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녀는 항상 빼빼로의 손잡이를 남겼다.
자매품으로, 피자를 먹을때는 테두리를 남겼다.
같이 얼굴을 마주보며 음식을 먹는 관계에서 보여줄 매너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녀가 남긴 그것들을 아무말 없이 먹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단 한가지였다.
그녀가 너무 좋으니까. 좀더 자상해 보이고 싶었다.


2.봄에 만난 우리는 두번의 봄을 더 거쳐 3년을 만났다.
그녀는 여전히 빼빼로를 좋아했고, 피자를 좋아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가 먹고 난 후에는 흔적이 남았다.
친한 친구를 소개해주는 자리에서도,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있는 자리에서도 그녀는 3년간 한결 같았다.

3.언제부터 인가, 나는 빼빼로 손잡이와 피자테두리를 먹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왜? 나한테 뭐 기분나쁜거 있어?"라고 되물었다.
그건 나쁜 습관이라고. 이제는 내가 먹어주지 않을테니
남기지말고 먹던 욕을 먹던 네가 알아서 하라고 쏘았다.
그녀는 내게, "처음에는 아무말 없이 먹어 주더니, 이제 변했네"
라고 말했다.

4.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뒤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그녀에겐 다른 남자가 생겼다.
그녀는 여전히 빼빼로와 피자를 좋아하겠지만
손잡이와 테두리는 남기는지, 그리고 그녀의 새로운 사람이
그것을 먹어주는지는 나는 알지못한다.

5.남자들은 모두 변한다고 여자들은 말한다.
잡아논 고기에는 밥을 안준다고.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진정한 사랑은, 그녀가 남긴 빼빼로 손잡이까지 아무말 없이 먹어주는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이건 좋지 않은 습관이니 고치는게 좋겠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걸까.
아직도, 아니 나중에도 모를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