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hi 유럽은행 총재가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갈기면서 유로화가 출범이후 제일 많이 움직인 날 되겠다(4% 라니!).

발단은 최근 몇달간 미국 연준 의장 Yellen이 보여준 엄청난 hawkishness (달러 강세) + 유럽 ECB 총재 Draghi가 저번 ECB 미팅때 예상외의 dovishness(유로 약세)를 토대로 많은 사람이 유로를 시장에 내다 팔면서 거의 역대급으로 큰 유로 숏 포지션이 생겼다. 1.12에서 거래되던 유로는 단 몇주만에 1.06으로 수직하락했고, 원래 항상 시장을 놀래 킬때 dovish한 쪽으로 놀래키는 Draghi 덕분에 사람들은 이번에 어떤 식으로 유로를 더 떨어뜨릴까 기대하고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0.1%의 금리 인하로 -0.3%까지는 모두들 예상하고 있었고, -0.5%까지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양적완화 패키지도 기간연장이 일단 베이스 케이스, 그리고 작년 일본은행이 했던 것처럼 양적완화 양 증가, 아니면 더 극단적으로 유럽 국채 뿐만 아니라 주식까지 매수하기로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진짜 어마어마한 헤지펀드들이 너무나 당연한 'easy trade'엿던 유로 숏에 배팅했고, 이렇게 많은 누적 숏 선물 포지션이 나온 적은 없었다. 이런 숏 선물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콜을 사갔고, 유로는 역대 최저점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콜이 풋보다 비싼 기상천외한 광경이 옵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http://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5-12-02/goldman-s-one-day-euro-forecast-is-for-3-fall-on-dovish-draghi

(어제 기사. 골드만은 오늘 유로의 3% 하락을 예측했다. 결과는?)



유럽은행 금리 결정은 미국 중부 시간 6:45분에 나오는데 5분전에 유럽은행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았다는 루머가 트위터와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떠돌기 시작했다. 유로는 곧 바로 1%가량 상승했고, 시장에는 상당한 패닉이 일어났다. 5분후 예상대로 금리를 0.1% 인하했다는 소식에도 유로는 그냥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람들은 45분 이후 기자회견에서 더 큰 양적완화 패키지를 기대하고 있었으나, 그 또한 Draghi 총재가 그냥 2017년 3월 까지 6개월 더 연장하고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허무하게 끝이 났다. 업친데 덥친격 한시간후에 있던 옐런의장의 증언에서 예상외로 금리 인상에 대한 큰 얘기를 안하면서 유로가 떨어질것이라고 배팅했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하게 되어버렸다. 엄청나게 큰 short 포지션이 엇나갓고 그 포지션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유로의 상승세를 부추기면서 스노우볼이 굴러갈듯 유로는 미칠듯이 상승하면서 4% 가량 상승, 거의 역대 최강의 상승세를 보였다. 참고로 ECB 미팅 스트래들 가격은 1.4% 정도 였으니, 스트래들을 판 트레이더들은 아마 한강물이 차가운지 체크하러 갔을 것이다.



사실 이건 나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긴하다. 나는 기본적인 0.1%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패키지 연장을 베이스 케이스로 보고, 이경우 유로가 0.5%~1% 정도 소폭 하락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엄청나게 상승했으니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아마 유로의 하락에 더큰 금리 인하가 미리 반영되어 있던 모양이다. 그래도 아마 일시적인 현상일뿐, 내일부터 다시 천천히 하락할것으로 보이긴 한다.



Draghi 총재가 유로존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기위해 엄청난 노력(+돈)을 투자할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것과는 다르게 오늘 최소한의 조치만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하게 알긴 어렵지만 아마 12월 16일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자신의 총알을 아끼려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오늘 더 큰 금리인하와 더 큰 양적완화 패키지를 발표했는데 시장의 반응이 미적지근하고 인플레이션을 못 일으키면 유럽은행에게 더 이상 남은 경제부양책은 없다. 그럼 진짜 유럽연합은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일단 아직은 미국 연준의 12월 금리인상이 유력해 보이는 이상 Yellen 의장의 도움을 받아 유로가 약해지길 기다리고, 그래도 상황이 안바뀌면 그 때 아마 극단적인 해결책을 꺼낼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오늘 엄청난 변동성 덕분에 옵션시장은 아마 내가 트레이딩을 시작한 이후 가장 바쁜 날이었던것 같다. 내일 또 미국 금리인상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고용률 지수 발표가 나오는 날인데,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 엄청나게 나쁜 숫자가 나오면 유로/달러는 헬게이트가 열릴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