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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27 02:30:14
Name 몽땅패하는랜
Subject (정말잡담)그땐 그랬지 혹은.....
  혹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71년생입니다. 물론 주위 친구들에게는 58년 개띠로 인정받는 분위기입니다만 ㅠ.ㅠ
글쎄요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대단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저로써는 저와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의 가치관과 요즘 젊은 분들의 가치관이 퍽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당...당연한 얘기를 ㅠ.ㅠ)

저는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라는 노래를 들으며 아침에 일어나 국민학교(제가 다닐때의 명칭입니다)를 다녔고 오전. 오후반이라는 2부제 수업을 받은 사람입니다.
흑백에서 칼라로 국수에서 라면으로(이문열의<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의 한부분 같군요--;;;;)
중3때 86아시안 게임이라는 국가중대사로 고등학교 입시라는 인생중대사를 망칠뻔도 했고 고등학교 입학해서는 아아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의 노래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최루탄 냄새에 눈물 콧물 구강물(???) 질질 흘리던 사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정말 의미없는 대다수 가운데 한명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나름대로 열렬한 짝사랑도 해보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넌 좋은 사람이야, 라는 낯간지러운 이야기도 듣는 청춘시절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군대도 다녀왔겠죠(사족이지만 제대한 후 사람들이 너 방위지 방위지 해서 주민증대신 전역증을 가지고 다녔다는--;;;;;)

90년에 대학생이 되어 2001년 서른 살이 되기까지 그 10년동안 저와 제 친구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냐?~~"라는 전제가 따라붙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흔히 말하는 질럿의 일렬종대 행군이라고 할까요. 각자 생각하는 것은 달라도 누군가가 주동적으로 나서면 속으로는 아이 싫어 싫어 하면서도 마지못해 따라다니는
한마디로 개인보다는 우리라는 개념이 중요시되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삑싸리나 잔머리 굴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제가 지금 그때가 좋았는데 요즘은...운운하는 복고주의자를 자처하는 것은 아닙니다.그럴 밥그릇도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짝사랑 하는 여학생의 자취방 창문이 보이는 낮은 담벼락에(당시 그곳 구조가 참 절묘했습니다) 기대어 행여 주인집에게 들킬까 최대한 목소리 죽여 그니를 부르던  그때가 새벽 두시 세시에도 아랑곳없이 골목을 쩌렁쩌렁 울리는 큰 소리로"~~~아!!"를 부르는 젊은 취중진담에 시달리며 글을 쓰는 지금 몹시도 그립게 다가오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서서 제 또래의 사람들이 질럿의 일렬종대 행군양식에 익숙하다고 이야기했지만(물론 아주 개인적인 견해일 뿐입니다.) 그 안에는 메딕의 힐 기능처럼 상대를 향한 배려라는 것도 적지않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싫다고 하면 저 사람 마음이 아프겠지
저건 틀린 이야기야....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어

제가 옥탑방 고양이를(지나다니며 본 것입니다. 애청은 아닙니다ㅜ.ㅜ) 보면서 짜증 비슷한 것이 났던 것은 김래원이 분한 남주인공이 속으로는 러브모드이면서 겉으로는 무조건적으로 삐딱과 반항, 그리고 방해질 모드로 일관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때는 안 그랬다, 라는 말이 정답이겠지만(야유가 벌써 귀에 선하군요)
자기가 아픈 것이 낫지 남 아픈 것은 못 보겠다, 라는 것이 당시의 제 사랑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시에도 참 시대에 뒤떨어진 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녔군요.

피지알에 가입해서 제법 많은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가끔씩은 어울리지도 않는 오버를 하기도 하는등 한 마디로 나이값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면 그것처럼 재미없는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제 방식대로 피지알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근소근 말을 붙여보고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려보고 답이 없으면 조금 실망하고 마음 아파지고 하다가도 또 어느 순간에는 히죽히죽 웃게 되는.
마찬가지로 많은 분들이 이곳 피지알을, 그리고 스타를 또한 프로게이머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아시는 이야기겠지만 어린왕자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아니라면 ㅠ.ㅠ 지적 부탁합니다)
"사랑하는 것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거야, 너는 네가 사랑하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해"

  어쩌면 제가 남기는 이글은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넘어선 글인지도 모르겠습니다.(점점 심해지는 뒷수습의 압박감--;;;;)
아무튼 각자 모습은 달라도 보다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지알을 가꾸어가는 사랑이 깊어졌음하는 소박한 바람입니다.

- 도대체 제가 이 글을 왜 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 이길성님의 글을 읽은 뒤로 더더욱 글 구성에 식은땀을 수반한다는......
-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 몽땅 패하는랜덤이라는 닉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많은지라 눈물을 머금고 완전조영남이라는 닉으로 바꿀까 생각중입니다. 의견 부탁드립니다.(드디어 저의 치부를 공개하는군요 ㅠ.ㅠ)
- 오타, 비문 지적 절대쌍수 환영입니다.(너 국교과 출신이잖아 그렇기에 더더욱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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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27 02:39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

p.s. '몽땅패하는랜덤'에서 '몰패랜덤'으로 바꾸시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고등학교 때 저희반에서 내기농구 리그가 있었는데, '몰패팀'
이라는 팀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너무 귀여웠던 적이;;;
03/07/27 02:42
수정 아이콘
하하, 잘 읽었습니다. ( _ _ ) 쓰시는 글도 잘 되기를 바랍니다.
좋은 닉네임은 despite님에게 도움을 청하시는 게...(퍼억!)
03/07/27 03:00
수정 아이콘
'자기가 아픈 것이 낫지 남 아픈 것은 못 보겠다,'
이게 어찌 그때 그시절만의 사랑법이겠어요.
그리고 랜덤님...님은 그 시절 얘기하기에..
아직 너무 젊습니다. ^_^;
몽땅패하는랜
03/07/27 03:40
수정 아이콘
쿨럭님/ 새벽에 킬킬 웃다가 어머니에게 몰매 맞을 뻔 했습니다. 몰매랜덤???? 깊숙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Bar Sur님/ 감사합니다. despite님께서 부디 이 글을 그냥 지나치시기를....(기원^^ 기도^^;;;;; )
글장님/ 글장님께서 이런 허접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그...그렇죠..,. 아직은 젊은 나이겠지요(혹 건방지다는 느낌이 드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03/07/27 04:59
수정 아이콘
몽땅 패하는 랜덤님 건방지다니요. 그런 거 아니구요.
그저 저도 자꾸 회고조 말이 늘어나서..
우린 충분히 젊고(젊다고 믿고 싶은--;)
랜덤님은 더 젊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이었어요.
양대 메이저리그가 끝나서 허탈하기까지 했는데
곧 다시 선수들을 볼 수 있다니 기쁩니다.
03/07/27 17:21
수정 아이콘
쿨럭..저 그냥 지나칩니다....(고오-)
몽땅패하는랜
03/07/27 17:32
수정 아이콘
헉.....despite님/ ㅠ.ㅠ 혹시 노여움 가지신 것은 아니시겠죠? 죄송합니다. 다음에 보다 좋은 글로(가능성 매우 희박)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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