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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9/17 22:22:27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단상] 영원의 도시 로마, 서구문명의 심장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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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동안 로마를 방문했습니다.

서구문명의 심장. 제국의 수도. 기독교의 수도. 영원의 도시. 이 도시를 수식하는 문장은 무수히 많습니다. 브루넬레스키,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과거 르네상스 천재들에게 영감을 준 도시입니다. 또 근세에 들어와서는 괴테와 같안 대문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도시이기도 합니다. 사실 괴테는 로마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말하기까지 했죠.

로마는 진정 특별한 도시입니다. 공화국의 정신과 제국의 위엄 그리고 기독교의 신앙과 더불어 르네상스 인본주의를 모두 모두 표상하는 도시이죠.

로마 시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SPQR이라는 모토. 로마의 인민과 원로원을 뜻하며 공화국의 정신을 나타내는 상징입니다. 반면 콜로세움과 개선문은 제국의 위용을 나타내며 로마제국의 잔혹함과 야욕을 드러냅니다. 예루살렘을 불태우고 유대인들의 성물을 가져온 것을 묘사한 티투스 개선문이 대표적 상징입니다. 또한 로마 시내 곳곳에 위치한 대성전들, 그리고 사도 베드로와 사도 바오로의 무덤은 로마가 진정 기독교의 총본산임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곳이야 말로 신국(civitas dei)임을 나타냅니다. 심지어 과거의 욕장을 성당으로 개조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로마는 더할 나위 없이 종교적인 도시임에도 동시에 지극히 인본주의적인 도시입니다.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도시 곳곳에 흔적을 남겼으며 인간의 이성과 아름다움을 예찬하였고, 인간의 탁월함을 다양한 기법으로 드러냈습니다.

로마는 한편 파리나 비엔나와는 달리 계획도시가 아니라 자연적으로(organic)하게 성장한 도시입니다. 따라서 넓게 구획된 지구나 대로가 드물고, 아기자기하고 특색있는 골목길이 많습니다. 과거의 광장이나 유적 위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고, 또 과거의 신전을 개조하여 전시회장이나 쇼핑몰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에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조화되어 아주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는데 실로 아름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한편 로마에는 또다른 국가, 바티칸 시국이 위치해있습니다. 교황청으로 알려진 이곳은 가톨릭 교회의 총본산으로 압도적인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겸손과 청빈을 주장한 예수의 본래 가르침과는 어긋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 신의 영광을 찬미하려는 인간의 기가막히는 의지를 엿볼 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바티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중 하나가 유럽연합의 단결을 지지하고, 분리주의를 비판하며 유럽공동체의 형성이 왜 기독교 교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인지 밝히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기독교문화가 유럽공동체의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로써 로마는 과거 유적과 박물관들의 도시가 아닌, 유럽의 심장으로서 기능하는 살아있는 수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마공화국, 로마제국, 교황령, 그리고 바티칸... 유럽문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로마는 꼭 방문해야 하는 도심에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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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유즈키
19/09/17 22:3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전에 추천해주신 책(거대한 체스판)은 잘 읽었습니다.
되새기면서 서평도 썼는데 초심자가 쓰기에는 많이 어렵더군요.
졸업하기전에 관련된 수업도 들어볼까생각하지만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경제나 역사가 그나마 저에겐 나은 것 같습니다.국제정치 너무 어렵습니다...
19/09/17 23:44
수정 아이콘
저는 종이와 인터넷으로만 로마를 알고,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던게 베네치아 광장의 중심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며 로마 어디에서도 하얀 거체를 확인 할 수있는 건물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지어졌는지를 모를때 였습니다.
꿈만 같고 파만만장하며 빡침으로 가득 찼던 3주 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서야 그 거대한 기념관의 주인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란걸 알게 되었고 제가, 그리고 우리가 고대와 중세 로마의 광휘에 가려져 있던 근세와 리소르지멘토 시기의 로마에 대해 정말 완벽하게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도 그 시기에 대한 저의 무지함은 변함이 없지만(...) 저의 로마에는 티투스 개선문, 카라바조, 산탄젤로 요새 뿐만이 아니라 고대의 유산 위에 장엄하지만 근본없이 반으로 쪼개고 갈라버린 포로/무솔리니/로마노도 헛웃음 나올 정도로 애잔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던져진
19/09/18 00:07
수정 아이콘
바티칸은 진짜 종교적 집념이 만들어낸 사치의 결정체죠.

도시와 건물 그리고 안을 채우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예술품까지.
로빈팍
19/09/18 02: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올해 11월 신혼여행으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3번째 방문이지만, 예비신부가 가자고 했을때 단숨에 승낙했죠. 로마는 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매력적인 도시 입니다. 에드워드 기번은 포로 로마노의 폐허에서 영감을 얻어 '로마제국 쇠망사'를 저술했고,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고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게임 아이디나 인터넷 닉네임을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매력적인 빌런인 '뮬'이나 '뮬뮬'이라고 정할 정도로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사족이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폴 크루그먼은 그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읽고 경제학자가 되기도 했고요. 앨런 머스크는 이 책이 본인의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로마는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떠오르는 멋진 도시입니다. 유적지를 다니며 로마 공화정의 창립자인 유니우스 브루투스가 공화정을 위협하는 자신의 아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릴 때의 심정이라던지.. 이런 감정을 느껴본다던지요, 또는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여기가 Capital'이라는 단어가 발생한 곳이구나'하고 감상에 잠긴다던지요.
턱걸이최대몇개
19/09/18 02:29
수정 아이콘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 많이 알고 가야 많은게 보이는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를때 가니 남는게 없네요.
19/09/19 10: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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