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5/20 00:24:32
Name neogeese
Subject 가입인사 & 잡담....
안녕하세요.. 1년동안을 눈팅만 하다가 가입 하고 겨우 글쓰기 권한이 생기자 마자
pgr21이 휴면기에 잠시 들어가는 바람에 이제서야 가입인사를 올리게 됐네요..

얼마전에 pgr이 다시 부활 한걸 보고 정말 기뻤습니다. 여기서  스타뿐만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배웠었거든요..여기만큼 토론 문화가 잘 이루어진 곳은 없다고 생각해요..^^;

스타에 대해선 잘 안다고 할수 없는 편이라 글을 올리는것이 상당히 망설여 지기도 하고
글을 쓸때 스타랑 전혀 상관 없는 글만 쓰다 보니 이곳엔 올리지를 못했는데
그래도 이곳은 자유 게시판이니 만큼 용기를 갖고 글을 올립니다..
차차 채널도 들러서 인사도 하고 같이 게임도 했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어제 썻던 글입니다. 어머니가 밤중에 해주신 부침개가 왜 이리 맛있던지
갑자기 어머니에 대해서 쓰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니 부침개하고 글쓰는거 하고 무슨 상관이....-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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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 어머니 나이가 이제 예순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젊어 보이시기도 하지만 활달한 성격 때문일겁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도
나이가 들어가시는지 몸 여기 저기 성한신데가 없으십니다. 특히 잇몸이..
몇년전부터 음식 맛을 잘 구별 못하십니다.. 그래서 요리를 하시면
항상 누나나 저한테 간을 보게 합니다.

참 신기 한점은 그럴때마다 간은 항상 적절 하다는 겁니다. 수십년동안
한결 같은 손맛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긴 세월을 식구들 입맛에 맞춰
오신거라고 생각 하면 뭉클해질때가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께선 우리 입맛을
자기 식대로 맞추신 거라고 하시더군요..

보통 동네 아주머니들이 커피와 수다 타임을 갖기 위해 집에 오실때가
많습니다.. 그럴때 어머니가 반찬이라도 하고 계시면 맛이 제각각이 됩니다.
특히 김치 같은 경우엔 죽음입니다.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김치맛엔 굉장히
민감해 지거든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반찬맛으로 오늘 어떤 아주머니들이
오셨는지 알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답니다. 짜면 동선이네 엄마.. 싱거우면
정훈이네 엄마.. 느끼하면 아래층 새댁 등등..

그 아주머니들은 저한테는 미움받는 존재(?)이지만 집에서는 식구들의 입맛을
가장 잘 맞쳐 주시는 고마운 존재일거라고 생각 합니다. (여담인데 아래층 새댁의
경우.. 남편과 같이 저랑 동갑입니다.. 아무리 느끼해도 잘 먹을텐데.. 하고
생각 하며 부러워 하곤 합니다..--;)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오빠는 결혼하면 부인 고생 많이 시킬거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입맛이 너무 까다롭다고요.. 예전엔 아무거나 참 잘먹는다고
생각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깨닫게 되더라고요.. 나도 참 가리는 음식이
많구나 하고요.. 그런 제가 집에서 불만이 없었던걸 생각 해보면 새삼 어머니가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이 듭니다.(이것도 어머니께선 제 입맛을 맞춘 결과라고
하시더군요..--;)

옛날 이야기(?)에 보면 식구들이 다같이 식사하는데 어머니께선 생선을 자식들에게
발라주면서 정작 대가리 부분을 맛있게 먹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선은 머리가
제일 맛있는 부분이라면서.. 제 어머니도 어쩔수 없는 한국의 어머니이신지
고기반찬 같은거 하시면 항상 이가 아파 씹지를 못하신다면서 거의 드시지를
않습니다. 제 나이 27인데.. 다 먹고 남은거 아깝다며 다 드시는걸 모른다고
생각 하시는건지.. 계속 그래서 결국 제가 그런 반찬들을 남깁니다. 드시라고요..
너무 오랜 세월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오신 탓인지 저희들이 나이가 들어도
바뀌기가 쉽지 않으신 듯 합니다.
뭐 요즘엔 칼국수나 호박전,두부전등 당신이 좋아하시던 것들을 저희에게 강요할때가
많아 지셨는데 기분 나쁘지는 않습니다.. 개고기 같은것만 아니면 다 맛있게
먹을 각오-_-;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제대하고 나서.. 그러니깐 3년전부터 어머니는 상당히 바쁘게 지내십니다.
사교댄스부터 시작해 고전무용까지.. 동사무소에서 무료 교육 할때마다
빠짐없이 참석 하시더니 요즘은 학원에서 아주머니들 가르치는 재미로
사십니다. 솔직히 터미널 주변에 무도장 같은데 빠지시는건 아닌지 걱정
많이 했는데 제 기우였습니다. 차차차,지루박,쌈바까지는 되는데 라틴댄스는
신경통 때문에 안된다는 말에 뒤집어 질뻔 했답니다..^^: 요즘엔 장구를
한 두시간 치고 오신다는데 저녁때마다 안마 하느라 손이 빠질 지경입니다.

몇달전부턴 통장을 맡고 나시더니 상당히 열심히 하십니다. 거의 동네를 주름잡는
수준에 이르셨다는... 얼마전에는 민방위훈련에 다녀오셨는데 자신이 민방위 대장
이라며 자랑 하시더군요..(아마도 분대장을 뜻하는거 같은데 실상은 민방위 훈련
참석하는 아저씨들의 통지서 걷는 역활 입니다..--;)
앞으로 몇년후에 어머니가 또 통장을 맡게 되시면 내가 내는 통지서 걷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웃었습니다.

요즘 힘들어 하셔서 매일 저녁 안마하느라고 고생이지만 즐거워 하시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 동안 저나 누나들때문에 희생 하신 시간들을 보상 받게
해드리고 싶거든요.. 예전에 즐겨 먹으신걸 저희에게 강요 하시는걸 보면
그동안 우리 때문에 먹고 싶은거 못 먹었다 하시는거 같아 항상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안마 할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얼렁 건강해 지세요 라고..
라틴 댄스에 도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요...^^:







                                                Nest of Geese
                                                 - since 1999


ps. 아주머니들이 라틴 댄스 하신다는 소리에 놀랬습니다.. 잘은 몰라도
    나이 드신 분들이 하기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까요..?--;

ps. 요즘 홈쇼핑에 재미가 들리셨는지 계속 이것 저것 주문을 하시곤 합니다.
    방금도 로만 세이드인지 몬지 커텐을 주문 하셔가지곤 방마다 못 질하고
    커텐 다느라고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머리 마는 미용기구가 내일 온다네요..
    어머니의 화려한(?) 머리 스타일을 보게 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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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3/05/20 00:57
수정 아이콘
어머니로는 그 어떤 글을 써도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네요 ^^
03/05/21 00:23
수정 아이콘
방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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