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재주가 없어 오랜 세월 눈팅만 했습니다만 도저히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배틀넷에서 미네랄핵 쓰는 사람들 많이 보셨지요?
이제 미네랄핵을 비롯하여 각종 스타관련핵들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습니다.

저는 아시아 공방을 주로 하는 테란유저입니다.
요즘 게임을 하면 열명 중 반 정도가 핵을 쓰더군요.
제가 당하다 당하다 하도 열받아서 도대체 어떻게 동작하는 프로그램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 몇개 다운을 받고 테스트도 해봣습니다.
커맨드, 팩토리 펑펑 터지는 AnnihilationX2  이란 놈이 주로 퍼져 있더군요.
실행파일 이름은 Damnation.exe 입니다.

저는 그게 다인줄 알았습니다만 아니었습니다.
리플로도 잡아내기 힘든 핵이 또 있더군요.

건물이 터지지도 않고 동굴이 생기지도 않지만 분명 자원이 비정상적이었습니다.
저도 그냥 상대가 고수인갑다 하고 당하기만 하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친구와 함께 리플 여러개 돌려보면서 자원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게임 스피드 slow 로 놓고요.  분명한 핵이었습니다.
미네랄은 제쳐두고라도 이때까지 먹은 가스와 소모한 가스만 비교해도
도저히 불가능한 자원상황을 보여주더군요.

예를 들면, 프토랑 할 때 첫벌처가 입구에 도착하면 드라군 한마리가 나와있고
이내 3마리 5마리로 늘어나 '아, 2게잇 사업인갑다' 하면 옵저버 바로 나오고
드라군 10마리에 3게이트.. -_-a
'이게 도대체 뭐지?' 하고 리플을 보면 드라군 뽑으면서 사업 돌리는 동시에
로보틱스 올리고 좀있다 바로 3게이트.. 인구수 50 남짓에서 3게이트에 생산예약된
드라군이 총 7마리인데 미네랄 700 가스 400 .. 뭐 이런 식입니다.

자원은 정상적으로 올라가는것 처럼 보이는데 이상하게 돈이 많아서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유닛을 생산하든 뭘하든 돈이 잘 줄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쉽게 알아차릴 수 없고 리플을 봐도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핵을 쓰면서도 아주 당당하다('꼬우면 리플 돌려봐~')는 것이 또한 특징이 되겠습니다.

이때까지 나온 미네랄핵들은 그나마 최소한의 낭만이 있었습니다.
일단 건물이 펑펑 터지고 동굴이 생기고 리플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앞서말한 그런 교묘한 핵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스타는 먹은 자원을 바탕으로 전략을 잡는 게임이라 할 것인데
이런 식이면 빌드도 필요없고 타이밍도 없습니다.
핵 유저들의 막강 물량에 치이다 보면 정상적인 상대와 게임을 해도 자원과 물량에 대한
감각이 이미 상실되어 제대로 게임을 풀 수가 없습니다.
점점 스타하기 싫어집니다.

방송리그가 스타의 줄기요 꽃이라면 배틀넷은 스타의 뿌리입니다.
저는 98년 브루드워 출시때부터 스타를 해서 8년간 스타에 울고 웃으면서 살았습니다.
실력은 중하수라 할지라도 제가 좋아하는 이윤열, 최연성 선수의 게임을 본 뒤
그 벅찬 감동을 안고 배틀넷에 입장할 때가 가장 행복했고요.

저같이 평범하게 배틀넷 공방을 즐기는 유저들이 게임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고
하나둘씩 접는다면 스타리그, 프로리그가 아무리 꽃을 피운들 그 수명이 얼마가지 못할 것입니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고 누군가 나서 핵에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