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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0/28 13:18:53
Name 아휘
Subject 행복해도 좋은 날 - 그 게이머의 승리에 부쳐




이 나라 말이란 게 참 오묘하다 못해 교묘하고 심지어 기묘하단 생각이 듭니다.
조사와 어미만 슬쩍 바꿔 줘도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행복한 날, 행복하니까 좋은 날, 행복하기 좋은 날, 행복하지 않아서 좋은 날,
자잘한 쓰임에 따라 그 깊이와 폭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듯합니다.



워낙에 '행복'이란 단어와 친하게 지내는 족속이 아닌지라
낯가림을 하는 것처럼 어색하거나 서툴지만
어쨌거나 지금 저의 정서를 온전하게
나타낼 수 있는 표현으로 선택했습니다.
행복'해도' 좋은 날,
예, 바로 그 표현입니다.



사실 똑같은 제목의 글을 지난 17일에 쓰다 만 적이 있습니다.
요즘 쓰다 만 글이 꽤 있었던 탓도 있지만, 그 글은
절제의 미학 따위를 생각했기 때문에 쓰다 말았던 것 같습니다.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그런 것 있겠지요.
행복이란 단어와 의미와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혹은 안 하는 족속이
정말이지 오랜만에 행복이란 어휘를 써버리고 말면
그 행복이란 놈이 달아날 것만 같은.



......



위의 단락과 지금 단락 사이에 온점 여섯 개를 찍었습니다.
그 점 안에 10시간 남짓한 시간이 있습니다.
쓰고 있던 중에 옆에 있던 베티가 전화를 받았고
목소리가 밝지 못했습니다. 떨어져 살고 있는 아버지와의 통화인 듯했고,
언뜻 들려오는 단어들로 그 내용을 조합해 보니까 건강과 돈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통화를 끝낸 베티의 마른 입술 사이로 옅은 한숨이 거푸 새나왔습니다.
젠장, 행복이란 놈이 또 딴지를 거는구나
싶어 승질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베티의 낯빛이 꽤 어두웠습니다.
응원을 하느라 칼칼해진 목을 맥주로 달래주며 제법 행복한 글을 쓰려던 시도는 잠시 접어두어야만 했습니다.
맥주잔을 여러 번 부딪치며 가족과, 돈이라는 너무도 고만고만한 고민을 나누던 아휘와 베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걱정까지 나누고 말았습니다.
결코 자본주의는 망하지 않아, 이 놈의 형질이란 게 말야, 그 형태를 바꿔서라도 속성을 유지하거든, 암세포처럼.
김수현 졸라 재수 없어, 결국은 대가족제도에 바람직한 여성상을 강조하는 거 아냐. 꼴보수가 꼭 자기 권리 찾을 때만 진보적으론 나서. 방송금지신청 하는 짓 봐.
뭐, 그런 말들이 오갔고, 그 사이 개그콘서트를 보며 그나마
낄낄대며 웃을 수 있었고, 안주를 만들 재료를 사기 위해 집 앞 슈퍼로 향했습니다. 향하던 중
일주일치 마셔댄 (대형비닐봉지 두 개 분량의) 술병을 재활용품 수집소에 내놓으면서
아휘와 베티는 우리 정말 아햏햏 커플인가 보다 라고 말하며 씨익 쪼갰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도 모자라
두부김치를 안주로 만들어 소주까지 마셔버렸습니다.
워3 베넷에 접속해 연신 거친 욕을 쏟아내며 연전연패를 하고 마감원고나 써볼까 하다가
재워달라는 베티의 꼬임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이불에서 꼼지락거리며 노가리를 까다가 온몸을 들썩일 만큼 웃기도 했지만 그 웃음 사이에
들릴 듯 들리지 않은 한숨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해도 좋은 날은 저물고 있었습니다. 아휘와 베티는 잠에 이르렀습니다.
어쩐지 쓸쓸한 가슴 끌어안고서.




너무 시시콜콜했나요?
행복의 이면에 자리하기 마련인 일상의 그늘이 뭐 그런 거 아니겠어요.
어쨌거나 그렇게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아휘는 컴 앞에 앉았습니다.
아,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행복. 행복'해도' 좋은 날이란 제목의 잡글을 쓰고 있는 중이죠, 지금.
내가 왜 이렇게 행복하지? 행복해도 좋은 건가? 이 행복 뒤에 무슨 또 불행이 찾아오려고 이러지?
그런 생각은 세상을 냉소적이거나 염세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만 하는 생각은 아니겠지요.
제 아무리 낙관적으로 사는 사람이라도 삶이란 녀석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뒤통수를 맞아본 적이 없을까요.
소리내지 마. 움직이지 마. 우리 사랑이 날아가버려. 라는 노랫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겠지요.
그래서 아휘, 삘 꽂히고 빨 받으면 아무 말 없이 행복을 만끽하고 맙니다.
행복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 발음하고 나면 그 녀석이 뺑소니를 치니까 말이죠.



그런데 지난 17일 아휘는 소리질렀습니다.
행복해도 좋아, 좋다구, 맘껏 행복하자구!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나요. 그 게임이 어땠나요.
와우! 그 게임은
행복이란 뻔한 주제를 담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인물도 버릴 수 없게 만들고,
사건의 정황이 뚜렷한 인과관계를 형성하고,
그 모든 것을 깊이 있게 다루는 감독의 숨결이 묻어나고,
치밀하게 조직된 구성의 극단에서 감동마저 숨겨 놓고 있는
걸출한 예술작품이었습니다.  
극찬에는 극에 달한 만큼 거품이 있기 마련인가요.
아휘, 너무 과장하고 있는 건가요.
정말 그런가 싶어 그 게임 안으로 들어가야겠네요.
게임 안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겠네요.



암울한 언데드가 걸리고, 휴먼이 페멀을 하는데 어떤 견제도 하지 못하고
마주칠 때마다 어떻게든 감싸서 히어로킬을 시도하지만 굴 쪽수가 부족해서 빠져나가버리고 말고,
압도적인 숫자로 본진까지 밀려드는 아메와 풋맨을 막아보겠다고 나무 캐던 굴까지 뛰쳐나오고,
(그 당시 님은 GG를 쳐버리려고 했다 했나요)
졌다. 얼마나 버티는가의 문제야, 이건.
그렇게 아휘는 미리 포기를 하고 있었지요.
괜찮아. 할 때까지 하다가 시원하게 GG 치면 되는 거지, 뭐. 다음이 있기에 게임인 걸.
그렇게 아휘는 절망하거나 실망할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어서, 혹은
의연한 팬의 모습을 가장하기 위해서 서둘러
패배를 준비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테크까지 올려 라이플맨까지 몰려와 멀티도 없는 본진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을 무렵,
나올 테면 나와봐!
라며 항복을 권고하는 듯한 바로 그 순간,
님은 나가버렸습니다. 드레드로드로 아메를 재워놓고 달려드는 몇 마리의 굴, 그리고 나무찍기 뒤에 감싸는 컨트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럴 때를 표현하기 위해 '찰나'라는 불교적 어휘가 있는 거겠지요.  
당황한 아메가 해골전사까지 소환했지만, 그 속도가 아무리 본능적이었다 하더라도
님의, 그 찰나의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었습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아메.
그때 내질렀던 아휘의 함성을 어떤 의성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저 비유해버리고 말까요.
황선홍 선수가 폴란드 전에서 첫골을 터뜨렸을 때처럼 소리 질렀다고.



그래도!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히어로킬 하나로 바꾸기엔 전황은 갈 때까지 간 느낌이었습니다. 그저
그냥 질 순 없어, 뭔가는 보여주고 져야지.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습니다.
그래, 찰나에 번뜩이는 저 감각, 나올 테면 나와봐라 라고 꼬시는데 정말 나가버려 그걸 잡고야 마는 폭발적인 감각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아휘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뭡니까. 한 번 꽂히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그 '삘'이, 그 '빨'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데스나이트와 드레드로드, 그리고 굴의 움직임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화면에 미세한 잔영이 남는 듯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감히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아휘는.



아! 정말이지 님의 유닛들은 이미 님의 손을 떠나보였습니다.
좋은 작품 속의 인물들은 작가와 감독의 모든 사유와 감성을 뛰어넘어 지들끼리 잘 노는 법이지요.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님의 유닛들은 행복한 결말을 맺기 위해
자신들에게 설정되어 있는 모든 요소를 뛰어넘고 있었습니다.
체력치, 마나치, 그깐 수치야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크립 사냥을 하고 나서 '흐르는 강물처럼' 멀티견제를 가는 님의 유닛들,
그 유려한 흐름에 당황한 듯 홀로 나온 아메는 화면에 잡히자마자 또 다시 영혼의 그림자를 보이고 말았지요.
그리고 교전, 교전, 또 교전, 끊임없는 교전 속에
님의 유닛들은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생명력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나요.
절대로 딸리지 않는 수의 디팬드 개발한 풋맨과, 치고 빠지기 절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라이플맨이 막을 수 있겠나요.
힐링포션 다섯 개를 지니고 있는 마킹도 막을 수 없었지요.  
마킹마저 전사시키고 이내 본진까지 밀고 들어가는 님,
아메가 부활하자마자 몰려드는 병력에 주춤하고, 바로 그 순간을 노리고 다시 달려드는 굴,
아메가 타고 있는 유니콘의 긴 앞다리가 허공을 가르며 쓰러지는 그 순간
화면에 박히는 두 글자,
GG!



걸출한 작품을 이끌어낸 거장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습니다.
GG를 친 가림토님(워3는 마립간님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아이디가 친근해서)은 웃으며 연신 박수를 쳤습니다.
정말 좋은 게임은 승패에 초연하게 만드는 것처럼.
님은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가슴에 체가 걸린 듯 주먹 쥔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던가요.
캐스터, 그리고 해설자님의 음성도 고조되어 있었습니다.
아휘의 목은 이미 맛이 가버렸지요. 벌떡 일어난 아휘는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안절부절 갈팡질팡 똥 마려운 개처럼 굴었습니다.
어찌 해야 하나, 어떻게 이 행복을 갚아야 하나. 기껏
행복해서 감사하단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야 말았던가요.



그것만으로는 너무도 미안해서
'행복해도 좋은 날'이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베티와 축배를 든 뒤였습니다. 알딸딸한 취기에 글이 참 잘 나가는 듯했습니다.
님의 삘과 빨이 아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껏 님의 승리를, 그걸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살아났던 그 감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뛰어 놀고, 서로 몸 부딪치며 기뻐하던
지난 6월 어느 날, 자정무렵의 대학로에서처럼.
하지만, 쓰다가 탁, 접었습니다.
아직 이르단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만큼 행복하다 보면, 이만큼밖에 행복할 수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더,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행복을 유보했습니다. 다음의
더 큰 행복을 위해.



그리고 어제,
님은 아휘를 후회하게 만들었습니다. .
내가 가면 지더라구. 그냥 집에서 볼래.
베티에게 그렇게 말하던 아휘를,
대개의 팬이 그러하듯 괜한 징크스를 만들고 가슴 조리며 TV를 통해 지켜보던 아휘를,
억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순간을 가까운 거리에서 조금 더 생생하게 접하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다소 덤덤한 듯한 님의 얼굴에 비해 가림토님의 날카로운 눈빛이 가슴에 걸렸습니다.
늘 여유 만만했던 그 모습이 아니었지요.
전의를 불태우는 눈빛, 이라고 쉽게 표현해버리기에는 그 눈빛이 담고 있는 의미의 깊이가 무척이나 깊을 듯했습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만, 그 느낌 이면에 두려움과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저 눈빛을 이겨낼 수 있을까. 왜 하필이면 가림토님이야. 결승에서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어쨌거나 님의 선택이었기에, 그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믿어 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데드가 걸리고 말았을 때, 베티는 말했습니다.
행운인 거야, 불행인 거야.
아휘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행운이든 불행이든 그런 것들을 넘어서는 무엇을 보여줄 거라고 믿었을 따름이지요.  
역시 가림토님은 패멀을 하고, 서로 다른 방향의 크립들을 사냥했지요.
크립을 잡던 드레드로드가 어이없이 전사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님의 모습을 볼 때만해도 아휘는 주춤했습니다.
중앙 고레벨 크립까지 가림토님이 잡아내자
이대로 가면 불리하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하다, 과연 그걸 만들어낼 수 있을까.
게임을 보는 내내 수많은 질문들이 머리와 가슴 사이를 오갔습니다.
그저 지난 17일 목격했던 그 찰나의 순간을 다시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히어로킬을 몇 번이나 한 건가요.
여덟 번인가요.
그 수치가 중요할까요. 어떻게 잡았고, 그 순간의 컨트롤은 어떠했고, 그러기 위해 어떤 패턴으로 경기를 진행했고, 위기의 순간도 있었으나, 그걸 어떤 방법으로 대처했고, 그래서 결국은 승리를 하고 말았다는
경기 관전평이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더러는
구체적이고 정밀한 것들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숨결이 있는 것이겠지요.
님의 게임을 보면서 아휘는
아휘 안의 또 다른 아휘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득한 저 곳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아휘의 꿈은 님의 게임을 통해 실현되고 있었습니다.
어이없는 실수로 일을 그르쳐도 고개 한 번 가볍게 갸웃거리면서 툭툭 털고 일어나 실수를 만회하고,
제 아무리 나보다 급이 높은 사람일지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덤벼들어 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살아가면서 덤벼들어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를 알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혹
덤벼들어야 할 때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달려들어 무모하게 보일지라도
결국은 '삘'과 '빨'로 잡아내고야 마는,
정면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건지, 측면으로 끼어 드는 변칙을 보여야 하는 건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판단하고, 바로 그 순간 행하는,
그 '삶법'이 님의 게임을 통해 보여지고 있었습니다.
척추를 타고 저릿한 쾌감이 온몸으로 퍼졌고, 그 쾌감은
이내 아찔한 현기증으로 이어지고 말았음을 아휘는 고백하고야 맙니다.



언제나 그렇게 살고 있다 자부했던 아휘는
겨울의 초입에서 계절을 타고 있었습니다.
'격렬한 고통 없는' 정신적인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도
'하루를 하루로만 살자.'라며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신념과 양심, 가치관, 태도 등을 애써 잊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는 건 결국 얼만큼의 자본을 획득하는 것에 의해 그 가치가 평가된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진중하게 경의를 표하면서 아휘는 버티고 있었습니다. 또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단 하나만 추구하고 산다 하더라도 여전히 신념과 양심만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노릇 못하는 사람들을 기리며 겨우나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아휘에게 철이 들라고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드라마를 통해서, 영화를 통해서, 노래를 통해서, 가족이란 이름을 통해서, 직업과 직위라는 명함 속 박힌 문구를 통해서, 카드명세서에 새겨진 수치를 통해서, 참으로 다양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말없이 말했고, 그 말은 무서운 폭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철든 채로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에 불편한 구석이 너무도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고 뭐 이 따위 세상이 다 있어 라며 쌩까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요.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하여
적당히 살아야 하겠지요. 적당히 개기고, 적당히 쪼개고, 하지만
일만큼은 치열하게 하고.
그렇게 살던 중,



님의 게임은 아휘에게 무엇보다 큰 응원이 되었습니다.
아휘님 가는 길이 길입니다, 갈 길 가세요,
어깨 툭툭 쳐주며 위로하는 듯했습니다.
잊은 채 살아가던 '삶법'을 엿보게 해준,
그리고 그 방법을 다시 가다듬게 한 계기를 마련해준 님에게
묻어두었던 것들이 어떤 감각으로 살아나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빨'이 되어
시원하고 화끈한 판을 벌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사해준 님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 놓고도 욕심 많은 팬은 또 바랍니다.
계속 자극해 달라고.
게임을 통해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려 하고, 그러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필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달라고
이기와 투정을 묶은 팬희망세트를 내밀고 있습니다.



올해 월드컵이 저를 살렸어요.
어느 일요일 오후, 부시시한 얼굴을 하고 님이 그렇게 말했던가요.
아휘와 베티는 연신 고개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던가요.
이제 시작입니다.
암울했던(이 말처럼 게임판에서 꾸준하게 나오는 말이 또 있을까요) 2002년의 모든 것들을,
속엣 거 다 풀어낼 굿판을 님 스스로 만들었잖아요.
속 시원한 판이 계속될 거라 믿어요.
그 '삘'과 '빨'이라면 충분할 거라 믿어요.
그 게임대로라면 못할 일이 뭐 있겠나 싶어요.
아휘처럼, 님 또한
지금만큼은 행복해도 좋았으면 좋겠어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알 듯
무릇 행복이란 녀석도 자꾸 옆에 두고 있어봐야 늘 따라다니며 재롱을 떨겠지요.



이제 남아 있는 달력 두 장만큼의 시간이
이미 넘겨버리고 만 달력 열 장만큼의 그 시간을 채울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건 님을 향한 맹목적인 희망만은 아니에요.
아휘는 영악한 팬이거든요.
그 희망의 딱 반만큼은 아휘와 베티의 몫으로 남길 거예요.
그래도 되겠지요?



아울러 이번 스타리그에서 가림토님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어제 경기 전에 보았던 가림토님의 그 강렬한 눈빛이 아휘가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가림토님, Gl Yo!~


  



By 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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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28 14:00
수정 아이콘
아휘님, 행복하시죠? 이번 글은 울컥함이 치밀어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선수의 활동이, 그리고 아휘님의 글을 통해 새로 보태어진 그 무언가가 저에게도 활력이 됩니다. 두분 모두께 감사합니다.
어제는 처음으로 '불가마'라는데를 가보았습니다. 아들녀석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아휘님 글 중에 세상속에서 철이 드는 이야기를 읽고나니 문득 천둥벌거숭이로 뛰어다니는 아들과 같이 철이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02/10/28 15:39
수정 아이콘
어제 그 경기. 보고 싶었지만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놓치고 경기 결과 확인 하려고 했지만 컴이 이상해서 결국엔 익스플로러를 다시 까는 공사를 마치고 오늘 아침에서야 확인해 보았습니다.
제가 바라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ㅠㅠ
가림토 카페에 가림토 선수가 1승했을때 글을 올렸었습니다.
1승을 축하한다고 다음 경기에서도 이겨서 상큼하게 8강에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상대가 루키 선수니 그의 게임하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고
하지만 끝에는 역시 동수님이 8강 가셔야죠 라고... 그렇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결국엔 그 1승 축하가 워3에서의 마지막 승리 축하가 되버리다니
온전하게 축하해 드릴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치는 군요.
동수님이나 루키님 모두에게 소중하고 의미있는 경기가 되어 버려서...
누구의 승리이던 간에 조금은 쓸쓸함이 포함되어 있을거라 여겼습니다.

아휘님께는 참 오랫만에 행복해도 되는 날이었겠군요. 축하드립니다.
저는 음~ 다음주에 행복해 질거라 믿겠습니다.^^
02/10/28 20:11
수정 아이콘
앞으로의 동준님에 건승과 굿게임이 있기를 간절히 빕니다.

다시 한번 잃었던 정점을 향해 나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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