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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2/11 10:09:22
Name 계층방정
Subject [일반] "나는 낳음당했다", 반출생주의, 탈권위주의, 그리고 저출산 (수정됨)
“나는 낳음당했다.”
2010년대 한때 디시인사이드에서 유행한 말입니다. 나 자신은 나 자신의 뜻으로 태어나지 않았고, 부모의 뜻에 따라서 태어남을 당했다는 것으로, 이에는 자신은 원하지 않는 출생을 당했다고 자조하고, 부모를 원망하는 속뜻이 있습니다. 이 말은 신문 기사에서도 ‘N포세대’를 묘사하기 위해 인용하기도 했으니, 가히 한 세대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중부일보 기사, 연합뉴스 기사)

이는 단순히 한 사람의 말이 아닙니다. 이를 철학적으로 논하는 것이 반출생주의입니다. 이에 따르면, 사람을 낳지 않는 것이 도덕적입니다. 정도는 다를지라도 이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대의 저출산이 심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닐까요? 삶이 힘들어지면 자식을 적게 낳거나, 심지어 낳은 자식을 죽여서 인구를 조절하는 일 그 자체는 인류 역사에서 여러 번 있었던 일이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사회의 병으로 여겨지거나 비도덕한 일로 여겨져 어떤 초월적인 설명을 끌어와서 정당화해야 하는 이례적인 것으로 취급되었지(예를 들면, 일본 에도 시대의 영아살해 풍습에서는 아이를 신에게 돌려보내는 것이지 죽이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이 도덕적이며 낳는 것이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현대 사회의 저출산에서는 아이에게 고통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낳지 않는 것이 도덕적이며, 낳는 사람을 향해 자식에게 고통을 가하는 악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인도에서는 2019년에 어떤 사람이 부모에게 자신을 동의 없이 낳았다고 고소한 사례가 있는데 (bbc 한국 기사), 이것조차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셰나 시프린, 제럴드 해리슨, 줄리아 태너, 아실 싱 등이 자식은 부모에게서 동의를 받지 않고 태어난다는 문제를 들어서 반출생주의를 주장했습니다.(영어 위키백과 Antinatalism(반출생주의) 문서)

반출생주의 철학의 논리 자체는 뭔가 새로운 발상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사람들도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도덕적 직관을 가지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면, 2019년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책이 한국에 번역 출판되어 알려진 철학자 데이비드 베너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1. 쾌락이 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
2. 고통이 있는 것은 나쁜 것이다.
3. 쾌락이 없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4. 고통이 없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 네 가지를 전제로, 자식을 낳는 것은 좋거나 나쁜 것이지만,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은 좋거나 나쁘지 않은 것이므로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설파합니다.(영어 위키백과 Antinatalism(반출생주의) 문서)

그러나 전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반출생주의는 왜 현대에 와서야 주목받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합리주의와 합리주의에 밑바탕을 둔 탈권위주의가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종 권위들은 쉽게 극복될 수 있었으나 부모의 권위는 쉽게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기원전 3세기에 순자가 부자관계는 이익 때문에 유지된다고 했고, 기원후 2-3세기에 공융은 자식은 부모의 욕정의 산물이라고도 해 ‘부모의 끝없는 사랑’을 부정하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렸을 적 자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부모의 양육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부모의 이익 때문에, 부모의 정욕 때문에 양육된다 할지라도 결국 자식은 부모가 자식에게 투자한 자원만큼 보답하는 것이 윤리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부모의 시혜를 받고 있는 자식으로서는 부모의 권위 아래에 놓이는 것을 극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들어와서 공교육이 자리를 잡으니, 자식은 단지 부모만의 시혜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그리고 일반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도움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자식의 양육에서 부모의 역할이 약해지고, 공교육에서 자식을 독립적인 시민으로 자라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잡으면서, 원래는 한 가정을 이루면서부터 부모에게서 독립적인 성인으로 인정받던 자식들은 부모의 양육 아래에 있을 때에도 점차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받아야 마땅하다는 윤리적 명제가 자리를 잡습니다.

이렇게 부모 슬하의 자식을 독립적인 개체로 대우하는 윤리는 자식이 부모의 양육을 받으므로 부모의 권위 아래에 놓여야 한다는 윤리와 충돌하게 됩니다. 그러나 탈권위주의는 이미 시대의 대세가 되었으므로, 시대는 마땅히 부모의 권위를 해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갑니다. 그렇다면 부모의 양육에서 유래하는 부모의 권위를 어떻게 해체해야 하냐는 문제가 나타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출생주의적 사고방식이 퍼져나갑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자식은 부모에게서 동의 없이 태어난다는 점을 파고들어, 부모의 양육은 시혜가 될 수 없다는 관점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자체는 반출생주의가 아닐 수 있지만, 이를 주장하는 이상 반출생주의로 귀결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자식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태어난다면, 부모는 자식을 강제로 태어나게 했으므로 그 일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윤리적이며, 자식은 그런 부모에게 윤리적인 책임을 질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마치 납치범이 사람을 납치한 이후 아무리 잘 먹여주고 잘 재워주더라도 피해자가 납치범에게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탈권위주의는 또 다른 방향으로 부모의 권위를 해체합니다. 부모의 권위를 주장하는 유교에서도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라고 하여 부모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연장해서, 마땅히 부모다운 부모만이 권위를 지닐 수 있다는 윤리적 주장을 강화하여 현실 세계의 부모들은 부모답지 못하므로 권위를 지닐 수 없음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자체는 현실 세계에 좋은 영향을 줬습니다. 가정폭력과 잘못된 양육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인격체로 자라나지 못하는 수많은 자식들을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모의 권위를 해체한다는 목적을 위해 일반적으로 부모의 잘못인가? 싶은 문제들까지도 문제적인 것으로 지적되었고, 부모다운 부모의 허들은 나날이 높아져갔습니다. 그리고 현 세대에서 부모가 될 옛날의 자식들 역시 자신의 삶의 불행을 부모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모의 잘못을 캐내는 데 도움을 보탰습니다.

이는 부모의 권위를 해체하고 자식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하는 데에는 보탬이 되었으나, 그와 함께 부모들에게 사회가 강요하는 기준선은 끝없이 올라가게 되었고, 결국 그 끝없이 높은 기준선 앞에 사람들은 부모가 되기를 포기했습니다. 이는 마치 강간을 막기 위해 성적인 친교에 끝없이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한 결과 남자들이 성을 포기하는 현 세태와도 유사한 느낌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현대에 부모의 권위를 해체하기 위한 노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반출생주의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윤리적 가치가 심어졌습니다. 하나는 부모는 자식을 강제로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므로 자식을 책임져야 마땅하다는 것이고, 하나는 부모의 권위를 해체하기 위해 권위를 받아야 마땅할 부모의 기준을 훨씬 위로 올려놓은 것입니다. 이제는, 그 기반 위에서 반출생주의의 논의가 꽃피워져 사람들이 출산을 비도덕적으로 취급하게 되었습니다.

2021.2.11. 오후 12:28 - 외부 링크에 문제가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PureStone님의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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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1 10: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자식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태어난다면, 부모는 자식을 강제로 태어나게 했으므로 그 일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윤리적이며, 자식은 그런 부모에게 윤리적인 책임을 질 이유가 없습니다.]

반출생주의에 대해서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아이를 가진날부터 지금까지 아이를 볼 때마다 줄곧 해오던 생각입니다. 근데 그렇다고 제가 부모님을 볼 때에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하면 그렇진 않거든요. 모르긴해도, 학대받지 않고 자란 대부분의 성인이라면 저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의 선택과는 별도로 저 가치관은 사회 전체적으로 약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런 가치관은 부모 개인개인이 어느 정도 고려하는 수준에서 그쳐야지, 저게 사회 전체적으로 '부모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상식'이 되면 원글님께서 말씀하시는대로 그 사회는 반출산으로 갈 수밖에 없지 싶습니다.
계층방정
21/02/11 13:15
수정 아이콘
사실 그걸 요구한 사회운동가들도 반출산까지 의도한 건 아니었을 것 같긴 합니다만, 결국은 당장의 문제, 즉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을 못 한 게 아닐까 합니다.
21/02/11 10:23
수정 아이콘
부모에게 요구되는 기준선이 올라간건 물질적 측면뿐만이 아니죠.
계층방정
21/02/11 13:16
수정 아이콘
그렇죠. 단순히 돈뿐만이 아니라, 자식을 교육하기 좋은 환경을 갖춰줘야 한다, 자식의 정서를 해치면 안 된다 등등 요구하려고 작정하면 필요한 것은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고타마 싯다르타
21/02/11 10:24
수정 아이콘
월500이하가 애 낳으면, 1년에 1번씩 해외여행 못 시켜주면서 애 낳으면 애한테 죄짓는 짓이다.

이런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네요
Capernaum
21/02/11 11:51
수정 아이콘
애 둘 이상이면 월 500도 순삭...

슈돌이 기준을 더 올려주심
계층방정
21/02/11 13:17
수정 아이콘
네, 저런 말이 왜 나왔을까를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까 결국은 부모의 책임을 갈수록 높여나가는 건데, 왜 부모의 책임을 갈수록 높여나가게 된 걸까 생각하다가 이 글에 다다르게 됐습니다.
아케이드
21/02/11 10:28
수정 아이콘
세계적인 탈권위주의 흐름 속에 가장 빠른 탈권위가 이루어지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보면
출산률이 급전직하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죠
21/02/11 10:31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밑의 글과도 어느정도 통하는게 있긴 하네요.
Sardaukar
21/02/11 10:44
수정 아이콘
저도 아래 교사 글 읽고 이거 읽으니까 맥락이 거의 같네요
싶어요싶어요
21/02/11 11:15
수정 아이콘
탈권위와 출산율하락이 관계가 없진 않지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지않나요
21/02/11 11:47
수정 아이콘
밑의 글과 통한다는건, 날이 갈수록 부모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상승하는 반면 부모가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건 줄어든다는 거죠. 교사의 처지와 어찌보면 비슷합니다.
계층방정
21/02/11 13:19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글 쓸 때에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설명이 되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제가 언급한 반출생주의 철학자들은 대부분 영미권 학자들이니까요. 그런데 탈권위주의가 대한민국에서 꽤 급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한국의 급격한 저출산 경향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1/02/11 10:32
수정 아이콘
궁금한 부분이 탈권위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렇다면 권위에서 나오는 이득이나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서 책임의 범위등은 기존의 권위로 인해 발생한 이득위에서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부분은 부모입장에서 보면 아전인수식 해석이 아닌가 해서요.
계층방정
21/02/11 13:20
수정 아이콘
비슷한 사례인 가부장제 해체의 결과 아버지들은 집에서 권위는 잃고 책임만 지게 되었다는 비판을 보면, 탈권위주의 자체가 내포한 현실적 문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21/02/11 13:22
수정 아이콘
그럴 수 있겠네요.
PureStone
21/02/11 10:38
수정 아이콘
본문 기사 링크 중, 첫번째 링크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최근의 급격한 출산율 하락이 정부 정책이 어떠니 하는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사회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계층방정
21/02/11 12:29
수정 아이콘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고쳤습니다.
계층방정
21/02/11 14:40
수정 아이콘
장기적으로 이런 사회현상을 막기 어려울 것 같다는 데 동의합니다.
Quantum21
21/02/11 10: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어쩌면 반출생주의라는 관념이 일정부분 존재해야만 인류전체적으로 진화압력에서 유리한 것일수도 있다고 봐요.

자손을 남기는데 악영향을 줄것만 같은 동성애를 유발하는 유전자도 잘 살펴보면 종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생존경쟁이 유리하게 하는게 아닌가 하는 설명이 있는것처럼요.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동성애 유전자나 반출생주의가 메이저가 되는 일은 없는 겁니다. 소수일때 의미있는 작용을 하는것이고 주류가 된다는것은 곧 급격한 멸종으로 이어지는거라 자연적으로 그러한 인자는 도태되어 마이너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금더 생각이 더 나아가서, 만일 도태될 인자인지 아닌지를 택하는 것에 자유의지의 개입이 있다면, 반출산주의를 택하여 도태될 자유 또한 보장하는게 좋지 않나 싶어요.
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러한 자유가 보장되는게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존에 유리해서 입니다.
21/02/11 10:46
수정 아이콘
윤리 여부를 빼고 생각해보면 Quantum21 님의 결론이 나오는 것이 타당하지 싶습니다. 반출산주의와는 조금 궤를 달리하지만, 염세주의나 허무주의가 사회의 주류 이데올로기가 되지 못하고 종교가 전통 사회의 주류 이데올로기가 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봅니다. 종교가 옳고 염세주의와 허무주의가 틀려서가 아니라 그런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은 번식에서 도태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1:19
수정 아이콘
아예 번식을 포기하고 있다는데 도태될 확률이 높아서 그게 주류가 안 된다는 것도 저는 약간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뭐 반대일 수는 있겠죠. 번식을 포기해버리고 나니까 그런 생각들을 가지게 된 걸지도요. 그래서 저는 염세주의나 허무주의가 앞으로는 주류가 될 거라고 봅니다. 도태에 유리하든 불리하든 어쨌든 다들 도태되기 시작했으니까요.
21/02/11 11:28
수정 아이콘
아 도태라는 단어 선택이 좀 애매했나요? 전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번식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그 개인의 사정 말고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도태되는 것으로 보아도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1:33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런 맥락에서 댓글을 썼던 거죠... 본인이 원해서든 어쨌든 도태가 대세가 되어가는 마당에... 라는 뜻으로다가...
Quantum21
21/02/11 12:18
수정 아이콘
도태될 확률이 높아서 주류가 될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도태되어서 그 결과적으로 주류에서 탈락한다는 뜻입니다..

허무주의, 염세주의와 반출생주의로 직접 연결되는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대충 그렇다고 퉁친다면,..

일시적으로 대세가 될 가능성을 부정하는것은 아닙니다만 그게 결코 지속되지 않을거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것은 한 두세대를 염두에 두고 한말이 아니고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추론입니다.

도태될 이념을 가지는 것도 그냥 개인의 선택이라는게 제 관점입니다.
( 물론 도태된다는 예측 자체에 동의를 안할수도 있고, 동의해도 그게 무슨상관이냐 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2:27
수정 아이콘
도태된다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도태된 분들이 앞으로는 사회에 수적으로 많아질 텐데 그게 그냥 탈락한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도태라는 게 번식에서 탈락한다는 거지 사회에서 탈락한다는 건 아니지 않나요. 저도 중단기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긴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잘 모르겠네요. 현재 출산율 추세가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쭉 그러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럼 결국 이민을 받아야 할 거고, 이민자들이 유입된 상황까지 고려하면 다시 비주류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원래 한국에서 살던 분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한동안은 계속 대세이지 않을까 싶구요. 어쨌든 추세를 감안하면 실제로 도태될 분들, 도태될 것으로 추정되는 분들, 그리고 스스로 그렇게 추정하시는 분들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고는 봅니다. 물론 앞으로 한국에서 그렇게 될 거라는 거고 전세계 전역사를 통틀어 본다면 비주류이긴 하겠죠.
엑시움
21/02/13 14:06
수정 아이콘
반출생주의는 재생산과 자기존속이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류가 될 수 없습니다. 이건 수학적인 법칙입니다...

합리적이고 도덕적이기에 자식에게 최고의 삶을 물려주지 못한다면 아예 자식을 전혀 낳지 않는 인구 집단 100만 명
vs
애를 되는 대로 일고여덟씩 낳는데다 학대하다시피 거의 방치해 키우는 통에 그 자식들도 빠른 결혼과 다출산을 하는 인구 집단 100만 명

단 한 세대만 지나도 전자는 절멸하고 후자만이 지구상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게 됩니다. 지금 히스패닉이 백인들을 밀어내고 미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게 그런 식이죠.

허무주의, 염세주의, 반출생주의 같은 건 단기적으로(약 30년 이내)는 사회 대세가 될 수 있어도 그 이상을 버틸 수 없습니다.

이래서 인간들이 어린 아기를 보면 흐뭇해하고 뭔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하는 식으로 결말이 나는 걸 선호하는 거죠. 무의식적으로 그런 재생산의 과정을 지향하는 인간들만이 살아남은 게 지금의 인류거든요.
계층방정
21/02/11 14:41
수정 아이콘
모든 인류가 반출생주의를 택하면 자멸할 수 있을 겁니다만, 그런 상황에선 누군가 반출생주의를 버리는 것만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인류는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님의 의견처럼 반출생주의를 택할 자유를 보장하는 게 좋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1/02/11 10:47
수정 아이콘
근데 막상 사람 만나보면 애한테 해외유학을 보내줬든 비싼 학원을 보내서 입시 컨설팅을 받아놨든 결국 얼마나 사랑받았냐가 더 중요한것 같습니다. 본문의 주제에는 살짝 빗겨났지만 본문의 근원이 되는 요즘의 반출산주의에 토를 달아보자면 우리가 생각하는것만큼 외적인 스펙이 절대적이지 않은것 같아요. 내적으로 자기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자기 꿈을 얼마나 추진하느냐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삶의 만족감이 남다르니까요.
탈권위주의에 이어서 이 풍조가 탈조직주의 또는 개인주의로 진화하면 다시 출산이나 낳음당하는것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것 같습니다. 서양애들은 어릴때부터 너는 특별한 아이라고 교육을 받고 자라오거든요. 동양권의 경우는 너는 전혀 특별하지 않고, 가족사회의 구성원인 만큼 자녀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이식하는것과는 다릅니다. 권위가 무너진 시대에서 부모와 자녀가 살아남는 방법은 부모는 너는 특별한 아이이기 때문에 (내가 경제적인 지원을 100% 못하더라도) 너의 인생을 살아갈 꿈을 지원해주는 것, 그리고 자녀는 부모의 경제적 도움과 상관 없이 그 내적 동기와 꿈과 희망을 품고 달리는 것 아닐까요?
아케이드
21/02/11 10:53
수정 아이콘
동양권은 국가가 제일 중요하고, 개인은 국가를 위한 부품 정도로 취급하는 마인드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게 애국심으로 이어지고 통합도 잘되고 빠른 발전으로 이어졌는데,
반대급부로 개개인의 불행을 유발하고 뜻하지 않은 출산률 급감으로까지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
피우피우
21/02/11 13:15
수정 아이콘
공감이 가는 댓글이네요. 주변미터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사랑받고 자란 것 같은 친구들은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빨리 하고싶어하는 경우도 있었고..
전통적인 가치관에선 개인이 가족과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게 중요했는데 탈권위의 세상이 오면서 이런 전통적인 공동체적 가치관들이 점점 해체되어 가고, 그 과정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염세주의와 허무주의가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청년층에서 정체성 정치가 핫한 것도 어떻게든 정체성을 찾으려는 일환으로 보이기도 하고... 지금의 과도기를 거쳐서 개인이 어떤 집단의 일원이 아닌 개인 그 자체로서 가치를 존중받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가 오면 또 뭔가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층방정
21/02/11 14:43
수정 아이콘
반출생주의 철학자들은 '너는 특별하다'는 가르침을 보고 대책없는 낙관주의라고 비판하겠지만, 공리주의적으로 반출생주의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태어남을 통해서 늘어나는 행복의 증가를 중시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중요한 지적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피잘모모
21/02/11 10:52
수정 아이콘
낳음당했다라....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기에 선뜻 말을 못 꺼내겠네요...
-안군-
21/02/11 12:15
수정 아이콘
저게 유행할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표현은 아니었어요. 당시 유행(?)이던 잉여인간... 그러니까 스스로를 루저라 칭하던 유행에서 비롯된 것이라서요.
계층방정
21/02/11 14:45
수정 아이콘
네, 맞아요. 저도 이 말이 되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서 쓴 글인데 찾아보니 막상 유행하던 때에는 큰 의미는 없던 말이더라고요. 나중에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헬조센 담론이 일어나는데 이걸 보고 제가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안군-
21/02/11 15:02
수정 아이콘
헬조선 담론이 한창 뜨면서, 세상 어떤 나라도 한국보다는 살기 좋을거라며 다른 나라들의 이야기를 막 늘어놓다가, 현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담 및 여러가지 뉴스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로나가 헬조선 담론을 박살내버렸죠;;;
결국 헬조선이 아니라 헬월드였던걸로...
계층방정
21/02/11 14:44
수정 아이콘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 달라서 일반적으로 뭐라고 하기가 참 어렵네요.
abc초콜릿
21/02/11 10:53
수정 아이콘
저게 현대에 와서 갑자기 늘어났다기보다는 시대를 막론하고 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죽어 없어졌죠. 물론 현대에 와서 사고방식이 과거와 많이 바뀌었고 상황도 바뀌었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늘었을 수는 있겠지만은 결국 주류가 되진 못합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저런 사람들은 결국 아이를 낳지 않고 죽어 없어질 테니까요.

문제는 과거였으면 60세를 넘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 20~30대는 100살까지도 살 수 있다는 거지만
계층방정
21/02/11 15:04
수정 아이콘
그런 사람들이 한 세대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일조차도 보기 드물었는데, 현대의 탈권위주의가 이를 촉진한 게 아닐까 합니다.
21/02/11 11:00
수정 아이콘
사실 기억이 안 나서 그렇지 다 동의하고 태어났을수도..
계층방정
21/02/11 15:06
수정 아이콘
사실 정말로 사람이 동의를 안 받고 태어난 것일까를 파고드는 철학도 있던 것 같았는데, 그것까지는 소개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21/02/11 16:49
수정 아이콘
저의 허접한 댓글에 친절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21/02/11 11:02
수정 아이콘
그리고 동양이 누군가랑 비교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고들 하시는데 이건 잘못된 말입니다. '누군가와 비교해서 공동체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가 동양 3국의중심 문화이고 공동체와 나의 관계에 대한 인식입니다. 그런데 SNS와 각종 매체의 말달로 예전처럼 고을이나 대가족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찾는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피라미드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시작했으니 만약 자기 자녀가 피라미드의 하층, 최하층의 역할을 해야만 하는 인생을 평생 안고 살아야한다면 안낳는게 낫다라는 생각이 드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계층방정
21/02/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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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전 자신이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있다는 걸 잘 알 법한 조선의 백정들도 자손을 계속 낳아서 이어나가지 않았나요?
21/02/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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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요
21/02/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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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만 한다라는건 당연히 아니지만 출산율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결국 전근대적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게 재미있네요.
여성사회진출이 적어야 출산율이 높아지는것도, 부모의 권위가 높아야 출산율이 높아지는것도.
계층방정
21/02/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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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출생주의가 꼭 현대 철학의 필연적인 귀결은 아닙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꼭 전근대로 돌아가야 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맥크리발냄새크리
21/02/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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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로 감당할수없는 상황을 짊어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기때문에 이해가 되네요 정말 낳음당한 친구들이 불쌍합니다. 인권이라는게 참 모순이죠 어떤 특정한 능력 미만인 사람들의 출생제한을 걸어버리면 인권침해당했다고 반발할텐데 그 사람들한테 낳음 당한 친구들의 인권은... 미리 애도를 표합니다.
계층방정
21/02/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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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반출생주의는 꼭 자식이 불행할 것을 가정하고 하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불행할지도 행복할지도 모르는데 그럴 거면 안 낳는 게 도덕적인 선택 아니냐고 질문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사상이 인기를 얻는 것은, 정말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짊어지지도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파급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디쿠아스점안액
21/02/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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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의 근원을 출생과 그 출생을 선택한 부모의 선택으로 환원시켜버리는 건
너무 무책임한 생각이 아닌가 하네요
노오력이 부족하다고 호통칠 생각은 없습니다만
신생아가 아닌 다음에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여지는 있는 셈이고
거기서 오는 책임은 도외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계층방정
21/02/1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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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반출생주의를 소개하고 현대 사회의 저출산에 이런 반출생주의와 유사한 사고방식이 영향을 주었을까 추측하는 것이지, 이 사상에 동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르마무
21/02/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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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뜻으로 태어났습니다.
열심히 헤엄쳤거든요.
진짜 기억 난다니까요..
21/02/1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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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뭐를 탁치고 갑니다 크크
계층방정
21/02/1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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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네요. 태아나 신생아의 행동에서 태어남의 동의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자는 난자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죠. 동의 문제도 중요한 철학적 문제인데 거기까지는 이 글이 다루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푸비딕
21/02/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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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연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시쳇말이 있긴 하죠.
공부맨
21/02/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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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보면 그말이 본문내용 글이네요
계층방정
21/02/1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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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서를 옛날에는 부모에 대한 효도로 억누르고 있었는데, 현대 사회에서 가부장제와 부모의 권위가 약해지면서 표출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안사요
21/02/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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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불만을 부모에게 돌리는걸로 밖에 안보이는데... 요즘 아이들 학대하는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줄수는 있겠지만 비약적인 주장이네요.
낳음당한 사람들에게 안락사할 권리를 주면 되려나요
계층방정
21/02/11 22:01
수정 아이콘
자식으로서 이런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보다는, 부모가 되어서 자식을 낳는 행위를 자식에게 이런 불만을 안겨줄 나쁜 행위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뜨와에므와
21/02/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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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삭제(벌점 4점), 표현을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계층방정
21/02/1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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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출생주의가 아무리 철학적 기반을 갖추고 있고, 논문도 나오는 분야라고는 해도, 자식에게 부모를 고소하라고 감히 권하는 등, 사회적인 어그로를 끄는 요소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유럽마니아
21/02/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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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서서히 반출생주의, [낳음 당했다]사상이 공론화되는 것 같아 반갑군요.
저도 '당한' 측에 속한 편으로서 유튜브같은데보면 저와 사상을 공유하는 청년들이 많아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나만 불행한 것은 아니군.이라는 일종의 동질감이 들더군요.

그러니 이 사회의 출생율이 이 모양이지요. 제가 글재주가 없고 이런 글쓰면 호된 지탄을 받아서 자제중인데 대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층방정
21/02/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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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유럽마니아님께 불행만이 가득하지 않기를, 세상이 유럽마니아님을 향해 웃어주는 날이 있기를 빕니다.
김홍기
21/02/1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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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일이네요. 인간극장 좋아하는데 한번씩 다둥이 부모 나오면 13남매라던가.. 어떻게 하려고 저 가난한집에서 13명이나 나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어쩔 수가 없어요. 근데 저희 할머니도 13남매를 낳으셨는데 그때는 살기가 더 열악했단 말이에요. 말씀대로 부모의 기준이 높아져서 그런 거 겠죠. 더 나아가 책임 못지는 출산을 비도덕적이라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식을 낳더라도 하나둘 아무리 많아도 셋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일겁니다.

부모는 자식을 책임져야한다. 는 명제는 많은 사람이 당연히 공감할겁니다. 하지만 부모 자식간을 책임이라는 한 단어로 재단할수는 없고, 거기에는 수많은 단어들 예를 들어 사랑, 추억, 애증, 유전적 연결 등이 필요합니다. 많은 부모가 자식에게 낳아놓은 책임만 딱 지고 마는 건 아니잖아요. 책임도 개인마다 레벨이 다 다를거고요.

그리고 자식은 강제로 낳아졌으니 부모를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명제는 글쎄요...저도 부모로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기댈 생각은 별로 없지만 노년이 되면 어쩔수 없이 자식들의 보호가 필요할겁니다. 다시말해 노년의 저를 일정부분 책임져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때가면 자식들도 중년일테고 도움 좀 받고 하는게 뭐 어떻습니까. 저도 부모님께 책임을 넘어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부모님 더 늙어서 치매가 오거나 간병이 필요하다해도 제가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물론 출산이 비도덕적이라는 인식이 있고 때문에 출산률이 저하된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계층방정
21/02/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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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책임을 많이 져야 하는 점을 강조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럼에도 부모가 되는 것 자체에서 오는 좋은 것도 짚어주고 서로 격려해줄 수 있는 사회적인 시선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1/02/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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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출산율을 본다면 여성의 정체성에서 모성의 비율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1.4까진 방어가 가능한 것 같네요.
우리사회가 모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여성 인권을 신장시키는 게 옳고그름을 떠나서 출산율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되는 것 같아요.
21/02/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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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죠 모성이 낮은 여성이 출산을 못했고, 모성이 높은 여성의 다음 자손이 현재 일본입니다. 우리보다 근대화가 빨랐으니까요.
21/02/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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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igital.kyobobook.co.kr/digital/article/articleDetail.ink?barcode=4010023173504

선행연구 부분을 발췌해서 보면, 국가적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모성을 강조하고 부각하는 개입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1/02/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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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성을 공교육에서 배우기 보다는 어머니한테서 배우는게 더 크다고 생각해서요. 삶의 자세랑 사랑하는 마음 자체는 교육으로 가르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21/02/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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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로부터의 개입이란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하도록 만드는 홍보 및 선전과 육아를 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여성노동권의 신장이 있습니다.
일본의 모성은 전쟁과 맞물려서 국가주의 성격을 띄면서 아이를 낳는 게 사회 공헌이며 여성으로서의 의무라는 인식이 쭉 이어져왔습니다. 90년대에는 어머니가 도시락을 직접 싸주는 것이 모성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추진한 사례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아직까지 모성을 이루게 하는 효과를 내는 반면에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위축 및 성차별을 심화 시키는 영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보장하는 여성노동권은 20세기 초부터 발달하여 현재 육아휴직 사용률 83%로 한국의 63.6% 보다 20% 많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이 정책이 옳으니 따라가야한다는 정신나간 소리는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출산율 증가 측면에서 비혼의 소리는 억제시키고 육아휴직의 적극적 사용추진 등은 검토해볼 가치가 있지 않나 싶네요.
21/02/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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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맥락이 있었군요..
계층방정
21/02/11 22:08
수정 아이콘
그것도 생각해볼 주제인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에서도 모성을 극복하자는 분파가 있고 모성을 존중하자는 분파가 있는데 과연 지금의 저출산 기조에서 전자가 과연 미덕으로 여겨질 수 있는가도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Capernaum
21/02/11 11:48
수정 아이콘
가난에 찌든 환경에서 살았던 친구의 울음을

기억하기에 함부로 낳음 당했다는 말을 비난하기 어렵네요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면 안낳는게 아이를 위한 것일 수도
계층방정
21/02/11 22:09
수정 아이콘
가난한 사람이 울부짖는 사회는 어쩌면 현대 자본주의의 그림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돈 없는 자에 대한 멸시가 심하죠.
21/02/11 11:4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낳음당했다. 꼰대소리 들어도 젤 쓰레기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죽던지 죽을 용기도 없는 겁쟁이라 한다면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냐며 발끈하겠죠? 본인의 처지에 대한 비관론이야 누구나 있을 수 있고 그 처지에 대한 공감을 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낳음당했다뇨.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죠. 개인적으로 진짜 낳음당한 처지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말로 우리나라에서 이 말이 정말 인터넷에서 유행할 정도의 처지라 생각합니까?
아케이드
21/02/11 11:54
수정 아이콘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태어날때 금수저 물고 태어난 애들을 보는 흙수저들의 박탈감이 그만큼 점점 더 키지고 있는 거죠
21/02/11 11:55
수정 아이콘
빈부격차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부정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상대적 박탈감의 표현이 낳음당했다라는 건 선을 넘었다는 거에요. 부모 가슴에 피못박는 표현도 정도가 있는 거죠.
21/02/11 11:56
수정 아이콘
깔끔하게 죽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빨리 조건없는 안락사가 제도화되면 좋겠습니다.
살기싫은 사람들 인간적으로 죽을 수 있게.
21/02/11 12:01
수정 아이콘
안락사라는 건 그런 사람 쉽게 죽으라고 만든 제도 아니고요. 본인의 생명에 대한 박탈권은 지금도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죽으면 되는 거지 뭘 갈끔하게 죽니마니 하는 건지.. 죽는 것조차 편하게 죽으려고 하는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낳음당했다라는 소리를 하는 것도 이해가 되네요.
21/02/11 12:04
수정 아이콘
안락사 만드신 분인가요?
싶어요싶어요
21/02/11 12:07
수정 아이콘
저도 낳음당한게 싫으면 죽으면 되지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낳음당해 고통받은만큼 갈때는 편안하게 가게 해주는게 도리가 아닐까 해요.
21/02/11 12:17
수정 아이콘
낳음당해 태어나서 사는게 고통인데
그렇게라도 가겠다는데, 마지막으로 도와주는게
좋죠.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2:21
수정 아이콘
뭐 제도의 이유야 그 필요에 따라 바꾸면 되는 거지요.
이런이런이런
21/02/11 15:47
수정 아이콘
자살 시도 했다가 전신마비만 되고 죽지 않으면 더 고통이니까요.

그리고 구글에서 '자살하는 법' 검색하면 자살 예방 센터 번호도 나오고,

그리고 낙태 방조죄는 없지만, 남이 자실하는거 말리라고 자살 방조죄는 있는 국가인데 박탈권은 무슨
PureStone
21/02/11 12:26
수정 아이콘
참 불행한 나라네요... 추천수가...
21/02/11 12:47
수정 아이콘
이런 제도 생기면 얼마나 활용될까 궁금하긴 하네요.
아니면 다른 참신한 변명을 들고올런지...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2:5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죽는 건 무서우니까요. 비루한 인생이라도 계속되길 바라죠. 그런 집착과 미련이 인간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고통의 근원이기도 하고 그렇겠습니다. 근데 자살자가 2배 정도는 더 많아질 것 같긴 해요. 최소 1.5배? 이 정도만 하더라도 참 무시무시한 일이죠. 덜떨어진 애들 몇명 더 죽는다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할 분들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55만루홈런
21/02/11 16:10
수정 아이콘
추천드립니다 어차피 대한민국 자살율 1등이죠 제 자신도 지금은 죽기엔 아직 젊으니 멘탈겨우 잡고 그냥 살고 있지만 내가 늙고 아플때쯤이면 도저히 살기 싫어서 그냥 죽고 싶을것 같은데 안락사 있으면 편하게 죽을 수 있으니 국가도 좋고 나도 좋죠

국가가 뭐 해줄거 아니면 그냥 죽을땐 편안하게 가게 해주는것도 국가가 해줄 일이라 생각합니다
21/02/11 12:59
수정 아이콘
요즘은 언급 자체가 좀 줄었지만 자살율이 OECD 1등이니 그냥 전세계 1등이니 했었습니다. 찾아보니 지금도 OECD 1등이네요.
계층방정
21/02/11 22:13
수정 아이콘
사실 반출생주의 헬조선 얘기는 지금 인터넷에선 좀 옛날 얘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에 한때 전성기를 달렸고 그때에도 님과 비슷한 격렬한 반대 앞에 수그러들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이게 설복된 게 아니라 그냥 억눌러진 것이고, 지금의 극을 달하는 저출산에는 그 억눌러진 반출생주의 정서를 가지는 세대가 부모 세대가 된 게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입니다.

다만 반출생주의를 주장하는 철학자들도 자살은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살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죽음에 대한 공포며, 이것을 안기는 것이 출생이기 때문에 출생이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21/02/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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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낳음당했다고 생각해도 훗날 행복해진다면 그때는 삶에 감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부모가 책임을 다하지 않더라도 한때 불행했더라도 결국엔 어느정도 만족하는 삶을 사는 사람도 사실 많긴 할 갑니다. 자신이 번 돈으로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정도의 행복을 누리는 분들이요. 물론 한없이 불행의 구렁텅이로 들어기는 사람도 많겠죠. 그래서 타인의 인생을 뭐라고 쉽게 단언하기 힘든 거겠죠.
계층방정
21/02/11 22:34
수정 아이콘
그런 생각을 부모들도 할 수 있다면 저출산이 조금 더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1/02/11 12:04
수정 아이콘
요즘은 현대적 가치관과 번식은 상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현대적 가치관은 번식과 양육의 난이도와 비용을 꾸준히 증가시키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고 보거든요.
계층방정
21/02/11 22:44
수정 아이콘
그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어쩌면 합리와 이성으로 도덕을 재정립하려는 시도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른한날
21/02/11 12:06
수정 아이콘
불쌍하다..
계층방정
21/02/11 22:44
수정 아이콘
스스로 낳음당했다고 자신을 얽어매는 사람들이라면 저도 불쌍함을 느낄 것 같습니다.
21/02/11 12:10
수정 아이콘
낳음당했다 하던 디시갤러가
인터넷에서 다른 고닉상대로 드립치다 고소당하고 사과문쓴것만 생각나서...
계층방정
21/02/11 22:45
수정 아이콘
사실 말씀하신 대로 이 유행어 자체는 그다지 무거운 주제가 아니었죠.
21/02/11 12:15
수정 아이콘
인생이 시궁창이니
낳은 놈들이 나쁜 놈이라는 논리죠
저런 말 할 수 있는 환경의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이런식으로 건조하게 보는 사람들은 그런 환경 아니던데..
계층방정
21/02/11 22:48
수정 아이콘
문제는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부모가 될 차례가 된 게 아닐까 합니다.
21/02/11 23:39
수정 아이콘
안 낳겠죠.
혹시 낳는다면..
너 같은게 왜 태어나서 내 인생 망치느니 하는 부모는 안되길 바랍니다
21/02/11 12:17
수정 아이콘
내용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모처럼 보는 신선하고 논리적인 글이라 추천&스크랩 &댓글 3종 세트 박고 갑니다.
계층방정
21/02/11 22:4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계층방정
21/02/11 12:32
수정 아이콘
여러분들의 댓글을 읽어보니 저도 이 주제에 대해서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댓글들에 대해 어떻게 답을 드려야 할지 저도 많이 고민되네요. 반응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읽어주신 분들, 추천 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크레토스
21/02/11 12:35
수정 아이콘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는데 태어났다? 태어나기 전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하죠. 태어나고 나서 자기 인생 별로 같으니 낳음당했다 이런 소리 하는거지..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2: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통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뭐 그런 이야기겠죠. 이게 엄밀한 논리라기보다는 그냥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세상은 살기 어렵고 눈앞은 깜깜하고 하루하루 슬프고... 원망과 울분은 쌓이는데 풀 데가 없어서 출생 그 자체에 분노가 터지는 거죠. 올바른 방향인가 하면 저도 그건 아니라고 보지만, 워낙 생존이 팍팍하다 보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하긴 언제는 그게 안 팍팍했냐 싶지만 고통에 민감해진 시대니까요. 1000년전 같았으면 인간이 인간 취급 못 받는 것도 당연하게들 여겼겠죠.
21/02/11 14:28
수정 아이콘
지옥에 1만년 있다가
태어날 기회가 있었던건지 누가 아나요.
아이고 제발 환생할 기회 한번만!! 하고 빌었을수도
계층방정
21/02/11 22:34
수정 아이콘
동의 문제를 글에서 더 깊이 다루지 못한 점을 사과드립니다. 중요한 지적입니다.
21/02/11 12:40
수정 아이콘
그런데 전 출산이야기하면 햇갈리는게

저소득국가 -> 산아제한을 할정도로 인구고민
고소득국가 -> 출산율이 낮아서 고민

그런데 개인의 영역으로가면..지금 논의되는게 살기힘들어서 출산안한다고 하잖아요? 행복하고 돈많은집이 자녀도 많이 낳고..

왜이렇게 반대현상이 일어나는걸까요?
21/02/11 12: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덜 발전된 사회일수록 출산이 주는 메리트(일찍 가정의 노동력/소득원 으로 활용 가능)는 크고 부모로써 요구되는 책임은 낮으니 당연한 현상 아닐까 싶습니다. 고소득 국가들은 출산에 따른 양육의 책임이 출산에 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그래서 이걸 재력이나 시간으로 메울 여력이 되는 계층이 출산률이 높겠죠.
바부야마
21/02/11 13:46
수정 아이콘
피임, 성교육, 성폭력, 낙태 등이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안군-
21/02/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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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국가의 경우 1,2차 산업은 그야말로 자식이 자산이자 소득원이기 때문에 많이 낳는거죠. 특히나 농업같운 경우에는 아동근로 문제 같은거에서도 자유롭고...
하지만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려면 산아제한은 꼭 필요해지는데,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저축을 장려하려면 보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게 가장 효과적이거든요.
다만, 이건 국가의 미래를 현재 사용할 빚으로 땡겨쓰는 것과 같은 필살기라 잠깐만 써야하는데, 이게 오래돼서 일종의 문화로 굳어지면 골치아파지는거죠.
21/02/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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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계층방정
21/02/1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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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nts님과 -안군-님께서 잘 설명해 주셔서 제가 딱히 더 말씀드릴 게 없네요.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21/02/11 12:44
수정 아이콘
낳음은 선택권없이 당했으면 죽음은 지금 당장이라도 선택가능한데 왜 그거하나 선택못해서 고통받는지 모르겠네요.
그 선택마저도 유전자에 재능으로 받지 못해서일까요?
남탓을 하다하다 못해 이렇게까지가네요
VictoryFood
21/02/11 13:20
수정 아이콘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자살률도 세계 최고죠.
여우별
21/02/11 16:2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저는 그래서 안락사가 좀 허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살기 싫을 때 안락사 해버리면 편하잖아요.
시체수습 하사는 분들도 더러운 꼴(?) 안 봐도 되고..
뭐 사실 내 자신이 죽을 때 편히 죽기 위함의 목적이 크지만요
계층방정
21/02/11 22:51
수정 아이콘
반출생주의를 주장하는 철학자들도 자살까지 긍정하지는 않습니다. 삶은 좋거나 나쁘거나 하기 때문에 함부로 부여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미 있는 삶을 끊는 것은 (고통스러우므로) 나쁜 것이기 때문에 더더구나 해서는 안 될 일로 봅니다. 정말 윤리적인 일은 현재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사람을 낳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인류가 멸종되는 것으로 보고, 강제로 인류를 멸종하려는 시도도 악으로 봅니다.
회덮밥
21/02/1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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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음 당했다 - 와우. 눈에 확 들어오네요. 심지어 내용까지도 알차서 3류 소설에도 나오지 않을 법한 망상을 하게 되네요.

----이제 썸네일에 큰 폰트로 "낳음 당했다" 라고 박혀있는 몇 십만 조회수의 유튜브 영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어그로 끌려서 들어가 보니 얼굴은 잘생긴/예쁜(?) 사람이 나와서 본문과 매우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를 하고 결국에는 각종 대형 커뮤니티에 짤방으로 퍼져서 1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는 광경이 그려집니다. 피지알에도 퍼져서 역수입됐다는 댓글과 링크가 달리는 상황까지?!
2절까지 해서 어느 순간부터 그 유튜버는 뜬금없는 물건을 들고 와서 광고를 하기 시작하고, "낳음 당했다" 굿즈 이벤트까지 이어지다가...
과거에 이 유튜버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들이 학교폭력/인성 논란을 일으키는 떡밥을 제공하고, 결국 이 유튜버는 해명과 사과 영상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뒤 동면기에 들어가는 상황까지 생각납니다.
3절
결국 영상의 텍스트에 공감을 하며 위안을 얻고 진심으로 그 유튜버를 응원하던(조회수나 굿즈로) 사람들은 배신감으로 더욱 큰 상처를 받고, 해당 유튜버는 그동안의 수입으로 좋은 집을 산 뒤 대형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리서치(?)하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겠죠? 아니면 이미 그런 영상/웹툰이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21/02/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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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의 창의성을 많이 과소평가 하고 계신 듯 합니다.
회덮밥
21/02/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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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글을 인상깊게 읽다가 얼마 전에 유머 게시판에서 봤던 "빼앗긴 아싸" 같은 게시물이 생각나서 들뜬 마음으로 적은 댓글이라 그림님 같은 관점을 생각하지 못했네요.
21/02/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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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할 것 까지야... 크크크
계층방정
21/02/1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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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이 현실이니 별의별 일이 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맛있는새우
21/02/1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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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다..2
계층방정
21/02/1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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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낳음당했다고 자신을 얽어매는 사람들이라면 저도 불쌍함을 느낄 것 같습니다...2
나주꿀
21/02/1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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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음당했다, 이게 2020년에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 생각은 아닙니다.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216054
제가 2015년에 아직 오늘의 유머가 맛이 가지 않고 살아있을때 봤던 글인데

글쓴이가 몇년 전 대학원에서 조교로 일하며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부모님 및 형제자매에게 어떤 말을 전해 줄 것인가?'
를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로 돌렸다고 합니다. (규모는 1200명 정도)

글쓴이나 지도교수님은 사랑한다, 고맙다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재치있는 글을 기대했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나 낳지마], [아빠랑 결혼하지마], [애 생기면 그냥 죽여] 등의 글을 썼다고 합니다.

2015년 기준에서 몇년 전이라고 하면 2021년 기준으로 거의 10몇년 전부터 이런 생각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었다고 보면 될 거 같네요.
21/02/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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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대세 담론은 [헬조선],[킹찍탈]이었다는 사실을 잊으셨던 분들이 많죠.
나주꿀
21/02/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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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찍탈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그땐 진짜 희망이 없었는데, 지금은 꿈도 희망도 없어요
라투니
21/02/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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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다양한 이유로 고통 받는 분들이 표현 못하고 살고 있다는 것도 여기 덧글 다신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나주꿀
21/02/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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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나름대로 부모님께 사랑받고, 지원도 충분히 받은 편이라 이런 관점은 생각도 못해보고 있었는데, 위에 가져온 오유 링크글을
보고 몇일 동안 우울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 나이때 다른 사람들은 저런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라투니
21/02/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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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부모님이 사 오신 인형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누군가는 부모님끼리 돈때문에 싸우는거 눈물 또록또록 흘리며 구경한 뒤에 쌀 오천원치 사오라는 이야기 듣고 심부름 갔다가 넘어져 엎는 바람에 뒤지게 얻어 맞는 환경에서 자랄 수도 있는거죠, 저는 이런 글에서도 저 사람들은 그런 환경에 처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안타깝다...가 아니라 니가 노력이 부족하니, 배가 불렀니 하는 날선 덧글을 보면 다른 사람의 삶을 보려 하거나 이해 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구나 하고 씁쓸하고 안타까워집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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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는 그런 분들마저도 별 수 있겠냐 싶긴 합니다. 그분들도 그렇게 날선 반응을 할 수밖에 없는 맥락이 있겠지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그냥 다 덧없어집니다. 그리고 그냥 다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21/02/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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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후자의 환경에서 자랐는데..
그렇다고 해도 부모님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 적절한건 아니죠
부모님이 그런 환경을 자유의지로 골라서 만들었나요
21/02/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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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들보면 웃긴게 극과 극은 통한다고 로지컬이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하면 죽창들고 선봉에 서서 낳음당했네를 외치실 분들이 많죠.
계층방정
21/02/1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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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서가 꽤 지배적이었던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자료를 잘 못 찾았었는데, 좋은 자료에 감사드립니다! 이런 걸 알았으면 논지를 더 풍부하게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한방에발할라
21/02/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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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있지도 않고 엄청 풍족하게 산다는 생각도 안하지만 저 말은 보자마자 기분이 확 더러워지네요.
계층방정
21/02/1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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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동감합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안 좋은 의미로 생명력이 있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피우피우
21/02/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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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델같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전통적인 가치, virtue나 good 같은 것들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탈권위의 흐름 속에서 전통적인 가치가 전부 해체되어 버린다면, 사실 개인이 겪는 모든 문제의 근본적이고 완전한 해결책은 자살인데 이걸 막을 논리가 딱히 없을테니까요.
비혼, 출산거부도 어떻게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집단적 자살을 선택하는 것인데 (실제 논리 구조도 이 지옥같은 세상에 내 후손을 남길 수 없다는 것이고) 이것 자체도 문제지만 개인차원에서 '진짜' 자살을 실행하는 것마저 저지할 논리가 없어진다는 건 영 찜찜하니까요..
계층방정
21/02/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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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주의와 이성에서 도덕을 설명하는 방식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것'에서부터만 출발하는 것이라면, 이것만으로는 도덕을 구축하기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날아라 코딱지
21/02/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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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나 금수저 자식으로 비까번쩍하고 편하게 일평생
살게해주지 못한 부모따위가 부모냐
금수저 집안 만든 부모만이 부모다운거다라는 말을
논리로 색칠한거군요
나주꿀
21/02/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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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이 재벌 2세인데, 아버지가 노력을 안해요' 급이라고 봅니다.
맛있는새우
21/02/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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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앞에 놓인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 하지도 못하면서 논리적인 척 남탓은 쉽게 하죠. 이러면 또 꼰대니 뭐니 소리 들으려나요? 제가 30대라 젊은 꼰대 소리 듣겠군요. 헌데 그런 소리 들을 망정 최소한의 의지도 없이 남탓이나 그것도 부모한테까지 [해줘!!!]를 고약하게 외치는 꼴은 못보겠습니다. 거기에 어설픈 이데올로기 끼얹고 논리적인 척 포장하는 꼴은 더 보기 싫고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사회적 부조리는 외면한 채 노오오력만을 강조하는 기성세대의 안일한 극단적인 단면을 보여준다면, 낳음 당했다는 그 정반대의 극단적인 케이스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21/02/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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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한테 재벌처럼 '해줘'라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설령 그런 생각을 가져도 말 안하고 살다 자기가 자식 낳아서 그만큼 못해준단걸 알기에 혼자서 늙어가는 걸 택하겠죠
맛있는새우
21/02/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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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사실 극소수에 지나지 않겠죠.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저런 목소리가 확성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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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흙수저는 아니어야지...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은 꽤 될 겁니다. 어쩌면 동수저는 아니어야지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을 수 있겠구요. 제가 느끼는 분위기는 그렇습니다.
-안군-
21/02/11 15:23
수정 아이콘
늘 그렇듯이 어떤 패러다임이 주류가 되었다가 폐기돼면 반동이 크게 일어나는 법이죠...
21/02/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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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의지로 재벌되실수있습니까? 그 난이도만큼이나 흙에서 사람다운삶을 살기란 어렵습니다. 해보고 하는말입니다.
계층방정
21/02/11 23:04
수정 아이콘
이게 자기 부모탓만 하는 거라도 심각한데, 남의 부모에게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이 사회를 아이 양육하기에 지옥 같은 사회로 만드는 문제도 심각하지 않을까 합니다. 위에서 고타마 싯타르타님이 '월500이하가 애 낳으면, 1년에 1번씩 해외여행 못 시켜주면서 애 낳으면 애한테 죄짓는 짓이다.' 이런 의견을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얘기하셨는데 자식 낳지도 않으면서 이런 분위기를 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봅니다.
VictoryFood
21/02/1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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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생존에 가정보다 사회의 지분이 클수록 부모의 권위가 해체된다는 건데 동아시아 국가들은 가정을 사회의 부품으로 생각하다 보니 가정의 가치가 더 약해지는게 아닐까 생각도 해보네요.
서양의 경우는 사회보다는 가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주류라서 출산율이 동아시아보다 덜 떨어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계층방정
21/02/11 23:05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사회는 어린이를 키울 수는 있어도, 낳을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쁜부동산
21/02/11 13:38
수정 아이콘
남탓스킬 역대넘버원세대죠.
공부도재능이다를 끌어다가 요상하게 변질시켜 남탓하는것을 보면 남탓을 할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사람들입니다.
본문같은 고찰은 뇌를 1초도 스친적도 없을걸요?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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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근데 이게 이 세대에서 끝나진 않을 겁니다. 출산율이 그렇듯이 앞으로 쭉 이어지겠죠.
태정태세비욘세
21/02/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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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이 문젠가...
보라준
21/02/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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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탓 역대급인 건 인정합니다
계층방정
21/02/1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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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가 해체되는 세대의 그림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이에 의한 권위는 아직까지도 맹위를 떨친다는 점은 신기하네요. 족보 따지고 형누나언니 찾는 게 젊을수록 심하다죠 아마?
MaillardReaction
21/02/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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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얘기가 나온게 5년이 넘었을걸요
계층방정
21/02/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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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꽤 됐죠. 그렇기 때문에 그 얘기 하던 사람들이 이제 어른이 되어서 아이 낳기를 부도덕한 것으로 주장하는 철학자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라세오날
21/02/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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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무리 생각해봐도 요새 군부독재,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게 공감이 안 되는데 본문 글을 보니 왜 그런 생각하는지 이해가 가긴 개뿔.. 모르겠습니다.
계층방정
21/02/1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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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급변하는 사회는 세대간의 공감을 앗아간 게 아닐까 합니다.
재활용
21/02/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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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역시 경제문제가 크지요. 장기불황과 같은 사회적 토양이 황폐화된 문제가 가족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걸 외면하면 위로를 하던 윽박을 지르던 1회성일 뿐이지요.
21/02/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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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준은 과거보다 좋아졌죠
눈높이가 훠어얼씬 높아져서 그렇지..
재활용
21/02/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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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야 하니 현재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봅니다. 조선시대에는 화상회의 비대면수업에 필요한 노트북이 필요없었지요. 그런 비용을 감당할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581만8천명으로, 1년 전 같은달 보다 98만2천명 감소했습니다." 기사 한 꼭지만 퍼와도 이렇습니다.
21/02/1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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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를 가져오면 기성세대의 라떼는이 무적이 됩니다.
재활용
21/02/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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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대해서는 이제 기성세대들이 그런 주장을 거두자는 논지가 주류입니다. 경제적 양극화와 자살의 상관성에 관한 논문도 있던데, 어디서 비관적 생각이 나오는지 다들 아니까요. 수많은 '라떼는 칼럼'을 전부 링크를 걸 필요는 없으니까 이만 줄입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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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라는 게 원래 그렇죠 뭐
계층방정
21/02/1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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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로 저출산이 일어난 적은 있었어도, 저출산이 도덕적임을 설파하는 철학적인 관점은 새로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활용
21/02/11 23:30
수정 아이콘
저는 본문의 주장이 사회에게도 책임이 있는 육아, 약자보호 공동선을 부모에게만 요구하는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지만 표면적인 주장 아래에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같은 극단적 조건을 걸고 사회적 담론을 유도하는 건가 싶네요.
-안군-
21/02/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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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고통의 바다이고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던 인물이 있었죠. 석가모니... 이미 수천년간 인류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던거죠.
21세기 들어서 해체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주류가 돼면서 더 심화돼서 이런 논의도 나오는게 아닌가 싶어요. 그동안은 종교와 철학이 이런 부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사람들도 어느정도 수긍하고 살았는데, 종교는 힘을 잃었고, 철학은 사회[과학]에 자리를 내줬죠. 그래서 비출산, 비출생 같은 논리가 더 힘을 얻는게 아닌가 싶네요.
계층방정
21/02/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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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하신 물질만능주의도 철학적으로는 정신도 물질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는 것인 물질주의일 뿐이지 정신이 중요하지 않다까지 내포하는 건 아닌데, 사회적으로는 이상하게 해석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안군-
21/02/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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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건 유물론이고... 물질만능주의=황금만능주의-돈이 채고시다...죠;;
계층방정
21/02/12 23:19
수정 아이콘
말하는 사람은 유물론을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물질만능주의를 떠올리는 뭔가 이상한 도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옥시토신 호르몬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철학자로서는 얼치기에 불과한) 과학자라 할지라도 꼭 '그러니까 사랑 따위 필요없어요!'를 주장하는 건 아닌데 듣는 사람 머릿속엔 일단 직관적으로 그게 떠오르는 것 같단 말이죠.
갸르릉
21/02/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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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부여하던 사회적 권위들 종교라던지, 국가, 사상들이 힘을 잃었죠. 그런 거시적인 삶의 목적이 사라지니 개인적인 쾌락 고통 이분법만 남은거죠. 현시점에서는 저 논리를 부정할 이유를 찾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다만 본능적인 거부감이란게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계층방정
21/02/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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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도 저 추론을 다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반출생주의를 반박하는 철학자들도 있어요. 어쩌면 그런 본능적인 거부감을 철학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21/02/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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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음당했다]는 자기결정권이 없고 독립이 불가능한 애들상대로나 맞는 말이지
나이 20넘게 먹고 낳음당했다 이러면 개인적으로 ?밖에 안나옵니다
그정도면 충분히 부모와 연을 끊을 자유내지 여력이 있는 것인데 안하는거아닌가
그냥 충분한 니즈를 채워주지못하는 부모님을 욕하면서도
그 부모님의 온정에 기대살아가는것밖에 모르는 노예마인드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부모라고 만능초인,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부모님이 25때 결혼하셨는데 그때 그렇게 완벽한 마인드셋을 갖추었다고 생각안합니다
요새도 아버지는 친구분들이랑 술먹고 늦게 들어오시기도하고(신기하게 어디가도 집 잘돌아와요...)
어머니도 무슨 애들마냥 유튜브보고 요가하고 필라테스하고 애들같은 네일도하고
어렷을때 봐도 쫌 한심한 부분도 있었고 강압적인 부분도 조금 있었는데 나중엔 또 사과도 하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전혀 권위적이지 않은 부모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권위있었습니다
권위라기보단 신뢰와 친밀감 그 사이? 일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계층방정
21/02/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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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만능초인, 성인군자이기를 원했던 자식은, 독립한 후에도 나중에 자신이 부모가 되기를 거부하지는 않을까 합니다.
21/02/1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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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부모에 기준을 맞춰버리고 자기는 안된다고 생각하니
지금처럼 낳음당했다, 반출생이니 얘기나오는거 아닐까 싶네요
부모가 되건않건은 자기판단인데 나이먹을만큼 먹어놓고 낳음당했다 한탄하는건
솔직히 꼴불견으로밖에 안보이네요
양파폭탄
21/02/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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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이래서 종교의 역할을 말하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유일신의 존재를 말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왜 살아야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참 어렵죠. 친구와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사는건 참 좋은 일입니다만, 생각을 확장시켜서 멀리 보면 그 또한 결국 부질없이 놓고 떠나야 하거든요.
궁극적으로 보면 무슨 의미가 있냐 이겁니다. 이런 생각하면서 또 눈앞에 쾌락은 좇아요.

비출산주의 이야기로 한정해서 보면, 부모세대를 원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거라 봅니다. 왜? 이런 고찰이 유행하는 사회가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두고 왜 비출산안했냐고 추궁하는건 잘못된거죠. 비출산주의는 부모를 원망하라고 하는게 아니라, 내가 앞으로 낳을건가 말건가를 논하는거라 봐야합니다. 뭐 일부 페미들이 낳음당했다고 난리친적은 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논의라는걸 하고싶다면 나에게 낳음당할 아이에게 삶이라는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게 주된거라고 봐야죠. 때리기 쉬운쪽만 타게팅해서 증오만을 쏟아내는 것도 참 거울상을 보는거 같습니다.

뭐 극단적인 생각도 아닙니다. 가족 먹여살릴 능력이 될 때 결혼하겠다고 하던 사회인의 생각이 혹독한 환경의 영향을 받아 조금 더 나아간 것 뿐이거든요. 셋은 못키우니 둘만 낳자, 하나만 키우기도 버겁다. 하나만 낳자... 유복한 삶을 주지 못할거 같다 낳지말자... 정말로 평범한 생각 아닌가요?
계층방정
21/02/12 15:29
수정 아이콘
어쩌면, 삶의 의미를 풍요와 쾌락에 두는 것이 왜 올바르지 못하냐고 부르짖었는데, 그런 사회는 유지될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반출생주의는 무슨 대단한 도덕적 직관을 요구하는 건 아닌데, 그런 평범한 생각들이 모여서 평범하지 않은 사회를 만든다면, 왜 그렇게 됐을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이런이런
21/02/11 15:49
수정 아이콘
요즘 생긴 비혼주의 라는 말 생기기 이전부터 독신주의라는 말이 있었죠
계층방정
21/02/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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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독신주의가 이미 있는데 왜 비혼주의라는 말이 떠올랐을까 하는 질문이 드네요.
자연스러운
21/02/11 16:02
수정 아이콘
꼰대 소리 듣겠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누릴거 다 누리면서 고통도 이전 세대에 비하몀 크지 않고 앓는 소리 하는게 맞습니다만. 과거와 다른게 상대적 박탈감이나 경제력 편차가 너무 크죠.

과거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랑 지금시대 그 둘의 차이가 너무 크니, 지금 못사는 사람은 과거 잘사는 사람보다 훨씬 잘 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한게 현실입니다
여우별
21/02/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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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맞아요
[“과거와 다른게 상대적 박탈감이나 경제력 편차가 너무 크죠.”]

이게 가장 크다고 봐요.
아래 문장도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공감되네요.
저만해도 살면서 그렇게 느껴질 때가 많구요.

이러나 저러나 [부모 잘 물고 태어나는게] 예나 지금이나 유리하고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만약 좋은 배우자 찾아서 결혼하더라도 애는 낳을 생각 없네요.
낳아서도 잘 키울 자신도 없구요.
저하나 살기도 벅차서
21/02/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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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한지붕 세가족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컸는데, 지금은 신박한 정리같은 프로그램들밖에 없으니 이런 상대적 박탈감 등을 방송이 더 부추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예전에는 부자가 되는 법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어찌보면 가상화폐니,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하면서 남들은(?) 손쉽게 부자가 되는 모습을 주변에서 바로 접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게 더 불행한 건지요..
긴 하루의 끝에서
21/02/11 18:13
수정 아이콘
근본적으로는 물질주의의 심화로 오직 물질만이 삶의 척도가 된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고, 결정적으로는 저마다 머리가 커진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배움이 늘어남에 따라 각자의 꿈도 그만큼 크고 많아져서이든, 개인주의와 경쟁주의의 심화로 각자의 특별함과 꿈들이 자꾸 부추겨져서이든, 미디어의 발달로 수많은 삶의 모습들을 실시간으로 가까이 접할 수 있어서이든, 평등주의의 도래로 서로 다른 삶에 대한 불만과 박탈감이 커져서이든 말이죠.
계층방정
21/02/1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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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부분은 꽤나 먹먹한 현실 같습니다.
55만루홈런
21/02/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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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그나마 대한민국 마지막 황금기일텐데 이렇게 불행한 면이 많이 보이는거 보면 몇십년 후는 정말 악몽같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크크
계층방정
21/02/12 20:30
수정 아이콘
그때 살아남아 있는 한국인이라면 지금과는 또 다른 사고방식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보라준
21/02/11 16:37
수정 아이콘
보이십니까 미르천.. 당신의 시대가 왔습니다..
계층방정
21/02/12 20:31
수정 아이콘
그분은 그렇게 심오한 생각으로 뱉지는 않으셨을지도 모릅니다...
게누크
21/02/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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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란건 고통을 느낄 자아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것인데, 낳음 당하지 않았다면 고통을 느낄 자아 자체가 없는 것이니 고통이 없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층방정
21/02/12 20:31
수정 아이콘
이게 제가 동의 문제를 너무 대충 넘어간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공인중개사
21/02/11 17:19
수정 아이콘
본문 속의 낳음당했다는 사람들이나, 그렇다고 다른 세대의 사람들을 싸잡아 욕하는 사람들이나 짜증나긴 매한가지네요.
MaillardReaction
21/02/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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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이제 '요즘 젊은 것들은 패기가 없어' 소리 할 만한 나이대가 된 거죠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니 그걸 포장할 줄 알 뿐
계층방정
21/02/12 20:32
수정 아이콘
그 모두 다 이 사회의 일면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1/02/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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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낳음 당했다 ]의 피동형 안엔 모든 생명체의 출생은 부조리하다는 의미가 있죠. 그 전제는 나의 탄생이 자유의지로 행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요. 물론 이 전제가 참인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최근 반출생주의의 기제 속엔 출생 자체의 부조리성이나 철학적 고민보단, 출생 이후의 문제들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지배적으로 보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흙수저론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그런 정서의 다른 표현이겠지요

카뮈는 존재의 부조리를 시지프스에 비유해 극복하고자 했으나, 현대의 흙수저들에겐 공허하죠.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 차별과 고통은 노오력이나 자아성의 확장 따위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내가 못난 건 나의 문제라기보단 나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죠.

개인이 노력하고 어떻게든 버티면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던 성장시대가 있었지요. 그 시대가 지나 사회적 계급이 출생과 동시에 한정되는 시대는 사실상 신분제 사회가 됩니다. 물론 여전한 자유주의 사회라면 개인의 노력이나 천재성은 유효합니다. 허나 그래도 누군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것이며, 애초 출발선이 다르다고 느끼죠.

이 시점에서 선택점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시지프스가 되어 끝없이 노오력을 하거나(나를 바꾸는 것),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세계를 바꾸는 것이죠.

권위는 구조화된 거대세계에선 강력하나 개인의 차원에선 간단히 해체될 수 있습니다. 힙한 sns적 감성과 대비되는 내방의 꼬락서니, 냉정하게 출력되는 나의 숫자들(성적 연봉 외모 등등)은 당장의 고통 앞에 모든 권위를 해체시킵니다. 부모의 권위나 사랑따위도 사소해지죠. 모든 저항력이 사라지고 오로지 중력만 남아 특이점을 향하는 것처럼, 나를 지키고 합리화할 수 있는 도구들 앞에 뭉쳐지죠.

여기서 반출생주의는 사실상 '책임회피주의'가 됩니다. 나의 문제는 부조리한 출생에 기인하고 나의 책임이 아니다. 고로 나는 [ 낳음 당했다 ]

이 능동적인 피동의 정서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겠지요. 마치 과거 수많은 자기개발서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정도 사실이거든요. 현대의 흙수저론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받는 것도 나름 타당하죠. 다만 이 특이점에 이르면 아무런 저항이 없단게 문제죠. 내가 받은 혜택과 사랑도, 모두 무시되고 오로지 자기위안과 책임회피라는 중력만 남는게 문제입니다. 물론 좀 더 책임있고 균형있는 사람이라면 냉정하게 나와 세계의 문제를 바라볼 것입니다. 낳음 당한 세상에서 모두가 나아지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낳음 당한 세상에서 나름 발버둥치고 있으니까요.
계층방정
21/02/12 20:35
수정 아이콘
개인의 차원에서 모든 권위는 해체되지만, 나라는 권위만은 남아서 나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모두 맡겨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는 권위조차도 안 남으면, 책임조차도 없어져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으니까요. 내가 이렇게 된 건 나의 탓도 아니고 사회의 탓도 아니면 남과의 상호작용에서 나를 비난하는 소리들을 분노하지도 수용하지도 않고 그냥 무시해버리는 사람이 될 텐데 이것도 꽤 이상하긴 할 것 같습니다.
사상최악
21/02/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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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철학적 담론으로 매우 훌륭한 주제라고 생각하고요,
어느쪽 주장이든 그럴듯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무시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낳음당했다는 주장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합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수직적 혈연관계를 떠나서 독립된 인격체로서 나와 너만 있을 뿐이죠.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의 자유를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태아 상태일 때의 자식은 어떤 동의 의사를 표현할만큼 성숙하지않기 때문에 부모의 출산, 낳음 과정에 동의하지않았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은 아닙니다. 같은 인간이라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있더라도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 인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올바른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자식은 낳음당함으로써 자유를 침해당하기만 했을까요?
자식이 세상에 태어나기위해 부모에게 임신당함의 자유 침해행위를 하진 않았나요?
자식을 낳는 건 부모 모두 관련된 일이지만 논리의 간편성을 위해 임부와 태아의 관계로만 따져보겠습니다.
임부가 출산 직전의 태아를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이 윤리적이 않다는 것과 출산 전 동의하지않았다는 자식의 주장을 고려했을 때 임신 상태에서 이미 임부와 태아는 독립된 인격체라고 봐야합니다. 세포 상태부터 출산 직전 10개월 태아까지 그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출산 몇시간 전, 며칠 전, 길게는 몇주전까지 태아는 출산에 동의하지 않은 기간만큼 임부의 뱃속에서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생명을 유지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임부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로.

낙태에 관한 많은 윤리적 논쟁에서 임부와 태아의 관계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비유됩니다. 본문처럼 납치범과 피해자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서로 원치않는 상태로 장기를 공유하는 불완전한 공생관계로 표현되기도 하고, 반대로 태아를 남의 집에 몰래 침입하며 기생하는 존재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윤리적 주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적인 논리입니다.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면 상대방의 자유를 똑같이 침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을 무시한다면 논리의 설득력이 없어집니다.

자식이 낳음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윤리적 관점에서 자유를 침해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기 위해선 최대 10개월동안 동의하지 않은 상대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생명을 연장함으로써 임부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한 변명부터 해야할 것입니다.
살기 위해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한다면, 태아를 뱃속에 한없이 놔둘 순 없기에 임부의 출산 역시 본인과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위한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임부는 출산 과정에서 상당한 고통을 받은 반면 태아는 죽음 직전에서 새 삶을 얻었기에 임부가 훨씬 더 큰 피해자라고 볼 수 있죠.

사회학적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또 다른 문제지만 오랜만에 철학적 주제가 나와서 예전 낙태 논쟁의 기억을 끄집어봤습니다.
21/02/11 18:24
수정 아이콘
완벽한 피임 없이 섹스를 한 것은 임신에 대한 묵시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낙태 비범죄화 이전에도 강간에 의한 임신은 그냥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었던 거구요.
사상최악
21/02/11 18:59
수정 아이콘
성관계 시점부터 임신과 출산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정자와 난자 역시 출산에 동의했다고 볼 수도 있죠.
아주 어린 태아를 인간으로 간주하더라도 정자 상태부터 인간으로 보진 않을 겁니다. 따라서 성관계 당시엔 임신과 출산에 대해 동의할 상대가 없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태아는 임부의 뱃속에서 처음 존재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고 그 시점에서 이미 임부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사실 이건 낙태론의 근거이긴한데
제가 하고픈 말은 부모가 원해서 자식을 낳았더라도 자식이 일방적으로 낳음당한 건 아니라는 거죠.
양파폭탄
21/02/11 18: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미필적 고의를 포함해서, 의도한 임신이라면 아이의 자유 침해는 전적으로 부모의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며, 동의 또한 받은 것이죠. 태아가 이에 대해 변명하고 말게 없습니다. 해당 이야기는 오로지 강간과 같은 경우에만 성립된다고 봅니다.
사상최악
21/02/11 19:05
수정 아이콘
같은 내용이라 윗 댓글로 대신합니다.
굳이 강간에 의한 임신에 한정되는 논리는 아닙니다.
부모가 임신을 원했더라도 최초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태아는 임부에게 의존하는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걸 부정하려면 태아 상태에서는 부모와 자식이 동일한 자유와 권리를 가진 인격체가 아니라 조물주와 피조물처럼 상하관계에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낳음당했다는 투정도 할 수 없겠죠.
양파폭탄
21/02/11 20:07
수정 아이콘
태아가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임부에게 의존하는 상태라 한다면(이게 맞죠. 태아가 무슨 판단능력이 있답니까) 그 자체로 자식은 일방적으로 낳음당한게 맞지요. 태아에겐 어떠한 선택능력도, 선택권도 없습니다. 부모가 계획해서, 판단해서 낳는 것이죠.
사상최악
21/02/11 20:20
수정 아이콘
핵심은 태아가 침해당할 자유를 가진 독립체냐는 거죠.

태아 상태에서 자유를 침해당했다면 독립체라는 거고 그럼 태아도 임부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거고요.

태아 상태일 때는 선택권이 없으니 독립체가 아니라고 한다면 침해당할 자유도 없으니 낳음당할 수도 없죠. 임부로부터 분리된 순간이 삶의 시작이니까요. 오히려 전적으로 태아를 지배하고 있는 임부가 태아를 죽이지 않고 살려줬다는 것에 감사해야 될 것 같습니다. 부모가 신적인 존재니까요.
양파폭탄
21/02/11 20:34
수정 아이콘
논의가 이상해지는 것은 "낳음당하다"라는 용어를 어떻게 쓰고 있냐에서 발생한 것이라 보는데, 저는 그저 수동태로 쓰고 있는거거든요. 태아의 능력이나 선택권이나 뭐든간에 실질적으로 태아에게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는 상태이며, 출산은 전적으로 부모의 판단에 달린 것이라는 상황 자체를 낳음당하다라고 본문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만,
정확하게 어떤 의미로 쓰고 계신가요? 왜 아기가 독립체인지 아닌지가 여기서 중요한 것이죠?
사상최악
21/02/11 20:4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낳음당함이란 표현이 자식 입장에서 볼 때 부모로부터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태아가 뱃속에 자리잡은 이상 임부에게도 낙태와 출산 두가지 선택 밖에 없습니다.
낳음당함 이전에 임신당함이 생기는 거죠.

생명은 계속해서 살아가려고하는 본질적인 성향이 있다고 보면 태아는 살기위해 임부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으며 10달동안 뱃속이라는 공간을 점유하고 있으며 10달이 지난 후 때가 되서 나오는 것 뿐이죠. 낳음당함이 아니라 본인이 살기 위해 나오는 거잖아요. 낳음당함이란 말은 굉장히 기만적인 표현이죠.
양파폭탄
21/02/11 20:58
수정 아이콘
자유가 있든 없든 전적으로 부모가 결정하기 때문에 수동태로 표현되는 것이죠.
부모는 아이를 낳는 것이고, 아이는 부모에게 낳음당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무슨 자유와 같은 가치가 필요한 것인가요?
낳음당함이라는 불변하는 상태를 두고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것일 뿐이죠.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임신당함은 미필적 고의를 포함해서, 임신이 의도된 것이라면 자신이 능동적으로 임신한 것이고, 아니라면 섹스의 상대방이 한 것이죠.
계층방정
21/02/12 20:39
수정 아이콘
사상최악님의 좋은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여러 분들께서 따끔하게 지적해주셨지만 제가 동의 문제를 여기에서 깊게 짚고 넘어가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21/02/13 11:59
수정 아이콘
이건 납치범이 피해자가 납치당함으로써 나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쟤 납치하는 것 땜에 힘들었다고-
긴 하루의 끝에서
21/02/11 18:01
수정 아이콘
삶을 단지 쾌락과 고통의 이분법으로 인식함과 동시에 그 쾌락과 고통도 너무 단편적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삶이 아름답고, 보람되며, 행복하고, 즐겁고, 소중할 수 있는 데에는 가지각색의 이유들이 있을 수 있는 거거든요. 아주 사소한 것만으로도 감정이 달라질 수 있는 게 인간이고, 다수는 아닐지언정 본인만큼은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게 또한 인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세계와 별개로 자신만의 독립적인 세계를 꾸리며 그 안에서 개인만의 행복과 즐거움을 찾아나갈 수 있는 것이에요. 삶은 결코 물질주의나 쾌락주의 등 단순히 피상적이거나 본능적인 가치들로서 정의될 수 없습니다. 그러한 가치를 중심으로, 그러한 가치만을 쫓으며 사는 삶의 위험함과 공허함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수없이도 보아왔고 현 시대에서도 가깝고 멀게 다방면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부정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2/11 21:52
수정 아이콘
노인을 위한 나라는 더이상 없죠...
계층방정
21/02/12 20:48
수정 아이콘
어쩌면 쾌락과 고통을 단편적으로 정의함으로써 쉽게 얻을 수 있는 논리적 명료함과 합리성에만 너무 이끌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임전즉퇴
21/02/11 18:58
수정 아이콘
부모로부터 인격을 존중받고(나름대로 사랑했다로는 대체할 수 없음) 자라서도 상대적 빈곤만을 이유로 낳음당했다 같은 소리를 받아들인다면, 정말로 당한 게 끔찍하게 안타깝습니다. 완벽하네요.
계층방정
21/02/12 21:45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대로 부모에게 인격을 존중받고 자라고 나서도 그러는 분들에게는 저도 드릴 말씀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갸르릉
21/02/11 19: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반출생주의의 가장 큰 약점은 과학기술의 발달이죠. 예를 들어 유전자 조작으로 고통 없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면? 혹은 매트릭스 같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면? 반출생주의는 여기서 더 할 말이 없어지죠. 그리고 이런 것들은 필연적으로 국가or사회가 개인을 삶을 깊게 컨트롤 할 수 밖에 없죠. 뭐 좋든 싫든 나중 가면 이렇게 될 거라고 봅니다만.
계층방정
21/02/12 22:10
수정 아이콘
고통이 없어도 사는 데 이상이 없는 인류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하면(지금은 고통을 느낄 수 없으면 밥 먹으면서 혀를 씹다가 과다출혈로 병원 실려갈 지도 모르니 이상이 있죠), 고통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윤리체계는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다 싶습니다.
정산소종
21/02/11 19:48
수정 아이콘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더니, 제가 살면서 나름대로 고민해왔던 것들이 이미 훨씬 정교하게 정립된 사상으로 존재하고 있었군요 크크
계층방정
21/02/12 22:11
수정 아이콘
정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철학에 위업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산소종
21/02/13 22:30
수정 아이콘
크크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제 생각이 진짜 새로운 것이라면 위키에 제 이름이 있어야겠죠.
피디빈
21/02/11 19:52
수정 아이콘
논리적 궤변을 늘어놓지만 사실상 심각한 중2병처럼 느껴지네요.
계층방정
21/02/12 22:11
수정 아이콘
그런 중2병이 사회를 휩쓴다면 비극일 것 같습니다.
승률대폭상승!
21/02/11 19:55
수정 아이콘
학교라는 이름의 감옥이라는 문장의 연장선이죠

그 이후로 발전을 못함 크크
보라준
21/02/11 20:14
수정 아이콘
아 크크크
나쁜부동산
21/02/11 20:35
수정 아이콘
크게 탄복하여 추천을 누를 수 밖에 없었사옵니다
계층방정
21/02/12 22:12
수정 아이콘
그거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문장이었죠.
플러스
21/02/11 21:19
수정 아이콘
반출산주의는 학문적으로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이 글은 그냥 궤변이나 근거없는 불평을 하기 위함이나 잡설인것 같네요.
현재도 부모가 되기위한 허들은 높지 않습니다. 그걸 높게 생각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죠
계층방정
21/02/12 22:13
수정 아이콘
한 사람이 한 말로 떠들면 궤변일지라도, 백 사람이 한 말로 떠들면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사회가 바뀌고 있는 게 백 사람이 궤변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라면 어떨까요?
플러스
21/02/13 04:04
수정 아이콘
[지금 사회가 바뀌고 있는 게 백 사람이 궤변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님 멋대로 가정한거죠.
본인의 잡설을 여러사람이 동의할것이고 사회를 바꿀수 있다고 착각하시나요?
계층방정
21/02/13 09:57
수정 아이콘
현재도 부모가 되기 위한 허들이 높지 않다면, 저출산이 발생하며, 그 중에서도 부모가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이나 지역에서 그나마 자식을 낳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몽키.D.루피
21/02/12 00:36
수정 아이콘
자기 모순인데요. 태어나지 않으면 '나'라는 존재는 없는 건데 '나'라는 존재에게 동의없이 태어났다고 반출생주의? 그러므로 부모는 '나'라는 존재의 풍요로운 인생을 위해서 모든 걸 쏟아야한다구요? 전재가 틀려먹었고 그렇다고해도 결론이 너무 이기적이네요.
중이병 철학이긴 한데 아무리 철학이라고해도 너무 염세적이고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어요.
인용해주신 반출생주의의 네가지 전제에 따르면 가장 도덕적인 건 태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난 이상 죽음이라는 최고의 고통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일단 태어났다면 빨리 죽는게 좋습니다. 인생을 아무리 쾌락적으로 살아도 고통을 0으로 만들 수 없고 고통의 총량은 살면살수록 점점 증가하니까요. 이게 무슨 철학인가요. 자살 권유지.
계층방정
21/02/12 23:10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대로, 그리고 가르릉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본능적인 거부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합리와 이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겐 이런 본능적인 거부감마저도 어쩌면 극복해야 할 원시적인 것으로 취급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제이콜
21/02/12 06:39
수정 아이콘
저런 담론에 일생 바치는 일부 철학자들이나
그걸 보고 동의하는 사람들 모두 불쌍하다는 생각만 드네요. 그렇게 불행한가?
계층방정
21/02/12 23:16
수정 아이콘
이 사회가 누가누가 더 불행한지를 자랑하는 '불행 대회'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이 담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철학자들도 여럿 있는데, 그분들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이 담론을 바라볼지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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