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2/18 22:23:54
Name eclips
Subject [잡담] 스타리그를 보면서...(스타 매니아의 길)
처음에 스타리그를 접했을 때...

경기를 하는 선수는 하나도 모르고,

저그의 하이브 유닛 이름도 모른채,

주종족이 프로토스이면서도 다크아칸과 아비터의 기능도 모른채,

테란의 사이언스 배슬은 emp쇼크가 있는 지도 모르고, 고스트는 존재하는 유닛이 아닌 줄 알았고,

메딕은 그저 힐링만 하는 줄 알았을 때...

선수들이 쓰는 전략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른채,

그저 tv앞에 앉아서 재방송까지 꼬박꼬박 봤었던 그 때...


임요환선수가 스타리그에서 처음으로 2연속 우승했다는 것도 모르고,

우연히 가입한 cpa 수험 준비 카페에서 어떤 사람이 스타리그에서 우승했다고 응원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이제부터 공부에 열중하겠다는 글을 남겼을 때,

그가 그 유명한 GARIMTO 김동수선수라는 것도 모르고,

상대가 임요환선수인줄도 모르고 그저 동네 pc방 스타 대회로 여겼던 그 때....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밥통같이 떠다니는 것을 사이언스 배슬"이란 어엿한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스컬지와 울트라리스크, 디파일러 등등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하고,

BBS테란, 9드론 6저글링 러쉬 같은 기본적인 전략들을 배워가고,

중계진들과 같이 흥분하는 나를 발견하고...


어느 순간 임성춘선수, 최인규선수, 김정민선수, 홍진호선수, 임요환선수 등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생기고,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손꼽아서 기다리고,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경기에서 이기면 괜히 기분좋아 까불다가 엄마에게 한 대 맞고,

군대에 간 대학친구들이 수신자 부담 요금으로 전화해도 10분은 가볍게 떠들어주고,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경기에서 지면 괜히 슬퍼지고, 밥맛이 떨어지고,

하루 종일 우울해하며 그 선수가 다시 이길 때 까지 축쳐진 나날을 보내고...


그러다가 모든 프로게이머들의 경기에 열광하기 시작하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가 없어도 스타 크래프트만 하면 푹 빠져서 보고,

여기 저기 스타와 관련된 site를 기웃거리고,

나보다 더 활발히 활동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조금씩 더 모르는 것도 배우고...


나도 모르게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pc방에 가서 스타리그에서 본 인상깊었던 빌드를 따라하다가 gg치고,

아는 사람들과 스타리그 이야기를 하면서 흐뭇해하고,

언젠가 날잡아서 꼭 서울에 가서 직접보자고 다짐도 하고...


tv에서 비춰지는 프로게이머들의 경기에서 외적인 것에 시선이 가기 시작하고,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보다 그렇지 못한 선수들이 더 많음을 알게되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점차 늘어가고,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의 초조함을 같이 느껴가고,

클로즈업 된 선수들의 얼굴에서 파운데이션과 파우더의 깊이(?)를 느끼고,

경기 진행중에 비취지는 방청석에서 이어폰을 나란히 끼고 중계를 듣는 커플들을 저주(?)하면서,

경기가 끝난 후 느껴지는 선수들의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쉬움도 조금은 느끼면서

방송이 끝나면서 보여지는 엔딩화면에 더 좋아하면서...


1주일의 모든 스타리그의 스케줄을 알아가면서,

경기전에 승패도 예측해보고,

경기가 끝난 후에 그 감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즐기면서,

스타리그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그리고 이런 즐거움을 증가시켜주는 pgr이 있음을 좋아하면서...


어느덧 1년 6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것 같네요.

이제는 스타와 pgr이 제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


예전에 한 프로게이머의 카페에도 적었지만

참 기분좋은 밤이네요.

좋은 꿈꾸시구요, 즐스타, 즐pgr하시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eclip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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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18 22:28
수정 아이콘
정말 동감입니다..
02/12/18 22:49
수정 아이콘
제 과거와 지금을 보는듯한-_-ㆀ
02/12/18 23:37
수정 아이콘
아~~~ 너무나도 공감이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하네요.
실버랜서
02/12/18 23:42
수정 아이콘
저의 경우에는 지난 3개월의 압축이로군요.. -_-;;;;
경력이 짧아서인지 아직도 전략은 어렵습니다만... 언젠가는 게임 후기를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겠지요. ^^
coolasice
02/12/19 00:06
수정 아이콘
예전엔..베틀넷아이디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영어사전찾아가며 있는 단어 없는 단어 찾아서 아이디만들고 전적을 피같이 여기며 1패뒤엔 반드시 3승,4승을 다짐하고, 리플을 보면서 빌드 짜고, 전략전술연구하고 -_-;;
항즐이
02/12/19 00:27
수정 아이콘
이클립스님 ㅠ.ㅠ 감동이네요. 스타매니아의 .. 길.. 그런데 김동수 선수가 CPA준비했었나 보죠? +0+ 오오 역시.. 참 색다른 인연이네요 ^^
레몬홍차®
02/12/19 00:33
수정 아이콘
정말 정말 동감이네요..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손꼽아서 기다리고,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경기에서 이기면 괜히 기분좋아 까불다가 엄마에게 한 대 맞고,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경기에서 지면 괜히 슬퍼지고, 밥맛이 떨어지고,하루 종일 우울해하며 그 선수가 다시 이길 때 까지 축쳐진 나날을 보내고.. 이부분은 제 일상의 한부분을 똑같이 그려놓은 듯한.. 그 외의 부분도 마찬가지구요... 잘 읽었습니다..
02/12/19 00:39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마치 이클립스님은.. 저의 미러이미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들게하시는.. -_-a
물빛노을
02/12/19 02:32
수정 아이콘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02/12/19 09:12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동감해 주시는 군요.. ^^;
스타를 맨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제가 제 주변 사람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들었었죠.. ^^;
그런 에피소드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적고 싶은데... 스타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저인지라 창피해서 못올리겠다는....
많은 분들과 공감할 수 있어서 기분좋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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