나갈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고, 전역할 때는 오히려 덤덤했던 것 같아요. 전역 신고하고 동기들하고 밥 먹고 집에 딱 도착했는데, 어머니가 아무 일 없었다는듯이 "어, 아들 왔어? 너 택배 왔더라." 라고 하시는데 내 시간만 2년 멈춰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22/01/07 23:10
그냥 마냥 좋았음 그지같은 규율과 통제로부터
이제 완전 자유다 해방이다라는 생각만.. 신기했던건 위병소 나와 터미널가니 훈련소에서 5주간 바로 옆번호 였던 동기를 만났는데 분명 훈련소 끝나고 2년 가까운 시간동안 한 번도 못봤는데 마치 어제 봤던 사람처럼 익숙했다는게 가장 신기했네요
22/01/07 23:11
저도 마지막 글이랑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었네요. 나름대로 휴가도 자주 나갔던 것 같은데, 정말 2년 전이 인생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 요상한 기분이었습니다.
22/01/08 00:36
한달정도 완전 말년대기할때부터 이미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진짜 그 부대안에선 아무것도 안시키고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인데 왜 내가 여기있지;; 밥만먹고 아무것도 안하면서 한달...기분도 요상하고 착잡하고
22/01/08 00:56
입시성공 공허함, 전역 공허함, 취업 공허함. 첫 월급 그냥 그렇구나...
오히려 뒷산 등산, 조카녀석 재롱부릴때, 맛있는 집밥 차려먹을때, 길가에 핀 작은 들꽃 볼때, 밤하늘 올려볼때 같이 아무것도 아니고 소소한 것들이 충족시켜주더군요.
22/01/08 00:59
말년휴가때가 제일 신났고 (신종플루 돌던때라. 전역전날 복귀였죠) 나가고 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 기분 아직도 감각이 있어요.
22/01/08 01:33
10시 전역
10시 반 진주터미널 2시 반 강남고터 3시 반 5동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쪽지시험 미리 복학하면 이런 싱숭생숭한 기분 느낄 필요 없습니다
22/01/08 03:06
비슷하게 수능 끝난 날이 있죠.
수능 전엔 게임 미치도록 하고 싶었는데, 막상 수능 끝나고 하니 재미가 없음 2년 2개월 군생활했는데 참 힘들었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제대 하는 그날은 참 힘든걸 해냈구나라는 자부심이 제일 컸네요.
22/01/08 03:16
군대가 아쉽다기보단 군대에서 지낸 시간, 사람들이 아쉬웠죠. 전 전역날엔 말년휴가 때와는 비교도 안될 해방감에 너무 좋았던 기억이.. 지금도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는 군대 친구들 있는데, 언젠가부턴 군대 때 이야기도 안 하네요.
22/01/08 04:13
오히려 뭐랄까 사회인이 되기위해 거쳐야될 일들에 다시 집중해야되니까 별로였어요 남들보다 1년반 정도 늦게들어가서 그런것도 있고...
제게있어 군대는 뭐랄까 체감상 의무교육의 연장선이었네요 수능이후 만끽한 자유와 자신의 장래에대한 책임의식을 4년정도뒤에 다시느꼈달까
22/01/08 13:36
이게 사실 복합적일 수 밖에 없죠. 군이란 존재는 99프로가 시원후련일 것이고, 군생활 같이 한 동기 후임들과의 관계, 그 안에서 새롭게 정의된 나라는 존재, 그리고 다시 새롭게 정의해야 하거나 이어나가야 할 제대후의 모습. 취업 복학 등이 주요 포인트고 여기서 뭐 하나만 불안하거나 아쉬워도 시원섭섭쪽의 마음이 들테니까요. 전 나름 군생활 내내 똥군기 문화를 바꿔보겠다 노력했었는데 말년에 관물대 앞을 좀 닦고있었더니 옆에 일병놈이 제자리도 더럽습니다 라고 던진 그 한마디에 역함을 느낀 이후로 섭섭은 없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제대했던 기억이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