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9/09/04 10:16:02
Name 세인트
Subject [기타] [와우] 잊지 못하는 와우저의 추억
이 글은 본인이 옆동네 커뮤니티에도 쓴 글임을 밝힙니다.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와우저 여성유저가 있었습니다.


불타는 성전 확장팩이 딱 시작할 때 새로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호드 흑마법사로 시작했습니다.
얼라이언스 같은 공대 맘에안드는놈 있어서 필드에서 잡아볼까 싶기도 하고,
기존 공대 친목질에 질려서 아무도 없는 데서 맨땅에 헤딩으로 키워볼 요량으로다가요.

정말 1코퍼 4칸가방 지원하나 받은 거 없이 맨땅에 헤딩으로 키우는데
한 10렙 중반인가... 20인가 부터 어쩌다가 파티로 성기사 한 분이랑 같이 파티를 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건, 그 쪼렙때부터 보호 성기사 외길인생을 걷는 탱커분이셨죠.
말투도 다나까 말투를 쓰시기도 하고
~~군 이라는 아이디이기도 했고
당시 저는 여자유저분들은 겜을 잘 못할거라는 편견도 있고 해서
여자일거라곤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아무튼 그분이랑 정말 70까지 쭉 같이 겜했어요.
접속시간대도 비슷하고, 그분도 따로 인맥없이 새로 시작하신 분 같더라구요.
쭉 같이 겜해서 그런지, 호흡은 진짜 지금까지도 제 평생에 같이 겜해본 분중에 가장 잘 맞았습니다.
말 한마디 없어도 점사/어글관리/풀링/메즈 다 잘 되던. 정말 재밌게 겜했었어요.
솔직히 와우인생 통틀어서 불성 초반에 새로 호드로 키우던 그 시절이 저에겐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아무튼 70찍고 인던 졸업할 때 쯤부터 레이드를 다녀야 하는데
이미 자리잡힌 기존 상위권 공대에서 탱커자리가 날리가 만무하고
그 분께서는 탱커 성기사로서 레이드를 들어가기도 힘들고 큰 흥미도 없으셨고 해서
그 뒤부턴 자주 같이 게임을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접속하면 서로 귓말로 '알카 콜? 으손 콜? / 이응이응' 이러고 같이 다니곤 했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의 금요일 저녁처럼 5인던전을 재미나게 돌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참, 그때쯤에는 거의 3인이 고정이었어요. 중간부터 쭉 같이 힐러 하나랑 같이 하게 되었거든요.
편의상 앞으로 그 탱커 성기사분을 A, 힐러를 B라 칭하겠습니다.
나이 순서는 저 - B - A 순서였지요.

던전을 끝내고 나서 사트러스(제 기억이 맞나 모르겠네요. 불성 중립 대도시 같은 곳이었는데)에서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내일은 어디 돌까요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 탱커 A분이
자기가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있어서 접속을 못 할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서울 사는 김에 한번 만나자고 콜을 했습니다.
정말 진짜 호흡이 너무 잘 맞고 같이 겜하는게 재밌고 개그코드도 맞고 그래서
나이가 제가 몇 살 위인 김에 올라오면 한번 보자 형이 한턱 쏠게 막 그러고 있었지요.
B도 형이 쏘면 얻어먹으러 가겠습니다 막 그러고 있더라구요.

그 때 A가 처음으로 자신이 여자임을 밝혔습니다.
당시에 저는 연애나 이런데 별 관심이 없는 와창인생이라
여자면 뭐 어떠냐, 어차피 미트스핀 드립치는 놈들끼리 와우 이야기 하고 놀면 되지
이러고 보자고 했어요.

그리고 만났는데, 솔직히 굉장한 미녀셨습니다. 제가 딱 좋아하는 타입의.
아무튼 그래도 연애감정 이런거 전혀 없이 재밌게 놀았어요.
만나자마자부터 거의 새벽까지 셋이서 계속 와우 수다로 날을 새웠지요.
주로 저랑 A랑 쪼렙때 이야기 많이 하고, B가 약간 겉돌긴 했습니다.
근데 중간에 화장실 갈때 B가 따라나와서
'형 저 A가 진심으로 맘에 드는데 형 A를 이성으로 좋아하세요?' 라더군요.
아무 생각없이 아니 난 그냥 파티원으로서 잘맞는건데? 하니까
자기가 그럼 A랑 잘되보고자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도와줄 생각이나 능력은 없으니 알아서 해라 했습니다.
뭐 아무튼 제 개인적으로는 정말 너무 재밌게 만나서 놀고, 다음날 아침 해장까지 시켜주고 집으로 왔더랬죠.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A와 B가 사귀게 되었다고 둘이 이야기하더군요.
B가 적극적으로 들이댔고, 성공한 거죠.
(나중에 듣기로는 A가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근데 그렇게 되면서 3인 파티는 잘 꾸려지지 않게 되었고
B가 A에게 여러 가지 지나친 요구들을 하게 되면서
결국 서로 다 서먹해지고 연락이 다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리분을 앞두고 투기장 팀원들과 함께 살타리온 서버로 이주를 하게 되면서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비엔나로 떠나게 되면서
완전히 연락이 끊겼었지요.
근데 와우 생각을 하면, 오리지널이고 불성이고 리분이고 레이드고 투기장이고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사실은 지금까지도 와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한국 돌아왔을 때
거의 관리하지 않아서 방치되있던 제 네이버 블로그 방명록에 글이 하나 있더군요.
어떻게 알았는지 A가 제 블로그 주소를 알아서
(아마 애드온이나 기타등등 때문에 메일주소를 교환했었던지라 그 주소 보고 네이버 블로그를 찾은 듯 합니다)
자기를 기억하느냐며, 잘 지내는지 안부 묻고
이제 자기는 와우를 접고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원래 꿈이던 일을 찾아서 새출발을 한다고 써놨더라구요.
(원래도 잡담할때 작가가 꿈이라고 했었습니다. 지금은 몇몇 웹소설을 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때 A는 사실 저를 좋아했었다고
근데 B때문에 말을 못했었다고 하면서
그래도 지금까지도 저랑 같이 파티했던 시절이 게임 라이프에서 가장 즐거웠다고
새출발 하는 자신의 미래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시절이었다고 적어놨더군요.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저도 A를 많이 좋아했었더군요. 이성으로서는 아닐지 몰라도
앞으로도 평생 겜하면서 그렇게 쭉 같이 호흡 맞춰본 콤비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졸업하고 반백수/프리랜서 때라 그렇게 겜을 했던 거지 이제는 그렇게 게임을 할 시간도 체력도 안 되요 크크)



아쉽거나 그런건 전혀 없고, 그냥 예전에 가장 잊지 못할 파티원이자 든든한 동료였던 분에 대해 써 봤습니다.
아내도 이 이야기는 알고 있어요. 아내가 저랑 20년 넘게 친구로 지내왔던 사이라서. 나중에 듣고
'아 그분 진짜 천운이네 니놈이랑 더 안엮여서' 라고 이야기했었더랬지요 낄낄낄 ㅠ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19/09/04 10:28
수정 아이콘
막줄 클클...
좋은 추억이네요
겨울삼각형
19/09/04 10:50
수정 아이콘
제 와우 생활 황금기때는
친구A,B랑 3명이서 게임할때였습니다.
제가 전사,드루
A가 사제, 성기사
B가 도적

그런데 리분을 접으면서 A와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대학친구인데 워낙 아싸감성적인 친구여서,
오프모임에 잘 안나오고, 와우도 접으면서..

클래식 접속하니까 B도 들어와서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또 도적을 키우는데,
A놈은 안돌아 오네요..

어제 블리자드앱은 켰던데.. 귓말해도 답이 없고..

이런 추억이 있어서 더 재미가 있는거 같아요.
차차웅
19/09/04 10:52
수정 아이콘
안 아쉬워서 아쉬워요..
19/09/04 11:13
수정 아이콘
아 뭔가 아련하네요
저도 귀여운 후배 여자애가 갑자기 자기 와우 한다고 막 귓말하고 도와 달라길래 귀찮아서 골드좀 주고 별 신경 안썼는데 나중에 저 좋아해서 와우 시작했었단 얘기듣고 아련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참 나중에 그거 생각나서 톡한번 했더니 아주 차가운 답변이 돌아오고 금방 결혼하더라구요 크크크
버스는 떠나면 끝인겁니다.
19/09/04 11:16
수정 아이콘
그랬던 A가 지금 와우 그만하라며 옆에서 등짝을 때리고 있네요

엔딩을 기대했는데 아니군요 크크
Zoya Yaschenko
19/09/04 11:16
수정 아이콘
와우=인생
초딩중딩고딩대딩처럼 와딩시절을 인정해주시옵소서.
MirrorShield
19/09/04 11:35
수정 아이콘
엔딩이 행복하니 좋군요
19/09/04 11:49
수정 아이콘
청춘 영화 한편 본 느낌이네요
19/09/04 12:16
수정 아이콘
전 빠르게 사제 만렙찍고 가덤, 힐스 등에서 놀던 기억과
첩탑 입구에서 정배로 용암에 떨구기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1렙짜리로 귓도 참 많이 왔었는데...
꿀꿀꾸잉
19/09/04 12:28
수정 아이콘
지금 와우하러갑니다
feel the fate
19/09/04 13:26
수정 아이콘
이성간에 친구가 어딨냐 하지만 소위 '동지' 란 단어가 어울릴 잘 맞는 이성이 분명 있습니다.
사실 그 친구가 이성이 아니여도 그만인거죠. 주로 뭔가 과몰입한 취미를 공유하는 사이임 크크...
세인트
19/09/04 15:21
수정 아이콘
아! 좋은 단어를 못 찾고 있었는데, '동지' 라는 단어선정에 부 아니 무릎을 탁 치게 되네요.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아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그리고... '과몰입한 취미를 공유하는 사이임' 에도
극극극극 공감합니다 크크크크크크크
건이건이
19/09/04 14:00
수정 아이콘
이글 보고 접속해보니.... 1서버는 이 시간에 대기 20분이네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9/09/04 14:25
수정 아이콘
부럽다
aDayInTheLife
19/09/04 15:09
수정 아이콘
와우는 안해보긴 했는데 왠지 모르게 형 누나들의 인터넷 채팅이 온라인 게임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있긴 한거 같아요. 흐흐 아즈얼라 만화도 그런 느낌이 살아있던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잘읽었습니다.
StayAway
19/09/04 16:10
수정 아이콘
기승전 'A = Wife' 인줄..
세인트
19/09/04 16:20
수정 아이콘
아내는 A같은 동지적 관계라기보단 주종관계에 가깝지 않나 그리 생각해봅니다.
임신으로 게임 쉬기 전에 저에게 자주 하달해주시던게
'오늘 내걸로 이거저거 해놔라/일일퀘스트 해놔라/돈벌어놔라' 주로 이런거 크크크크크
StayAway
19/09/04 16:24
수정 아이콘
A님도 와이프로 '진급'하셨다면 비슷하지 않았을까 마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와우 오래한사람치고 이런거 한 둘 없는 사람이 없죠. 흐흐
세인트
19/09/04 16:31
수정 아이콘
앗...아아..
Albert Camus
19/09/05 08:17
수정 아이콘
https://cdn.pgr21.com./freedom/80383

이 글이랑 너무 비슷해서 굉장간 위화감이 들었네요.
남자놈들 하는건 어찌 이리도 거기서 거기인지
19/09/05 12:48
수정 아이콘
만민평등을 위해서는 고자가 되어야한다 이 말입니다
밀크공장
19/09/05 14:14
수정 아이콘
군전역후 불성 오픈으로 기업합니다. 무료 한달 이벤트였고 신섭 열려서 그래 신섭 한달 공짜 개꿀~
하고 시작해서 전문대 1학기 남은 상태에서 와우에 미쳤었고 가짜 취업으로 학교 안가고 피방, 집에서 와우만 주구장창 할때
드루였는데 우연히 사제분이라 같이 퀘하다 친해지고 길드 가입당했고 같이 레벨링하다 뭔지 기억은 안나는데
길드가 붕괴됐고 그 사제분이 길드차린다고 해서 같이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학원선생하는 여자분이었고 꽤나 친목친목한 길드생활중
전 해외로 취업이 되서 접게 됐는데 그때 네이버 카페도 있었는데 저 접고나서 카라잔 길드팟도 흥하고 정모도 많이 하는 길드가 되서
상당히 부러웠었습니다. 부길마까지 했었는데 정모도 못하고 흑흑흑...
대격변때 다시 시작할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 길드카페 들어갔는데 서버 망하고 하면서 점점 사라지고
저도 다시 시작할땐 아즈 호드로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528 [LOL] 오늘 경기를 보며 떠오른 작년의 데자뷰 [9] Arcturus9675 19/09/07 9675 1
66527 [LOL] 초반의 담원 vs 후반의 킹존의 격돌.. 그리고 담원의 롤드컵 막차 성공! [114] Leeka12724 19/09/07 12724 0
66526 [LOL] 18달러로 롤드컵 우승팀 만들기 [140] 기사조련가13464 19/09/07 13464 2
66525 [LOL] Win or Die - 선발전 결승 [18] Arcturus9798 19/09/07 9798 1
66524 [LOL] 롤드컵 선발전과 승강전 - 핫 챔피언 [9] 빛돌v9105 19/09/07 9105 4
66523 [LOL] 최후의 격돌! 마지막 승자는 누가? 담원 vs 킹존 프리뷰 [25] Leeka10758 19/09/06 10758 4
66522 [LOL] 2020 우리은행 LCK 스프링 승강전 정보 공개 [17] 비오는풍경8441 19/09/06 8441 0
66521 [LOL] 2019 LEC 서머 파이널 스테이지 간단 프리뷰 [20] 비역슨8739 19/09/06 8739 0
66520 [기타] 클래식 나엘드루 40렙 찍었습니다. [21] 겨울삼각형11686 19/09/06 11686 0
66519 [LOL] 결승전 리매치시 오프닝 영상들 [22] Leeka9238 19/09/06 9238 0
66518 [LOL]저는 서포터입니다. [44] 나성범10222 19/09/06 10222 18
66517 [LOL] 끝나지 않은 첼코 3인방의 검증의 무대. 다전제는 과연? - 선발전 2R 후기 [106] Leeka13674 19/09/05 13674 0
66516 [기타] 닌텐도 다이렉트 9.5.2019 - 오버워치 스위치 버전 출시! [56] 은여우14748 19/09/05 14748 0
66515 [LOL] 4대리그 롤드컵 진출 현황 [7] Leeka10142 19/09/04 10142 0
66514 [LOL] 4대리그의 주요 특징들 [35] Leeka10688 19/09/04 10688 3
66513 [LOL] 승강전 일정이 공개되었습니다 [39] Leeka10116 19/09/04 10116 0
66512 [LOL] 그리핀에게 할 수 있는 말 [51] Leeka13145 19/09/04 13145 8
66511 [LOL] LCK 프랜차이즈화의 시점은? [68] 비역슨12198 19/09/04 12198 1
66510 [LOL] 결승 경기를 보고 다시 생각해보는 인디언식 기우제 [66] 민트밍크12526 19/09/04 12526 1
66509 [LOL] [자랑] 시즌9 30대 후반 아재 다이아 여정기 + 누누 약팔이 [14] 삭제됨8374 19/09/04 8374 4
66507 [기타] [와우] 잊지 못하는 와우저의 추억 [22] 세인트9051 19/09/04 9051 4
66506 [LOL] 선발전 2R. 샌드박스 vs 킹존 프리뷰 및 잡담 [37] Leeka10575 19/09/04 10575 0
66505 [오버워치] 최근 '코리아'의 문제점이 많아지는거 같네요 [25] 지성파크11459 19/09/03 11459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