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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12 17:20:03
Name 로빈
Subject [일반] ‘검사외전’의 스크린 수를 보며 잠시 든 생각

‘검사외전’ 스크린 수가 1806개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영화관에 있는 스크린 수가 총 2489개라고 하니 70프로 이상이 ‘검사외전’이라는 거다. 멀티플렉스에 보통 10개 정도의 스크린이 있다고 한다면 7개가 ‘검사외전’인 것이다. 이런 정도라면 흥행을 못하는 게 이상할 것 같다. 물론 ‘검사외전’이 스크린 수가 많기 때문에 흥행을 하고 있는 것만은 아닐 게다. 영화 자체의 힘과 재미도 있을 것이고, 경쟁을 할 만한 대작도 없고, ‘베테랑’과 ‘내부자들’로 이어져 온 이 사회의 불의에 대한 고발과 응징에 대한 열망 같은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종의 쏠림 현상과 무엇보다 5일 간의 긴 설 연휴 등 여러 가지 상황과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70프로가 넘는 스크린 수는 흥행에 있어서 결정적이었을 거다. 이미 ‘검사외전’은 총량 중의 70프로가 넘는 지분을 갖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금 아니 많이 씁쓸하다.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이미 누군가가 70프로 이상을 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머지 30프로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남은 이들이 좋게 말하면 나누고 있고, 달리 말하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로 보면 ‘빅쇼트’, ‘캐롤’, ‘스티브 잡스’, ‘세기의 매치’등의 작품들이 중량급의 ‘쿵후팬더3’에게 남은 것 중에 절반에 가까운 스크린을 내주고 나머지 스크린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렇게 스크린을 확보해서 상영을 해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서 관객과의 만남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래 놓고 점유율 따지면서 상영 횟수를 줄인다.

나는 독과점의 문제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총량중의 70프로 이상은 이미 다른 누군가의 것이라는 거다. 그것은 어찌 해볼 수도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는 건 30프로 아니 그 마저도 ‘쿵후팬더3’처럼 중간 체급의 센 놈들이 상당수를 가져간 후에 남은 걸 가지고 박터지게 싸우며 생존을 해야 하는 현실이 ‘검사외전’의 스크린 수가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것은 양극화, 총량 분배의 불균형이 고착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런 현실이라도 성공하는 영화가 있지 않느냐는 반문을 할 수 있을 게다.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가끔 흥행하는 작은 영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는 성공 신화가 되기도 한다. 제 아무리 스크린 수가 적어도 좋은 영화라면, 영화적 힘만 있다면 거대한 흥행은 하지 못해도 의미 있는 수준의 흥행을 할 수도 있다. 맞다, 가끔은 그런 일도 기적처럼 일어나곤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저예산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만든 영화가 흥행을 해서 인생역전을 하는 스토리를 만난다. ‘봐라, 영화만 잘 만들면, 네 인생을 걸고 노력만 한다면, 기적은 너의 편이 되어줄 것이다, 바로 너도 그런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닥치고 노력해라!’ 그런 기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우주의 기운’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노오력만 한다면 하늘도 감동을 해서 기적의 문이 열리고 희망의 증거가 되어서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며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치권에도 진출해서 대권도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이 나갔나~^^

결국 이쯤 되면 개인의 문제로 귀결된다. 현실이 어떻든 구조나 제도와 같은 해묵은 논쟁을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의 결론에 이르고 많은 사람들은 그 결론에 동의한다. 분명, 어려운 환경을 돌파하고 성취한 노력에 대해 존중하고 평가해야 한다. 허나, 그런 사례들이 70프로가 넘는 스크린 수를 옹호하고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들여다 봐야 하고 질문을 던져야 하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 설령 그 70프로에 대해 긍정하고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같는 사회적 의미나 공공적 가치, 그리고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얻은 것인지 등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그런데 아쉬운 건 파죽지세의 흥행으로 그런 논의는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일부에서 ‘검사외전’의 스크린 수에 대해 문제를 지적해도 별다른 논의는 없을 것이다.

‘검사외전’의 70프로가 넘는 스크린 수는 단지 영화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총량중의 70이 사라진 자리에서 90프로의 사람들이 30을 놓고 벌이는 전쟁 같은 현실의 씁쓸한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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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12 17:21
수정 아이콘
요즘 스크린 독점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납니다.
명량때가 절정..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은 시간대에 보기 힘들어요.
Dark knight
16/02/12 17:22
수정 아이콘
진짜 전 한국영화 안 봅니다 . 국제시장 같은 신파 눈물 짜내기 영화가 너무 많아서요 .
스포트라이트 개봉한다고 하는데 정말 기대됩니다 . 아카데미 유력 후보작품이죠
마제카이
16/02/12 17:25
수정 아이콘
제작과 배급이.. 같아지니 어쩔수없죠.. 그런 독과점을 수정할 의지도 없는 정부도..말이죠..
JISOOBOY
16/02/12 17:28
수정 아이콘
폭력적인 배급 앞에서 국민들이 다양한 선택권을 잃는 현실이 매우 짜증납니다.
Meridian
16/02/12 17:28
수정 아이콘
2월달은 무조건 데드풀 하나만 기다립니다.
캡틴백호랑이
16/02/12 19:36
수정 아이콘
미리 본 지인의 지인이 말했는데 완전 취향저격 이라고 합니다. 이건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해요.
박용택
16/02/12 17:29
수정 아이콘
사회 전반적인 다양성의 저하가 국가 경쟁력의 하락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영화계도 그런 수순을 밟을거 같아요.
花樣年華
16/02/12 17:32
수정 아이콘
사회문화 전반의 다양성 저하... 정말 절감하는 바입니다.

속된 말로 구려졌어요. 지루해졌고요.
16/02/12 17:30
수정 아이콘
빅쇼트 개봉한주에 보길 잘했다고 생각 들더라구요
캐롤이 그렇게 좋다는데 시간대 잘 잡아서 봐야겠습니다
16/02/12 17:39
수정 아이콘
강남CGV 이번 설연휴때 보니까 영화관 전체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딱 세 편이더라고요 참나...
스크롤 내려도 한가득 검사외전이길래 역시 CJ가 그렇지 뭐 했는데 쇼박스 영화인건 함정;;
뭔가 이번 설연휴에는 명절용(?) 영화가 별로 안 나온거 같아서 더 쏠림 현상이 심했던 거 같아요.
연의하늘
16/02/12 17:42
수정 아이콘
믿고
거르는
한국영화

CJ가 문화한다는 말처럼 웃긴 상황이네요
박용택
16/02/12 17:42
수정 아이콘
서울 사시면,
아트하우스 모모, 상상마당 시네마, 시네큐브 등 독립영화 상영관 표를 예매해서 보세요.

실제적으로 시스템이 구린 걸 탓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지적 정서적 만족을 위해, 다양성 영화에 힘을 더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막상 보시면, 포장 없이 이성이나 감성을 거칠게 만지는 다양성 영화의 장점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인 추천작으로는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서칭 포 슈가맨'
국내 영화 중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지지만, 홍상수 영화 추천 드립니다.
王天君
16/02/12 18:04
수정 아이콘
그런데 웃기는 건 그런 다양성 영화들조차도 씨제이가 파이를 크게 가져간다는 사실이죠. 독립영화 지원을 씨제이에서 하고 자기네 극장에 걸어놓습니다. 소규모 영화들의 파이 역시도 대기업이 채가니 상기하신 극장들은 어떤 변별력마저 잃어가는 중이죠. 저만 해도 마카담 스토리 빼고는 최근 다양성 영화들은 다 씨지브이 아니면 메가박스에서 봤어요. (메가박스 코엑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같은 최대규모의 멀티플렉스들이 다양성 영화도 잘 걸어놓으니...)과연 이런 것들이 어떤 저항으로서 유효한지 보러 갈 때마다 좀 고민이 됩니다.

그렇다고 상기하신 극장들이 대안이 되냐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멀고, 찾기도 힘들고, 좌석도 구리고 스크린도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씨네큐브랑 모모 빼고는 멀티플렉스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하죠. 이리저리 연계되어 할인되거나 포인트 쌓는 것도 힘들고.... 씨네코드 선재가 망한 건 안타깝지만 솔직히 망할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더 심각한 건, 고전 명작들까지 죄다 대형 체인점에서 기획전 형식으로 열고 있다는 점이지요. 소형 극장들은 이래저래 개길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CoMbI COLa
16/02/12 17:46
수정 아이콘
이게 단순히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문제도 그렇지만, 평소에 영화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이게 그렇게 재미있어서 상영을 많이하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더군요. 재작년에 친구가 명량을 보러가자면서 '요즘 영화관에 죄다 명량이야, 우리도 한 번은 봐야 되지 않겠냐?' 했던게 기억납니다.
재미있다 -> 상영관이 늘어난다 ->> 상영관이 많은건 재미있는 영화구나 ; 라는 순서가 되어야 하는데,
상영관이 많다 -> 다들 재미있어 하나보네 -> 상영관이 많은건 재미있는 영화구나 ; 의 순서라는게 걱정입니다.
엘룬연금술사
16/02/12 17:58
수정 아이콘
캐롤을 보고 싶은데 적당한 시간에 상영을 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드레스메이커 토요일 오후 시간대(그것도 점심 시간 직후이긴 합니다만) 발견해서 내일은 드레스메이커를 볼 예정입니다. 선택권이 너무 없어요.
쿤데라
16/02/12 17:58
수정 아이콘
작년 이였던가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때 공론화 되긴 했지만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 되는 것 같네요.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슈이긴 한데, 우리나라는 시장불공정성이 너무 만연해 있어서 진짜 싹 갈아 엎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기득권 가진 세력이 쉽게 포기 할리는 없죠.
지나가다...
16/02/12 18:00
수정 아이콘
별 생각이 없었는데, 70퍼센트라니 좀 심각하네요.
독수리가아니라닭
16/02/12 18:06
수정 아이콘
근데 무엇보다 전 검사외전이라는 영화 자체가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베테랑은 재밌게 봤는데... 같이 본 가족들도 다 같은 반응이었고요
포프의대모험
16/02/12 18:06
수정 아이콘
검사외전을 한 40프로만 걸고 나머지 공간에 다른영화 시간대를 잘 만들어서 걸면, 총 관객수가 늘까요? 줄까요?
70%라고 하면 어마어마하긴 한데 무주공산이라 그러려니 싶네요. 경쟁작 있으면 이렇게 안걸리죠... 결국 영화관도 공석률 낮추는게 제1과제인데...
쭈구리
16/02/12 18:08
수정 아이콘
검사외전 같은 영화들은 이미 금수저를 물고 나온거죠. 공정한 경쟁이 될리가 없습니다. 멀티플렉스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16/02/12 18:08
수정 아이콘
실제로는 생각보다 독과점에 대한 영향이 크지는 않을거에요. 검사외전도 CJ제작이 아니고 좌석점유율이 높을 것이니..., 롯데나 메가박스는 점유율이 꽤 큰데 독과점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고.

그게 독과점이 먼저인지 관객이 찾으니 배급을 늘린건지 어떤게 먼저 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과는 천만아니면 몇십만..양극화가 심화게 되었죠. 중간에 풀이 풍부해야 발전하는데..흑흑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영화가 쏟아지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황금기 였으니...
맥아담스
16/02/12 18:14
수정 아이콘
70%라니...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부터 한국 영화에 안 좋은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신을 갖게 되었네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은밀하게 위대하게' 개봉했을 때도 pgr에 비슷한 글이 올라왔던 기억이 있네요.
16/02/12 18:27
수정 아이콘
우리 나라는 참 뭐 하나에 꽂히면 몰빵하는 게 국가랑 국민 컨셉인 거 같아요.
위원장
16/02/12 18:33
수정 아이콘
좌석 점유율도 상당히 높은편이라 상영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16/02/12 18:36
수정 아이콘
독과점 문제는 분명 심각하다고 봅니다
저번주에 '빅쇼트' 보려고 찾아보니 9개 극장에서 딱 1관에서만 상영하더라고요
미국에서 평은 엄청 좋다던데..

근데 '검사외전'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그랬던 것 같은데)은 쇼박스 배급이라서
배급과 상영관이 같아서 발생하는 문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자체도 상영 전부터도 어느 정도 인기가 많을거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한 영화였다고 보고요. 실제로 본 평도 오락영화로서 좋았다라는 평이 많고요
유부초밥
16/02/12 18:43
수정 아이콘
그 한개 관에서도 종일 상영하는게 아니라 하루 2번 조조, 심야 상영하고 있던게 함정이지요
(빅쇼트 심야상영 기다리면서 검사외전은 어떤퀄리티이건 보지말자고 와이프랑 다짐했습니다)
16/02/13 01:29
수정 아이콘
빅숏 강추요. 더불어 진지한 버전으로 마진 콜도 추천드려요.
남광주보라
16/02/12 19:00
수정 아이콘
예전에 갤럭시 오브 가디언인가 그거 보고싶었는데 끝끝내 못봤습니다. 지금도요. 상영시간도 맞추기 어려웠고 상영하는 극장도 거의 없고 하루에 1,2회 정도나 상영하고. . 그래서 별 수 없이 명량과 해적을 봤습니다. 명량은 보고나서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고 기대 이하였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많이 보는데, 스크린을 대부분 차지하는 영화가 선택하기 적격이죠. 시간 맞추기 편하니까. . 그렇게 더 많은 관객들을 확보할 수 있고 결국 상영 영화의 양극화죠. 천만 아니면 흥행 망.
스트롱거
16/02/12 19:37
수정 아이콘
독과점 문제를 말하면 꼭 말하는게 좌석 점유율을 들이대면서 '이 영화는 이렇게 점유율이 높으니 스크린 수를 늘려주는 거고 저 영화는 점유율이 낮으니 스크린 수를 줄이는거다' 라고 말하는데 전후가 바뀐 말이죠.
애초에 개봉 할 때부터 황금시간대는 다 한 영화(자회사 배급)에 몰아주면 당연히 그 시간에 영화나 보러 갈까 하면서 나온 사람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그 영화를 볼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점유율이 높아지는거죠.
반대로 조조시간대, 심야시간대에 틀어주고 '이거봐라 좌석점유율이 낮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원인과 결과를 뒤집는 극장들이죠..
캡틴백호랑이
16/02/12 19:59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이게 한국 영화 시장이 커지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질 적으론 완전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이 계속 갈 경우엔 몇 년간 진짜 한국 영화는 그 영화가 그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마스터충달
16/02/12 20:18
수정 아이콘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 따로 글을 쓰려다 관련글은 댓글화가 맞는 것 같아 댓글로 남깁니다.

저는 일 삼아, 취미 삼아 매주 한 편의 영화를 봅니다. 장르 편식도 없는 편이고, 깃털만치 가벼운 오락물부터 질식할 듯 무거운 예술영화까지 가리지 않고 즐겨봅니다. 그런데 무거운 영화들은 확실히 인기가 없습니다. 독립영화같은 경우는 달랑 혼자서 관람한 적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대중성 있는 영화는 심지어 조조인데도 20~30석 가까이 차 있는 걸 보곤 하죠. 그렇다고 무겁고 작은 영화라고 항상 썰렁한 것은 아닙니다. <위플래쉬>는 주중 마지막 타임(새벽 1시 다 되서 영화 끝났던 것 같네요)인데도 극장이 가득찼었고, <어린왕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조조타임 독립영화임에도 10석 가까이 관객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상영관 들어서면 대충 각이 나옵니다. '이 영화 곧 내리겠구나', '이 영화 다음주에 스크린 더 늘어나겠구나' 이런 느낌이 들죠. 영화 끝나고 관객의 반응을 보면 더 확실해집니다. 호들갑과 한숨이 갈리는 순간을 보면 또 각이 나오죠. 안타깝게도 관객의 수나 반응은 영화의 작품성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작품성이 뛰어나도 텅빈 객석과 한숨 섞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있죠. 21세기 최고의 영화였던 <버드맨>의 흥행 실패는 극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예상할만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 썰렁한 관객석과 그 썰렁함을 채우는 한숨소리를 들었다면 말이죠.

저는 <버드맨>을 보며 한숨쉬는 관객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취미생활입니다. 일 삼아 보는 게 아니라면 취향을 따라 선택하게 되어있죠. 그리고 그게 바람직합니다. 재미도 없는데 머리 싸매고 보고나서 예술성 운운하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죠. (요런 사람 구분하는 법이 있는데 작품성 있는 영화를 칭송하면서도 그 영화가 왜 죽여주는지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죠) 물론 영화를 많이보고, 깊이있게 파헤치다 보면 작품성이 곧 취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은 그렇게 광적이지 않죠. 대신에 그들은 다수의 취향을 자극하는 영화 즉, 대중적인 영화를 선택합니다. 여기서 온라인의 시네필(영화광)과 현장관객의 온도차가 발생합니다. 온라인에서는 훌륭한 작품성을 갖춘 작품이 칭송받지만, 현장에서는 포괄적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 흥행하죠.

상영시간을 통한 관객점유율의 허상을 지적하는 글을 작년에 본 적이 있습니다. 조조나 한 낮에 배치하는 작품의 점유율은 안 좋을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그 널럴한 시간에 극장을 찾는 백수의 눈으로 보면 그 와중에도 객석이 차는 영화가 있고, 비는 영화가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차는 영화보다 비는 영화가 더 많습니다.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영화들이 있죠. (<약장수>라던가...)

입장을 바꿔 제가 관객이 아니라 극장주였다면 흥행작 편중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황금시간에 다양성 영화라고 걸었는데 객석은 절반 정도 찹니다.(근데 이 정도만 해도 독립영화라면 초대박인게 현실이죠. 제가 괜히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조조 타임 10여 관객에 흥분했던게 아닙니다ㅜ.ㅜ) 흥행작 상영관은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고 있고요. 결국 다음주에는 흥행작 상영관을 더 늘립니다. 늘려도 꽉꽉 들어찹니다. 자본주의 논리라면 극장이 흥행작을 미친듯이 배정하는 게 잘하는 일일겁니다. 하지만 문화적 다양성은 자본주의 논리보다 더 중요한 가치니까요. 너무 대놓고 그러면 안 되겠죠.

안타깝지만 마을버스 배차 수준으로 빽빽하게 채워놔도, 다양한 영화를 걸어놓은 것보다 더 많은 관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에요. 흥행작의 스크린 독과점에 중소영화가 죽어나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중소영화를 찾지 않으니 흥행작 상영관을 늘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개봉주만 해도 <검사외전>의 스크린 장악이 지금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주에 더 심해졌더라고요. 별수 있나요. 늘려도 사람들이 꽉꽉차고, 다른 영화는 썰렁한 정도가 더 심하기도 하고요. (<캐롤>같은 영화는 소재 때문이라도 더 관객을 모으기가 쉽지 않겠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닭만큼 달걀의 형세도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이죠.

관객 점유율 같은 통계적이고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중소영화는 더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어보입니다. 차라리 극장주의 양심에 호소하는 게 더 나아보입니다. '특정 시간에 한 영화가 극장 전체 상영관의 30% 이상 차지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강제하던가요. (이렇게 하면 상영시간 교묘하게 조정해서 또 해쳐먹을게 분명하긴 합니다만...) 대놓고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극장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어느정도 수익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게 아니라면 관객들이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더 많이 찾아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에서 보이는 열기와 현장의 열기가 지금처럼 차이가 난다면, 온라인에서는 상영관 없다고 하소연하는 글은 끊이지 않을거고, 현장에선 절대 스크린을 늘려주지 않을겁니다. 여러분 극장에 가주세요 ㅠ.ㅠ
16/02/12 20:53
수정 아이콘
전 저렇게 독점하는 영화는 절대로 영화관에서 안봅니다.
노래하는몽상가
16/02/12 20:57
수정 아이콘
다른 얘기지만 황정민이라는 배우한테 이제 기대할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마치 설경구처럼 어떤 틀안에 갖혀서 연기가 전혀 변하지 않는 느낌....
특히나 형사물에서 구축한 이미지들이 뭐 변하는게 없네요 말투나 외모하며..
16/02/13 00:42
수정 아이콘
저도 황정민은 '신세계'까지만 인정할 배우라고 봅니다.
16/02/13 01:44
수정 아이콘
저도 이번 설에 스티브 잡스를 보고 싶었는데 고작 한곳에서만 상영하고 있더군요.. 전부다 검사외전이 차지하고 있어서 어쩔수 없이 보게 되었어요ㅠㅠ
Anthony Martial
16/02/13 03:09
수정 아이콘
명량은 좀 짜증났는데
검사외전은 재밌어서 그러려니 합니다.

명량은 이순신버프에 방학성수기에 그냥 모든 기운이 다 몰려있었던 것 같아요. 노년층도 많이 찾았으니....그래서 1700만...
검사외전은 일부 식상하다는 영화팬들도 많지만 일단 대중적으로는 전성기를 걷고있는 황정민과
하는 작품마다 멋진 이미지와 연기력으로 저변을 넓혀가는 강동원. 그리고 딱히 경쟁자가 없는 타이밍까지....

배급사가 극장을 못하게 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봅니다.
또니 소프라노
16/02/13 03:45
수정 아이콘
여태까지 한번도 이런생각 안했었는데 최근 영화판 돌아가는거 보면 이따위로 할거면 스크린 쿼터제 없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대기업 관련 영화들은 좀 뺴고 법령을 정비하던지 원.,..20세기말 21세기 초중반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여는데 스크린쿼터가 큰 도움을 준건 사실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너무 악용되는거 같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주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관객들과 제작관련자들은 이런 제도적 이점을 누릴만한 자격이 없다고까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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