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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06 15:21:42
Name Yureka
Subject [일반] [7] 회식과 취중진담



김동률의 유명한 노래로 ‘취중진담’이라는 노래가 있다. 한 남자가 고백함에 있어서 술기운을 빌려서 진심을 담아 연인에게 사랑을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술을 마신 상태로 전달하는 말이 평소보다 더 진솔하다는 가정하에 노래가 진행된다. 응답하라 1988에서도 류준열이 극중 혜리에게 고백하는 장면도 술집에서 이루어진다. 대중문화에서 술을 마시면서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나오는 말들은 바로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극이 진행되기도 한다. 실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술을 마신뒤 말하는 말들은 그 사람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진실에 가깝다고 인지한다. 술을 마시면 우리는 평소에 하지 않을 법한 말들을 하곤한다. 왜 술을 마시면 우리는 상대방에게 하지 않을, 어쩌면 해서는 안될 말들을 하는 걸까.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술은 이성과 대비되는 어떤 무언가를 꺼내는 매개체였다. 그리고 그러한 이성의 상실을 광기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그렇기에 디오니소스는 축제의 신, 술의 신이면서 광기를 상징하기도 했다. 실제로 술을 많이 마시면 생각에 있어서 자기도 모르는 무언가에 휘둘리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에 대해 흥미로운 하나의 연구가 있다. 2013년도 국내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술을 마시면 뇌가 실제로 이성을 담당하는 부분이 낮게 반응했다. 술을 안마실때의 이성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뇌파와 마실 때의 나오는 뇌파를 비교했을 때 술을 마셨던 부분에 있어서 이성적 의사결정의 부분이 더 줄어든다. 과학적으로도 술은 이성을 어느정도 잠재우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성에 의해 통제되었던 어떤 부분이 발현되어 우리의 행동과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그러면 이성이 무엇을 억누르고 있기에 우리는 술을 마시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게될까. 프로이트 모델에 따르면 우리의 초자아는 규칙,윤리관들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 모두 양쪽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하고픈 욕구를 가진다. 초자아는 부세계나 혹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전달받은 초자아를 토대로 욕구를 억제되거나 금지된다. 그리고 자아는 이 둘 사이를 조율한다. 술은 초자아를 어느정도 잠재우면서 욕망,이드를 좀 더 자아에 영향에 끼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술을 마시면 평소와는 다른행동과 말을 한다.


한국사회 뿐만아니라 그 어떤 문화권이든 대화를 할 때 술을 매개체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만남에 있어서 술은 분명 둘 사이의 대화를 잘 풀게 해주는 매개체이다. WHO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술 소비량은 1인당 10.9리터로 OECD 14위에 위치하며 이는 여타 독일,캐나다와 같은 선진국과 비교해서 큰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한국사회에서는 유독 술로 대화한다는 이미지, 그리고 술을 통해 친해지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겨지는점에 대해서 생각했다.


대학생신입모임이나 MT 그리고 회사에서의 회식문화까지 한국은 친한사람과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지만 어느정도 공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간의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회식문화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2016년 통계기준 여전히 한국인들은 한달에 한번 회식을 가진다. 외국의 파티문화와 회식문화는 전혀 다르다. 외국의 파티는 친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서로 술을 겯들인 식사를 하며 대화를 차분하게 끌고나간다. 그러나 회식문화는 다르다 전혀 친하지 않은 직장동료들도 다같이 참여하고 그야말로 주구장창 술을 마시며 서로간에 끝장을 보는 것이 한국의 스타일이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까지 술을 강제로 권유해서 술을 마시고 그 사람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본다. 심지어는 영업직에 따라서는 술마시고 면접본다는 이른바 술면접이 있다고 하기도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 또한 회식문화가 존재한다.



한국사회는 초자아가 강한 사회이다. 유교문화와 군부개발독재 시기를 거치면서 검열과 금지의 시기를 오래 겪었다. 고대 때부터는 유교문화권에 속하다보니 사람을 대하는 예절을 중요시 여겨왔다. 그리고 이 예절은 다양한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행동하는 법이 다르다. 사람과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에 수많은 금지와 제한이 있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해서는 안되고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이러한 행동에 있어서는 제한을 해야하는 등, 어렸을 때 사회화과정에서 금지와 금기를 내재화 하게 되고 초자아가 강한 사회로 한국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해방 이후 유교문화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이 탈피되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들어온 건 군부독재이다. 군부 독재는 수많은 것들을 검열했다. 우리가 듣는 음악, 영화와 같은 많은 예술과 소식을 접하는 언론까지 통제했다. 이렇게 생각과 예술을 통제당하고 더 나아가 개개인의 발언 하나하나도 통제하고 검열했다. 앉은 자리에서 말한 마디 잘못하면 남산에 끌려간다는 농담같으면서도 진짜로 일어났을 법한 얘기들이 나돌았던 시기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를 자기검열의 길로 나아갔다. 하고싶은 욕망을 더더욱 억제하고 강력한 사회규범과 도덕윤리을 내면화 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진실은 침묵하는 사회가 되었다.


유교문화가 해체되어가고 군부독재가 붕괴된 이후에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강력한 초자아는 DNA처럼 새겨져 있고 끊임없이 부모세대로부터 자식세대로 이어져왔다. 초자아로 강력하게 스스로를 통제하는 사람은, 주변의 눈치를 보게되고 엇나가서 큰일나거나 사회사부터 제명당할까 전전긍긍하고 자신의 의견은 발언하지 않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일상생활에서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 속 일상 속 대화는 수많은 외부와 내부검열 끝에 나온 말이라고 여겨졌다. 바깥에서 하는 수많은 말들은 다 예사소리로 여겨지고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기에 한국사회는 회식문화, 취중진담이 유행했다. 우리의 강력한 초자아를 어떠한 매개체의 도움을 받아 조금이라도 억눌러야 진실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윗사람들이나 낯선 사이에서 상대방과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으면서 하는 대화들은 다 그 사람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상대방에게 진실된 언어가 아니라 검열된 언어로 전달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서로에게 술을 먹임으로서 강력한 초자아를 억누르고 초자아로부터 영향을 덜 받은 자아의 이야기, 더 나아가 어쩌면 이드의 욕망까지도 이끌어내어 상대방을 확인하고 대화하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규범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는 서구문화권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동양문화 특히 한국문화권에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취중고백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취중고백은 정말 이성적으로 온갖 고민이 드는 상황에서 강력한 초자아가 작용하는 한국사회에 일반적 사랑고백에 있어서 더욱더 큰 고민과 갈등이 된다. 이 현실에서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나온 고백은 이러한 고민과 초자아를 최대한 줄인 상태에서 진짜 속마음을 전달하는 효과를 주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의 말이 굉장히 진실되게 느껴지는 효과를 준다. 아니 고백하는 당사자도 사실 자기 말도 의심되고 검열되는 상황에서 술취한 자기마음만이 자기에게 정말 진실된 마음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중고백은 이드가 오래동안 억눌린 상태에서 술을 통해 초자아가 잠들어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광기에 가까울 것이다.






한줄요약: 취중고백은 광기다.



프로이트정도면 인문사회에 적용할만한 주제이라고 멋대로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대로 읽어보지않았기에 과연 제대로 적용했을런지..

그리고 사실 회식도 취중고백도 안해보고 외국도 안가본 상태에서 사고실험을 통해 써낸 글입니다. 
아무튼 취중고백 안해봤습니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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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6 15:51
수정 아이콘
어느새 4월인데, 새 해 되면 술 먹자던 처자의 새 해는 언제쯤 오려나.. 글은 참 잘 읽었습니다. ㅠ.ㅠ
포프의대모험
18/04/06 16:30
수정 아이콘
크크 질게 연애상담글에서도 느낀건데
본인도 본인마음을 몰르는데 정답이 어딨겠어요?
페스티
18/04/06 17:04
수정 아이콘
맨정신에 컬링을 비하하고 술취하면 쓰레기를 치우는 광기를 발휘하는 줄리엔 강 당신은 도덕책
아케이드
18/04/06 17: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고백폭력'이라는 용어가 있죠.
요즘은 남자가 술먹고 고백하거나, 담배 피우면서 이별 선언하면 여혐이랍니다.
맛난스콘
18/04/06 17:47
수정 아이콘
술과 상관없이 딱 그사람 만큼의 말을 한다고 봅니다.
임전즉퇴
18/04/07 07:43
수정 아이콘
술회식때 진짜 초자아를 죽이면 대부분 파토죠.. 크크
오히려 니 초자아를 시험한다는 더 무서운 슈퍼슈퍼에고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소위 잘논다는 사람들은 술용 초자아가 따로 있을거예요. 크
잉크부스
18/04/07 22:05
수정 아이콘
저는 술먹고 초자아 놔버리는 사람 혐오합니다.
살짝 긴장 완화 정도 하고 하고 싶은 말 하는건 좋은데
정신 줄 놔버리고 개진상 모드로 가는 사람들이 있죠
이런 사람들이 평소 할말 못하고 사는 사람들일 겁니다.
그래서 더 싫어합니다.

평소에 할말 못하는 것도 싫고 술김에 하는 할말도 듣기 싫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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