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게임 초보 분들은 꿈에서라도 프로급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네 고수급으로 하길 바라실 분들이 꽤 계실겁니다.
저는 자타가 인정하는 저주받은 손으로써,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그림이며 만들기며 글씨쓰기며 요리며 심지어는 게임까지도요... 물론 발로하면 더 엉망이 되죠.
그래서 저는 언제나 최하 난이도로 게임을 합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게임하다가 제가 자괴감에 빠지거든요...뭐 이래도 절망감이 드는 순간은 언제나 오지만요.

새벽에 문득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 저는 곰tv 스튜디오 부스 안에 있었습니다.  
  '우와 내 게임이 방송에 나오다니!  내가 프로가 된 건가?  아니면 고수?'
게임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로 보였습니다.  저는 저그였고 상대는 테란인지 토스인지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어쨌든 타종족이었죠.
저는 대충 상황을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근데 그 때 상대의 밴시인가 불사조인가가 몇기 와서 제 여왕 3마리 중 2마리를 잡아버리더군요.(상대 종족이 뭔지 확실하지 않은 이유가 이겁니다.  밴시로 그냥 때려잡은 건지 불사조 중력자광선을 이용해 잡은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더군요.)
눈물을 머금고 다시 여왕을 뽑으려고 봤는데...도대체 업그레이드가 된 게 없더군요.  부화장 하나에 산란못, 히드라리스크 덴 이정도 있고 맹독충 둥지도 바퀴 소굴도 없었습니다.  일벌레들은 놀고 있더군요.
병력요?   저글링 몇마리 히드라 몇마리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때까지 이 모양을 만들어 놓은 게이머(그게 저든 다른 누군가든요)에게 절규를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미니맵에 눈을 돌렸다가 정말 멘붕했습니다.
주구장창 정찰만 했었는지 미니맵이 훤히 보이더군요...살다살다 이 정도로 점막확장 안해놓은 저그는 처음봤습니다.  멀티요?  앞마당도 못 먹었더군요.  문제는...제 본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상대의 멀티로 꽉 차 있었다는 거였죠.(뭔 캠페인 하는 줄 알았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죠... 시간이 꽤 지난 상태였다고.  상대가 멀티란 멀티는 다 먹고 착실하게 테크를 올리고 병력을 모으고 있을 때 제 상태는...이렇게 멘붕하다가 꿈에서 깼습니다.

꿈에서 깨어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대는 왜 그 지경이 되도록 왜 저를 가만 나뒀는지 의문이 가더군요.  그냥 대충 병력모아서 어택땅만 해도 분명 옛저녁에 이기고도 남았을텐데 말이죠.  지나친 신중파라서?  아니면 저에게 거대한 멘붕을 선물해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