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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9/19 12:22:43
Name 마술사얀
Subject 영화라는 매체 -외출-
그저께 강변에서 '외출' 을 보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군대가기전에 '뷰티풀 그린' 인가...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졸았던

이후로 거의 처음으로 영화 중반에 죄책감(혹은 부담감) 없이 졸고 말았다.

원래부터 별로 땡기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워낙 변변한 영화가 없어서 선택한 영화인데.

그게 각오했던것 보다 심각한것이었다.



허진호 감독의 전작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는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이상하게 이번 '외출' 은 제작때부터 영 심드렁했던 이유를.. 영화관을 나서면서

알수 있을것 같았다.

전작들과는 달리. 외출은 별로 나와 상관없는. 좀더 심하게 말하면. 그냥 판타지 영화나

다를게 없었던것이다. 불륜에. 교통사고. 거기다가 다시 맞바람.... 아무리 생각해도

감정이입이 통 안되는... -_-;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속 주인공 이름이 통 기억 안난다는것은

가슴아픈일이다. 그렇다고 관객을 사로잡는 드라마나 플롯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교통사고난 불륜남녀의 배우자들이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가 전부다. .. 예고편이

전부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거기다가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명세 감독의 형사처럼 화려한 비주얼을 약속하는것도 아니고.

더 아쉬운건. 전작에서 보여줬던 찰진 대사(유지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나

가슴을 저미는 상황(한석규가 신구에게 비디오 작동법 가르치는 장면) 같은게 이번 영화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는것이다.  삶이 끝나가는 절실함. 사랑을 잃었을때의 절실함을 모두

긁어내고. 감독은 , 카메라는, 관객은 초월자 마냥. 말없이 두남녀를 건조하게 바라본다

솔직히. 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맹탕일수가 있는가가.. 조금 놀라울뿐이다.


허진호 감독은 관객, 평론가, 감독 사이에서도 나름대로 인정 받는다면

받는.... 그런 재능있는 감독이다. 그러한 명성을 제하고 영화를 되새김질 하더라도.

(평이라고 하기엔.. 낯뜨겁군) 영화쪽 일을 생업으로 살고 일생을 바치는 사람이

1년여를 죽을힘을 다해 만든 창조물을. 2시간 정도 쓱 보고 이렇게 악다구니 쓰듯...

찧고 까부는게 꼴 사납다고 생각이 드나. 나름대로 영화를 즐겨보고. 또 대부분

관대하게 보는 나 같은 (난 환불 소동이 벌어졌던 오픈워터 조차 정말 재미있게 본

몇 안되는 관객중 하나이다) 관객에게서 조차 이렇게 실망감을 줄 정도면.....

다른 많은 까탈스러운 관객에게는 어떻게 보일것인가.... 영화란 매체 자체가

대중과의 소통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고. 대중성을 배제하고 생각할수 없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수단을 개인적 취향, 문화 권력으로 윽박지르듯. 몇백개 상영관에 개봉하여

관객들에게 들이미는 이런류의 영화는 앞으로도 정말이지 사양하고 싶다.

물론 내 논리가 과격하다는건 안다. 관대한 내 눈에 들지 못할정도의 영화는

문제가 있는거다.. 식은 논리는. 그러나. 아무리 봐도 상업영화라고 볼수 없는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굳이 찍고 싶다면(물론 이런식의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분명이 있을수

있다) 배용준, 손예진를 캐스팅 해서는 안되며. 마케팅도 그렇게 뻔뻔스러울 정도로

공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전작 두 작품의 성공으로 자의식의 과잉에 이런 오만한 영화를 내놓은 허진호 감독은

몇년간 반성하는 마음으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 가져보셨으면

좋겠고. 그래도 허진호 감독이 만들었는데.... 하면서 눈치보고 기사 쓰는 기자들,

평론가들은 제발 입좀 닫아줬으면 좋겠다. 나 같은 표독스러운 관객 영화표값 물어줄

의향이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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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잼
05/09/19 12:33
수정 아이콘
음..그 정도인가요..
차선생
05/09/19 12:38
수정 아이콘
제 주위에서도 외출 재밌다는 사람 못봤네요..

혹시 보러 가실 분들..
끝나고 재미없으면
주위 관객들 모아서 극장에 환불을 요청해보는건 어떨까요?
예전에 '오픈워터' 사건처럼 말이죠..^^
겸사마
05/09/19 12:54
수정 아이콘
전 '친절한 금자씨'의 과도하게 친절한 마케팅에 질린 이후로 영화마케팅은 잘 믿지 않습니다..'외출'은 못봤지만 본 사람들 중에서는 심한 소리로 허진호감독 요새 돈이 궁한가봐요 -_- 라고까지 말한 사람도 있더군요.
하늘하늘
05/09/19 13:19
수정 아이콘
흠.. 이글만 보면 글쓴분은 심하진 않아도 어느정도는 까탈스러운 분 같네요.
솔직히 영화보면서 '플릇'까지 보는 관객 많지 않다고 봅니다.
저야 뭐 영화를 보지 않아서 영화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긴 뭣하지만
조금은 비겁한(?) 영화평같아서 말이죠..
취향이야 각자 나름이니 그 어떤 혹평도 당연한 권리라고 봅니다만
걍 당당하게 한사람의 '관객'으로 평해도 되는데
굳이 '관대한 관객'이라는걸 내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거죠.

본문의 말을 인용하자면 영화란 대중과의 소통이 1차 목표라고 했는데
적어도 그부분은 성공한듯 보입니다.
'일본 아줌마 대중' 에게는 충분히 소통이 되는것 같거든요.
물론 배용준 그 자체가 이유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그거야 '일본 아줌마'가 되어보지 않는한 모르는것이고
또 그 아줌마들의 말 또한 그런것이 아니었거든요.

영화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수 없는 것이니만큼
혹평이든 찬양이든 한사람의 관객으로써 당당했으면 하는 바램니다.
05/09/19 13:20
수정 아이콘
요즘 한국영화의 타이틀로 생각되는 네임밸류가 높은 영화들이 다수의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못듣고 있더군요.
공통적인 평이 '이슈' 라고 불릴 정도의 하나의 관심사는 가지고 있지만 시나리오가 엉성하다고....
배우, 영상미 만으로 원하는 만큼의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고 해도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업계에서는 날아다닌다는 분들이 만들었을 텐데 상당히 아쉬운 ㅡ.ㅜ
마술사얀
05/09/19 13:39
수정 아이콘
하늘하늘님. 귀한 충고 대단히 감사합니다. '관대한' 이란 수식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역시 '관대한' 이란 단어는 논리의 온당함을 호소하기 위한 '비논리적' 반칙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영화평으로 쓴글이 아니라(글 중간에도 잠깐 밝혔듯). 개인적인 푸념에 가까운 자유게시판 글이란 생각이었고. 또한 타인에게는 강요할수 없는 호소지만. 저 스스로는 공감할 수 밖에 없는(저스스로는 분명히 관대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논리적 근거인 '관대한' 은 사용하기에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말씀하신 '일본 아줌마 대중' 은 제가 보기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소통을 온전히 완성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만한 추측으로는. 흔히 생각하는 욘사마 효과 이상도 이하도 아닐까란 확신에 가까운 추측이 드는군요. 만일 하늘하늘님이 영화를 보신다면. 제 추측에 동의하실라 생각합니다.
김영대
05/09/19 13:49
수정 아이콘
외출 볼 생각 있었는데 그냥 가문의 위기가 저한텐 저 잘 어울릴것 같군요.
확실히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때문에 높아진것 같아요.
정말 이 두 영화보고 가슴이 벌컹벌컹(?)했던 그 기분을 다시 느끼게 해줄만한 영화가 또 나올까 싶내요.
05/09/19 15:00
수정 아이콘
허진호 감독의 영화스타일이 원래 좀 담담하게 담아내는 그런쪽 아니었나요? 그래서 저는 그냥 그려러니 하고 봤었는데.. 좀 맹랭했다는건 인정!
친절한 금자씨는 정말 '올드보이'만 보고 본 사람들은 많이 비추를 하더라구요;; 박찬욱감독이 복수는 나의것등에서 보여준 화면구성과 이야기전개, 아이러니유머 등 감독의 스타일이 굉장히 잘 살아있다고 저는 생각했는데요. 보면서 한편으론 아 계속 스타일로 밀어부치다간 흥행에선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긴 들었습니다.;;
나라당
05/09/19 16:29
수정 아이콘
외출에 관해서 기대이하라는 평이 많군요
저도 외출을 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볼만했습니다.
맹탕이라는 느낌도 조금 있긴 한데 고요한 화면이 맘에 들더군요.
게다가 과도한 인기에 묻혀지는 듯한 면이 있지만 욘사마 연기 꽤나 잘합니다.괜히 최고의 한류스타가 아니더라구요
최장원
05/09/19 20:41
수정 아이콘
가문의위기 보시지..정말 재미있게봤는데..안보신분있으면 추천!
은경이에게
05/09/19 20:51
수정 아이콘
가문의 위기 강추입니다. 쓰러지게 웃겨요,.이런류의 영화중에는 수작인듯,
05/09/19 23:16
수정 아이콘
가문의 위기 외출 두 편 다 보았습니다 두 영화 다 서로 개성적이더군요 전 보면서 허진호 감독 특유의 스턀이 그대로 살아났다고 생각하는데..역시 영화는 개인 개인이 받아 드리는 점이 마니 틀리군요.
서정호
05/09/20 02:53
수정 아이콘
어제 '외출' 봤습니다. 원래는 '너는 내 운명'을 보려고 했는데 매진이더군요. 뭐, 사람마다 영화에 대한 취향이 다르긴 하지만 저는 그럭저럭 재밌게 봤습니다. 단지 제가 생각했을 때 문제점은...너무 '평평하다'인 거 같더군요. 허진호감독 특유의 담담함이 지나칠 정도로 쓰인 거 같았습니다. 저는 이런 영화 그다지 싫어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 눈엔 별로라고 느껴질수 있겠죠. +_+
율리우스 카이
05/09/20 11:36
수정 아이콘
하늘하늘 // "플롯"은 말만 어려울 뿐 "플롯"을 안보는 관객이 있을리 없죠. "스토리가 없다",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도대체가 내용에 개연성이 없다.","욘사마 말고는 볼것이 없다." 이런말들이 전부다 플롯을 평가하는 말들입니다. 잘난척해서 죄송합니다만, 하늘하늘님이 단순히 "플롯"의 단어뜻을 모르셔서 그런거 같아 보충설명드립니다. 따라서 "플롯"을 일반 관객들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해드릴수가 없네요 .. ^^;; (뭔소리인지 쩝.)
정현준
05/09/21 09:16
수정 아이콘
저도 봤는데, 저는 괜찮았지만 나오면서 일반적으로 좋은 평 못 듣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보려고 했던 게 아니어서 오로지 주연 배우 둘과 기본적인 스토리만 알고 봤는데, 감독 이름을 들으니 음..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영화 내용 자체는 괜찮던데요. 불륜까진 아니어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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