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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13 21:05:57
Name 바람과별
Subject [일반] 곡성에 대한 해석(스포 만땅)
저도 봤는데

대충 이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큰 틀과 감독의 의도도 알겠는데
여러 세세한 부분은 잘 모르겠더군요 특히 이 영화의 어떤장면은 꿈이다 현실이다 말들이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해 엠팍의 어느분이 해석한것입니다.

전문적인 기사도 아니고 평론잡지에 정식기고 한 글도 아니니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전문을 퍼왔습니다.
혹시 문제가 되면 자삭하겠습니다. 전 이글이 젤 공감가더군요......

엠팍의 '타마하리' 란 분이 쓴 글입니다.


======================================================================

외지 일본인은 무엇인가?
- 죽기 전, 인간.
- 곽도원에게 죽은 후, 악마로 부활(사흘만에)

기독교 모티브를 따온 것 같은데, 성경에서 예수님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다가
죽은 뒤 사흘 만에 신으로 되살아 납니다.
그리고 오프닝에 나온 구절 처럼 이야기 합니다.
부제에게 손과 발의 성흔을 보여주고 "나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네가 그렇게 말했다." 라고 성경 구절들을 줄줄히 읊어냅니다.

곽도원이 외지인을 죽이자 황정민이 미끼를 물었다고 말합니다.
이 과정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천우희가 말합니다.
"의심하고, 죽였다."
악마는 인간의 의심과 욕심을 먹고 자란다고 합니다.

절벽에서 떨어진 일본 할배가 아파하고 고작(?) 인간들에게서 달아나는 장면은
그가 아직 인간의 나약함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직은 천우희를 당해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감독도 인터뷰에서 힌트라고 말한 부분이 밀교 의식을 하던날 낮에 닭사는 장면이 힌트였다고 말합니다.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황정민은 덫을 놓기 위해 귀신이라고 했지만, 아직 완벽한 귀신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일본인이 미끼를 놓는 과정이 좀 흥미로운데,
일본인 답게 밀교 방식을 사용합니다.
부두술로 죽은 인간을 되살아나게 하는 의식을 하고 까마귀를 다룹니다.
(황정민이 집에 와서 제일 처음 하는 일이 죽은 까마귀를 꺼내는 행위 였습니다.)


천우희는?

모두의 생각처럼 저 역시 신령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시각도 이해하고 그럴 수도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천우희는 등장과 함께 곽도원에게 접근합니다.
접근장면은 문제의 사단이 난 집 앞.
천우희는 반복적으로 돌을 던집니다.
이게 처음 볼 때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다가 생각해보니,
곽도원 주위에 돌을 던져 결계를 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곽도원 주변에 쌓은 수북한 돌들.
돌을 충분히 던진 후에야 천우희는 곽도원에게 다가갑니다.

바로 이게 천우희가 친 덫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결계 안에서 곽도원은 천우희를 '목격자' 라고 생각하여 '믿음'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곽도원은 무서운일을 겪지만 이 일은 악몽으로 변환되어 없던 일이 됩니다.
"그게 꿈이었다고 생각해?" 라고 천우희가 나중에 말하죠.
실제 있던 일이라는 소립니다.
즉,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덫 안의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있던 겁니다.

결말에서 천우희의 말을 들었다면?
천우희는 덫을 놓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곽도원이 믿음을 가지고 닭 울음 3번을 기다렸다면
안에서 있었던 가족의 죽음은 다시 악몽으로 변해서 없던 일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천우희든 외지인이든 모든 존재들은 믿음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곽도원의 불신이 미끼를 물어 악마를 현신하게 했고, 천우희를 믿어 살아났다가
불신하여 화를 입고 맙니다.

하지만 이 모든 미끼들은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의 삶의 사건들이 이유가 없는 것 처럼요.
불신 할 사건 조차 없었다면 애초에 시작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선택과 신뢰 믿음은 꼭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건엔 이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결과를 우리가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삶 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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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새벽
16/05/13 21:09
수정 아이콘
처음 피해자의 집에서 겪은일이 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가 경험이고 어디까지가 꿈일까 고민했었는데 과연 이 해석대로라면 논리적이고 깔끔하게 정리되는군요 잘 봤습니다.
Scatterbrain
16/05/13 21:12
수정 아이콘
가장 깔끔하게 납득이 되는 해석이군요.
뽀로뽀로미
16/05/13 21:20
수정 아이콘
돌팔매질은 결계보다는 마을 성황당에 쌓여있는 돌탑을 떠올리게 합니다. 천우희가 마을 수호신이라는 걸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하시는 옛날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사람 홀리는 도깨비나 귀신같은 정령들이 사람에게 장난칠 때 돌팔매질을 한다고 하더군요.
결국 천우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돌던지는 장면으로 나타낸 것 같습니다.
역시택신
16/05/13 21:26
수정 아이콘
몇몇 분들은 대체 그 상황에서 천우희를 믿을 근거가 어딨냐고 너무 억지 결말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 그게 이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도원은 죄가 없죠 사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인간이 안 그러겠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사실 더럽게 기분 찝찝한 결말입니다. 그게 인간의 숙명 아니냐는게 나홍진의 생각인 것 같은데 허허..
마스터충달
16/05/13 21:28
수정 아이콘
그 믿어야 하는 말이 "가만 있으라."였다는 점이... 더 씁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16/05/13 23:46
수정 아이콘
지난 페이지의 곡성에 대한 난상토론 글에서 어느 분께서 세월호에 환유로 보이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셨는데, 아마 이런 것들을 두고 말씀하셨던거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본질적으로는 그것이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곡성이란 영화가 가진 특유의 헐렁함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이런 불가해함을 목전에 둔 인간의 무력함이란 그 시기를 불문하고 있어왔고 그것들은 또한 특정한 기표를 통해 제이 제삼의 기호들을 재생산해왔기 때문에 그런 해석들도 한편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고 느껴져요.
마스터충달
16/05/13 21:27
수정 아이콘
<곡성>에서 착착 떨어지는 해석이 과연 필요할까요?
<곡성>은 맥거핀(혹은 낚시질)이 장르이자 정체성인 영화입니다. 잘 맞아떨어지는 인과관계 즉, 플롯간 유기성을 부정합니다. 대신 엉성한 유기성을 바탕으로 긴장과 의심을 불러일으키죠. 그리고 이 모두가 속임수라는 게 드러나는 데서 쾌감을 줍니다.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킨트의 증언이 모두 거짓말이었으니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 짜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대신 "낚였다"는 쾌감과 충격이 강하게 남죠. <곡성>의 카타르시스가 노린 지점도 이와 같다고 봅니다.
바람과별
16/05/13 21:28
수정 아이콘
뭐 사람이 아니라는건 당연히 대부분 사람이 공감하는 것이고 돌던지는 목적이 그저 장난 인줄 저도 알았는데

뭔가 장난 이상의 어떤 목적이 있다고 저도 이글을 보니 느껴져서요
킹이바
16/05/13 21:29
수정 아이콘
두 번의 악몽. 그리고 세번째 비극. 저도 만약 천우희의 말을 들었다면 곽도원은 악몽에서 깨어났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일본인이 (실제로) 악마냐에는 회의적이지만요.
자전거도둑
16/05/13 21:51
수정 아이콘
(질문)마지막에 천우희가 곽도원에게 의심을 했고 살인을 한게 잘못이라고 했는데요. 곽도원이 살인을 했나요? 일본인을 차에 친것때문이라면 좀 애매한것같은데..
Otherwise
16/05/13 21:59
수정 아이콘
그곳으로 친구들을 이끌고 간 것은 명백히 살인의 의도가 있었죠.
광기패닉붕괴
16/05/13 22:00
수정 아이콘
"일본인 답게 밀교 방식을 사용합니다.
부두술로 죽은 인간을 되살아나게 하는 의식을 하고 까마귀를 다룹니다."

죽은 인간을 되살아나게 하려한게 아닙니다. 좀비가 된건 천우희의 공격에 의해 굿이 실패해서 생긴거에요. 좀비는 외지인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감독이 오피셜로 밝히기도 했고 영상에서도 알 수 있는데 좀비가 의도한 것이었다면 차에서 안 보였을 때 그렇게 놀라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없었죠.
16/05/13 22:01
수정 아이콘
이거 원작 소설이 있나요>?

오늘 어머니와 같이 봤는데 저는 굿할때부터 막 떨면서 봤는데
어머니는 비슷한 소설 봤다고 다 알면서 보니까 하나도 안무서웠다고...
연출 잘했다면서 배우들 연기 잘한다고 칭찬, 감독 대단하다고 칭찬...

저도 오랜만에 재밌게 본 영화 같습니다.
유스티스
16/05/13 22:30
수정 아이콘
저도 기억에 초반에 원작 : xxx 뭐가 떴던거같긴한데...
16/05/13 22:11
수정 아이콘
http://mlbpark.donga.com/mlbpark/b.php?p=1&b=bullpen2&id=5030778&select=title&query=&user=&reply

후기중에 괜찮은 글이 있어서 링크 걸어 봅니다~
뽀로뽀로미
16/05/13 22:52
수정 아이콘
인터뷰 보니까 링크 글의 마지막이 감독이 하고픈 얘기같았는데, 이 지점에 대한 입장이 관객과 간극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행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나버려서 이게 뭔가 싶죠.
킹이바
16/05/13 23:00
수정 아이콘
조금 다른게 결말을 '종구(피해자)에 대한 위로'로 감독은 해석한다고 밝혔죠.
뽀로뽀로미
16/05/13 23:07
수정 아이콘
주인공(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의미를 말했었였군요. 다르게 말하면 너(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받아들여도 되겠군요.
아니 미끼를 문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려나요...
16/05/13 22:42
수정 아이콘
근데 마지막에 닭 두번울고 천우희 봤을때 그 죽은사람 이름표랑 식당에서 똑같은옷 입고있는여자 오버랩되는건 뭔가요?
어바웃타임
16/05/13 22:46
수정 아이콘
갑자기 귀신처럼 천우희가 다가오니까 놀랐는데 머리핀이랑 옷 같은 귀신 들린 자들의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 얘가 나를 속이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뛰어가버리는 걸로 기억합니다.
16/05/13 22:53
수정 아이콘
일본인이 소지품으로 의식을 행하듯이 천우회도 그사람의 소지품으로 사람을 지킬려고 노력한것 같은데...


그걸 곽도원이 오해할수 밖에 없었지 않나...전 이렇게 생각했네요
어바웃타임
16/05/13 23:24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감상평으로는 일단 재미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영화 자체는 불친절했어요. 개연성이 없는 장면들도 있었고 뭔가 중간중간 영화 스토리를 조금 더 매끄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건 이런 개연성 없고 불친절한 영화인데도 몰입감이 엄청나다는거죠.
결국 스토리에서 개연성이 없고 불친절하면 영화에 대한 몰입감이 깨지니까 "아 뭐야 스토리도 개판이고 짜증나네 " 이렇게 되는건데 곡성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뭔가 영화에 홀린 느낌으로 보다보니까 끝나버렸어요.

영화에 대한 해석도 정말 많은 해석이 존재하는데 저는 본문의 해석과 비슷한 시각으로 영화를 해석했구요.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영화에서 계속 던졌던 것 같습니다. 영화 자체는 곽도원의 시각에서 바라본 곽도원의 신념에 따라서 흘러갔구요.
마지막 곽도원이 천우희를 믿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서있는 장면이 영화의 백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곽도원의 선택은 틀렸지만 납득이 가는 선택이었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화 내내 틀린 선택은 없었죠. 결과가 그러했을 뿐.

이렇게 쓰면서도 모르겠습니다. 곡성은 정답이 없는 영화죠. 영화 내내 그러했듯이 영화가 끝나고 그냥 그 영화를 본 우리는 우리가 믿는대로 믿으면 되는겁니다. 중요한건 재밌으면 된거 아니겠습니까? 흐흐.

p.s 곽도원의 딸 역을 맡은 아역은 연기 정말 잘하더라구요. 무서웠어요. 그 아이 때문에.
16/05/13 23:57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감독이 이래도 믿을거야? 이래도? 이래도?하며 관객에게 질문하면 관객은 관객 나름의 답을 찾으면 되니까요. 그 텅빈 맥락이 역설적으로 맥락을 충만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까놓고 말해서 이런게 에바처럼 덕질하기 딱 좋은 영화 아니겠습니까?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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