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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12 12:17:26
Name Restar
Subject [일반] [일상글] 아내에게 파키텍트를 사주었다.

1. 아내에게 파키텍트를 사다주었다.
아내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어릴때 롤코타2를 그렇게 재미있게 했었다는 말을 기억했었기 때문이었다.
예전부터 파키텍트라는 게임을 눈여겨 보고있었고, 원래는 세일 안하는 게임인데 마침 설날이라 5천원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거기다 정식한글화(수정판)가 되기도 했었고..

아내는 예상외로 파키텍트를 좋아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아내에게 캠페인의 목표같은건 게임을 하는데 방해되는 광고지와 같은 뿐이었다.

막 이런저런 건물들을 짓더니, 나에게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며 말한다.
"여기 이 사람들 손에 핫도그랑 음료수 든걸 봐봐. 너무 귀여워."
공원의 수치에서 아내가 제일 관심있게 보는것은, 목마름과 배고픔 수치이다.
사람들이 배고플까봐 핫도그가게를 더 짓고, 탄산음료 가게를 더 짓는고, 앉아서 먹으라고 의자를 자꾸 만드는 보면서 나는 그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본다.

그래, 게임의 목표따위 뭐가 중요한가.. 자기만 즐거우면 됐지.
그런 의미에서 파키텍트는 최상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목표의 압박따위 전혀 없으니..


2. 결혼을 하고 나의 게임생활은 쉽지만은 않았다.
아내는 다행히 남편이 게임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터치하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알아서 기는' 남편의 노력도 수반되었다.
하지만 그런 '알아서 기는' 행위에도 불구하고, 게임시간과 함께하는 시간 사이에는 타협될 수 없는 기나긴 싸움이 있었다.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하고, 이런저런 시간들이 흐르다보니 이제는 어느정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어쨌든 결혼이란건, 이전처럼 살 수는 없는 시간이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결혼을 안했으면 지금쯤 매일같이 와우를 달리던가, 던파를 달리던가, 하다못해  마비노기를 달릴텐데.. 라는 생각. 아내의 부름에 맞춰야하기에, 자연스럽게 즐기는 게임이 MMORPG에서 멀어져갔다.
뭐, 요즘 MMORPG는 한번에 요구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건 피곤하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저 포도는 신게 분명하니까..

싱글플레이 게임이나, 캐쥬얼 게임으로 게임의 장르가 바뀌어갔다.
가끔은 아쉽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넓고, 나오는 게임의 종류는 많고, 싱글플레이 게임만 해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은 세상이니까..


3. 사실 아내에게 게임을 시키는 것은 나의 오랜 목표중 하나였다.
물론 쉽지 않았다.
핸드폰 게임을 몇개 시켜보았지만, 아내는 금새 싫증을 내었다. 그나마 '꿈의 집(홈스케이프)'이라는 게임을 조금 오래 하고 있는데.. 그건 아내와 내가 같이 하는 게임에 가깝다.
MMORPG를 같이 할 생각은 처음부터 안했고, 가벼운 캐쥬얼 게임을 몇개 시켜보았지만 별로 흥미를 내지 않았다.

남편의 취미를 위해서 월광보합을 집에 들여놓고 이런저런 고전게임을 같이 즐긴적도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경악스러운 게임치 능력에 기겁할수밖에 없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혀온 게임적응능력이란게 없으면, 결국 캐릭터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기술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때리기만 하는데 왜 안맞는지 모르겠다며 힘들어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게임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튼 이런저런 시도 끝에, 파키텍트를 시키니 참 만족스러워한다.
물론 남편 컴퓨터로 해야하기에, 아내는 주로 남편이 출근해있는 낮시간에 파키텍트를 즐긴다.
한번 하면 시간가는줄 모르겠다며, 왜 남동생이 PC방 가있을때 전화하면 싫어했는지 너무 실감했다며 말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4. 결혼을 하면서 포기된 즐거움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는, 얻은 즐거움과 행복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한다.
싱글때와 다르게, 명절연휴 자체가 양가를 만족시켜야 하는 퀘스트처럼 변해버렸다.  그래서 명절이 끝나고나면 둘다 집에서 한동안 뻗어있을 수 밖에 없다.
경조사비는 2배로 나가고, 2배로 가야할 곳이 늘어나기도 했다. 돈 쓰는것도 하나하나 눈치를 봐야하고, 가끔은 합의와 토론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과정들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행복하다.

퇴근하고나서 나는 게임을 한다. 아내는 그런 나를 구경하기도 하고, 옆에서 간식도 먹다가, 심심하다고 침대로 들어가서 핸드폰으로 인스타를 한다.
나는 적당히 게임을 한 다음에, 아내가 있는 침대위로 간다. 핸드폰을 하고있는 아내의 품으로 가서, 아내의 팔을 베고 아내의 핸드폰을 뺏어서 내가 홈스케이프를 하곤 한다.
아내는 그런 나를 어이없어하면서도, 나를 팔로 안아주고 핸드폰으로 또 인터넷을 한다. 그렇게 또 함께하는 시간을 서로 보낸다.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매일같은 일상의 한 장면이다. 되게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지만, 정말정말 행복한 시간이다.


5.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왜 결혼전에는 그렇게 뭐든지 할 수 있을것처럼 패기넘치고 꿈에 넘치던 사람들이, 결혼하고 나면 더 열심히 살지 않고, 아이를 낳고 나더니 흔한 아저씨아줌마처럼 변해버리는 걸까?
결혼 전에는 그렇게 결혼해서 변해버리는 느낌의 사람들이 좀 싫었다. 결혼하면 저렇게 되는건가 싶어서..
근데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준비하면서 그들과 같은 모습이 되어가는걸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런게 인생이고, 이런게 평범한 삶이구나... 라고.

예전에는 그런 평범함이 너무나도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함이 주는 위안을 여실히 깨닫는 중이다.


6. 나는 가능하면 결혼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사람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눈을 가지기 위한 경험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고, 결혼은 아직도 할만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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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muzzi
19/02/12 12:28
수정 아이콘
파키텍트 한번 해봐야겠네요. 듣기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글 너무 좋아요. 항상 행복하세요~
19/02/12 12:32
수정 아이콘
업글된 롤코타입니다. 롤러코스터 코스만들기도 쉽고, 건물들 만들기도 쉽고, 사람들 다니는것도 귀엽고 그래요. 은근히 디테일이 많은데, 미화원이 쓰레기통 안치우면 파리가 날라다기도 하고 그렇죠.
롤코의 후속작으로 불리던게 플래닛코스터인데, 이건 너무매니악하고.. 롤코타2를 업글판으로 하시고싶으시다면 강추합니다. 정식 한글번역도 있어요.

저도 결혼 일상글좀 가끔 올리려고요. 결혼하지마 글이 너무 많아져서 좀 슬프네요 ㅠ
이웃집개발자
19/02/12 12:41
수정 아이콘
오메 모든 문단이 저랑 어찌 이리 비슷하십니까...
19/02/12 14:09
수정 아이콘
아내분에게 파키텍트를 사다주셨습니까.... 크크.
합의로 얻어내는 결과라는게 비슷하죠 뭐. MMO는 멀리하고 싱글로 달리고...
티모대위
19/02/12 12:53
수정 아이콘
일단 파키텍트 추천받고 갑니다 핳하
그리고 결혼이 좋냐 나쁘냐는 90%이상이 결혼 상대가 누구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결국 사람보는 눈을 길러야 하고+또한 결정력도 필요합니다.

저랑 친한 어떤 누나는 사람보는 눈은 아주 좋아요. 만난지 한 달이면 어떤 사람인지 다 압니다. 근데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서도 끊어내질 못해서 몇년을 사귀고 헤어지다가 귀한 시간 많이 날렸네요.. 그러다 그냥 때 됐으니 결혼해야지 하면서 결혼했다면, 아마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을것같고... 참 좋은사람 판별해서 연애하기가 그리 힘들죠.
19/02/12 14:11
수정 아이콘
전 결혼 자체는 좀 드라이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결혼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면 일찍 손절해야해요..
진짜로 결혼은 인생이 송두리채 바뀌는 계기라서 누구랑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고, 잘못 만나서 죽네사네 하는 커플들도 보다보니 더더욱 그렇더라구요.
스위치 메이커
19/02/12 13:10
수정 아이콘
파키텍트 재미있죠.

플코는 진짜 너무 하드함... 게임이 아니라 놀이공원 제작툴이라는 게 합리적 의심...
19/02/12 14:11
수정 아이콘
플코는 진짜 하드하죠. 사양도 무시무시하고..
파키텍트가 딱 롤코의 후속작 개념인것 같아요. 아기자기하고, 별거 안해도 모양이 그럴듯하게 나오고..
저도 옆에서 구경하면서 느끼는데, 진짜 잘만들었어요.
Lord Be Goja
19/02/12 13: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파키텍트가 여성분들에게 인기인건 확실합니다.
유튜브에 게임플레이 올리는 분들의 공통된 언급이 파키텍트는 여성시청자가 다른게임보다 확실히 많다고 하더군요.
방송하는 여성분들도 꽤 즐거워 하시구요.
게임이 아기자기 하고 플래닛코스터마냥 복잡한 계산은 그렇게 필요가 없습니다.
게임중에 창작마당 검색해서 좋은 장식물이나 놀이기구를 구독찍으면 본게임에 실시간으로 적용되서
창의력이나 이과적 설계지수가 낮은 저같은사람도 쉽게 플레이가 가능..
-직접 만든 코스터에 격렬도 180짜리 코스터에 아무도 안타길래 이 사람들이 당해보지도 않고 안타네? 라고 투덜거리며 살펴보니
중력가속도가 11G라고 되어있더군요..-

이런점이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그래픽과 어울려서 라이트한 여성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거같습니다.

물론,그거 한다고 딱히 여성분과 만날수는 없다는것은 40시간 정도하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19/02/12 14:13
수정 아이콘
아내가 파키텍트 유튜브도 조금씩 찾아보더군요. (옥냥이님 목소리가 좋다고 실물을 궁금해 하셨... ㅠ)
여튼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기자기한데 쉬운게 정말 최고에요.
롤러코스터 설계할때, 미리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해주는것도 그렇고...

물론 여성분과는 별개죠. (....)
ioi(아이오아이)
19/02/12 14:27
수정 아이콘
11G면 역으로 0을 몇 개 더 붙이고, 나사에 팔아보는 것도?
거짓말처럼
19/02/12 13:25
수정 아이콘
파키텍트 주변 옵젝이나 풍경에 따라 점수반영되서 좋아요
19/02/12 14:14
수정 아이콘
그게 장점이더라구요. 다양한 꾸밀거리가 있고, 어차피 배치하게 된다면 좋은것만 우겨넣는게 아니라 좀더 다양하게 꾸미게 고민하게되고...
방송하는 사람들은 죄다 건축건축 하더라구요. 이게 나중되면 죄다 건물만들어서 쑤셔넣는게 나은것 같... (...)
방송으로 진짜 건물 원하는데로 층층이 만드는 사람들 보면 좀 신기하더군요.
Zoya Yaschenko
19/02/12 14:26
수정 아이콘
손님을 물에 빠뜨리면 목마름 수치가 줄어듭니다.
19/02/12 15:44
수정 아이콘
은근히 요직겜.. (...)
쪼아저씨
19/02/12 14:37
수정 아이콘
훈훈한 글이네요. ^^
쓸데없는 생각을 덧붙이자면 5번은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싱글이지만, 늙으니 만사가 귀찮네요. ^^:
물론, 천성이 게을러서 그런거지만요.
19/02/12 15:45
수정 아이콘
물론 개인차야 존재하죠 ^^;;
다만 좀더 흔한 아줌마 아저씨가 되어가는 감이 있습니다.
왜, 자기 아기사진을 마구 SNS에 뿌리는 사람이 싫다가도 자기 아이생기면 똑같이 하게 되는게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진짜로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기니 고민하는게 비슷해지더라구요.
국민 육아템 쫓아다니는 흔한 엄마아빠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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