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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30 07:39:22
Name minyuhee
Subject [일반] 죽창이라....
가혹한 탐관오리에 저항한 농민들이 크게 일어나고, 기존의 유교질서와 서양의 학문에 맞서
일어난 동학이 그들을 인도하니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이라.
그렇게 일어선 동학농민운동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의 협력과 제국주의의 시대에 보신만을 생각하던 왕조의 어리석은
공격으로 종결이 났다.
일제의 지휘와 무기를 받아들인 조선의 관군은 그들의 동포가 시산혈해, 시체가 산이요, 피가
바다가 되는 광경에 승전을 기뻐했을까.
농민들의 죽창은 일제와 조선이 합심한 무자비한 공격에 도륙당하고 말았으며 지도자 전봉준은 부하의 밀고로 체포당해
교수형을 당하고 말았다. 또한 그 봉기를 일으킨 계기가 되었던 고부군수 조병갑은 유배형에 처해졌으나 고종은 곧 그를 사면,
관직에 복귀한 그는 고등재판관에 이른다. 그 조병갑이 동학의 교주 최시형에게 사형판결을 내리니, 그야말로
거악의 승리와 민중의 패배를 만천하에 선언하는 비극이었다.
조병갑이 영의정의 조카로, 세도가문 풍양 조씨이기 때문에 그만한 비호를 받았으리라.
죽창은 평등하다니, 한방이면 관통된다는 죽창은 이처럼 덧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벙커에서 버튼을 눌러 대량학살무기를 발사하는 것은 폭격기를 조종하며 작은 조각들에
폭탄을 투하하는 것보다 쉽다. 폭격기를 조종하는 것은 맥심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기며,
몰려오는 야만인들에게 강철을 퍼부어주는 것보다 쉽다.
야만인들에 강철을 쏴대는 것은 강인한 판금갑옷을 두르고 전투망치를 휘둘러 부녀자의
머리를 까부수는 것보다 쉽다. 그리고 승리한 용병이 되어 전투망치를 휘두르는 것은 죽창 하나에
의지하여 폭정에 맞서 일어서는 것보다 매우 쉽다.
굳센 각오와 흔들림 없는 결심을 갖춘 자, 그리고 그런 위인을 따르는 자들은
죽창은 힘껏 휘둘러 준비를 갖추지 않은 악의 몸뚱아리를 관통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악의 피를 느끼며, 다시 죽창을 휘두르려 해도 거기까지다. 악의 뼈와 근육질로 뒤엉킨 죽날은 영 힘이 없다.
하물며 갑옷과 무기를 갖춘 악에게 죽창이란 한없이 무력하다.

AK-47 100정으로 민간인을 무장시키면 역사가 바뀐다고 했던가, 세계최고의 군대 미국의 숙련된 정규군들도
보급과 지형의 우위를 갖추고 몸이 가벼운 비정규게릴라들에 의해 위기에 빠진다. 정규군의 우월한 전투력도
수십kg의 군장을 메는 순간 크게 저하되기 마련이고, 그리고 그 무장한 민간인들은 아랍, 아프리카, 남미의
각지에서 혼돈의 주역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비해 한국을 헬조선이라 자조하는 시민들은 죽창을 이야기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간편함이 아니라 죽창을 휘두르는 자만이 가진 각오를 원하는 의인들인가,
패전을 앞둔 일제가 부녀자들에게 나눠주던 죽창처럼 어리석은 자들인가.

굳이 자랑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굳이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당신의 조국은 당신의 이름과 다를 바가 없으니, 솟아오르는 대나무처럼 굳게 오르면 그만이다. 그러나
한껏 태양에 가까워진 대나무의 주위에 동료가 없다면 무척이나 쓸쓸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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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5/10/30 10:08
수정 아이콘
죽창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말은 사실 웃긴 말이지요. 죽창을 쥘 일이 있는 자들도 낮은 자들이요, 그 죽창을 몸으로 받아낼 이들도 낮은 자들이겠지요.
15/10/30 11:09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죽창에 깊게 한방 찔린다면' 모두가 평등하다는 의미로 보고 있습니다. 히히
절름발이이리
15/10/30 11:16
수정 아이콘
뭐 그렇다면 죽음앞에는 평등하다는 말이 되겠지만.. 굳이 죽창이란 단어가 소구될 필요가 있나 하는 느낌이.
-안군-
15/10/30 11:27
수정 아이콘
뭐.. 어감때문에 쓰이는거 아니겠습니까?
'권총'이나, '사시미칼'은 왠지 느낌이 쎄~ 하니까?
15/10/30 12:38
수정 아이콘
말씀 하신대로 '죽음 앞에는 평등'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게 맞구요.
다만, '죽창'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다소 잔인하지만 통쾌함(?) 같은 느낌 때문에 쓰이는 듯 하네요.
총이나 나이프보다는 '가난한 자들의 무기'라는 느낌도 있어서, 소위 흙숟가락들과 맞는 이미지도 있구요
Jace Beleren
15/10/30 12:52
수정 아이콘
좀 범죄자같은 댓글일지도 모르겠지만 폭력에서 관통이 주는 청량감 때문이 아닐까요. 요새 유행하는 말로는 사이다라고 해야 하나... 일단 사시미칼이나 권총이나 죽창이나 평범하게는 일격사 나오는 무기는 아니지만, 상황의 청량감이 다르잖아요. 권총은 막말로 죽인 사람이 한건 방아쇠 당긴것밖에 없고, 칼같은 경우 내장을 제대로 찔렀는지 안 찔렀는지도 사실 그림으로는 잘 알기 어렵고 ... 하지만 죽창은 아래에서 위로 사람의 배를 관통한 부분이 꽤 길게 위로 솟구쳐 오르고 그 죽창을 내가 들고 있는 그 그림 자체가 주는 청량감이 좋아서 아마 죽창이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레슬링에서도 괜히 스피어를 스피어라고 하는게 아니죠. 역시 창이 최고입니다.
Jace Beleren
15/10/30 11:28
수정 아이콘
죽창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말은 애초에 그냥 '커암... 커암은 무엇하고 있느냐' 정도를 대체하는 웃긴 말로서 유행하기 시작한건데, 그게 헬조선 시류를 타면서 진지하게 분석하는 사람들이 생기는걸 보니 신기하네요.
절름발이이리
15/10/30 11:33
수정 아이콘
당연히 유행이야 별 의미없이도 나타나죠. 다만 그게 헬조선과 맞물려 환기되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물론 그것조차도 그냥 유행이라서라는 면도 크겠죠.
Jace Beleren
15/10/30 12:05
수정 아이콘
좀 재밌는게 죽창 드립의 원천이 되는 죽창맨 같은 경우 지금 분석하시는것처럼 일종의 민중 봉기의 상징처럼 쓰인게 맞잖아요. 원작 만화를 보면 여럿이서 죽창 들고 한명을 조지는 장면도 있고, 만화 그린 사람도 운동계 사람이거나 그쪽에 대해 최소한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기라도 한 사람이란게 딱 티가 나는 작품이었는데

그게 디씨에서 유행을 탈때는 그냥 [1:1 상황에서 강력한 한방이 될 수있는 흉기]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죽창 자체의 아이덴티티는 거의 지워진채 워애 라빈님 말씀처럼 [한방] 에 포커스가 맞춰져서 유행을 탔잖아요

근데 그게 또 그 이후에 헬조선이란 말이 전방위 커뮤니티로 유행하면서 다시 원작의 느낌을 찾아가고, 본문처럼 계급 혁명을 말하는 자들의 상징적인 무기처럼 분석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1:1 필살기처럼 쓰이던 쪽이 좀 더 아름답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츠나
15/10/30 11:34
수정 아이콘
대통령이나 군장성 말고는 의외로 죽창 사거리에 많이 노출되기도 하더군요. 국회의원이나 법관이라던가...노출된다 뿐이지만.
15/10/30 12:55
수정 아이콘
공감됩니다
그러지말자
15/10/30 10:43
수정 아이콘
진지하게 물리봉기라도 해야 이 미친짓이 끝나려나 싶습니다. 헬조선이라는 말도 입맛에 맞게 각색하는걸 보니 뒷골이 땡겨서 원..
눈바람
15/10/30 10:53
수정 아이콘
물리봉기.. ㅠ
세태가 갑갑합니다.
-안군-
15/10/30 11:01
수정 아이콘
시민혁명 또는 민중봉기겠죠?
그러고보니... 제가 어렸을때만 해도 '동학의 난' 으로 배웠는데...
'동학 농민 운동', '동학 혁명'이라고 불리게 된 것 자체가 얼마 안 돼죠.
세종머앟괴꺼솟
15/10/30 13:48
수정 아이콘
선거 체제에서 봉기는 명분이 없죠.
15/10/30 11:00
수정 아이콘
죽창 들기에는 이미 시스템이 잘~갖춰져있어서......
아마 제2의 을사조약이 체결되도 죽창이 나올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하하
15/10/30 11:02
수정 아이콘
헬조선론(?)의 정점은 김무성을 위시한 일부 수구세력의 발언들이죠.
헬조선소리를 나오게 한 장본인들이, 그것마저 왜곡하여 반대세력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고 있는...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실질적으로 휘두를 수 있는 죽창은 투표용지입니다.
그런데 그 현대의 죽창이 진짜로 헬조선을 완성시켜가고 있는게 현실이네요.
노련한곰탱이
15/10/30 11:02
수정 아이콘
판사님, 저는 문맹입니다..
15/10/30 11:33
수정 아이콘
고양이가 대신 타이핑했군요.
-안군-
15/10/30 11:38
수정 아이콘
배운 고양이를 키우시는듯.
15/10/30 11:41
수정 아이콘
노련하시군요.
아수라장
15/10/30 12:03
수정 아이콘
세상은 쉴틈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대가리가 박정희 시대에 머물러있는 자들이 지도층에 있고(요즘은 이승만 시대까지 역행하는 느낌이 듭니다), 또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참 답답한 심정이네요
공허진
15/10/30 12:27
수정 아이콘
그나마 최근에는 덜 보이네요 아이디를 변경해서 덜 보이는 건가....
선거철 되면 또 많이 보일겁니다
arq.Gstar
15/10/30 12:37
수정 아이콘
일제시대까지 간거 아닌가요? ㅠㅠ
한글8자
15/10/30 13:57
수정 아이콘
죽창 개념 = 미국의 총기 소지에 대한 근거와 같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민병대에 의한 전복 가능성을 이야기하면 빨갱이 취급을 하겠지만... 그렇다면 미국 헌법이 빨갱이 헌법이란 말이 되겠네요
-안군-
15/10/30 16:31
수정 아이콘
원래의 죽창의 의미는, '죽음 앞에선 금수저나 흙수저나 평등하다 -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이라는 개념이었던 걸로 아는데...
그게 민중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전이돼고 있다는 점도 신기하긴 하네요.

솔직히 현 대한민국에 민중봉기나 유혈폭동... 같은게 현실성이 없는게, 지금은 선거제도가 (어느 정도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국정원 선거조작 의혹 등이 나오긴 해도, 자유당때처럼 대놓고 선거함을 바꿔치기하거나, 전두환때처럼 체육관에서 박수쳐서 대통령 뽑진 않잖아요.

온푸님 말씀대로 민중이 들고 있는 죽창은 선거권입니다. 너도 한 표, 나도 한 표.
하루하루가 짜증나는 상황인건 맞지만, 몇 년 안남았습니다. 하긴... 이래놓고도 또 현 여당이 집권하면 다시 국개론이 머리를 들겠지요...
15/10/30 17:00
수정 아이콘
나쁘게보자면..인터넷이니까 죽창,죽창 유행하는거라고 봅니다.
다들..남이 좀 들어줬음하지만 내가 스스로 들지는 못하고 있으니까요.그냥..바램이죠.인터넷 여론의.
사악군
15/10/30 17:18
수정 아이콘
송곳은 어디서나 빠져나오는데 죽창은 입에만 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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