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앵무새를 기르다보니, 앵무새 관련 유투브를 자주 보는데, 서구권에선 앵무새가 다른 동물들 귀찮게 하는게
일종의 밈 또는 컨텐츠화 되서 관련 영상만 묶어서 올리고 하더군요. 이런걸 보다보면 정말 시간도 잘가고 재밌긴 한데...

가끔은 이건 슬슬 위험상황이다 싶은 영상들도 꽤 보입니다.

아마도 PGR 대부분 분들은 고양이/개는 몰라도 앵무새를 길러보신적이 없을테니, 약간의 해설을 덧붙여보겠습니다.

먼저 유투브 영상처럼 앵무새가 다른 동물 귀찮게 하는게 흔한 일인가? 그렇습니다.
진짜로 같이 기르면 앵무새가 쉴새없이 다른 동물을 귀찮게 합니다. 귀찮게 한다는것도 순화한 표현이고,
고양이나 개 입장에선 쉴새없이 괴롭힌다고 봐도 됩니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생기는가? 기르면서 직접 느낀바로는 크게 세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1. 앵무새의 무한한 호기심
2. 앵무새는 사람이 통제하기 어렵다.
3. 앵무새가 체급에 비해 너무 잘싸운다.


1. 앵무새의 호기심

지능 높은 동물들은 대체로 호기심이 다 있는데, 앵무새는 그게 대단히 강한 생물입니다.
처음 보는건 무엇이든지 건드려보고 엎어봐야 되는 생물이고, 개나 고양이는 앵무새 입장에선 너무 신기하고
재미난 털복숭이 장난감 비슷해서 쉴새없이 귀찮게 굽니다.


2. 앵무새는 사람이 통제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앵무새가 치근덕거릴때 개나 고양이가 응징을 잘 못합니다. 영상을 보면 주로 고양이가 냥냥펀치를
날리는 장면이 보이는데, 냥냥펀치 따위는 대형 앵무새에겐 거의 위협이 안됩니다. 훨씬 강하게 공격을 해야 응징이 되는데,
그 상황에서 개나 고양이는 확실히 사람의 눈치를 보는지 정말 앵무새가 고통스러워할 정도의 응징을 못합니다.

개/고양이가 스스로 응징을 못하니 사람이 막아줘야 되는데, 문제는 대형 앵무새라는 동물이 사람이 통제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사실, 개나 고양이도 자기들끼리 분쟁을 벌일때 그걸 사람이 통제하는건 쉬운일이 아닙니다만, 앵무새가 개나 고양이와 다른점이 있습니다.

날아다닌다는거죠. 날아다니면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 시작하면, 잡을수가 없어요. 당연히 개나 고양이를 공격하는것도
막아주기가 힘듭니다.



3. 대형 앵무새가 체급에 비해 너무 잘싸우는 점

처음 두 생물(앵무새+고양이)을 기를때, 전 고양이가 앵무새를 괴롭힐까 걱정했지 앵무새가 괴롭힐거라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기르니까 고양이가 숨느라 바쁘더군요. 근본적으로 날아다니는 생물이라 소위 선공권(...)도 앵무새에게 있고, 기세가 밀리면
역시 걍 날아서 피하면 그만이니 고양이가 어떻게 잘 못하더라구요.


결국 이렇게 몇달 같이 지내다가, 고양이를 친척 집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둘이 논다고 생각해서 귀엽게 봤는데,
얼마 안가서 노는건 앵무새 입장이고 고양이는 숨느라 정신이 없는게 보이니 같이 기를수가 없더라구요.

유투브 영상을 재밌게 보던중, 과거의 나름 아픈 기억이 떠올라서 이리저리 써봤습니다.


# 제가 앵무새 전문가도 아니고, 끽해야 두마리 길러본 경험담이고 당연히 개체차가 클겁니다.
# 본문 같은 문제는 대형 앵무일때 이야기고, 소형 앵무면 아무 상관 없습니다. 얘네는 냥냥펀치도 필요없고 고양이가 졸다가 꼬리 한번
휘두르면 굴러가는 체급이라서 앵무새 쪽을 걱정해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