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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2/16 04:34:16
Name Judas Pain
Subject 스타매니아의 재미에 관한 단상
제가 스타리그 관람에서 처음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세종족간의 전쟁이었습니다

다분히 정치적인 의미가 섞여있는 이 경쟁은
스타에서 유저들의 주종족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실제로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많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입니다(과거 전국민의 스타열풍)

월드컵이 교모하게 내셔녈리즘을 자극하듯
자신이 선택하고 좋아하는 종족의 끝에 다다르려 하는 자들이 가상으로 펼치는 전쟁터
때때로 밸런스 문제로 비화되기도 하는 이 묘한 경쟁과 대리만족은 스타리그의 흥미를 이끌었던 주요 요소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선수 개개인의 강함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선수들은 종족에 이어서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으로 강함 혹은 최고의 자리에 이를수 있다는것을 증명하려합니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은 유저들의 게임스타일 그리고
그 스타일에 이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미학에 반응하면서
(왜냐면 게임의 스타일이란건 그 사람의 개성이나 기질과도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취향과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는것으로 나아갑니다
(물론 선수의 스타성 때문에 팬덤이 형성되는것 역시 무시할수는 없지만)


그리고 이것은 이스포츠가 사업의 측면이 강조되면서 구단의 경쟁으로 나아갔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필연적인 흐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바닥의 확장과 팀의 재정지원을 뒷받침하는 스폰서를 가장 어필할수 있는건 프로리그일테니 말입니다)




이스포츠는 승부의 세계고
강함을 추구하는것 자체가 두근두근거리는 일입니다
추억속에 머물지 않는 강함...
강해지고 또 성장하고 나는 얼마만큼의 수준인가?
또 상대는 얼마만큼 강한 선수인가?
그들은 어떤것을 가지고 있고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얼마만큼 그의미를 지속시킬수 있는가? 지금의 최강은 누구인가?
어떤 누군가가 또 그것을 뒤엎을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가?

사람들은 늘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이런것 없이 승부의 세계는 공허하죠
어떤 경지를 바라는것.. 그런 경지에 올라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애기하는것

어렸을적 우리가 누가 짱이다 누가 제일 세다 하고 말싸움하고
또 그 당사자들이 신경전을 벌이는게 재밌었던 것처럼



하지만 요새는 왠지 두근거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것들이 불분명해지고 말하기 어려워 지는게 전 더 슬프더군요 아니.. 슬프다기보다는 뭔가 흥미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뭔가 관료화 그리고 습관화 되었다는 느낌...
많은 이유가 있겠죠, 경기가 많아지고 상향평준화되고 스타가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승리보다 팀의 승리가 우선시되면서 안전한 경기운영만을 염두에 두는것
스포츠라기보단 어딘지 연예인을 바라보는듯한 시각등등...
전 권태를 느낍니다


그러니 더더욱 S급이니 A니 B니 뭐든 좋으니 치열함 경쟁구조가 살아있길 바라고
선수들의 개성이 강하게 부딪히길 바라고 운석이 충돌하는듯한 임팩트를 주는 선수를 전 기다립니다...

선명하게 그런것들을 느낄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만 인간적인 드라마가 깊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제가 무리를 해서라도 그들의 강함을 논하고 그들의 경기내에서의 의미를 찾으려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건 그런 이유입니다



그들이 어떤 길을 걷고 있던 과거에 준 감동으로 나에겐 소중한 존재들이니
선수들에게 잔인한 잣대를 들이대기 싫고 평가나 담론들에 상처 받는것을 두려워하는것
다 고만고만하고 승부에 뭐 특별한게 있으며 그냥 이기고 지는거고 다 같은 소중한 선수들이다...
그런 스타리그와 이스포츠는 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스타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경쟁의 게임입니다. 감동과 추억과 애정도 좋지만
힘없는 정의가 무의미한 것처럼, 목표의 추구(강함)를 논하지 않는 스포츠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전 그런 담론들을 즐기는 편입니다
논쟁거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격렬하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며
끊임없는 자극과 흥미거리를 사람들에게 안겨주니까요


때때로 소모적으로 흐르지만 좋은 통찰력을 지니신 분들이 써내리는 글들을 보면
많은 생각의 즐거움, 그리고 뭔가 두근거리는게 느껴집니다



프로리그도 좋지만 전 개인리그, 선수들이 사각의 맵에서 펼치는 1vs1의 처절한 투쟁에
스타가 줄수 있는 가장 큰 임팩트와 드라마 그리고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선수들이 스스로의 정체성,개성,스타일,꿈,야망,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개인리그,
그 승부에 무게추가 옮겨가고 시스템적으로 그것을 더욱 치열하게 가다듬는것이
이스포츠가 관료화되는것 그리고 지지않으려고만 하는 경기양상을 줄이고
단순히 돈을 받고 경기하는 프로라는것 이상의 의미를 선수들에게 줄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그것을 바라보는 스타매니아들의 즐거움과 함께 말입니다


어쩌면 제가 제목을 잘못 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글은 제가 느꼈던 스타리그의 재미에 대한 작은 고백입니다


By Juda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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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16 05:51
수정 아이콘
동감하는 부분이 많군요 저도 그래서 이번 준결승이
기다려지는군요 가장 중요한 스타리그가
프로리그로 인해서 날카로움을 잃어간다면... ...
전체적인 스타의 재미와 인기는 줄어들지도... ...
개인적으로 저도 요즘 경기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
스타라는 것을 스포츠화하는것은 좋으나
팀스포츠로서는 부적당하다고 아니 그보다는
역시 스타의 가장 강한 재미는
개인리그에서 두선수간의 투쟁이란는 말에 공감하고
그런 면에서 현재의 프로리그는 절반의 실패와 성공이면서
스타의 인기 자체를 서서히 식게 할수도 있는
위험한 시기라고 생각 합니다... ...
김연우
06/02/16 06:58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에 한표.
제가 스타리그를 봤던 이유도 '누가 최강자인가'를 위해 봤엇습니다.. 만, 요새는 그런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가더군요
06/02/16 08:58
수정 아이콘
예전의 경기는 선수들이 '보여주려는 경기'를 위주로 했던거 같아요
요즘은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려하다보니 전략이 철저하게 승리에 가깝게 짜여지구요.. 그건 전술의 획일화를 가져오죠..
뭐.. 옛날에는 처음부터 선수들이 뭘할지 모르니 진짜 처음 네기의 일꾼이 뭔짓을하는지 관찰모드였지만..
요세는 초반운영을 보는건 좀 지겹더군요.. 테란의경우 당연히 더블커맨드겠지같은 느낌 있자나요..

각선수마다 스타일이 있다면 스타판이 다시 한번 흥행할거같아요
변길섭선수가 겜을하면 이번에도 성큰밭을 뚫어버리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느끼게 하는 불꽃
강민선수가 겜을하면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전략전술로 우리들을 놀라게할까하는 꿈꾸는플레이
김성제선수가 겜을하면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극악견제를할까 하는 견제플레이 등등..
뭐 이런 색이있는 플레이가 스타를 더욱더 발전시키지 않을까요..
히또끼리
06/02/16 09:05
수정 아이콘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으신거 같군요 저만 그런줄 알고 그냥 있었는데......
신입생
06/02/16 10:35
수정 아이콘
각 방송사 협의 하에 1년에 한번 정말 최고, 최강의 선수들이 모인 초 대형 통합리그가 열렸으면 좋겠어요..
세이시로
06/02/16 10:56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어제 변길섭 선수가 러시아워에서 더블을 쓰는 걸 보고 일말의 씁쓸함까지 느꼈습니다.
상대는 11시니 충분히 불꽃으로도 해볼만한 맵일텐데 중요한 프로리그 경기라 안전한 빌드와 운영을 하더군요.

그런 면에서...
이번 신한은행 스타리그 4강, 결승이 치열하길...
듀얼이 팽팽한 긴장감을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06/02/16 11:13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전 프리미어같은 풀리그가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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