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에 황금가지 편집장님이 직접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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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물을 마시는 새 해외 수출짤이 돌더군요
누가 만들었는지 그런 짤도 만들고 대단합니다.
정보가 좀 부정확한 느낌이라서 공식적인 오피셜 해외 수출 내용을 공지에 올려둡니다.
1. 눈물을 마시는 새 영문 원고 제작 과정
<드래곤 라자>를 한국문학번역원 일부 지원으로 앞부분만 했는데, 제가 그럴 바엔 전체를 다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해서 비용 더 들여서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시다시피 <드래곤 라자> 1권만 보고 출판 가부를 결정한다는 게 어렵죠. 실제로도 해외에 그 정도 분량으로 출판사들에게 보여주기가 쉽잖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그보다는 <눈물을 마시는 새>가 1권부터 충분한 이야기도 있고 홍보하기 좋을 거 같아 <눈물을 마시는 새>도 추가해서 번역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게 2018년입니다.
크래프톤에서 이전에 프로젝트가 엎어진 이후, 더 큰 계약을 제안해 오는데, 이때 계약 내용이 워낙 까다롭고 어려워서 계약 관련 법무비로만 어마어마한 돈이 나갑니다. (장장 6개월 정도 계약 조정) 계약 체결 후 계약금을 받고 나서 저자 몫을 드리고, 남은 금액에서 법무비를 처리하고 나니 아주 조금 남았는데, 2권 절반 정도 할 번역비였어요.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해서 회사에서 더 큰 투자를 하여 <눈물을 마시는 새> 나머지 2-4권을 전부 번역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해외 출판사도 온전히 재미를 보고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경영진에서도 이러한 도전적 투자에 오케이를 했고요.
한국에서도 해외 출판물을 계약할 때 시리즈로 2권 3권 되면 일단 계약할 때 주저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온전히 끝나는지 파악도 못 한 상태에서 몇 권이나 되는 책을 어떻게 계약하냐고. 해외에선 그 반대의 과정이니 1권짜리 샘플로 한계가 명확하고, 4권 전체를 볼 수 있어야 작품의 온전한 가치를 느끼고 계약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번역은 민음사의 도서를 영문으로 번역해서 해외에 출판하시던 번역자 선생님이 하셨습니다. 본인이 워낙 이영도 작가님 팬이어서 열정적으로 번역에 참여해 주셨고, 그 역할이 매우 컸던 거 같습니다.
번역 완료는 2022년 1월쯤인가 4권 전체 번역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 해외 출판 과정
기존에 해외 출판 계약이 된 곳이 있었는데, 우선 <드래곤 라자>가 크게 성공한 대만에서 계약해서 4권 전체가 출간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 판매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거 같아요.
러시아의 최대 출판사 AST에서 명성을 어떻게 들었는지 1권만 먼저 계약 제안을 보내왔는데, 작년 겨울에 그 1권이 먼저 출간되었습니다.
이 두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문 번역본 4권 전체를 가지고 본격적인 해외 출판 활동을 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2022년 6월에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저작권부 이사님이 해외 에이전트를 한 명 만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별 생각 없이 자리에 갔고, 현장에서도 <눈물을 마시는 새> 이야기보다는 다른 작품 이야기를 주로 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그분이 스페인의 출판 에이전트인데 <눈물을 마시는 새>를 전담하셨더군요.
일반적으로 국내 도서를 해외에 소개할 땐 한국 에이전시를 통하는데, 좀더 본격적인 해외 루트를 뚫기 위해 그쪽으로 가능한 해외 에이전트를 저작권부에서 섭외하시고 계약했더라고요.
그리고 2022년 10월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눈물을 마시는 새>가 에이전트 핫리스트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사실 이때도 긴가민가 하긴 했는데, 10월 말쯤에 폴란드에서 먼저 오퍼 제안서가 날라왔어요.
그때가 한창 폴란드 군수품 관련으로 이슈였던 시기라, 이영도 작가님도 그 소식에 약간 어리둥절해하시며, 농담삼아 자기 소설을 군수품으로 잘못 안 거 아니냐고 하기도 하셨습니다. 에이전트와 저작권부는 폴란드를 기준으로 잡고 서구 유럽쪽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도서전에서 이미 많은 곳을 미팅하며, 좋은 자료를 여기저기 보내시고 그랬고 여러 출판사에서 본격적인 검토를 했나봐요.
책이 4권이나 되니 이걸 다 검토하고, 4권 전체를 다 계약하고, 또한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할 결심을 세우려면 각 출판사들도 참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 같습니다. 저희만 해도 해외 출판물이 1000만 원만 넘어가도 머리를 뜯으면서 어떻게 하나 고민할 정도인데 말이죠. 그리고 그 규모가 1권이 아니라 4권이나 된다면 웬만한 경우는 포기하고 말거든요.
그리고 문화나 정서가 다른 해외에서 과연 이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어요. 다행히 크래프톤에서 게임 아트웍을 위해 이안 맥케이그를 영업한 뒤에, 그에게 작업을 위해 영문 번역본이 꼭 필요하다고 요청해서, 저희가 번역한 영문본을 보내줬는데, 이안 맥케이그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자신감이 좀 생겼던 거 같아요. 아, 문화가 달라도 먹히는구나.
다행히도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 곳이 정말 많았나봐요. 이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계약 제안과 각국 출판사 편집장들의 작품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어요. 소위 말해 국뽕이라고 하는 걸 느낄 정도의 시간이 11월 한달 내내 이어졌습니다.
가장 개인적으로 이례적이고 놀라웠던 건, 보통 한국 작품을 해외 판매할 때 1권 위주로만 계약되고, 그마저도 금액이 3000불 정도 해요. 비싸면 5000불이고요. 1만 불은 진짜 초인기작들(국내 베스트셀러)이나 가능한데, 오퍼 규모가 10만 불 이상으로 가는 건이 많았다는 점이에요. 특히, 단독 고액 오퍼라고 해서, 다른 출판사와 경쟁 없이 우리가 엄청 큰 금액을 부를 테니 이 금액으로 24시간 안에 결정을 내려 달라는 특별 오퍼가 상당히 많았어요. 저작권부는 한국 작품에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정말 놀랍다고 하더군요.
또한 대부분의 출판사가 4권 전부를 다 출판하겠다는 기준을 잡은 것도, 그만큼 작품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생각이었어요.
독일의 경우는 독일 내 3대 출판사 중 2곳이 판권 경쟁을 했어요. 최종은 펭귄랜덤하우스가 가져갔지요. 영미권 쪽은 하퍼의 단독 고액 오퍼였어요. 그 외에도 각국의 오퍼가 올 경우, 경쟁일 경우엔 무조건 회사가 크고 탄탄한 곳 위주로, 단독인 경우는 가급적 그 나라 대표급 출판사가 아니면 계약하지 않는다는 스탠스로 유럽 여러 나라를 순차적으로 계약 체결했어요. 그래서 스페인 경우도 그룹사 규모의 출판사가 계약했고,체코나 이탈리아 등 각 나라 메이저 출판사를 선별해서 계약하는 형태로 진행됐어요.
가장 놀라운 건 우크라이나였는데. 전쟁의 화마가 뒤덮고 있는 곳이라, 그런 상황에서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내오니 여러모로 기억에 남았어요.
유럽에선 다음과 같이 계약되었어요.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네덜란드, 체코, 크로아티아
현재 다음 계약지로 프랑스 계약을 받고 있어요.
프랑스의 최대 출판사를 포함해서 몇 곳이 경쟁 중이고, 조만간 결정이 날 듯해요. 프랑스까지 마치면 유럽 주요 국가는 다 계약되는 거 같아요.
아마도 몇몇 국가를 더 추가한 후, 올해부터는 범위를 아시아와 남미쪽으로 넓힐 거 같아요. 국가는 더 늘어나겠죠.
3. 번역의 사용, 상태
앞서 번역을 팬인 번역자님이 하셨다고 했고, 이를 각 출판사에 보냄으로써 큰 역할을 했어요.
다만 영문 번역은 이 번역 샘플을 그대로 쓰진 않을 거 같아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번역을 새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독일 등 주요 국가는 기본적으로 한글 번역을 기반으로 번역 작업을 들어가고 있고,
독일은 특히 이미 번역자 섭외가 끝나 번역이 들어간 거로 알고 있어요.
번역 기간 생각해 보면 바로 출판되긴 어려울 듯한데... 제 생각엔 역시 독일이 워낙 출판사 역량이 좋아서
가장 빠르게 출판하지 않을까 생각중이에요.
또 추가되면 이 게시물에 추가해 놓겠습니다.
혹 다른 곳에 부정확한 정보가 돌아다닌다면 언제든 정정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