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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2/23 01:35:28
Name 김연우
Subject 소금으로 간 맞추는 법 - 개척시대

[개척시대]




               :: 개척시대와 레퀴엠 ::


개척시대의 문제는 간단합니다. 공수 균형의 문제입니다.

레퀴엠은 러쉬거리와 역언덕으로 '극단적인 공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네랄 속 섬멀티'가 '앞마당 수비 후 3가스 체제'의 가능성을 줌으로써 '극단적인 수비성'또한 가지게 되었습니다.

즉, 짜디짠 찌게에, 물을 부어 간을 맞춘 것입니다.

개척시대는 레퀴엠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릅니다.
레퀴엠처럼 극단적으로 짧은 러쉬거리와 평지형 입구를 가졌습니다. 역시 '극단적인 공격성'을 가진 것이죠.
게다가 중립건물은 파괴되면 파괴될수록 러쉬루트를 증대시키기에 공격성은 더더욱 가속됩니다.

즉, 짜디짠 짠 찌게에 오히려 소금을 뿌린 형태입니다.




      :: 소금을 많이 뿌리면 안돼는 이유 ::

스타크래프트는 다름으로 조화를 이룹니다.

시즈탱크는 공격력이 강하지만 느리고
저글링은 빠르지만 체력이 약하고
하이템플러는 마법이 강력하지만 체력이 약합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점이 조화를 이루며,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노려 이기는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입니다.

그런데 그런 특징들이 단극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속도'가 빠른 유닛이 승리할 수 있는 전장이라면?
'공격력'이 뛰어난 유닛이 승리할 수 있는 전장이라면?

이렇듯 서로간의 특성 중 하나만 부각되는 상황이면, 특정 유닛이 완벽한 우위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종족간 벨런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확장력, 공격력, 방어력등 세 종족의 강점은 서로 다릅니다.
그런데 그 중 한가지 특징만 극단화 시킨 맵이라면 해당 특징을 강점으로 삼는 종족이 가장 강하기 마련입니다.

극단화는 종족간 특성 중 '하나만' 봄으로써, 다른 강점으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가능성을 없애버립니다.




       :: 개척시대와 데토네이션 ::


개척시대의 테마는 공격성을 더해주는 소금인 중립건물입니다.
바로 이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싶으면 원래의 음식을 싱겁게 만들면 됩니다.


원래 방어적이었는데, 공격의 간을 쳐서 벨런스를 맞춘 대표 맵이 데토네이션입니다.

데토네이션의 초반은 '너무나도 긴 러쉬거리'가 대표됩니다. S자형의 큰 굴곡을 러쉬거리로 삼기는 너무나도 멉니다. 그래서 '3해처리 후 스포닝'이라는 극단적인 빌드까지 나올 정도였죠.
하지만 16을 조금 넘는 소수의 미네랄이 데토네이션에 공격성의 간을 쳐주었습니다. 일꾼을 통해 미네랄 길목을 뚫어 러쉬거리를 줄인 다음 '기나긴 러쉬거리'에 안심하는 상대에게 강력한 한방을 먹여주는 것이죠.

이렇듯 '본바탕은 싱거웠는데, 미네랄 장벽으로 간을 친 형태'가 바로 데토네이션입니다.
또한 데토네이션의 적통 후계자인 철의 장막(섬맵이라는 극단적인 수비맵에, 미네랄 장벽이라는 공격성을 더함) 또한 같은 방식으로 간을 맞추고 있습니다.

개척시대 또한 마찬가지로 간을 맞춰줄 수 있습니다.




         :: 소금으로 간하는 방법 ::


자, 위에서 말했듯 데토네이션/철의 장막처럼 수비적인 면모를 강화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그렇게 돼었을때, '중립건물'이란 이름의 소금으로 어떻게 간을 해야 맛이 잘날까요?

소금(중립건물)을 이용해 간 맞추는 법(공격성을 높이는 법)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1) 지름길 발견!

데토네이션의 경우와 같이, S자형 지형을 만들고 특정 지형을 파괴하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이 생겨납니다. 단숨에 러쉬거리가 줄어드는 것이죠.
데토네이션의 전례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방법입니다.


2) 새로운 러쉬루트를 만드는 방법.

개척시대에서 말하는 '중립건물의 활용'은 사실 바로 이 '새로운 러쉬루트를 개척한다'에 뜻을 두고 있습니다.


자, 전 여기서 2번 방법을 한번 집고 넘어가려 합니다.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면 '굉장히 매력적인 방법'으로 평가되는 방법이지만, 실제 경기양상을 되려 반대인듯 합니다.




          :: 러쉬루트 '개척'에서 생긴 문제점 ::


  1) 실제로는 개척되지 않는다.

테란대 저그에 있어 개척되는 러쉬루트는 언제나 똑같습니다.

<테란의 옆쪽 중앙 벽, 그리고 테란의 옆구리>

특히 전 이상하게 6시 테란과 저그의 경기를 자주 봤는데, 언제나 6시 왼쪽편 벽이 뚫리곤 했습니다.
이렇듯 테저전에서 뚫리는 길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그것은 '러쉬루트가 개척되지 않았다'는 뜻과 같습니다. 단지 초기에만 막혀있을뿐, 언젠가는 당연히 뚫릴 길이니까요.


[저글링에 의해 항상 열리는 길]



왜 이런 '러쉬루트의 단편화'가 이루어졌을까요?

'저글링으로 테란 옆골목 러쉬루트 개척하기'는 저그에게 '어떤 손해'도 안겨주지 않으면서, '무조건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술이기 때문입니다.
즉, 투자만 하면 성공율 100%인 전술이란 것이죠.

저글링으로 건물 부신다고 자원상 손해가 있는 것도 아니며, 그 타이밍에는 메딕도 화이어뱃도 없으니 테란이 진출할리는 만무합니다. 그리고 테란의 본진에 구멍을 내면, 테란의 방어상의 어려움만 가중시킬뿐, 프로토스 마냥 럴커 밭을 피해 우회하는 테란은 없습니다.

이러한 면모는 TvsZ에 있어 테란이 벨런스적으로 압도하기에 관과된 면이지, 만약 테란이 저그에게 밀리고 있었다면
러쉬루트로 테란이 저그를 압도하듯, 저그는 저글링 중립건물 테러로 테란을 압도했을 것입니다. 테란에게 막을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이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글링의 대중립건물 공격력을 줄여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저글링이 달라붙을 수 있는 면적을 축소하는 것이죠.


[저글링이 때릴 수 있는 면적이 넓을때]



[저글링이 떄릴 수 있는 면적이 좁을때]


신 개척시대, 가 나온다면 이런식으로 저글링의 중립건물 활용도를 줄여야지, 안그러면 실질적인 러쉬루트의 개척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되려 테란과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압살 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2) 개척 공격이 집중된 본진


선택은 반대 급부가 존재해야 하는 법입니다. A를 선택하면 B는 힘들어져야 하고, B를 선택하면 A는 힘들어져야 하는것이죠.

하지만 개척시대는 그런 면에서 다소 부족한 면을 보입니다. 확장을 선택해도 방어가 어려워지지 않으며, 본진플레이를 선택해도 방어가 쉬어지지 않습니다.


본진 플레이를 해도 중립건물 파괴를 통한 공격은 유효합니다.

하지만 앞마당 확장을 먹었다, 해서 공격 루트가 새로 추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단편성 때문에 테란은 '본진을 방어할 만한 수비병력이 갖쳐줬다'는 판단이 들면, 당장 앞마당을 먹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어차피 저그와의 러쉬거리가 약간 짧아졌다고 막을 공격, 못 막는것이 아니기에, 단순히 원래부터 방어하던 곳에 방어를 좀더 집중하는것 뿐입니다.

차재욱vs홍진호<신한 개척시대>[듀얼토너먼트 1차전]의 경우, 홍진호 선수의 컨디션 저하가 눈에 띄었던 경기이긴 하지만, 차재욱 선수의 '차분한 전진'또한 주목해볼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차재욱 선수는 오로지 '수비'일변도로 꾹 참으면서 앞마당을 확보하였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앞마당을 먹는다고 해서 수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것은 아니었기에 차재욱 선수의 행보는 정말 안정적이었습니다.

만약 개척시대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수비형 타파'를 부르짖는다면, '공격이 좋다'는 막연한 메아리보다, '수비보다 공격을 택하면 이러한 장점이 있다'는 식으로 유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마당에 '확장'을 시도해도 방어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는 구조는 올바른 수비형 타파를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 맺으며 ::


신 개척시대가 나온다면, 현재보다 러쉬거리가 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맵의 본바탕을 싱겁게 만들어야, 중립건물이라는 소금으로 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립 건물은 확장지역에 집중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확장을 자제하고 공격과 테크트리에 치중하는 '공격'이,  방어 타워를 기반으로 한 '확장'에 대해 '수비가 편하다'는 잇점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이 외에 이런 것들, 저런 것들. 신 개척시대의 수정방안으로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원래 개척시대/레퀴엠 형태의 맵을 무진장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경기를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르게 정이 들고, 조금만 수정하면 명맵이 탄생할것 같은 두근거림이 있기에, 저의 부족한 디자인 센스를 생각치 않고 맵의 콘티까지 그려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가지 생각들을 다듬지 않고 황급히 생각나는 것들만 대충 정리하여 글을 내놓았습니다.
글을 급히 내놓은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PGR21에 개척시대 벨런스에 관한 글이 나왔으되, 그 글의 방향이 개척시대의 수정방향, 또는 벨런스 붕괴의 이유를 분석하는 단계로 뻗어가질 못하고 단순한 공방에 머무르기에, 그것이 안타까워 글을 올립니다.

만약 개척시대에 대한 수정안이 있으시다면 그것에 대한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라며, 개척시대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어떤 면이 문제이며, 그 면이 왜 극복이 힘든지를 적어주심으로써 좀더 보기 좋은 글타래를 만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24 08:05)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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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23 01:39
수정 아이콘
전 중립건물의 에너지 감소를 생각해 보았는데(테저전에서)
그러면 플저전이 무너질꺼 같기도 하고
휴 난감하네요--
은경이에게
06/02/23 01:41
수정 아이콘
흠..3인용으루 바꾸면 어떨까요?
HirosueMoon
06/02/23 01:42
수정 아이콘
그냥 문득 든 생각인데 개척시대 입구를 500 정도의 중립건물로 막으면 어떻게 될까요.. 진짜 그냥 문득 든 생각..
~Checky입니다욧~
06/02/23 01:48
수정 아이콘
저도 그냥 문뜩 든 생각인데 중립건물 위치를 반대로 했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니까 지금 입구쪽을 중립건물로 막아놓고 지금 중립건물이 있는곳을 뚫어놓고, 물론 한쪽만...
의미없을려나..-_-
닥터페퍼
06/02/23 01:50
수정 아이콘
중립건물은 체력 조절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일 체력이 낮은게 1000정도였나-_-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하여간 그렇습니다.;
사신김치
06/02/23 01:55
수정 아이콘
저도, 히로스에문님 생각처럼,

아예 모든 입구들을 전부 중립건물로 막아버리면 하는 생각이..

그럼 어떻게 되죠?
(말 그대로 궁금해서 하는 질문)

아무튼, 김연우님 글은 언제나 추게감.
06/02/23 02:05
수정 아이콘
음...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중앙으로 나가는 곳을 중립건물로 막아놓으면 선택적섬맵양상을 띌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리탐구자
06/02/23 02:06
수정 아이콘
음...모조리 막아버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네요. 저그는 선택가능적인 면에서 테란,프로토스보다 앞서게 되고, 테란과 토스는 가까운 러쉬거리라는 이점이 있고..
근데 테란 대 토스는 어떻게 하죠? 섬맵될 것 같은데. ;;;
Nocoment
06/02/23 02:08
수정 아이콘
테란대 토스전은 아무도 뚫으려하지 않겠네요... -_-;;
06/02/23 02:10
수정 아이콘
앞마당까지 중립건물로 막혀 있다면 저그는 초반 멀티타이밍이 너무 늦춰지지 않나요? 일단 선스포닝후 저글링을 뽑아야지만 앞마당해처리를 펼 수 있다는 말인데 저그에게는 좀 큰 핸디캡이 될 것 같습니다.
DynamicToss
06/02/23 02:14
수정 아이콘
레퀴엠처럼 하려면 러커 드론 비비기로 섬멀티 먹으면 되는데 실험 해봤더니 되더군요 러커 많아야 가능하죠 러커 많아 질떄까지 기다릴수 없는데
사신김치
06/02/23 02:16
수정 아이콘
음..

나가는 모든 입구들을 중립건물로 막아버리는 대신,

중앙 입구는 때릴수 있는 면적을 넓게 하고,
중립건물 체력은 좀 작은걸로.
(김연우님 글처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DynamicToss
06/02/23 02:19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중반 부엔 러커 드론 비비 기로 양쪽 방향 섬멀티 먹을수 있으니 초반만 잘견디면 저그가 유리 할듯하네요..양쪽 섬멀티 먹으면 앞마당 포함한 4가스가 되니깐요
별사랑
06/02/23 02:30
수정 아이콘
그냥 관두고 딴맵만들죠, 이맵은 절대로 정이안감.
소나기아다리
06/02/23 02:32
수정 아이콘
김연우 님은...
추게에 바로 글을 쓰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_-;;
대단합니다...감탄이 절로....
게레로
06/02/23 02:41
수정 아이콘
이맵재밌습니다.
이맵에서 한 모든경기(방송경기)를 다 봤는데요, 정말 한순간에 역전될수도 있는 맵이더라고요.. 이런맵 한두개있는게 나빠보이진 않습니다.
06/02/23 03:39
수정 아이콘
아주 좋은 분석 잘 봤습니다.
사고뭉치
06/02/23 04:11
수정 아이콘
닥터페퍼님//중앙에 있는 중립건물의 체력이 800입니다. 그게 개척시대안에서는 체력이 제일 낮구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가다보면...
06/02/23 10:07
수정 아이콘
앞마당 방어가 쉬운건 프토때문인것 같네요.
마술사
06/02/23 10:34
수정 아이콘
추게로!
06/02/23 11:12
수정 아이콘
그냥 추게에 글을 쓰세요 운영자님도 자꾸 옮기기 귀찮으실듯
06/02/23 11:50
수정 아이콘
원래 요리에 간 맞추는게 힘들긴 하죠 ^^

퓨젼스타일로 앞마당을 먹지 않고 자신의 본진 옆쪽 건물을 깨고 멀티를 먹는 방법은 어떤지.
전진시 중간에 있는 중립 건물을 모조건 깨고 나오게 하는건 어떨찌.
개척시대인데 하나도 개척 안하고 센터로 나올수 있으니까.. ^^
세이시로
06/02/23 12:13
수정 아이콘
연우님은 가면 갈수록 글을 맛깔스럽게 쓰시네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특유의 분석이 살아 있네요. 아무튼 어제 듀얼까지 펼쳐진 개척시대 경기들을 보고 저도 글을 쓰려던 차에 이런 글이 먼저 등장하니 할 수 없이 댓글로 달아야 겠군요.^^

역시 최근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테란 대 저그에 대해 중점적으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2주 전만 해도 5:2였던 테란 대 저그가 이제는 8:2가 되었으니 말이 안나올래야 안나올 수가 없겠지요. 이 맵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중립건물을 통한 러쉬거리의 다양화'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오늘 분석에서는 다양한 러쉬거리를 가진 대표적인 맵인 비프로스트와 많이 비교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에 제가 썼던 글에서 테저전 양상의 분석은 크게
1) 저그의 가까운 러쉬거리 타파 숙제
2) 구석멀티 활용으로 레퀴엠 3가스 양상의 재현
3) 테란은 수비 후 한방이 강력
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중 1)은 아직 미해결의 숙제이며,
2)는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고,
3)은 이 맵에서 저그를 상대하는 테란의 가장 확실한 승리방법이라는 게 증명되었습니다(염보성, 차재욱).

왜 이런 양상들이 나오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테란과 저그의 중립건물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펼쳐진 경기들에서는 테란이 중립건물 돌파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저그가 초반 돌파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비프로스트의 뒷길을 통한 저글링 러커도 한때는 강력했지만 가면 갈수록 힘을 잃었습니다. 벙커 하나만 지어놓으면 수비가 되었기 때문이죠. 개척시대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옆길로 치고들어와도 벙커를 통한 수비가 가능합니다.

사실 이런 다양한 러쉬거리는 중후반 난전시에 사용되어야 진가를 발휘합니다. 테란이라고 언제까지 막고만 있어서 좋을 건 없지만, 탱크를 하나씩 하나씩 늘려가며 본진 안 수비를 완벽하게 하면 앞마당까지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느린 템포로 진행해도 되는 이유는 저그가 초반부터 중립건물을 활용하느라 확장과 생산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중립건물에 대해 테란은 '수비만 하면 된다', 저그는 '어떻게든 공격해야 한다'는 전혀 다른 시각이 딱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

테란이 중립건물을 공격용으로, 저그가 중립건물을 수비용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전자의 이유는 러쉬거리가 가까워 테란의 공격루트가 단일화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저그의 앞마당만 노리면 됩니다. 중립건물을 활용한 플레이에 이것저것 해줘야 할게 많은 저그에 비해 테란의 승리공식은 단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방형 앞마당에서 저그가 조심해야할 본진 난입, 성큰 돌파마저, 머릿속이 복잡한 저그유저들이 아직까지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중앙만 장악하면 타스타팅 멀티도 물론 공략이 매우 쉽습니다.

후자의 이유는 뭘까요? 여기서 레퀴엠과 개척시대의 결정적인 차이가 작용합니다. 레퀴엠의 빠른 3가스 해법이 가능했던 것은, 저그는 드론밀치기라는 매우 쉬운 방법을 통해 아무런 수고를 들일 필요 없이 섬멀티를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개척시대에서 구석멀티를 가져가려면 자기 본진 옆 건물을 뚫거나 중앙에서 들어오는 건물을 뚫어야 하는데, 자기 본진 옆 건물을 뚫는 데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자원(저글링)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중앙에서 뚫으면? 중앙을 장악당했을 때 속절없이 멀티도 날아가게 되는 것이죠. 멀티의 안정성이 성립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비프로스트가 명맵이 되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먼 러쉬거리와 다양한 공격루트라는 저그의 이점을, 멀티를 가져가기 어렵다는 단점으로 상쇄시켰고, 모든 공격루트들의 비중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 실제 병력운용의 다양성이 보장되었기 때문입니다. 개척시대에서 모자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죠.

그렇다면 개척시대를 보다 저그가 할만하게 바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의 분석을 통해, 저그의 구석멀티 활용과 다양한 러쉬거리 활용을 용이하게 하고, 테란에게도 고민거리를 던져 주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제가 제안하는 방법은, 중앙에서 구석멀티로 향하는 중립건물과 본진 옆 중립건물을 맞바꾸는 겁니다. 중앙에서 들어오는 공격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중립건물의 체력이 그대로인 이상, 사원 2개의 체력인 6500 + 싸이 디스럽터 2000 을 깨는 데 걸리는 시간은 동일합니다.

오히려 본진에서 본진간 공격이라는 새로운 러쉬거리가 '개척'가능해집니다. 한 본진에서 다른 본진까지 중립건물을 사용하면 겨우 4000의 체력만 돌파하면 되니, 그 새로운 러쉬루트가 더욱 매력적이 됩니다. 이것으로 인해 수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의 재배치로 구석멀티의 확보를 쉽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도 레퀴엠보단 시간이 걸리지만 6500을 깨는데 걸리는 시간과 2000을 깨는데 걸리는 시간은 분명 차이가 납니다. 더군다나 중앙에서 구석멀티를 치러 오기도 어려워지니, 안정성 또한 부여됩니다.

가까운 러쉬거리도 건물의 재배치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의 중립건물을 그냥 맵 한가운데 띄엄띄엄 두는 게 아니라, 벽처럼 길게 이어 러쉬거리를 길게 만드는 요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중립건물을 파괴해 거리를 짧게 만드는 일은 장기적으로 테란에게 도움이 되겠지요. 물론 앞마당 앞에 배치되어 수비의 용이함을 가중시켜서는 안되겠습니다.

여기까지 짧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개척시대라는 맵은 뭔가 아직 기대되는 맵입니다. 컨셉을 살리면서도 좀더 밸런스를 맞게 하는 과정이 좀더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ps. 역시나 개척시대의 1,2경기 사용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그들이 패자전-최종진출전 연습을 죽도록 한건가요 테란이 게을리한건가요? 신기하게 저그들이 잘 올라오네요.

ps2. 플저전에 대해서도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일단 최초로 프로토스가 중립건물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보여준 송병구 선수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브라보!
06/02/23 16:00
수정 아이콘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중립건물은 SCV로 리페어가 되나요?
06/02/23 18:00
수정 아이콘
와 ~ 세이시로님의 대안이 제생각과 거의 흡사 하네요. ^^
공실이
06/02/23 18:32
수정 아이콘
개척시대에 5시 7시 1시 11시에 스타팅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세이시로
06/02/23 19:01
수정 아이콘
homy님 그러네요 영광인데요 ^.^

Edwood님/ 중앙쪽 중립건물은 수리가 되는 걸로 압니다.
그대는눈물겹
06/02/23 19:45
수정 아이콘
앞마당에 미네랄 갯수를 좀 줄여서 앞마당의 효용을 조금 떨어뜨리면 어떨까요? 그러면 플저전 밸런스가 더욱 안좋아 질까요?
06/02/24 00:30
수정 아이콘
저그유저들이 이미 러쉬아워 올인?? 헌데 개척시대 러쉬거리는 어떻게 늘릴수있나요? 기존의 맵 크기로 늘릴수있나요?
06/02/24 14:05
수정 아이콘
제가 보기엔 기존 크기의 맵은 정말 한계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맵이 작을수록 러시거리에 민감한 느린 테란이 좋은점이 많고요.개인적으로 적당한 러시거리는 128나 이의 1.5배인 172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러시 거리가까우면 중반에 치고 나오는 테란이 너무 강해지고 너무 멀면 초반에 저그가 맘놓고 쨀수가 있어서 저그가 좋죠. 개척시대는 러시거리가 가까와서 저그의 경우엔 초반 앞마당 먹기가 너무 불안하고... 중반에 모아서 한방에 치고 오는 테란의 병력이 또한번 두렵죠.. 또한 앞에서 누군가 지적했듯이 저그에 비해 테란의 앞마당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하고 편하게 먹는 편이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초반엔 앞마당이 비교적 안전하지만 중반엔 앞마당이 불안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반이후엔 수비형을 하는쪽이 불리하게 만들어버리는거죠. 뭐... 어떻게 해야 그럴수 있는가 하는것은 모르겠습니다. 테란의 건물처럼 불타는 건물이 있다면 초반 앞마당 미네랄 뒤쪽 벽 대신에 둘러놓아서 초반엔 그 건물들이 입구를 꽤 좁게 만들어서 보호해주지만... 중반이후로 스스로 불에타서 체력이 떨어져서 터져버리고 나면 앞마당이 저절로 개방돼어 버리는 맵을 만들수 있으면 괜찮을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면 개척시대의 맵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체 맵크기만 1.5배 커져서 172*172 로 바뀌면 모든게 해결될꺼라 생각이 돼요.
06/02/24 14:58
수정 아이콘
세이시로님 // 멋있게 잘 설명해주신 리플을 보니 제가 오히려 영광이네요. ^^

러쉬거리는 건물이나 지장물을 사용하여 이동경로를 조정하면 늘릴수 있습니다.
파괴 가능한 중립건물로 그 지장물을 만든다면 요리사의 소금처럼 짧게 길게 어떤 형식으로던 게이머가 요리할수 있어 더 재미 있어 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F만피하자
06/02/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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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건물에게 방어력을 주면 될것 같은데요
시간이없다.....
06/02/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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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님// 그러면 맵면적이 2배이상 커집니다...
128에서 172로 변하면 단순히 1.5배가 되는게 아니라 2.25배가 되니까요...
그래서 맵퍼들도 섣부르게 바꾸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고요...
06/02/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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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은 2.25배 맞지만..러시거리등의 크기 배율은 1.5배 맞죠. -_-;
128맵에서의 러시거리는 양쪽 대각선이나 양쪽 맵의 끝에 있지만 약간 돌거나 해야 적당한 러시거리가 됍니다. 그렇지 안은 경우 너무 가까운 러시거리가 나오죠. 개척시대는 맵의 모서리 중앙에 본진이 위치하고 별로 돌지 않고 상대기지로 곧바로 갈수 있기 때문에 너무 러시거리가 가까운거죠. 거의 수준이 로템 12시 1시 느낌이에요. 이런 스타일의 맵의 경우 그냥 맵 크기만 172*172로 1.5배 스케일을 늘리면 러시거리도 1.5배 늘어나서 딱 적당해 집니다.
김연우
06/02/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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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서 맵 크기는
64-96-128-192-256 로 밖에 설정 못합니다.

또한 128x128이상으로 맵이 커지면, 미니맵이 1/2로 작아집니다.

저도 커져야 한다고 주장은 하지만, 미니맵대문에 난감한 면이 있으며, 일단은 이벤트전이나 팀플용으로 한번 검증을 받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06/02/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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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28의 1.5배면 172가 아니라 192이네요. 단순한 계산 실수입니다. -_-; 아무튼 256맵도 많이 해보고 192맵고 많이 해봤지만... 미니맵때문에 크게 불편한건 못느껴봤어요.. 그리고 어차피 상대와 동일한 조건이라서 미니맵을 이유로 못할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1에서의 192 러시 거리가 생각보다 좋은점이 많습니다. 제 기억으로 수비에 좀 더 여유를 가질수 있지만 그렇다고 배를 째면 망하는 적당한 거리인데다가 지금의 세 종족중 테란 강세를 어느정도 누그러트릴수 있는 러시거리이죠.
06/02/27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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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92 사이즈 아직 방송경기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크다싶으면 1/3 정도는 강같은 공허한 공간으로 만들고 맵 모서리에 섬을 만들다던지 괜찮을꺼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쇼다운 좀 수정해서 썼으면 좋겠지만; 쓰였기때문에 다시 쓰일일은 없을라나요.
Judas Pain
06/02/28 09:54
수정 아이콘
김연우님이 이곳에 글을 쓴다는건 PGR의 가장 큰 복이 아닐까 싶어요
저에게도 그렇고요 김연우님의 사고방식이나 체계를 들여다 볼때면 철저히 정리된 개념들이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의 완성된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느껴져요... 지知에 대한 사랑이라고나 할까...

전 대충대충 살다가 그런 철저함과 미학을 읽어버렸는데.. 연우님을 보면 역시 그건 후회할만한 선택이었던것 같습니다

김연우님을 늦기전에 알게되서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날카로운 칼을 지니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이런 식으로 하게될줄은 예상도 못했거든요
06/02/2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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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란 대 프로토스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신예ⓣerran
06/03/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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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Sty // 그문제가 아니라 미니맵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 때문이죠;
마음같아선 256x256사이즈를 알차게 꾸며서 게임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만, 미니맵이 잘 안보여서 쓰이지 못하는 이유죠.
대한건아곤
06/03/01 09:15
수정 아이콘
음... 맵사이즈가 커지는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미니맵이 걸릴듯하네여...
지금 부활을 꿈꾸고있는 박경락선수도 미니맵때문에 고생하는걸보면..
192*192는 그래도 대찬성입니다 ^^
Sawachika Eri~
06/03/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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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이상석
06/03/03 04:59
수정 아이콘
경기맵을 유즈맵으로 만들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걸까요? 정말 새롭고
재미있는 맵이 많이 탄생 할것 같은데 말이죠... 예를 들어 일정 시간동안
은 중립건물이 파괴 되지 않다가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파괴 되서 러시 거리가 짧아진다든지... 또는 반대로 러시거리가 짧은 맵이 었다가 일정 시간 후에는 자동으로 중립 건물이 생성 되면서 러시 거리가 멀어져 버린다든지.. 혹은 경기 시간이 어느정도 지날때 까지 일정 시간동안은 캘수 없는 미네랄 개스의 제 3 멀티 라든지(진정한 수비형 타파 ..)... 재미 있을것 같은데요..
김함섭
06/03/05 03:57
수정 아이콘
유즈맵으로 만들면 반쪽자리 맵이 됩니다.. 밀리에서 사용을 못하니 피지투어나 WCG온라인 예선 등에서는 쓸수가 없죠 .. 유즈맵으로 경기를 한다면 진작 종족 밸런스 조정까지 해서 할수있었겠죠 .. ㅇㅇ
로얄로더
06/03/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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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the hive
06/03/11 11:57
수정 아이콘
어렵네요~~=_=;;솔직히 철장막은 배럭으로 넘어가기 버그덕에 인기가 있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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