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
2009/05/28 21:21:25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18화 - 승자의 얼굴 |
[소설] 불멸의 게이머 18
18 승자의 얼굴.
‘일꾼 버리지 마. 그냥 이겨 버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언제 아나이스가 그런 마음을 먹었는지 건호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나이스가 그런 마음을 먹을 만큼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건호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건호는 아나이스가 자신에게 무슨 존재였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는 의무도 생겼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리고 건호는 자신이 생각보다 아나이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건호는 아마트라의 사무실로 찾아가 그 계약서를 보여주고 계약 파기 가능성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이 계약서는 피의 계약서다. 기억 안나나? 너도 했었을 텐데.
양쪽 모두 라이프의 반을 걸고 계약한 거다. 중도 파기는 없다.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는 수밖에 없어.”
아마트라는 그 계약서를 면밀히 검토하며 말해주었다.
“조직에서 힘을 좀 빌려주면 안 돼? 재협상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아마트라는 쓴 웃음을 지었다.
“너나 나나, 지금 둘 다 목이 날아가기 일보직전이야.”
그리고 아마트라는 건호에게 계약서를 돌려주며 말했다.
“혹시 상대가 계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내가 도와주마.
계약서로 돈 뺏고 협박하는 건 내 전문이니까. 하지만 네가 계약을 어긴다면 난 절대 도와줄 수 없다.”
건호는 착잡한 얼굴로 아마트라가 내민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아마트라는 이어 그답지 않게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어쩌면 이건 기회다. 네가 계약을 불이행한다고 해도.
너에게 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아나이스가 희생하는 거다. 정말 그 여자가 너를 위해서 제대로 계약을 한 거라고”
아마트라의 분석은 정확했다. 이 순간만큼은 아마트라가 자신보다 아나이스의 심중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호는 아마트라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
건호는 공원으로 나왔다.
언제나 마음이 울적해지면 찾는 이 공원은 사람의 인적이 드물었고 건호가 조용하게 마음을 정리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건호는 자신에게 되물었다.
‘아나이스는 내 친구인가?’
그러나 그 질문은 정말 건호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건호에게 친구가 생긴다는 것은 인생을 바꿀 큼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건호가 지옥에 와서 이 고생을 하면서 게임을 하게 된 것은
자신에게 ‘살아라’라고 말했던 사람 ‘세일즈맨 테란’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래서 건호는 즉시 질문을 바꾸었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하지만 이 질문도 역시 건호를 끝없는 미궁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과거 건호는 재미삼아 하수를 상대로 2마리 일꾼으로 게임을 시작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 떼어낸 2일꾼으로 견제하고 정찰을 했었다.
이번 조항은 그게 아니다. 그냥 버리는 것이다.
잠시 후 건호는 엄청나게 머리가 아파졌다. 도저히 이길 만한 가능성이 생각나지 않았다.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초반을 그대로 놔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건호는 벌써부터 패배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그 얼굴부터 바꾸는 게 어떨까?”
누군가 공원이 다른 벤치에 앉아서 허공에 대고 얘기하는 것이 보였다.
그가 건호를 향해서 얘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혼잣말을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건호는 이 한적한 공원에 다른 사람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다.
“아무리 봐도... 그건 승자의 얼굴이 아니야.”
공원에서 혼잣말로 건호에게 대꾸하고 있는 건 바로 예의 테러 조직의 박사였다.
건호가 보기엔 그저 보통 노인. 얼굴엔 보기 좋은 주름.
그는 허공에 시선을 두고 말하고 있었다.
건호는 아직도 그가 건호를 향해서 말을 걸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잘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저한테 하는 얘기인가요?”
“승리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하는 얘기지.”
그제야 테러조직의 박사는 건호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건호는 그 노인의 정체를 알 수 있을 리 없었지만 그에게서 어떤 존재감을 느꼈다.
그리고 노인의 그런 표정은 건호를 매우 편안하게 했다.
“내 이름은 말콤박사. 스타크래프트 팬이지. 자네를 응원하고 있어”
“아... 네.”
“승자의 표정을 하라고. 그래야 다음에 이길 수 있어.”
말콤 박사는 건호의 손을 한번 마주 잡고 나서 웃으며 돌아섰다.
그리고 다른 말도 없이 사라졌다.
건호는 말콤 박사가 자신에게 무엇을 조언해주었는지 아니면 너무나 축져진 건호가 안쓰러워서 위로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딱 거기까지 생각하고 건호가 있을 때였다.
‘툭’
누군가 건호를 건드렸다. 건호는 흠칫 놀랐다. 마르두크였다.
<건호!>
“앗!!! 마르두크 또 갑자기 나타나고 그래?!”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라 마르두크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말콤 박사에 이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니 너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짜증내는 얼굴은 마르두크도 마찬가지였다.
<임마. 왜 전화 안 받아? >
사실 건호는 아나이스가 자신을 부를 때 전화를 꺼 놓고서는 계속해서 그 상태였다.
당연히 마르두크와 연락이 안 되었을 것이다.
그가 건호를 몇 번을 찾았건 간에. 마르두크는 다시 메모를 적어서 말했다.
<아나이스의 전언을 알리러 왔다>
----
아나이스는 구아리오와 건호가 연습하는 도중에 마르두크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겼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작전에 관한 설명이었다.
건호에게 그것을 직접 말한다면 건호가 제대로 연습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마르두크에게 사실을 전달해 두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르두크는 어제부터 건호와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건호가 계속해서 연락두절 상태였던 것이고.
따라서 이제야 건호는 아나이스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된 것이다.
‘...아무튼 마르두크... 핸드폰 폭탄으로 문을 부수고 녀석들 조직에서 도망칠 거야.
걱정말라고 전해줘. 잘 될 진 모르지만... 그리고 니가 건호 녀석을 좀 봐줘.
혹시 집에 자빠져 있으면 때려서 깨워서 연습시키고. 내가 없다고 울면 니가 좀 요령껏 달래봐....’
음성메세지는 거기서 끝나 있었다. 그리고 마르두크는 글을 적었다.
<자 울어. 형이 달래 줄게.>
“닥쳐”
아무튼, 아나이스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희생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나이스 자신만이 납득할 수 있는 허황된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피의 계약서인데 계약 불이행은 문제가 되는 거 아냐?”
<그렇지>
“작은 폭탄 하나로 거기에서 나올 수 있을까?”
<글세...>
“그냥 나를 안심시키려고 거짓말 하는 건가?”
<확실히 거짓말을 잘하긴 하지.>
결과적으로 상황은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
건호는 다시 한 번 아나이스가 무모한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엔 그 무모함이 건호 자신 때문이라는 것이 차이가 있었지만. 문제는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쨌든 건호는 이 상태로 해결되는 것이 없다는 것으로 판단 마르두크에게 말했다.
“도와줘 연습하러 가자.”
----
아마트라 조직이 운영하는 게임장으로 갔다.
다른 날과 달리 오늘은 제대로 돈을 받는다는 것에서 경악을 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2패를 한 후 조직에서 모종의 조치가 취해진 것 같았다.
건호는 치사하고 아니꼬웠지만 돈을 내고 마르두크와 연습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꾼 2마리를 빼 볼게.”
<정말 무모한데.>
마르두크가 맵에디터를 조금 다룰 줄 알기에 구아리오의 스킬과 비슷하게 세팅하고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마르두크가 완벽하진 않지만 약간 떨어지는 구아리오과 게임실력을 엇비슷하게 맞춰주고자 최대한 노력했다.
하지만 게임의 결과는 마르두크가 실력조절에 실패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처참했다.
<순식간에 0승7패로군...>
3종족을 모두 플레이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당연하다. 일꾼이 2마리 빠진 것을 아는 순간. 상대는 초반에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다. 일꾼 2마리의 차이로 초반 1질럿 1마린 1저글링 모든 것이 엄청나게 늦을 수밖에 없다.
상대가 극단적으로 공격적으로 플레이한다고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다.
공격해도 부유하다.
상대와의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초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시뮬레이션으로는 충분했다.
정상적인 연습게임에서 건호와 마르두크의 마지막 승률은 건호가 6할이 넘었고 마르두크가 4할이 안되었다.
따라서 건호가 마르두크를 상당히 앞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일꾼 2마리를 뺀 차이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더 큰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
0승16패
어느덧 밤이 넘어갔고. 게임장에도 사람이 많이 사라졌다.
“2분을 백-스탑하는 아수라의 스킬보다 더 가혹한 조건이야.”
건호는 말했다. 일꾼2마리의 차이는 그만큼 컸다.
그리고 거기에 구아리오의 사이오닉 스톰 스킬도 맞상대하려고 하니.
그러니 이처럼 이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마르두크도 거기에 동의했다. 그때 건호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번엔 1마리만 빼볼 게.”
건호도 슬슬 2마리 빼고서는 게임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슬쩍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건호가 구아리오와 마르두크의 실력차이를 인지한 것 때문일까?
‘1마리라면...’
1마리라면 마르두크도 잘하면 져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1마리 차이도 매우 컸다.
지고 싶어도 질 수 없을 정도로...
결국 마르두크는 져주는 것도 포기하고 마음 놓고 건호를 마구 이기고 유린했다.
----
몇 판을 일꾼을 1마리를 빼는 것으로 조건을 바꿔도
건호는 마르두크에게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2마리 때보다야. 조금 나은 점이 있었다고 해도.
“우걱우걱”
건호와 마르두크는 일단 싸구려 빅파이로 배를 채우고 다시 게임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건호가 말했다.
“마르두크 너 아무래도 실력이 늘어난 것 같아.”
<글세...>
“아니면 내가 줄었거나.”
사실 건호가 대회에서 2패 후 좌절하는 동안 잠깐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잠깐 실력이 줄어든 것은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구아리오 연습을 시켜준 것은 건호 자신에겐 제대로 된 연습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번엔 그냥 1대1 해보자.”
마르두크는 건호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계속해서 진다면 건호도 자신감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마르두크 이번 초반엔 네가 조심하라고”
<얼마든지>
그러나 마르두크도 건호에게 져줄 수가 없다.
제대로 플레이하는 건호는 절대 그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마르두크는 정상적인 연습게임에서 마지막 4연패로 건호에게 패배하며 마감한 바 있었다.
마르두크도 이를 악물고 게임한다.
그렇게 둘은 게임을 시작했고 게임은 초반에 끝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흘렀다.
게임시간 26분 31초
임건호 접전 끝에 마르두크에 패배.
----
게임의 결과에 대해선 마르두크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을 6할 아니 7할 가까이 압도하던 건호가 그냥 정상적인 게임에서 패배했다.
게임 내용도 문제였다.
건호의 날카로운 초반은 완벽하게 사라져 없어졌고
이상하게 웅크린 초반이 지났지만 물량도 시원치 않았다.
컨트롤은 그대로 살아 있었지만.
예전과의 경기와 비교해서 발전 속도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
마르두크는 리플레이 파일을 열어서 보려고 했다.
“제발 부탁이야!!! 보지 마!!”
건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목이 메는 듯 건호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마르두크가 살펴보니 건호는 키보드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으흐으흐..으..흐"
건호는 울음도 아닌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심하군.”
그때 어느덧 아마트라가 나타나 건호와 마르두크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트라는 건호와 마르두크의 상황을 번갈아 살펴보고 말했다.
“완전히 망가졌군.”
건호는 고개를 들어 아마트라를 바라보았다.
아마트라는 건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그냥 해도 구아리오에게 지겠는 걸.”
건호가 먼저 아마트라의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트라는 그런 건호에게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아마트라는 그 분노를 삭이고 삭이며 필요한 말을 했다.
“알겠나? 지금 처지를? 넌 누굴 동정할 처지가 아냐.”
아마트라는 건호에게 그렇게 묻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건호가 무엇인가 대답을 해야할 차례다.
건호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드디어 온 것이다.
건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버린다. 아나이스를”
----
건호는 거기서 그날 연습을 접었다.
이미 건호는 많은 게임을 연습해서 피곤에 지친상태였다.
건호는 그대로 자신의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
아나이스가 없는 옥탑방은 한없이 고요하고 적막했다.
건호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겉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자신이 내는 소음 하나하나가 정말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물기를 말리면서 건호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건호는 거울을 보면서 얘기했다.
“승자의 얼굴이라고?”
건호는 고개를 숙였다가 일그러지는 얼굴을 바로 잡고 다시 거울을 향해 말했다.
건호는 거울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미안해 아나이스. 너를 죽이고, 난 이긴다.”
건호는 옥탑방에 불을 껐다.
----
드디어 16강 제 6회차 경기 일이었다.
“오늘 대부분의 8강 진출자가 가려집니다. 현재 재경기 가능성이 있는 조는....”
A조에선 현재 볼데카 2승 히로스 2승1패.
파푸거 1승1패, 미시마 3패였다.
오늘 경기는 볼데카와 파푸거의 경기. 여기서 파푸거가 승리하면 A조는 2승1패로 재경기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재경기는 생기지 않았다.
“네 볼데카 선수 <미러이미지> 파푸거 선수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패배합니다.”
파푸거는 <미러이미지>의 맵적 비대칭성 파해를 끝내 적용시키지 못하고 패배했다.
A조는 재경기 없이 조1위 볼데카 조2위 히로스로 마감했다.
이어 경기는 B조로 넘어갔다. B조는 현재 카츠 2승 마혼 2승 다리우스 1승2패 에우리온 3패였다.
오늘 경기는 진출이 결정된 카츠와 마혼의 경기 역시 맥이 빠지는 경기였고
오늘 경기에선 이상하게 마혼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카츠 선수 오늘 이기고 조1위 마혼 선수는 오늘 설렁설렁 하는 느낌이네요. 전력분석을 꺼리는 것 같군요.”
B조는 카츠1위 마혼은 조2위 16강 진출.
마혼이 너무 노골적으로 져주기를 하는 것이 다소 팬들을 실망시켰다.
C조도 B조와 상황이 비슷했다. 마르두크 2승, 엑스투스 2승.
슈아타 1승2패, 레골드 3패. 오늘 경기는 진출이 확정된 마르두크와 엑스투스 간의 경기였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마르두크 선수 오늘도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군요.”
이상하게 오늘은 엑스투스에게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인지
그게 원래 정상이어야 하는지 다소 무력한 경기를 보이고 있었다.
“컨디션은 어때?”
함께 경기를 관전하던 아마트라가 물었다.
“좋아.”
건호가 대답했다.
오늘은 아나이스 대신 아마트라가 건호의 동료로 대기실에 함께 와 있었다.
건호는 약간 수척한 얼굴이었지만,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건호와 아마트라는 미리부터 대회장에 와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구아리오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오... 임건호 고수. 안녕하신가?”
구아리오는 능글능글한 목소리로 건호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건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
구아리오는 건호의 무뚝뚝한 태도에 만족할 순 없었지만.
그러나 이내 다시 표정을 정리하고 게임을 준비하기 위해서
부하와 함께 자신의 컴퓨터를 세팅 준비하고 있었다.
“.......”
건호는 아마트라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약간 조용한 분위기가 되자.
건호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구아리오는 조용히 건호의 옆으로 다가가 앉아서 얘기했다.
“이봐 꼬마...조언을 해줄게.”
구아리오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건호의 귀에 조그맣게 얘기했다.
“너 혹시 그 여자가 극적으로 도망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
건호가 말이 없자.
구아리오는 더욱 능글맞은 표정으로 얼굴을 바꾸더니 말했다.
“시치미 떼지 마. 실낱같은 희망이나마 믿고 있는 거잖아.
그 여자가 도망쳤을 거라고... 하지만 아냐.
내가 어제 그 여자에게서 폭탄을 압수했지. 성능 괜찮은 폭탄이더라고.
내가 방심했다면 큰 일 날 뻔 했지만, 난 의심이 많아서 말이야.”
건호는 역시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구아리오는 말했다.
“자 니들의 작전은 모두 끝이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시킨 대로 해라.”
구아리오는 거기까지 말하고 다시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기 위해서 고개를 돌려 앉았다.
하지만 잠시 후 구아리오는 이상한 소음이 들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우우우웅’
처음엔 구아리오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건호 쪽에서 그 소음이 들려오는 것을 느끼니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우우웅’
구아리오는 고개를 돌렸고 그리고 건호의 팬던트가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건호는 눈을 뜨고 구아리오를 똑바로 보고 말했다.
“구아리오.”
건호는 무표정한 얼굴에서 그다지 높낮이가 없는 말투로 말했다.
건호의 팬던트는 ‘우우우웅’ 소리를 내며 더 크게 빛나고 있었다.
“초반에 끝내 줄게.”
구아리오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되물어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되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건호는 계속해서 말했다.
“오늘은 오래 하기가 조금 귀찮아. 그러니까 초반에 끝내 줄게.”
구아리오는 팬던트가 빛나고 있는 것과 건호가 무뚝뚝한 말투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특히 구아리오는 그 팬턴트에서 아무런 마력도 느낄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것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너.... 일꾼을 빼지 않을 건가?”
“그래.”
건호는 일말에 고민도 없이 얘기를 이어갔다.
“난 무조건 이기고 싶어.”
그때 C조의 경기가 끝나고 진행요원이 말했다.
“자 다음경기. 구아리오 임건호 나오세요.”
건호는 주저 없이 먼저 일어섰다.
진행요원은 두 사람이 미리 세팅해 놓은 피시를 들고 먼저 게임스테이지로 나갔다.
건호가 먼저 나간 자리에서 구아리오는 잠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예상과는 뭔가 틀어진 것을 깨닫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녀석! 누구 맘대로 이겼다는 식으로...”
구아리오는 혼잣말을 지껄이고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서 게임 스테이지로 나갔다.
----
전경기에서 엑스투스에게 가볍게 승리한 마르두크는 기자실로 가는 길에 건호와 통로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마르두크는 미리 준비한 듯한 메모를 보여주었다.
<이기는 구나.>
“그래.”
건호는 마르두크게에 간단히 대꾸하고 곧 게임석으로 들어갔다.
중계진들의 멘트가 들려왔다.
“자 오늘 마지막 경기. 재경기냐 아니냐. 두 선수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승부가 펼쳐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 모두 오늘경기를 통해서 최선을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건호는 손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호는 정신을 집중한 탓인지 자신의 아이템인
<마인드 오프 파워>가 방금 전 빛을 발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
8강에 진출한 마르두크는 기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먼저 오늘 게임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은 후에 앞으로의 전망을 묻고 있었다.
“8강에 진출한 소감은 어떤가요?”
<기쁩니다. 마지막 상대가 너무 이상하게 해서 경기에 맥이 좀 빠졌지만...“
“8강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요?”
<다 비슷하지만 카츠가 좀...괜찮고 실력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역시 그렇군요. 그럼 혹시 8강에서 피하고 싶은 상대가 있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임건호입니다.>
----
임건호와 구아리오가 손을 푸는 동안, 해설가 비루라는 말했다.
“임건호 선수 2패를 했다고 해서 이 선수가 절대 약한 게 아닙니다.
이 선수는 분석 후 게임을 하며 정말 강력해서 예선에서도 그랬죠.
구아리오에 대해서 충분히 분석할 시간이 있었던 만큼 오늘은 이 선수의 진가가 드러나는 날이죠.”
“하지만 구아리오 선수도 과거 화려한 경력답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엑세돌도 부연했다.
“구아리오 선수의 스킬은 좋은데 과연 템플러 테크 갈 때까지 임건호 선수가 그대로 놔둘 것이냐 그게 관건이군요.”
“임건호 선수는 초반이 날카롭습니다.”
그 멘트는 게임을 준비하는 구아리오에게도 똑똑히 들렸다.
----
기자실에서 8강에 진출한 마르두크의 인터뷰가 계속되고 있었다.
“오호.... 임건호는 아직 진출도 하지 않았는데... ”
“임건호의 8강 진출을 확신합니까?“
<그렇습니다.>
“서로 아는 사이라서 연습하기 불편해서 그런가요?”
<아닙니다. 서로 친분이 있다는 건. 건호에게는 약점이죠.>
“네?”
<그건 그 친구의 약점입니다.>
----
아직도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도중. 건호는 이미 게임창에 접속하였다.
그리고 모니터를 조용한 눈으로 응시했다. 그러나 그 조용한 눈은
“임건호 선수 마치 모니터를 용접해 버릴 듯한 무서운 눈이네요.”
구아리오도 건호의 그 눈을 보고 있었다.
오히려 구아리오는 이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작당을 한 것이 건호의 분노를 촉발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아리오는 생각했다.
‘제길... 게임이 끝나면 그 년을 죽인다.’
----
기자실에서는 마르두크의 말에 기자들이 약간 의아해 하며 질문을 계속하고 있었다.
“임건호 선수가 그렇게 강한가요?”
<약점이 있지만... 그걸 무시할 정도로 강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강한데 최근엔 더 강해졌어요.>
“허허...”
<오늘 마지막 경기에서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을 보실 겁니다.>
“허허허...”
----
브리타이가 중계석에 있는 옵저버 컴퓨터의 모니터 상황을 체크하고 말했다.
“자 두 선수 모두 조인했습니다.
자 43회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이제 16강 마지막 경기를 이제 시!!!.......작합니다!!!”
경기가 시작되며 구아리오는 다시 한 번 건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건호의 얼굴은 누가 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승자의 얼굴이었다.
승리 외에 다른 일체의 잡념이 들어가 있지 않은 그 자체로 두려운 힘을 가진 얼굴이었다.
임건호 테란, 구아리오 프로토스
5....4...3...2...1.
경기가 시작되었다.
-------------
19화 예고
승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하나에 집중한 임건호
이제부터 그의 선택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꿔버릴지도 모른다.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6-19 09:34)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