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관련된 글이 가끔 자유게시판에 올라오고, 핵에 당한 사람들 넋두리도 많이 올라오면서
PGR분들은 핵 당하고 넋두리 하는걸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 이렇게 글 쓰는것이
망설여집니다만, 경험하고 느낀바가 있어 몇 자 적습니다.

네, 방금 테란 핵을 또 당했습니다. 전 저그였구요, 앞마당 먹고 무탈 뽑아서 날아가봤더니
로템 여섯시가 터렛으로 도배가 되어있더군요. 물론 커맨드 안에는 컴셋스테이션이 곱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저그 유저인지라 테란핵을 만나면 그냥 조용히 해처리 버그 쓰고 나오곤 하는데
예전에 어떤 분이 핵관련 글을 쓰시면서 '점잖고 매너있게 대화를 청해보니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 라고 하셨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점잖고 매너있게 말을
건네봤습니다.

"저, 핵 쓰시는거면 미리 말씀하세요 그냥 나가드릴게요"
"아니거든? G랄하지 말고 게임이나 해라."

... 이 타이밍에는 둘러싸진 터렛덕분에 커맨드 안의 컴셋은 보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핵인거 같다. 라는 심증은 무척 강력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이었지요. 오버로드 속업 후
오버로드를 던져주면서 커맨드 안의 컴셋을 확인했습니다.

"정말 핵이시면 말씀해주세요. 그냥 나가드릴게요."
"아니라고 신발아. 너나 핵 쓰지마"
"커맨드 안에 스캔이 어떻게 들어가요;;"
"G랄하네 신발놈"

... 이후 몇마디 더 건넸지만 돌아오는 대사는 계속해서 "G랄하네 신발놈" 이었습니다.
그래도 끈기있게 계속 말을 건네봤지요. 그랬더니 묻더군요.

"여자냐?"

... 그게 중요했던걸까요. 아쉽게도(?) 전 남자랍니다.

"그게 중요한가요. 남잡니다. 남자 상대로는 핵 쓰셔도 됩니까?"
"신발 너나 쓰지 말라고"
"제가 핵을 왜 써요"
"그 타이밍에 오버 속업이 되냐?"

... 무탈이 아홉기가 나오고도 한참이 지난 타이밍인데 당연히 속업 되죠;;

"리플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핵 쓸줄 모릅니다. 쓰지도 않구요."
"G랄한다"
"정말 양심에 손을 얹고 핵 아니세요?"
"G랄한다"
"정말 양심에 손을 얹고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 친척 명예를 다 걸고 핵 아니세요?"
"G랄한다. 너같은 색히가 지면 핵써서 졌다고 G랄하고 이기면 핵따위는 이긴다고 하지"
"제가 무슨수로 핵을 이겨요; 저 엄청 하순데요"
"G랄한다."

... 저 G랄한다를 삼십번쯤은 들은거 같습니다.


결국 20분 가까이 진행하고 나서 골리앗과 레이스로 200 꽉꽉 채워진 병력에 쓸렸습니다.
쓸리면서도 혹시나 해서 계속 점잖게 말을 건네봤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시라고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도 해 봤지요. 그런데도 돌아오는 말은 욕이더군요.

전 제가 썩 좋은 놈이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적어도 제게 위해를 가하거나
특별히 제 맘에 안드는 항목을 지나치게 많이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다들 그렇게 사실거라고 믿구요. 그런데 가끔은
정말 세상엔 나쁜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 어이없는 뉴스를 접하거나
정말로 어이없는 사람과 불필요하게 조우해야 할 경우엔 말입니다.


ps. 핵 쓰지 맙시다. 본인이 즐기자고 타인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드는게 즐겁습니까?
ps2. 당한 넋두리잖아! 라고 하시면 ... 죄.. 죄송합니다.
ps3. 쓰고나니 참 길어졌습니다. 필터링은 무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