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불멸의 게이머 9
9 대박 아이템
건호와 마르두크가 아나이스에게 출전을 납득시키는 것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 어이없는 룰이 어디 있느냐는 둥, 그래도 그냥 게임을 하라는 둥.
오늘 아나이스는 정말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패러독스가 빠른 진행을 위해서 도움말을 덧붙였다.
“그 꼬마가 세 번째 게임을 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마법진에 죽는다.”
건호는 그게 이기적인 아나이스의 고집을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아나이스는 순순히 포기했다.
“그럼 어떤 전략을 써야 돼?”
아나이스는 검은 눈동자로 건호를 묵묵히 바라보고 물었다.
거짓말일지 모르니 한번 게임을 해보라는 둥,
니가 죽지 내가 죽느냐는 등의 반응을 예상했었는데 빗나갔다.
어쨌든 건호는 메모장을 통해서 자신이 전판에서 구사했던 전략의 핵심을 설명했다.
초반부터 상대에게 큰 피해를 주고 철저하게 가두는 것.
“이건 공격해서 이겨야 하는 거잖아?”
아나이스의 <인비지블> 스킬은 공격유닛이 생산되는 순간에 풀린다.
아나이스의 설명을 들어보니 마법유닛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공격능력이 있는 방어타워도 마찬가지다.
결국 게임 능력치 800점대의 아나이스가 게임능력치 700점대의 패러독스를
힘싸움을 통해서 완벽하게 가두고 사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간단한 전략 없어?”
이번엔 마르두크가 자신이 생각하는 전략을 설명했다.
일단 저그를 선택하여 정찰을 한다. 상대를 확실히 압도할 유닛을 생산하여 러시를 간다.
<인비지블>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한다.
중요한 것은 러시를 가면서 자신의 건물을 하나만 남기고 다 부순다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에 성공해서 상대의 건물을 파괴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마지막 건물도 부수면서 비전을 킨다.
그러면 패러독스는 자신의 상황과 상대의 상황을 비교하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비전을 끈다.
그러면서 양쪽의 건물을 적절히 공격하면서 비전 키고 끄는 것을 반복하면 상대는 쉽사리
<교환> 타이밍을 잡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어느새 양쪽의 마지막 건물의 체력은 바닥이 된다.
결국은 <교환>을 시도해도 그 이전에 엘리를 시킬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난 그렇게 복잡한 거 못해”
하긴 건호도 방금 전략을 들으면서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나이스가 초반 패러독스를 완전히 압도해야 하는 것도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데
자신의 건물도 부수면서 ‘적절히’ 비전을 껐다 키는 것은 상당한 판단력과 멀티테스킹이 요구된다.
하긴 어쩌면 이 전략은 핵러시보다 더 고난이도의 완성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내가 너무 못해서”
건호는 잠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다른 처녀귀신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린 게 아닌가 착각을 했지만,
아나이스가 정말 쓸쓸한 얼굴로 변해 버린 것을 보니 다른 환청은 아니었다.
그리고 건호는 가볍게 떨리고 있는 아나이스의 손을 확인하면서.
어느새 그녀가 시선을 땅바닥에 고정시키는 것을 보았다.
“생산하는 거랑 컨트롤, 정찰 자신이 없어. 아직 몸도 아프고”
사실이었다. 아나이스는 계속 피곤해서 몸을 가누지 못했으니까.
건호는 아나이스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았지만 이토록 측은하고 불쌍한 태도를 본 적이 일찍이 없었다.
사실 건호가 아나이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나이스가 건호를 사지로 끌어들였기 때문인데
이 순간 건호는 그런 것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무조건 아나이스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호는 일단 이전 판에서 마르두크에게 요청했던 것에 대한 결과물을 받아 들고는
약간 계산을 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누나, 랠리포인트만 찍어. 이길 수 있어”
아나이스는 바닥에 고정시켰던 시선을 올려서 건호를 쳐다보았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건호가 그런 얘기를 했을지 아나이스는 궁금해졌다.
그리고 건호는 차분하게 자신의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르두크도 그 전략을 조용히 경청했고 떨리던 아나이스의 손은 조금씩 안정되고 있었다.
잠시 후
아나이스는 잠깐 손을 풀면서 랠리포인트 찍는 것과 저그의 드래그 생산,
딱 두 가지만 연습하고 게임에 임했다.
5...4...3...2...1
최후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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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템. 아나이스 2시 저그, 패러독스 6시 프로토스
패러독스는 아나이스가 저그를 선택한 모습을 보고는 약간 안도를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했다.
자신의 스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박살난 지금 확실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
게임전 패러독스는 능력치 측정기로 아나이스의 스펙을 체크해 보았다.
player : chobo_devil
states
컨트롤 20..
전략성 5..
생산력 10..
승부욕 60
침착성 80
total rating power 740...
passive skill : 0
unique skill : 1
게임 능력치 740. 원래는 조금 더 잘했는지 몰라도 지금 현재 컨디션에선 저렇다.
패러독스는 아나이스가 자신의 현재 게임 능력치인 780보다 더 약한 플레이어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나이스의 스킬이다.
하지만 그것도 문제될 것은 없다.
패러독스가 아는 한 자신과 똑같은 스킬을 가진 자는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스킬은 이 <승부사의 무덤>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곳 외에 다른 곳에서 게임을 했다면 당연히 인과율에 적용을 받는 스킬을 사용했을 것이며
그것은 패러독스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어떤 상황이건 게임을 완전히 무효로 만들어버리는 스킬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패러독스의 그런 추리는 모두 사실이었다.
아나이스의 스킬로는 일반적으로 경기할 때 절대로 패러독스에게 대적할 수 없다.
어쨌든 공격유닛이 나와야 게임을 끝낼 수 있는데
그 공격유닛 나오는 순간 패러독스는 <교환>을 시전하면 끝이다.
‘어라’
그런데 패러독스는 약간 불편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신의 본진에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곳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패러독스가 3번째 게이트를 짓기 위해서 건설명령을 내렸을 때 발견되었다.
각종프로그램 버그는 아니다.
지옥에서 쓰는 컴퓨터와 프로그램은 그것을 모두 극복해낸 제품이었다.
이것은 분명히 상대의 스킬이다.
패러독스는 얼른 다른 곳에 건물을 지었고 거기엔 건물이 지어졌다.
하지만 잠시 후 패러독스는 자신의 본진에 점점 건물이 지어지는 곳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야 했다.
대체? 상대의 스킬은 무엇인가? 불안감을 넘어 공포가 패러독스를 엄습하고 있었다.
그렇다. 저그를 선택한 아나이스는 <인비지블>상태에서 상대의 본진에 해처리러시를 한 것이다.
6번째 드론으로 정찰을 보내며 상대 본진이 발견되면 무조건 해처리 건설
그리고 <인비지블>드론2마리로 상대 언덕 입구를 막는다.
그리고 돈이 되는대로 크립콜로니를 추가하여 상대가 본진에 건물을 지을 곳이 없도록 철저하게 견제한다.
저그인 아나이스의 발전도 매우 느리지만 곧 본진에서 건물지을 공간이 아예 없어진
패러독스 역시 발전을 할 수 없다.
그렇게 패러독스를 봉쇄한 아나이스는 이제부터 마음 편하게 발전한다.
패러독스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대단한 스킬의 소유자가 있었다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유로 본진에 건물도 지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프로브를 밖으로 뺄 수도 없었다.
답답해졌다 자원은 계속해서 쌓이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그냥 <교환>을 시전할 순 없었다. 잘못 교환하면 필패다.
그리고 패러독스는 아직까지도 상대가 자신의 건물이나 유닛을 공격하지 않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것은 GG타이밍이 아니다.
그리고 상대가 지금처럼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는 것은 상대방이다.
게임을 지켜보는 건호로서는 잘되고 있었다.
문제는 컴퓨터 위의 붉은 불꽃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던 것이다.
건호가 아나이스에게 제시한 전략을 물론 매우 단순한 것이긴 하지만 몇가지 주의사항도 필요했다.
같이 게임을 지켜보는 마르두크도 입안이 타들어갔다.
그도 안다.
이 경기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문제는 시간이었다.
아나이스는 패러독스를 본진에 완전히 가두고 승리의 조건을 착실히 만들어갔다.
다수의 오버로드를 퍼뜨려 맵의 시야를 밝히고 드론을 통해서 몰래 건물이 없는지 철저하게 확인했다.
그리고 점점 승부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 업그레이드가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 막아두었던 패러독스의 입구를 열어주어야 한다.
패러독스는 자신의 본진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자신의 본진에 생각보다 많은 곳에 유닛이 이동할 수 없는 곳이 생겼던 것이다.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빽빽한 자리에 질럿이나 프로브가 이동할 공간이 없었다.
잠시 후
패러독스는 자신의 본진에서 서서히 형체를 가진 저그의 크립이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자신의 본진 전체를 뒤덥고 있는 크립이 반투명한 상태로 나타나고
이어 경악스러운 것은 자신의 본진에 저그의 해처리였다.
무려 숫자는 10개가 넘어보였다.
패러독스의 본진을 빽빽하게 채운 그 수많은 해처리에선 라바가 모두 어떤 유닛을 생산하고 있었다.
아직도 패러독스는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호의 전략은 그것이었다.
<인비지블> 상태에서 패러독스의 본진에 해처리 러시를 한다.
이후 크립코로니를 퍼뜨려가며 패러독스가 추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리고 <인비지블> 일꾼으로 입구를 막아놓는다.
그렇게 상대를 가두어 놓고 저그는 하이브까지 발전하면서 패러독스의 본진에 돈이 되는대로 해처리를 짓는다.
그리고 근거리 공격력 3업, 스포닝풀 속도업과 아드레날린업을 마친다.
모든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아나이스는 패러독스의 본진 각 건물에 각 해처리의 랠리 포인트를 지정한다.
한 건물당 해처리 2개정도의 랠리포인트를 지정한다.
그리고 10개 이상의 해처리에서 순식간에 드래그+Z로 모두 저글링을 생산한다.
아나이스가 건설한 해처리는 모두 14개,
공3업아드레날업 저글링이 무려 84마리가 동시에 생산되는 것이다.
꾸에에에엑!!!
패러독스의 본진에서 생산된 저글링은 그대로 랠리포인트 명령에 따라 패러독스의 건물에 자동으로 건물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자동으로 건물을 타격하기 시작한다. 컨트롤은 없다.
모두 랠리포인트를 통해서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탐욕스러운 저글링은 무서운 속도로 건물의 체력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아악!!”
그 모습을 본 패러독스는 즉시 일어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ㅥㅱㅸㅴ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주문이 모두 끝나기 전에 건물이 모두 파괴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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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가 제4경기에서 핵러시를 하며 마르두크에게 부탁한 것은
패러독스의 마법시전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재달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무려 19초!! 핵이 떨어지는 급박한 순간에 가장 빠르게 주문을 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초였다.
건호는 핵러시를 계획하며 패러독스의 주문시간이 긴 것을 알고 있는 있었지만
정확한 시간은 몰랐다.
그래서 핵조준을 하고 나서 주문이 시작되자 핵을 취소했다.
핵의 딜레이 타임은 13.5초.
사실상 건호는 핵을 취소하지 않았어도 그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패러독스의 최대속도의 주문시전시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크립으로 인해서 발전에 제한을 받은 패러독스 본진의 건물은 고작 8개....
이미 저글링이 달라붙으면서 패러독스가 주문을 시전했기 때문에 사실상 경기는 끝난 것이었다.
콰콰콰쾅!!!
Paradox was elimin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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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다!!!”
짧은 감탄사로 아나이스가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건호 쪽의 초록색 불꽃이 또다시 올라왔고 그 숫자는 3개가 되었다.
승리의 건호팀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난공불낙의 성처럼 보였던 패러독스의 스킬인 <교환>이
이렇게 극적으로 격파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정말 어려웠어!!! 해처리 몰아 짓고 하이브 올리고 공3업이라니!!!
난 스타하고 나서 이렇게 짜증나는 작전 해보는 거 처음이었어!!!”
가식 없는 아나이스의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난 아나이스가 너무 바보같이 발전하길래!!!
시간 오버되서 다 죽는 줄 알았어!!!
건호도 역시 환희의 순간엔 솔직했다.
<전략도 이상하고 하는 것도 플레이도 구리고!!!
난 사실 유서를 다 써놨어!!!>
라며서 마르두크는 자신의 유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야호.....!!!!”
환희의 내용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이미 이성이 마비된 그들에겐 의미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같이 환호하고 있었다.
“........!!!!”
하지만 패러독스는 반대로 패배의 아픔을 곱씹고 있었다.
건호는 그런 패러독스의 얼굴을 바라보고 보았다.
“........!!!!”
그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패배자의 얼굴이었다.
패러독스의 스킬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너무나 그 스킬만을 믿고 무조건 패배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만약에 건호라면 1판 2판을 지더라도 <교환>타이밍을 다양하게 내놓아 상대를 당황시키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패러독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패러독스는 너무나 승부 그 자체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
어쩌면 <승부사의 무덤> 그 안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패러독스 자신일지도 모른다.
“........!!!!”
여전히 패러독스는 패배의 굴욕을 곱씹고 있었다.
패로독스는 생각했다.
자신이 패배한 이유는 단하나 스킬의 부족... 시전시간의 길이...
그리고 <교환>의 찬스가 단 한번 뿐이었다는 것. 그것 때문에 졌다고 생각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자신이 승부에 임하는 자세가 잘못되었다든지 게임실력이 부족한 것 때문에 패배했다고는
이 순간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쟀든 아나이스는 그런 패러독스를 바라보고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 피어씽 뭐 할 말은 있어?
어쨌든 지금 패러독스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말했다.
스스로에게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저를 살려주십시오.”
승리에 기뻐하던 일행은 말줄임표를 끝낸 패러독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존댓말이 튀어나온 것도 그렇고 그 어투도 매우 공손하게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아나이스였다.
그러자 패러독스는 무릎을 꿇더니 땅에 고개를 숙이고 큰절을 하기 시작했다.
“돈과 아이템을 드리겠습니다.
어서 빨리!! 저 불꽃이 꺼지기 전에 함께 <승부는 무효다>라고 선언해주세요!”
패러독스의 설명에 따르면 건호들은 붉은 불꽃이 꺼지면 자동으로 원하는 곳으로 워프한다고 한다.
그러나 붉은 불꽃이 꺼지기 전에 <승부는 무효다>라고 선언하고 뒷문으로 나가면 지상으로 나갈 수 있고
승패는 무효가 되고 기록에 남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 버린다는 것이다.
“오호... 너도 죽는 건 두려운 모양이군. 하지만 싼 값엔 안 돼.”
어느덧 아나이스는 팀의 재무대리인이 되어 협상을 시작하고 있었다.
“당연하죠. 돈은 500만 조단 진귀한 아이템이 드립니다.
지금 빨리!!! 무효선언을 부탁합니다.”
순간 건호도 눈이 돌아가는 액수였다.
패러독스의 부하들이 갑자기 우르르 나타나 돈상자2개와 보물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그들도 같이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템은 뭔데? 비싼 거야?”
“여기 있습니다. 팔면 1억조단이 넘는 돈에 해당하는 특수아이템이지요.”
패러독스는 보물상자같은 곳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냈다.
암록색의 보석이 박힌 은색 목걸이였다.
“이름하여 <마인드 오프 파워> 하지만 이 존재를 아는 자는 매우 드물죠.”
“아이템은 하나뿐이네?”
“네 돈을 가지실 분은 돈을 선택하고 아이템을 원하시면 이걸 선택하세요.
제발.... 제발 빨리!!! <승부는 무효다>라고 선언해주세요”
건호는 갑자기 그 아이템에 눈이 갔다.
그리고 건호는 아나이스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아이템이 뭐야?”
“지옥에선 장착하면 스킬을 발휘할 수 있는 각종 아이템이 있어.
저것도 그런 아이템의 일종일 수 있고.”
“쓸모가 있는 건가?”
“전문 감정사나 마력에 강한 악마가 되어야 알아 볼 수 있지.”
<대부분 아이템은 감정 후에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둘 중에 하나다...>
“감정비 10만조단도 보너스로 드릴게요...
어서 지금 승부는 무효라고... 선언을....급합니다!!!!”
건호는 지옥에서의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아나이스, 아수라, 패러독스,
그리고 마르두크까지 모두 한 가지 이상의 게임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스킬이 필요하다.
건호는 돈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강력한 능력이 추가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동료들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했다.
“제발 긴 생각은 나중에!!! 어서 승부는 무효다 선언을!!!”
패러독스는 절규했고 건호는 이번에는 아나이스에게 물었다.
“마르두크 아나이스 너희들이 돈을 가지고 난 아이템을 가지면 안 될까?”
“글세”
<글세....>
계속해서 붉은 불꽃의 크기는 줄어들고 있었다.
“제발!!! 고민은 그만 하시고 지금 <승부는 무효다>라고 선언을!!!!”
그래도 건호 일행은 천천히 아이템과 돈에 대한 분배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마르두크와 아나이스는 그 아이템을 잘 살펴보더니 골똘히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말과 메모를 통해서 팀원은 건호에게 의사를 표시해왔다.
아무래도 그들의 마력으로는 그 아이템의 가치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패러독스는 그 시간이 죽을 만큼 길게 느껴졌다
“제발.... 돈을 선택하신 분들께는 추가로 돈을 500조던씩 더 드릴게요!!!!
불꽃이 꺼지면 드리고 싶어도 못 드려요!!!”
부하들이 돈가방을 3개 더 가져오고 그것을 나누어가지자.
건호 일행은 합창으로 말했다.
“승부는 무효다!!!!”
갑자기 마법진에서 초록색 빛이 나더니 붉은 불꽃은 푸른색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러더니 패러독스는 탈진한 듯 바닥에 그대로 꼬꾸라졌다...
“후유.....”
그것은 패러독스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뭐 건호 일행이 특별히 그들은 곤란하게 하려고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어쨌든 그들은 각각 1천만 조단의 돈과 아이템을 챙겼다.
“나가는 길은 이쪽입니다.”
패러독스는 친절하게 일행을 안내했다. 옷이 없었던 아나이스에게 간단한 옷도 주었다.
승부사의 무덤은 바다 한가운데 바위섬에 있었다.
건호일행이 밖으로 나오니 시간은 한 낮이었고 넓은 수평선이 보였다.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섬의 중앙엔 포털이 몇 개 보였다.
그곳엔 헬게이트시티로 라고 표시된 포털도 보였다.
그곳을 건너면 바로 헬게이트 시티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건호는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템도 얻었고 동료들이 자신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로 영웅이 된 기분도 들었다.
그때였다.
‘피우우웅’
포털을 통해서 몇 사람들이 워프해 왔다.
검을 든 덩치 큰 사람들이었다. 그중엔 건호가 아는 얼굴도 있었다.
“라데온?”
검은망토의 기사인 라데온은 부하를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뭐야? 구하러 왔는데 게임을 벌써 한 것인가? 어떻게 나왔지?”
라데온은 건호와 아나이스 그리고 마르두크를 보았다.
건호가 자초지조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라데온은 최종적으로 건호가 들고 있는 암록색 보석이 박힌 목걸이 아이템에 눈길을 보냈다.
“호...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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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을 시켜서 문을 단단하게 걸어 잠근 패러독스.
금일 영업을 마친 패러독스는 휴식처로 몸을 옮겼다.
주로 업무는 밤에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이만 휴업이다.
오늘도 패러독스가 패배한 날이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날이지만.
그대로 오히려 다른 날보다는 재미있는 게임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패러독스는 위에 올라간 건호 일행을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승부에 대해서 생각했다.
“후후후 꼬마야 그 아이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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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은 그 <마인드 오브 파워>라 일컬어지는 목걸이 아이템을 손에 대고 잠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감정할 필요도 없다. 아무 마법도 느껴지지 않는다.”
“뭐예요?”
“싸구려 보석이 박혀 있으니 팔면 한.... 10만 조던 정도는 나올지도 모르겠군.”
건호는 갑자기 일행을 돌아보았다.
“키키키킥”
아나이스는 웃고 있었고 마르두크는 <^^;;>표시의 메모장을 들고 있었다.
라데온은 그 둘을 잠시 응시하더니 말했다.
“마력이 있는 저 둘은 이게 사기아이템인 것을 알고 너에게 떠넘긴 것 아닌가?”
“뭐야? 너희들?!”
“무슨 모함을 하는 거예요? 우리는 건호가 먼저 갖고 싶다고 해서 준 거 뿐이라고요.”
아나이스와 마르두크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 표정에는 조소와 조롱이 숨겨져 있었다.
사실 아나이스와 마르두크가 돈과 아이템을 나눌 때 너무 순순히 굴었다는 것은 어떤 복선과 같았다.
팔면 1억조단이라고 했는데 그걸 너무 쉽게 돈과 나눴던 것이다.
둘과의 분배는 지나간 일이고 패러독스에게 따지고 싶었다.
“패러독스 이 자식”
건호는 다시 자신들이 나온 동굴로 들어가 보았지만 거대한 철문이 굳건하게 닫혀져 있었다.
건호는 다시 포기하고 지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푸른 하늘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자 소년. 돌아가자. 아수라와의 승부에서 넌 멋지게 해줬으니
내가 약간 도와주겠다. 그만하고 돌아가지.”
건호는 아직 분이 덜 풀린 얼굴이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나이스와 마르두크에겐 진짜 돈을 줬으니까.
혹시 몰라. 이거 정말 진귀한 아이템일 수도 있다고”
건호는 침착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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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게이트 시티의 워프 톨게이트로 워프한 건호 일행은 맨 먼저 은행을 찾았다.
“이것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위조지폐입니다. 경찰서에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나이스와 마르두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라데온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자신이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빼서 건호에게 돈을 지급해주었다.
“자 소년 백만 조단이다. 혹시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지.”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되었다.
건호는 그 자리에서 통장을 개설했고 라데온에게 받은 돈 전부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입금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패러독스가 준 돈 중에서 건호에게 준 감정비 10만조던은 진짜 돈이었다.
그리하여 건호는 원래 가지고 있던 20만 조던과 더해 모두 130만의 조던을 가지게 되었다.
라데온은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건호는 그런 라데온에게 물었다.
“당신도 게이머 입니까?”
라데온은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건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었나 보군... 뭐 나와 승부하게 될 때를 먼저 걱정하는 모양인데.
그러나 안심해라. 당분간 너와 싸울 일은 없을 테니.”
그리고 라데온은 고개를 돌려서 부하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건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어내는 라데온이 게이머라면 그도 강적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건호의 옆에서 아나이스가 말을 거들었다.
“나 저 사람의 정체 알아.”
“그래?”
<나도 알아>
마르두크도 메모장으로 거들었다. 그리고 아나이스가 재빨리 한마디를 덧붙였다.
“궁금해 죽겠지? 우린 배고파 죽겠다.”
건호 일행은 그리하여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물론 빈털터리인 아나이스와 마르두크가 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건호가 밥을 사야했다.
마치 거식증에 걸린 것처럼 우걱우걱 먹는 아나이스와 마르두크를 보면서 그래도 건호는 뿌듯한 마음이 생겼다.
어쨌든 목숨은 건졌고 친구를 얻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나이스는 식사를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라데온의 정체는 뭐야? 알긴 알아?”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이지”
“다 먹으면 말해줄게”
라면서 둘은 계속해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참 그 목걸이는 안 버릴 거야?”
“이거?”
건호는 어느덧 자신의 목에 건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거잖아. 내가 비싸게 팔아줄 수도 있는데...”
“글세...”
그래도 건호는 그 목걸이를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유는 없었다.
건호는 이 목걸이의 다지인과 그 암록색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냥 뭐 지금은 가지고 있지 뭐.”
“그렇군.”
“그건 그렇고 그 사람의 정체 말이야. 대체 뭐지?”
“1회 우승자야.”
“1회 우승자?”
건호가 의아해 하고 있을 때 마르두크가 메모를 적어서 보여주었다.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1회 우승자 라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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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패러독스의 승부사의 무덤은 조용했다. 다른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날이 저물고 있었는데 또 다른 손님이 찾아 왔다. 그도 저주를 받은 것인지 동굴에 안쪽에 워프를 했다.
그들은 3인이었다. 그들은 강제로 동굴 안쪽의 문을 열었다.
“패러독스를 불러라.”
“뭐야 지금은 패러독스 주인님이 쉬신다.”
패러독스의 부하 하나가 말했다.
“잔말이 많군.”
3인중 가장 건장한 자는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은 유효한 수단이 아니었다. 칼은 패러독스의 부하를 그냥 지나쳐 지나갔다.
칼을 휘두른 건장한 자는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흠 역시 소문대로군... 승부를 해서 패배시켜야 죽일 수 있다는 것인가?”
3인 중 가장 체구가 작은 사람이 말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음산한 분위기가 풍겨왔다.
그러자 동굴의 홀 저쪽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웬 놈들이냐?”
3인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거기엔 패러독스가 서 있었다.
3인은 모두 시선을 패러독스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가장 체구가 작은 사람이 말했다.
“당신 그 물건을 아직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놔라.”
“뭘 말하는 거냐?”
“한심하군, 뭘 말하는지도 모르는가?”
패러독스의 얼굴에선 의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3인의 무리 중에서 체구가 작은 사람은 쉽게 말을 이어갔다.
“좋아.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승부니까... 자백은 나중에”
자세히 보니 3인 중에서 지금껏 한 번도 미동하지 않은 자가 있었다.
그는 계속 쓰러져 있었다. 3인중에서 체구가 작은 이는 손에서 검은 연기 같은 기를 뿜어 올리더니 쓰려져 있는 자에게 던졌다.
쓰려져 있는 이는 신음소리만 내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난 이 사람을 저주했지... 무려 3세람분의 저주를 덧씌웠으니
당신과 1대1대적도 룰상으로는 문제없을 거야 자 돈은 여기...”
덩치가 큰 이는 돈가방을 패러독스의 부하에게 내밀었다.
패러독스는 3인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히 자신을 위협하러 온 자들인데
같은 일행으로 여겨지는 자를 마법을 통해서 저주를 걸고 자신에게 돈을 내고 게임을 시킨다는 것.
그리고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다음이었다. 패러독스는 물었다.
“그 자는 시체가 아닌가? 살아 있는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군.”
“100년... 아니 그 이상 저주를 받아온 무엇인가의 결과지...
어쨌든 게임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우리는 당신을 이겨서 자백하게 만들 거구.”
정말 알 수 없는 무리였다.
체구가 작은 자는 상급에 속하는 악마처럼 보였고 체구가 큰 자는 하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