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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24 23:16:43
Name 카우카우파이넌스
Subject [일반] 크림빵 뺑소니 사건 대법원 판결 확정 등(오늘의 사건사고)
오늘 크림빵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등 몇 건의 중요한 사건이 터졌는데
관련 기사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및 설명을 달아볼 까 합니다.




1. 크림빵 뺑소니 사건 판결 확정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08279676&isYeonhapFlash=Y)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1월 만삭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오던 한 20대 후반 남성이 이 사건 범인이 몰던 차량에 치어 숨졌고
이 사건 피고인은 사고 후 그대로 도주하여 경찰 압박에 스스로 자수하기까지 19일 간 자취를 감췄던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피해자 가정의 안타까운 사정이 알려지면서 범인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아주 크게 일어났던 바 있습니다.
(피지알 자게에도 당시 관련글이 몇건 올라왔었습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2월 피고인을 특가법 도주차량 및 도교법 음주운전죄로 기소한 뒤 징역 5년을 구형했고
1심은 지난 2015년 7월 특가법 도주차량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3년을 선고했고
2심, 그리고 오늘 대법원도 이러한 1심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며 각 항소기각, 상고기각으로 판결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 그리고 사고후 미조치 부분이 너무나도 명백했고
또한 1심재판 계속 중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감형이 이뤄지는 것도 당연한 부분이었습니다.

관건은 사고 당시 음주측정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위드마크 공식에 의하여 산정한 음주수치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익히 알려져있듯 도로교통법 148조의2 2항은 음주운전을 음주수치에 따라 3구간으로 나누어 처벌합니다.
따라서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죄로 처벌하기 위해선 음주수치가 얼마인지도 특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대법원 98도138 판결)
음주수치가 얼마인지는 검사가 증명하여야 할 사항이며, 음주수치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나면 음주수치가 증명되지 않은 것입니다.
즉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죄를 무죄라고 판결하여야 하는 것입니다.(소위 형사소송법 325조 후단 무죄)

음주수치는 호흡측정, 혈액측정 등의 방법으로 직접 측정하여 특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소위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서 그 추정치를 추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드마크 공식의 전제가 되는 기초사실(음주량, 음주시각, 체중, 평소주량)은 엄격한 증명대상입니다.(대법원 99도128 판결)
법원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수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법리를 자주 설시했던 바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음주수치 특정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이유는 위드마크 공식의 신빙성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공식은 본디 1930년대 스웨덴 젊은이 30명을 대상으로 공복에 희석알콜음료, 브랜디, 꼬냑을 먹인 실험으로부터 유도한 것이므로
저녁 식사 후 소주와 맥주, 막걸리를 마신 한국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경험법칙인지 여부 자체도 미심쩍습니다.
위드마크 공식 적용의 핵심변수인 위드마크 상수, 시간당 알콜분해량의 개인별 편차가 너무나도 극심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1심 법원은 위드마크 공식의 전제사실인 당시 주량, 체중 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단 점을 들어
검찰이 주장하는 것보다 사고 당시 피고인의 음주수치가 더 낮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에 피고인의 음주 자백(소주 4병) 및 당일 술을 마셨던 지인들의 진술이 있었음에도 음주수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를 보았음에도 최종적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어느 정도 음주부분을 가중적 양형사유로 참작한 것입니다.
(이 때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 없습니다.)


* 여담이지만 검찰 주장대로라면 법리적으로 특가법 상 위험운전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도주차량죄와의 죄수관계가 법조경합인지, 상상적 경합인지, 실체적 경합인지에 관한 문제도 따를 수 있었는데(관련 판례 없습니다)
이게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도주차량죄만 인정되도 중형의 처벌이 가능하니 그런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특가법 상 위험운전치사죄는 음주수치가 적어도 0.1 이상으로 높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법문상 음주수치가 특정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석론에 의하여 음주수치가 특정되야 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피고인이 술을 마신 사실 자체는 명백한 이 사안에서
검찰이 도주차량죄와 위험운전치사죄를 모두 적용해서 기소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재밌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2. JTBC 출구조사 도용사건 검찰 기소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3/24/0200000000AKR20160324134551004.HTML?from=search)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KBS, MBC, SBS(이하 '방송 3사')는 합동 출구조사를 진행하였는데
당시 JTBC가 이를 사전에 입수하여 위 방송 3사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이를 보도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특히 손석희 등 JTBC 고위급이 개입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미 작년 7월에 방송 3사가 JTB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청구금액 총 24억)에 관하여
1심 법원이 12억원을 인용하는 취지로 판단하였던 바 있었습니다.
당시 방송 3사는 JTBC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 3호 가목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JTBC는 정당한 인용보도라거나, 경제적 유용성이 없었다거나, 비밀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내세워 다퉜으나
당시 1심 법원은 JTBC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던 바 있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는 JTBC의 영업비밀 침해 부분이 명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실인데
그럼에도 경찰과 검찰이 각각 수사에 1년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며 고심한 것은
역시나 JTBC의 고위급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손석희 사장이 출구조사 결과 사전입수를 전제로 한 방송 준비 상황을 보고받고서
해당 자료의 사용과 관련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다고 보아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였으나
검찰은 손석희 사장 등 고위급은 지상파 3사에서 방송을 모두 한 뒤에 인용 보도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선거방송 담당 피디와 기자가 신속한 보도를 하겠다는 욕심에 절차를 어긴 것으로 보아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이에 관하여 저런 보도는 실무진 수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비판적인 논평도 있었습니다.
정 반대로 JTBC가 출구조사 결과를 알아낸 과정은 언론계 관행으로 인정되는 정당한 취재방법이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의 신빙성은 아무래도 언론계에 몸을 담아 봤어야만 그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ELS 위험회피 거래 외국은행들 대법원서 희비 엇갈려(종합)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3/24/0200000000AKR20160324077051004.HTML?from=search)


과거 여러 증권사, 그리고 외국계 은행들이 ELS 기초자산의 종가조작 혐의를 받으면서 민형사상 소송으로 비화되었던 바 있습니다.
이에 관한 하급심의 판단은 갈렸으나 대체로 민사사건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책임을 부정하는 판결이 다수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작년 중순 대법원은 증권사에 대한 일반민사사건, 증권관련집단소송 소송허가결정사건, 트레이더에 대한 형사사건에 관하여
모두 금융기관 측의 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놓으며 하급심 기조를 완전히 뒤집어버렸습니다.
(그 중 일반 민사사건에 관해서는 https://cdn.pgr21.com./?b=8&n=59541 참조)

이미 지난 2009년 한국거래소는 ELS 헤지거래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헤지거래에 제동을 걸었던 바 있었고
거기에 저런 대법원 판결들까지 나오면서 관련된 논란이 완전히 종식되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14일 대법원이 BNP파리바를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의 원심을 확정짓고
다시 오늘 BNP파리바를 피고로 하는 또다른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작년 5월에 파기환송했던 대우증권을 피고로 하는 사건은 올해 초 원고 승소로 판결이 확정되었는가 하면
오늘 도이체방크를 피고로 하는 사건에서는 원고 패소 취지의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이 오락가락하는 판결들을 내놓으면서 관련분야에선 혼란에 빠졌고 이에 대한 분석기사도 몇개 나온 상황인데
현재로서는 시세조종목적이 있었는지에 관한 몇가지 간접사실들(매도한 시간대와 수량, 매도호가, 매도관여율, 시세조종 유인 동기 등)에 따라
정당한 델타헤지거래인지 아닌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기준을 새로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법원이 작년 트레이더에 대한 형사판결에서는 시세조종목적을 쉽게 인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는데(2014도11280)
판례변경절차 없이 판단기준을 변경한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대법원이 전합을 안거치고 스리슬쩍 판례를 바꾸는 모습은 심심찮게 발생한 일이기는 했습니다..)

이 건에 관해선 추후에 별도로 글을 써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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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16/03/24 23:37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위드마크 공식이 그렇게 만들어진건지는 몰랐네요..
16/03/24 23:39
수정 아이콘
술먹고 음주운전해서 사람 치면 도망가 조용히 숨어지내다 자수하고 합의보면 되는군요.
씁쓸합니다. 사람을 치진 않았지만 뭐 연예인이 떠오르네요.
편두통
16/03/24 23:47
수정 아이콘
그냥 검찰 입장에서 크림빵 사건같은건 번거롭고 쓸데없이 주목만 받는 느낌일까요?
소시민간의 사건 때 검찰의 일처리보면 과연 이들이 엘리트집단인건 맞나 의문이 듭니다.
열정의 부재인가 능력의 부재인가..
16/03/25 00:14
수정 아이콘
씁쓸하네요. 특히 크림빵 사건이 개운치 않네요. 술먹었다고 자백이 있는데 음주운전이 아니다. 진짜 법이란게 요물이네요. 얼릉 알파고가 판사고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25 00:18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엔 오히려 검사고(?)가 음주운전 부분을 불기소 처리해버렸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니만큼 더더욱 피도 눈물도 없는 법적용을 할 것으로 보이니...
물통이없어졌어요
16/03/25 01:55
수정 아이콘
아마 주취운전이었다고 인정되었으면 후행 뺑소니는 기각될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임시닉네임
16/03/26 01:40
수정 아이콘
법이라는건 알파고의 인공지능과 상당히 유사한 시스템이라서요
물론 법관 개개인의 재량이라는 요소가 없는건 아니나
법조문, 판례 이걸 벗어나지 못하니 결국 알파고가 법관이라고 해봐야 기존 판례 하나하나 찾아보고 그안에서 지금 사건과 가장 유사한 판례 찾아서 거기에 따라서 판결할테고 이건 지금 사람이 하는 거랑 거의 같죠.
외로운사람
16/03/25 00:3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tannenbaum
16/03/25 01:1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근데 법이란 게 대중과는 참 멀구나 느낍니다.
사람을 치어 죽이고 도망갔어도 합의가 있으면 유예 아니면 강력한게 3년이라니 괴리감이 참 많습니다.
굶어 죽기 싫어 슈퍼에서 절도한 전과자가 다시 라면을 몇번 훔치면 3년 이상 징역을 사는 경우도 많은걸로 아는데 사람 죽여놓고 뺑소니 친 사람보다 더 죄가 무겁진 않을거 같은데 말이지요...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25 02:15
수정 아이콘
일단 전체 형사사건 중 2/3이 약식명령에 의해 거의 대부분 5백만원 이하 벌금으로 끝납니다.
구공판사건 중 다시 1/3은 벌금, 나머지 1/3 가량이 집행유예로 처리되지요.
이렇게 추려진 실형선고를 받은 사람들 중 절반은 3년 미만의 징역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한마디로 3년 징역을 선고받았다는 건 현재 한국의 형사법상으로는 아주 엄한 처벌을 당한 경우입니다.
이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유형 제도를 운용하는게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지도 생각해볼 일이지만
그 전에 아마 교도소가 부족할 것으로 보입니다.(관련 기사로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102801031221079001 )

한편 소위 상습절도와 도주차량은 모두 특가법으로 처리되고 있었습니다.(이제는 상습절도는 형법으로 처리되게 되었으나)
일단 법정형만 놓고보면 상습절도는 무기, 3년 이상 징역이었는데 도주차량(사망사고)의 경우는 사형, 무기, 5년 이상 징역이었습니다.
즉 상습절도보다는 사망사고를 낸 도주차량범을 더 죄질이 나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선고하는 형(선고형)이 법정형의 비율에 딱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일단 후자 쪽이 피해자 측과 합의를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은 아주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상습절도범들은 평생을 범죄로 점철한 분들로서 직업이 절도이자 장차 강도나 더 큰 범죄자로 성장할 개연성이 큽니다.
통상 자잘한 절도로 시작해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마지막엔 범행수법이 대담해지고 다양해지며 더 위험해지는 흐름이 전과기록을 통해 드러납니다.

그런데 많은 도주차량범들은 사람을 죽게 하고 도망치는 큰 과오를 저지른 점을 빼면 사실 여기 게시판에 계신 분들하고 별 차이가 없습니다.
불행히도 이런 류의 재미없는 얘기...그러니까 한 가정을 파괴해놓고 뻔뻔스레 도망친 뒤 검거된 뒤에도 면피에 바빴다는 사악한 악마는
사실 평범한 대학을 졸업한 뒤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서 평범한 남편, 애아빠로 살아온 평범한 동네 아재였다는 얘기는 기사의 흥을 떨구기 때문에 잘 기사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통이없어졌어요
16/03/25 01:51
수정 아이콘
크림빵 사건에서 살인은 적용 안된건가요???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25 02:22
수정 아이콘
자동차사고를 살인이라고 구성하려면 처음부터 차로 사람을 쳐서 죽일 생각으로 일부러 사고를 냈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의외로 그런 경우들이 가끔 나오는데 암튼 이 사건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만약 살인을 적용했다면 과실범임을 전제로 하는 특가법 도주차량은 적용할 수 없고, 그 역도 성립합니다.
다만 살인과 특가법 도주차량(사망사고시)은 법정형이 똑같습니다. 비난가능성 측면에서 거의 대등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스카야
16/03/25 10:31
수정 아이콘
3년은 유가족들의 슬픔에 비하면 큰 형벌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가해자 인생은 충분할 만큼 고통스러워 질 겁니다. 거기다 윗분말대로 과오가 있긴해도 그냥 소시민일테니 절망감은 배가 될거구요.

빵은 삼시세끼 밥이라도 주지 밖은 짤없죠 전과자딱지 붙는건 기본이요. 아내와 자식도 있는데 아마 박살날거고요.. 그래도 고인이 살아돌아오시진 않으니 안타깝네요
탱크로리
16/03/25 14:21
수정 아이콘
공부하는 입장에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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