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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0/19 14:30:02
Name 쎌라비
Subject [기타] (배틀그라운드) 몰락한 왕의 총
'서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던 웹툰의 유명한 명대사가 가슴 깊이 사무치는 요즘이다. 인조반정으로 유폐된 후의 광해군이 생각난다. 그래도 한때는 군왕으로 군림하던 자신을 영감이라고 부르며 조롱하던 궁녀를 바라보던 그의 심정이 이러하였을까? 항상 친구들과의 게임 커뮤니티에서 브라만과 크샤트리아를 넘나들던 나는 현재 수드라 아니 수드라보다 낮아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린다는 달리트에 속해있다. 모든 것은 배틀그라운드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게임이 대세가 되었단 말인가?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낯 간지러운 부분이 있지만 나는 잡기를 좋아하고 또 그것에 조금은 능한 구석이 있다. 카드게임이나 장기같은 것에서 게임에 이르기까지 나는 잡기를 배웠을 때 남들보다 조금 빨리 배우고 익히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게임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그래도 어떤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면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적응도 잘 하는 편이다.(최상위권 이런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 페르시아 왕자, 황금도끼, 스노우브라더스 같은 게임은 친구들이 보스를 깨달라고 나에게 넘겨줄때도 있었고 던젼드래곤2도 원코인을 노리는 친구들에게 용병으로 고용되기도 했다.(1시간 반 남짓에 100원이면 너무 싼 용병이지만) 또 격투게임도 곧 잘하던 편이라 스트리트파이터, 용호권,아랑전설,사무라이,킹오브,철권을 넘나들면서 동네 형들에게 체어샷을 맞을뻔하기도 하고(실제로 나에게 7연패정도를 한 동네형이 나를 째려보면서 내 오락기를 끄고 간적은 있었다.)  그 이후에 오락실에서 피시방으로 대세가 넘어간 다음에도 친구들과 같이 하던 게임에서는 항상 고수의 포지션을 유지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말은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또 어느정도는 잘하는 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싫어하는 장르의 게임이 있으니 그건 바로 FPS다. 둠2에서 카르마, 서든에 이르기까지 친구들이 FPS게임을 할때도 나는 그것을 기피하곤 했다. 어드밴처, 롤플레잉, 시뮬레이션 각종 장르를 다 좋아하는 나지만 이상하게 FPS만큼은 별다른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하지만 재미를 별로 못느낄 뿐 막상 FPS를 하게되면 곧잘 할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오버워치가 대세가 되고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선천적으로 FPS를 정말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오버워치가 대세가 되려고 할때 위정척사파 처럼 나는 꿋꿋이 롤을 주장했다. 하지만 흐르는 강물을 영원히 막을 순 없는 법. FPS게임이 대세가 된 시절이 오고야 만것이다.

스타와 카오스는 그래도 꽤 하는것 같았던 주변 친구들도 거의 아재가 다 되어서 플레도 손에 꼽을 정도라 롤에서의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다. 간혹 내전이라도 일어난다치면 나를 영입하려고 애쓰는 친구들도 있었고 말이다.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배그가 대세가 되고 나도 그 사이에 끼어서 배그를 플레이 하게 되면서 뭔가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친구들의 배그 실력은 늘어나는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 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야 이상하다. A(본인)는 왜 이렇게 맨날 빨리 죽냐? 웹툰 볼라고 일부러 그러는거여? 야 좀 신중히 좀 해봐."

차라리 일부러 그랬으면 좋으련만...... 나는 항상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차례 게임을 하면서 내 실력이 결국 들통나게 되고 결국 친구들 사이에서 내위치는 격하되었다. 천민이 된채로 점점 시간이 흐르고 하루는 그렇게 나를 무시하던 친구B와 그래도 나를 편들어주던 C를 만나 셋이서 만나 삼인 스쿼드를 하게 되었다.

B: "야 차소리 나는거 같은데?"
A(본인): "앜 뭐여?" 탕! 탕!
B: 아니 미친놈아. 왜 날 죽여. 빨리 살려

그래도 팀킬 한번까진 괜찮았다.

B: 야 니 건물 들어간다.
A(본인):(B의 말을 못 들음) 탕! 탕! 아 깜짝아 이거 뭐여?
B: 아니 미친놈아 들어간다고 말까지 했잖아. 대체 나를 왜 두번이나 죽이는 거여. 상대방은 맞추지도 못하던 놈이 나 죽일때는 에임 개쩌네. 우리편 죽일때는 보정기 끼우고 죽이냐?

그렇게 내가 팀킬 두번을 한 덕분에 상대방을 만난 B는 부활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살해당하고 우리 스쿼드는 여느 게임처럼 먹은 탄환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게임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B: 아니 이 새끼 데리고 살아남을 수 있는거여? 사람 아닌거 같은디?
A(본인): 임마 형이 실수 좀 했다. 이번 판 1등 가자.
C: 야 그래도 A덕분에 상대방 점수가 낮나봐. A가 좀만 해주면 1등될 거 같은데
B: 뭔 개소리여. 업햄 데리고 어떻게 1등을 하냐고. 이번에 만약에 1등하잖아? 내가 진짜 치킨 쏜다.

B의 비관적 예측과는 달리 두번째 게임은 그래도 괜찮았다. 만족스러운 파밍을 끝내고 차로 이동하는데 B가 말을 걸었다.

B: 야 너 총에 달린 오뎅 뭐냐? 어차피 못쏘니까 가져와라
A: 닥쳐라. 형 소음기 달았다. 바로 람보 빙의한다. 이걸로 5킬 가능하니까 걱정마라
C: 야. A도 소음기 이런거 써봐야 점점 실력이 늘지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B의 갈굼보다 C의 위로가 더 굴욕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차를 타고 자기장 가운데 즈음에 위치한 건물로 들어갔다.우리는 그 건물안에 미리 자리잡고 있던 적들과 교전하게 되고 그 교전에서 이겼지만 불행하게도 B가 전사하고 만다. 이건 팀에게도 불행이였지만 나 개인에게도 굉장한 불행이였다. 일찍 죽은 B가 내 개인화면을 속속들이 지켜보게 된 것이다.

B: 와!! 이야!!! 진짜 Jooooooooooooooooooooona 못한다. 대박이다. 너 왜 이렇게 못하냐?

더 슬펐던 건 B의 말투가 조롱과 멸시보다 순수한 찬탄이 훨씬 컸다는 것이다.

B: 야 나는 너 게임 다 잘하는줄 알았는데 이건 아니네. 역대급이다. 진짜. 이렇게 못하는 애 첨본다. 와 그래도 이 새끼 쳐먹는 속도는 딩셉션이네. 시체 지존 빨리 쳐먹네. 혹시 구울이세요?

나를 쉼없이 갈구는 B에게 욕을 하거나 차라리 빨리 죽어서 B의 입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예전 내가 B를 놀리던게 저보다 더 심했던 것 같아 나는 더욱 할말이 없었다. 그런데 분노의 힘이였을까? 아니면 기적이 일어난 걸까? 나는 C와 함께 끝까지 살아남아 1등을 하게 된다.

C: 와 결국 1등하네. 치킨쏴라 죠밥아.  
A(본인) : 니가 문제였네 임마. 너 없으니까 1등하잖어.

그렇다. 난 항상 입이 문제다. 이 입을 놀릴 시간에 빨리 결과창을 닫아야 했다. 친구가 보기전에 말이다.

B: 아니 그 와중에 A 명중보상 0 뭐여? 실화냐? 완전 0명보구만. 역시 명보 선배님. 배그를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명보형 뭐해? 치킨 쏠게. 가자.

치킨은 맛있었지만 나는 오명을 얻고 말앗다. 그렇게 내 별명은 0명보가 되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그 이후로 명보형이라고 불리고 있다. 나는 오늘도 배그에 접속할 것이다. 0명보와 4렙가방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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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9 14:3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잘읽었습니다 0명보님
17/10/19 14:34
수정 아이콘
별명올리시명 0명보 되실수도.. 크크크 재미있습니다.
역시 실친들이랑 하니까 진짜 배꼽잡더군요. 전 솔로만 주구장창했었는데
larrabee
17/10/19 14:36
수정 아이콘
크크크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3인칭이라 순수fps같은 느낌은 덜하더라구요
ioi(아이오아이)
17/10/19 14:39
수정 아이콘
운영진 권한으로 이 분의 닉네임을 0명보로 할 것을 주장합니다.
17/10/19 14:42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크크크
위로가 되실진 모르겠지만 얼마전에 딩셉션도 스쿼드 1등하고 명중보상 0인적 있었어요 크크크
제미니
17/10/19 14:50
수정 아이콘
저도 필자님과 마찬가지로 fps는 엄두가 안나서 못하는 입장인데 친구들이랑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기만하고 실천에 못옮기는데 한번 해볼까싶을정도로 재밌네요 크크
0명보로 닉변은 내년 10월9일에 하시는겁니까?!!
굳바이SKT
17/10/19 14:52
수정 아이콘
명중보상 0 이면 한번도 반피 이상 못뺐다는 건가요? 풀피 킬이 20 명보라고 하던데
TheGreatWar
17/10/19 15:13
수정 아이콘
한대만 맞춰도 4점 정도 주는걸로 크흠
총알이 사람 몸과 접촉하지 못했다는..
굳바이SKT
17/10/19 15:38
수정 아이콘
한발도 못맞췄다는거군요.... 크크크 하긴 존버 메타가 괜히 있겠어요.
17/10/19 15:01
수정 아이콘
이런 글좀 자주 써주세요 크크 쎌라비님 글 너무 재밌어요
김피탕맛이쪙
17/10/19 15:06
수정 아이콘
업햄에서 한번 터지고 구울에서 한번 더 터졌네요 크크크크크 아 잼따
17/10/19 15:09
수정 아이콘
저도 움직이고 말하는 신비한 가방인데 크크 잘읽었습니다
레이오네
17/10/19 15:17
수정 아이콘
저도 스쿼드 1등 할 떄마다 흔하게 0명보 합니다 크크
저희 스쿼드는 일단 저를 미끼로 집어던져서 상대를 꺼낸 다음 처리하는 방법을...
류지나
17/10/19 15:26
수정 아이콘
상대가 집안에서 농성하면 수류탄을 뽑아든 다음에 손에 쥐고 육탄돌격을 하면 됩니다?
라라 안티포바
17/10/19 15:34
수정 아이콘
셀라비님 글 재밌게봤던 기억이 있어서 댓글먼저 봤더니 역시나...하고 본문글보고 또 한번 역시나...
수지느
17/10/19 15:4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0명보인게 딱걸리시다니 크크크크
17/10/19 15:41
수정 아이콘
크크 저도 fps에 약한 타입입니다. 그래도 최근엔 좀 늘어서 중거리 이상 전투는 잘 하는데 아직도 근거리 전투를 잘 못해요. 특히 샷건은 그말싫..
-안군-
17/10/19 15:44
수정 아이콘
비폭력주의 평화메타면 어때요? 1등만 하면 됐지.
배그는 죽이는 게임이 아닙니다. 살아남는 게임입죠. 암요.
손나이쁜손나은
17/10/19 16:15
수정 아이콘
크크크.. 어제 제 모습같네요.. 그래도 2킬은 했....
오늘도 베린이가 되어보겠습니다!
bemanner
17/10/19 16:15
수정 아이콘
친구들하고 스쿼드할 때는 친구들이 5~6킬 하면 저도 3~4킬 정도씩은 하면서 밥값은 하는데
솔큐만 들어오면 쫄보가 되고 공황장애가 오네요..
세인트
17/10/19 16:21
수정 아이콘
이분 항상 너무너무 글을 맛깔나게 잘 쓰심. 팬입니다!
MirrorShield
17/10/19 16:27
수정 아이콘
팀포나 오버워치는 힐러를 하면 되는데 다른 FPS는 답이..
페로몬아돌
17/10/19 16:41
수정 아이콘
명보형 어서오고
이혜리
17/10/19 16:47
수정 아이콘
내 얘긴줄..............
하지만 오버워치나 서든은 잘 했는데 진짜 배그는 도무지 안 늘어요.
아무래도 집에 그래픽 카드가 좀 안 좋아서 안 보이는 것 같은데 다른 곳에서 안 해 봤으니 알 수가 없네. 흠
rectum aqua
17/10/19 16:52
수정 아이콘
뭐 0킬 0명중보상으로 1등해도 치킨은 치킨이죠
현직백수
17/10/19 16:56
수정 아이콘
0명보라도 치킨을 뜯을 수 있는 게임이라 더 인기가 좋은듯...

구울님 힘내세요
17/10/19 17:24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0명보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흐흐
Pinocchio
17/10/19 17:34
수정 아이콘
그로자에 소음기끼우고 명보 200넘게 받아본적 있는데...
현은령
17/10/19 20:19
수정 아이콘
너무 공감합니다.. 저도 선천적인 fps 고자라 흑흑
17/10/19 20:22
수정 아이콘
땡명보니뮤ㅠ 잘 읽었습니다 크크크크
리버풀
17/10/19 20:44
수정 아이콘
크크크 글만 읽어도 유쾌하고 잼있네요 같은 친구 동생들이랑 할때 저희도 이런데
해달사랑
17/10/19 22:32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크크
17/10/20 05:49
수정 아이콘
간디메타 크크크
오이지
17/10/20 18:16
수정 아이콘
명보형 빵터졌네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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