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23 18:53:44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662818099
Subject [일반] 브뤼셀 테러의 배경: 분열된 벨기에와 몰렌베크 그리고 안락함

2016년 3월 22일 브뤼셀 공항과 도심 지하철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의 여파는 아직 진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이 테러와 관련해서 살펴볼 몇 가지 이슈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정리해 봅니다.


사태는 아래 그림처럼 브뤼셀의 공항과 유로지구 지하철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4일 전인 3월 18일 작년 파리 테러의 주범 중 한 명인 Abdeslam이 브뤼셀에서 생포되었습니다. 이번 테러가 압데슬람 체포에 대한 직접적 보복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가지 살펴봐야 할 것은 그가 브뤼셀 안에서도 특히 몰렌베크(Molenbeek) 지역에서 생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 브뤼셀 테러 발생 지역과 공항 및 유로 지구


압데슬람은 작년 파리 테러 이후 공안당국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차량을 타고 프랑스-벨기에 국경선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검문까지 받았지만 압데슬람을 제지하지는 못 했습니다. 

결국 현 유럽 내 국경 이동의 자유를 허용한 솅겐체제가 테러범의 이동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 수배를 받던 압데슬람 사진


다음으로 파리 테러 때도 문제가 되었지만 그 많은 무기를 어떻게 여러 개의 국경을 넘나들며 반입할 수 있었냐는 의문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칸 분쟁 시 넘쳐난 온갖 무기들은 벨기에까지 초 특급으로 배송되고 있으며 대단히 비싸지 않은 가격대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사실 벨기에는 총기 및 무기 제조가 발달되고 개인 소지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라이기도 합니다.)

즉, 사람과 무기의 이동이 통제되지 못한다면 파리 테러와 브뤼셀 테러의 재발 방지는 요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해법이 르펜이 주장하는 솅겐 조약의 해체일 필요는 없습니다. 여행객에 대한 인신 정보의 공유와 EU 국경선에 대한 동일한 수준의 통제를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보안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유럽의 불법 자동소총 가격과 관련 무슬림 통계


그런데 여기서 따져 봐야 할 문제는 솅겐 조약과 별도로 벨기에와 브뤼셀이 겪고 있는 고유한 이슈입니다. 

위 The Economist 그림에도 각국의 무슬림 비중이 나와 있지만 벨기에의 무슬림 비중은 2010년 기준으로 5.9% 입니다. 이는 프랑스에 비해서는 낮지만 비교 국가 중 3위에 해당하는 비율입니다. 

그런데 아래 도시별 무슬림 비중을 보면 브뤼셀은 조사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만 15%에서 25.5%까지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비중은 브뤼셀을 유럽 국가들의 수도 중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상대적으로) 몰려 사는 도시라고 부를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유로스타를 타고 미디 역에 내려서 주위를 몇 블럭이라도 둘러본다면 매우 낯선 풍경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바로 무슬림 밀집 지역인 몰렌베크가 미디 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50년 전부터 모로코와 터키 등에서 이주해온 무슬림들은 몰렌베크에서 몰려 살았는데 이제는 거대한 무슬림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 유럽 도시 별 무슬림 비중


" alt="" "cursor: pointer;">


이렇게 분권화되고 약화된 시스템 속에서 무슬림 게토의 급성장과 내부의 극단화가 방치된 것이 작금의 비극적 테러 사태의 주요한 배경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벨기에 상황이 매우 특수할 수도 있긴 하지만 브뤼셀이 EU의 수도라는 상징성과 함께 어쩌면 서유럽이 그 동안 누리던 안락함이 서서히 끝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징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안락한 소파 위에 있던 유럽이 ISIS의 공격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그린 FT 삽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 Marina
16/03/23 18:59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FN이 벨기에 회사였군요. 그래서 총기 규제가 느슨한건가...
게롤트
16/03/23 19:00
수정 아이콘
양질의 글 감사합니다. 브뤼셀 테러에 대해 외신으로 전해 듣기만 했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Jace Beleren
16/03/23 19:03
수정 아이콘
정치가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분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런 일만 봐도 사실 상관이 있죠...
어니언갈릭파스타
16/03/23 20:39
수정 아이콘
그러게 말입니다..어설픈 다문화주의로 포장된 정치적옮음(PC)주의자 정치인들과 감성적인 난민수용 정책들 덕분에 유럽은 화약고로 바뀌어가네요
SCV처럼삽니다
16/03/23 19: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16/03/23 19:1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유익하고 여러자료들도 인상깊게 읽었어요.
언어와 정치의 문제보다 단순하게 무슬림이 많다는 것에 눈이 가는데요 벨기에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정치를 바꾸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총기야 자유로운 국가도 많을테고
무슬림을 줄이는 극단적인 선택도 가능할까요? 그게 빠르고 효율적이라 생각하지 않을까요?
하긴 기존에 있는 집단을 줄일수 있는 방법도 없겠어요. 신규 유입만 조정 가능하겠네요.
도연초
16/03/23 19:24
수정 아이콘
파리의 생드니나 브뤼셀 몰렌벡 같은 지역의 존재는 참 의외네요. 경찰조직이 잘 발달된 서유럽 국가의 수도에 저런 지역이 방치되고 있다는게...

서울 및 수도권 일부지역에 서서히 대규모 외국인 공동체가 형성되어가고있고, 그 가운데는 경찰관들이 순찰할 때 방검복을 착용하도록 규정된 곳도 있다고하더군요.(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우리나라가 좋든싫든 다문화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더 늦기전에 그들이 사회내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6/03/23 19:4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기니피그
16/03/23 19:55
수정 아이콘
이시대는 정녕 트럼프를 허할것인가..
16/03/23 20:01
수정 아이콘
한국이 가지고 있는 유럽에 대한 환상이 너무 크죠…. 그리고 비정상 회담 등을 통한 미화가 너무 많이 됐어요 실제로 벨기에 쪽을 가보면 동유럽과 비슷한 분위기가 많습니다. 치안을 비롯한 전반에요. 중앙 정부가 없었다는 것에서 나라의 상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잘되어있다고 해도 중앙을 근간으로 해서 이루어집니다.

실제로 유럽에 거주하면서 여러곳에 걸치고 있는 관점에서 보자면 독일을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이고, 독일은 이 불안정한 정세를 이용하기 위해 여러 움직임을 보이죠
santacroce
16/03/23 20:06
수정 아이콘
중간에 글이 삭제된 것 같습니다. "쪽을 가보면"이라고 쓰셨는데 어느 쪽인가요?
16/03/23 20:12
수정 아이콘
아이고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santacroce
16/03/23 20:14
수정 아이콘
저야 벨기에 방문이 몇 번 안되지만 미디 역에서 시청 광장까지 걸어갔을 때 느낀 주위 풍경의 생경함은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6/03/23 21:01
수정 아이콘
15%~25%면 (미묘한 예지만...) 이스라엘의 하레디 양반들처럼 정치영역에서 유의미한 공동체로 자리잡을 수 있을 수준의 인구비중인데,
경제적인 문제+교육상의 문제로 해당하는 수단에서 벗어나는 듯 합니다...
곧미남
16/03/23 21:26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벨기에가 왜 유럽테러국의 중심이라는지 알 수 있군요
Igor.G.Ne
16/03/23 22:32
수정 아이콘
유럽 무슬림들은 시아파 수니파 이런 분류는 없나요?
몽키매직
16/03/25 09:38
수정 아이콘
있겠죠. 다만 난민은 수니파가 절대 다수라.
안스브저그
16/03/23 22:37
수정 아이콘
santacroce님은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한 아이디로 글을 올리시나요? 이렇게 폭넓게 정치경제 영역을 커버하기란 쉽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정보기간 일간 보고서 같은 느낌이 강하네요.
세종머앟괴꺼솟
16/03/23 23:26
수정 아이콘
능력자..
santacroce
16/03/23 23:27
수정 아이콘
난감한 말씀이네요.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중년의 오지랖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251 [일반] 자유게시판 신규 운영위원을 모십니다 [4] OrBef5351 16/03/19 5351 3
64250 [일반] [프로듀스101] 11명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들 (데이터 주의) [14] 모비에7343 16/03/24 7343 1
64248 [일반] [3.23]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박병호 1타점 2루타) [2] 김치찌개4107 16/03/24 4107 0
64247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28 (5. 문득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24] 글곰3937 16/03/24 3937 48
64246 [일반] [프로듀스101] 4차 경연 직캠 현황 [10] Leeka3388 16/03/24 3388 2
64245 [일반] '소년소녀 라이브러리'를 아십니까? [15] 북텔러리스트5589 16/03/23 5589 5
64238 [일반] [감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7] 마나통이밴댕이5064 16/03/23 5064 0
64237 [일반] 청해진-정원 새로운 문건이 나왔다는데요 [12] 능숙한문제해결사7534 16/03/23 7534 0
64236 [일반] 브뤼셀 테러의 배경: 분열된 벨기에와 몰렌베크 그리고 안락함 [20] santacroce6825 16/03/23 6825 15
64235 [일반] 역습의 DC!! 배트맨 대 슈퍼맨은 재미있을까? [46] 빵pro점쟁이7411 16/03/23 7411 2
64234 [일반] 박재범/키디비의 MV와 린/엠버/전효성/라붐/비투비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5] 효연덕후세우실6673 16/03/23 6673 0
64233 [일반] [수필] 엄마의 마중 [5] my immortal2994 16/03/23 2994 20
64232 [일반] 응급실 #1 [15] 지하생활자6132 16/03/23 6132 16
64231 [일반] [책추천] 역사 및 시사 관련 추천도서 목록 공유합니다. [21] aurelius9075 16/03/23 9075 23
64230 [일반] [스포] 무스탕: 랄리의 여름 보고 왔습니다. [47] 王天君7767 16/03/23 7767 5
64229 [일반] [스포] 피닉스 보고 왔습니다. 王天君2623 16/03/23 2623 1
64228 [일반] [스포]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보고 왔습니다. 王天君5409 16/03/23 5409 1
64227 [일반] [스포] 산하고인 보고 왔습니다. [2] 王天君3453 16/03/23 3453 1
64226 [일반] [스포] 45년 후 보고 왔습니다. [3] 王天君5055 16/03/23 5055 1
64225 [일반] 지하철에 나타나시는 여러 유형의 승객들 [27] 삭제됨6592 16/03/23 6592 4
64224 [일반] [진상] 식품회사 진상 타입 3 [19] 블루투스6197 16/03/23 6197 3
64223 [일반] 2016 ESPN 선정 NBA 역대 스몰 포워드 TOP 10 [19] 김치찌개10499 16/03/23 10499 0
64222 [일반] 헌터x헌터-원리원칙과 융통성의 관점에서 [22] 전회장6317 16/03/23 6317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