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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29 21:59:59
Name Lionel Messi
Subject [기타]  최근 오심논란을 지켜보며 떠오르는 축구사 단편들 (약간 스압)

이제 남아공 월드컵도 오늘 부로 16강이 마무리 되고 서서히 종반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 차례 오심이 경기를 망쳐 놓으면서,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심판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물론 핸드볼같은 경우는 주심이 집중력을 가지고 봐야 하는 문제이지만, 오프사이드나 골라인 판정같은 경우는 수비수도 못따라가는 공을 심판이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주심은 부심의 의견을 가지고 판단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 경우는 정확하게 얘기하면 부심의 오심이라 해야 정확할 것입니다.
어쨌거나 그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리는 사람은 경기장에 단 한명, 주심이기 때문에 한 나라의 역적이 되어 평생 협박을 받으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16강전 같은 경우는 뭐 한 국가에 일방적인 판정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0% 심판 자질이 부족한 것이겠습니다만 -_-;;
( 전 전반전에 기성용선수 팔 맞는거 보고서 순간 기절할뻔... 기성용은 대국민 까임권을 막아준 생명의 은인 심판에게 평생 감사해야 합니다 ㅜㅜ)


기억을 되돌려 2006년 독일 월드컵 마지막 경기. 뭐 두말하면 쓰는 팔아프고 보는 눈 아픈, 괜히 신문선만 버로우당한 그 상황이 펼쳐지고..
그 경기 이후 우리나라의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군 그 글, 요즘 유게에서도 여러번 장난으로 올라온 그 FIFA 온라인 청원 떡밥이 있었습니다.
피파 홈페이지를 마비시킬 정도로, 한때 파급력이 10번 돌리면 행운이 찾아온다던 편지 뺨치던 그 청원글의 마지막에는 항상 이 문구가 있었습니다.


"... 예전에 우즈베키스탄과 바레인이 이미 재경기를 치룬 전례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힘을 피파에게 보여줍시다!"


그 후 월드컵의 추억도 사그라들면서 이 떡밥이 종결되면서 당연히 그 청원글 안의 내용도 다 뻥일 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 낚시글 중에서 저 마지막줄 내용만은 뻥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축구장에 온풍기를 틀리도 없는데 왜 동네 클럽경기도 아니고 국가대표 A매치를 재경기를 하게 되었으며,
재경기가 가능하면 왜 그 수많은 오심 경기들은 그냥 묻혀져서 넘어가버리는 것일까요?

...


때는 2005년 9월. 독일월드컵에 출전할 나라들이 속속 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몇 장 안남은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남은 나라들은 온 사력을 다하여 한 골을 원하던 월드컵 최종예선 A매치 시기였습니다.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을 뒤로한 채 97년 최종예선 때만 해도 최용수에게 떡실신 당했으나,
2002년 카자흐스탄이 AFC를 탈퇴한 이후 중앙아시아의 최강자 다크호스로 떠오르던 우즈베키스탄.
2라운드에서 이라크를 제치고 무패로 최종 예선에 진출하였고, 최종 예선에서도 홈에서 본프레레의 대한민국을 꺾기 직전까지 갔으나
박주영의 A매치 데뷔골을 먹히며 비기는등 약간 뭔가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최종전에서 쿠웨이트에게 2골을 내주고 후반에 3골을 몰아치며 승리한 천금같은 1승과 함께 기적적인 역전을 일구어내며,
마지막 라운드에서 쿠웨이트를 제치고 승점 1점차로 사우디 대한민국에 이어 A조 3위를 기록합니다.

용병(?) 영입과 함께 중동의 붉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전년도 2004 AFC 아시안컵 4강 진출(한국보다도 더 높음요 ㅜ.ㅜ)을 이뤄냈고,
결국 4강전 3:3 동점 상황에서 타마다에게 통한의 연장전 결승골을 먹히며 결승 진출에 아깝게 실패하는 기염을 토해낸, 한창 잘나가던 바레인.
(바레인도 우리처럼 붉은 유니폼을 잘 입습니다. 팀 별명도 The Reds라고 하던데... 뭐 실력은 우리가 더 높으니까요 -_-;)
그 기세를 몰아 첫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뤄 내고자 하였으나 최종 예선에서 일본과 이란에게 떡실신을 당하며 역시 1승만을 기록, B조 3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미 지난해 2004 중국 아시안컵 8강전에서 격돌하며 아래 영상와 같은 극장을 찍었던 두 나라는 결국 외나무다리인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 후반 60분에 우즈벡이 1골 넣었으나 10분 뒤 바레인이 2골을 연속 집어넣으며 재역전. 하지만 끝나기 직전 천금같은 동점골로 2:2 승부차기 돌입.
바레인의 두 번째 키커가 실축하며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우즈벡의 네번째, 마지막 키커가 연속 실축을 하며 바레인의 기적의 역전 승리)


2005년 9월 4일,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위한 플레이오프 1차전.
서로 복수를 다짐하며 우즈벡의 수도 타슈겐트에서 벌어진 이 경기를 맡은 주심은 요시다 도시미쓰씨.

홈경기를 맞아 초반부터 공세를 펼친 우즈벡은 불과 전반 11분만에 페널티킥을 얻어내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역대 최강의, 그 고집센 피파마저도 재경기를 선언하게 만드는 희대의 오심이 발생하게 됩니다.

세르베르 제르파노프가 전반 11분 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으나, 그 과정에서 팀동료 티므루 카파드제가 페널티지역 안으로 먼저 들어왔습니다.
원래는 페널티킥 골을 무효시키고 다시 페널티킥을 차게 해야 하지만 이 막장 일본 심판은 오히려 바레인에 간접 프리킥을 주는 명백한 삽질을 단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왜 거기에 대해 항의를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바로 그 프리킥한 공을 뺏어서, 페널티킥 오심 1분 뒤 미르잘랄 카시모프가 선제 결승골을 넣어 어쨌든 1차전을 1:0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 이걸 노린걸지도 )

경기가 끝나고, 사흘 뒤에 바레인에서 2차전이 벌어질 예정이었지만 1차전 경기 결과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집니다.

우즈벡은 심판 때문에 우리의 추가 골 기회를 날렸고, 결과도 이겼으니 우즈벡에게 기권승(3:0으로 기록됨)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바레인은 자기 팀 잘못이 아닌 심판의 잘못이니 아예 없던 것으로 하고 재경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즈벡의 입장에서는 홈에서 점수차를 더 벌려 놓고 원정길을 가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인 상황이고 AFC는 재경기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
피파에 제소하는 강수를 두었으나... 오히려 역관광으로 탈탈 털리며 1:0 승리조차도 뺏기고 한 달뒤에 1차전을 새로 치루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 한달 뒤인 10월 9일 우즈벡 타슈켄트. 스위스에서 심판을 모셔와 치뤄진 재경기에서 재기를 꿈꾸는 우즈벡은...



전반 17분만에 바레인에게 골을 허용합니다. 그냥 1:0으로 만족했어야 했는데... 이 안습상황...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든 우즈벡은 킥오프한 볼을 그대로 골로 성공시키며 골 먹힌지 2분만에 동점을 만들게 되지만, 경기는 이대로 1-1로 끝납니다.

원정골까지 먹힌 우즈벡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을 안고 적지인 바레인 마나마로 떠나고, 나흘 후 최종 2차전이 펼쳐집니다.



원래는 5골은 났어야 할 경기였지만... 홈에서 화끈한 공격을 선보였으나 모 선수급 골 결정력와 키퍼의 신들린 선방쇼가 펼쳐지며
찾아온 기회에서 우즈벡은 회심의 슛이 골 포스트를 맞추게 되고....
이후 급해진 우즈벡은 수비가 털리게 되고, 정줄 놓은 바레인 공격과 우즈벡 수비가 환상적인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냅니다.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0-0으로 경기는 끝나게 되고... 통한의 원정골로 우즈벡은 결국 유리했던 월드컵 본선 고지에서 추락하게 됩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우즈벡은 결국 독일 땅은 밟아보지도 못하고...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바레인은 최종 대륙간 플레이오프로 트리니다드 토바고와 맞붙습니다.



참 힘들게 힘들게 최종 예선까지 올라온 바레인은 또다시 원정에서 1-1로 비기며 홈에서 0-0으로 비기기만 해도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를 눈앞에 두게 되지만...

49분 로렌스의 헤딩 한방으로 바레인은 홈에서 0-1로 뒤지게 되고... 막판엔 시간 끌기 문제로 선수들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바레인의 후사인 알리 선수가 동네 축구나 FIFA 99에서나 볼 수있는 희대의 막장골을 넣으면서 결국 퇴장당하고,
경기의 끝나기 직전 마지막 코너킥 기회에서 트리니다드 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나오면서,
결국 바레인은 사상 초유의 오심으로 인한 재경기까지 치루면서 그토록 바랬던 월드컵의 꿈을 4년 후로 미루게 됩니다...

4년 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아시다시피 바레인은 또다시 경기 끝나기 직전 극장을 찍으며 사우디를 떨어트리고 다시한번 4년 전의 무대에 서지만,
이번엔 오세아니아의 뉴질랜드에게 통한의 한방을 얻어맞게 되고 4년 전의 악몽을 되살리게 됩니다. ㅜ.ㅜ


우즈벡의 경우 재경기 판정이 나자 AFC 탈퇴하고 카자흐스탄 따라 UEFA 가겠다 드립을 치며 강경대응에 나섰으나
사실 우즈벡이 떠난다고 해서 AFC가 붙잡아야 할 입장은 아니기에 -_-; (그리고 카자흐스탄이 UEFA가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알기에)
계속 참가하게 되지만 우즈벡은 이후로도 여러 오심 판정의 희생양이 되며 그 당시 제소로 인해 피파에 밉보인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됩니다


(2007 아시안컵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골. 하지만...)

그리고 이번 남아공 최종예선에서 바레인과 우즈벡은 다시 같은 조에 배정되며 4년 전의 복수를 다짐하지만,
홈과 어웨이에서 모두 바레인이 1-0 승리를 거두며 우즈벡은 결국 카타르한테도 밀린 조 최하위를 기록하며 쓸쓸히 사라졌습니다.

아무튼, 바레인과 우즈벡의 경기가 재경기가 된 이유는, 심판이 골이나 파울을 잘못 판정한 것이 아니라 FIFA의 공인 룰을 아예 잘못 알고 적용시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래 FIFA의 규정에는 재경기가 가능한 상황에 대하여 '천재지변에 의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 심판의 잘못된 룰 적용을 천재지변으로 본 것인지, 아무튼 그 사건으로 인해 자존심에 흠집이 간 FIFA는 그 이후 어떠한 재경기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FIFA가 아니라 클럽 대항전에서 재경기가 있었던 경우는 몇 차례가 있지만, 제일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94년 바이에른 뮌헨과 뉘른베르크의 최종전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은 우승을, 뉘른베르크는 강등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서로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바이에른 뮌헨 선수의 슛이 골대 옆으로 아웃이 되었음에도 심판은 이 슛을 골로 인정했고 -_-; 결국 그 골로 인해 2-1로 뮌헨이 승리하게 됩니다.

경기 후에 심판은 '그 상황에서 골을 못 넣는 것이 말이 안되는 너무 완벽한 찬스라 못 넣으리라는 생각은 못했다'며
뮌헨선수를 두번 죽이는 x드립을 날리며 용서를 빌고
결국 억울하게 강등이 된다고 생각하는 뉘른베르크와 이런 찝찝한 우승은 싫다는 뮌헨 두 클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뮌헨이 먼저 재경기 요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뮌헨이 더 큰 스코어로 박살을 냈습니다... (뉘른베르크 안습...)


아무튼 월드컵 남은 경기에서는 이런 오심논란에서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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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아빠
10/06/29 22:10
수정 아이콘
차분히 읽어보니..

1. 우즈벡은 AFC에서 손해보는 느낌이 있더라도 UEFA 안가는게 그나마 확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고 버티고 있는 듯 하고..

2. 바레인은 월드컵에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뼈져리게 느끼고 있을 듯 하고..(우리도 몇번씩 플레이오프에서 밀려서 32년만에 나간 것이었단다..아직 4번은 더 2등해봐야..응?)

3. 마지막 뮌헨 얘기는..야쿠부가 생각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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