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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9 16:45
(어릴 적의 기억이라 충분히 객관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초등학생 시절, 넘쳐나는 '왜'에 대한 충분한 답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에 학교 도서관에서 잡히는 책을 아무것이나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새 어린 친구들은 예전보다 '왜'를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교육을 받는것 같아 좋아보이네요.
21/06/29 16:51
글쓴 분께서 추구하는 교육은 그 전에는 깨닫지 못하던 '왜'의 단초를 제공해주시는 것으로 보이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학적인 베이스가 있는 발언은 아니지만) 어린이의 '왜'는 천재성의 씨앗이라고 생각하는데, 의문을 갖게 해주는 것은 천재성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고 '왜'에 적절한 답변을 해 주는것은 천재성의 씨앗에 물을 주는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1/06/29 16:52
학원은 그게 되는데 학교는 어려워서... 저 학창시절만 해도 수업 때 그냥 자는 학생 수가 절반이 넘었습니다ㅜㅜ 그렇게 원리를 기반으로 접근하는 수업 방식도 학생들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죠 크크. 상위권 학생들은 저렇게 안 해도 알아서 원리 깨우치면서 응용하고..
21/06/29 17:15
그래서 학교 선생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ㅠㅠㅠ 어휴 학생 한 명만 졸고 있거나 집중 못해도 나한테 문제가 있나? 내가 설명을 잘 못하고 있나? 온갖 생각이 들던데... 그리고 수업시간에 많이 졸던 제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크크
21/06/29 17:49
저는 '낙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때 잠을 자면 합격하지 못할 정도의 커트라인으로요. 10%만 낙제시켜도 정신 번쩍 들 거라 생각합니다. 낙제되면, 재시험의 기회를 주고요. 재시험을 거부하면 유급하는 것이고요.
수업을 안 듣는 학생들에게 연민을 느껴서, 모질게 대하지 못하고, 그 결과 수업 분위기가 망가지고, 선생님들 의욕 떨어지고, 학생들 수업 받는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잠자는 학생들은 그들대로 방치되어서 못 배우고 졸업하게 되고, 여러모로 악이 늘어나게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10%의 학생들에게는 칭찬을 하고, 다른 학생들이 부러워하게 만들고, 10%의 학생들은 낙제시킨다고 협박을 하고, 대신 선생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못 따라오면 방과후 및 방학때 보충수업을 해서라도 알려주고, 재시험도 보게 하고, 이러면 수업 분위기도 잡히고, 나머지 80% 학생들도 고무되어서 더 잘하게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걸 안 하고, 고교수업 정상화 운운하면서 이게 다 수능시험 때문이라 그러는거 저는 좋게 보지 않습니다. 수업을 안 들으면 '시간을 손해보게 된다' 이런 게 되어야 하고, '낙제할지도 모른다' 이런게 되어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동정심'이 '무책임'의 수단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것저것 하나둘 망가져 나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21/06/29 18:04
낙제의 그런 효과를 보려면 학습자가 의지가 있다는 가정이 필요한데요. 대부분의 낙제 예상 학생은 학습 의지가 없고, 부모 또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적용하면 아마 거의 자퇴 혹은 퇴학으로 갈 확률이 높아요.
학교에서는 어떻게든 중도 탈락이나 포기학생을 만들려 하지 않는 이유가 자퇴생들 많아지면 모여서 하는짓 뻔하거든요. 일단 고등학교 졸업이나 어찌어찌 시켜보자는 취지도 있습니다.
21/06/29 18:52
재시험이 있기 때문에 유급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재시험에 재시험을 끝까지 보는 거죠. 결국 재시험을 보지 않고 집에 가겠다는 것은 학교에 반항을 하는 것이고, 그 경우에는 유급을 시키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에 잠만 잤더니 졸업이더라' 그게 무슨 학교입니까?
재시험에 재시험을 보고, 보충수업을 하고 이러면 결국 선생님들이 힘이 드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해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학습 의지란 것은 상수로 두면 곤란하다 생각합니다. 그건 정말 무책임한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수업 내용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고, 공부하는 건 그냥 너희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못하면 다 너희들 책임이고 나는 모른다.' 저는 이런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기부여란 것은 선생님의 실력의 거의 50%를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인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선생님의 자율권이 제한되어 있는 이상, 선생님에게만 뭐라 할 것은 아니고, 제도가 필요하고, 고교학점제가 들어오는 때라도 낙제와 유급이란게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도 F학점 낙제가 있고, 선진국의 경우에 고등학교에서도 유급을 많이 시키는 걸로 압니다. 잘 사는 동네에서는 문제가 덜 된다고 생각합니다. 면학 분위기가 잡혀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면학 분위기가 안 좋고, 그로인해 학생들의 잠재력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 거라 생각합니다. 즉 낙제를 없애는게 오히려 흙수저에게 더 불리한 거라 생각합니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라 생각하고요. 계속 자게 냅두면, 그 학생들은 학교에 고마워 할까요? 이미 나를 포기했다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사회에 나오면, 사회에 우호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요? 미안한 얘기이지만, 저는 교육에 있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선생님들의 나약한 인격'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고교수업이 엉망이 되었던 적이 있고, 또한 체벌이 금지되면서 떨어진 교권도 있고, 이런 점들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선생님들이 계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는 학생들 매일 보고 있으면 선생님 심정이 어떨까요? 자존감이 떨어지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역시 인격이 나약해지는 원인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매일 보는 어른이라 하면, 부모님 말고는 선생님인데, 선생님들 마음이 안 좋아지면, 자연히 그 영향이 학생들에게 가게 될 것입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부모가 건강해야 하듯,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선생님들이 건강하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더 좋은 선택인가 하면, 저는 낙제와 유급이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긴장해서 최소한의 교육 의지는 가지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커트라인을 높이지만 않으면 됩니다.
21/06/29 20:16
일단 수업 시간에 잠만 잤더니 졸업하는 곳도 학교가 될 수 있어요.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거의 필수인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는 용납해줘야 합니다. 학교가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고, 교과 수업 내용만 배우는 곳도 아니잖아요.
학습 의지를 상수로 두는 것은 교실 현실을 잘 모르셔서 그런거 같은데요. 그렇게 악의적인 표현은 아닙니다. 실제로 그림 잘 그리거나 작곡에 흥미 있는 학생은 수학 시간에 학습 의지 제로지만 해당 분야에는 열심이거든요. 그렇다고 수학을 계속 유급시켜서 졸업을 못하게 해야할까요? 동기부여도 말씀하셨는데, 매 수업마다 학습 내용에 대한 동기부여는 진짜 교육학 책에나 있는 겁니다. 교과에 흥미가 없는 애들은 어떻게 해도 안돼요.. 경험해보신 분들 많잖아요. 끝으로 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것은 굉장히 많지만, 능력 있는 선생님들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 교육이 이정도 버티는겁니다. 교육청에서 교권 보호 안해주고 나몰라라 해도 학생들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하는 분들 덕분인거죠.
21/06/29 16:54
저 혼자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게 본질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거속시로 외운다 한들 거속시 거속시 하다보면 거리 속력 시간을 이해하게 되는 게 순리 같아서요 암기가 먼저인지 이해가 먼저인지는 그냥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차이 사람의 공부성향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요
21/06/29 17:13
윗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거속시 공식에서 개념을 도출하는지 여부가 상위권과 그 아래를 가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여력이 없는 학생들(특히 공부에 큰 흥미가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공식을 외우는 것으로 끝내고 효율적으로 다음 공부로 넘어갑니다.
학교 안 경쟁이 심화되면서 필연적으로 강조되는 공부의 효율이 구조적으로 학생들을 암기식 공부를 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21/06/29 17:48
저도 일정부분 동의합니다.
학부 때 전공교수님께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암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물론 전공은 법학이었습니다만..크크
21/06/29 17:02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역사나 사회는 인과를 이해하고 외우면 더 잘외워지는거같은데, 수학은 정반대로 외우고 쓰다보면 어느새 의미를 이해하는 순간이 오는거 같아요. 이해 할지 못할지는 사바사겠지요. 크크
21/06/29 17:07
수학과 물리 쪽은 '아 이거 외워야 하는거구나' 라고 생각해버리면 거기가 거의 끝이라고 봅니다.
뭐 어찌어찌 수능까지 넘기고 대학은 잘 갈 수 있어도 그게 한계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21/06/29 17:14
수학, 순수과학 전공의 길로 갈게 아니면
사실 고등학교까지는 수학을 수학으로 받아들일 필요 없는것 같아요 그냥 외우고 그를 바탕으로 이해해도 충분한거 같아요. 수포자는 사실 외우는 단계에서 안되는거 아닌가요? 전 고등학교 교과수준은 보통사람이 여러번 반복하면 마스터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21/06/29 17:17
과외할때는 당연히 이렇게, 학교에서는 대체로 외우게, 학원가서는 선행할때는 이렇게, 내신할때는 외우게 진행하던 것 같습니다.
학급당 20명미만에 수업태도가 괜찮고 좀더 시간을 들일 수 있으면 이렇게 하는게 맞다고 보지만, 저 세 조건중에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힘들죠. 저거 한 10분 저렇게 얘기하고 문제풀이 하는데 잠시 주의를 딴데 뒀던가 이해력이 좀 떨어지는 친구가 하나도 모르겠다고 다시 해달라고 하는 게 몇번 반복되면... 참... 여튼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생님들은 대체로 진도를 못빼더라구요.
21/06/29 17:19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왜?를 따져보는 건 중요한 태도지만 머리가 완전 비상하고 공부에 의욕이 넘치지 않는 이상 원리를 다 따져가면서 공부하기는 힘듭니다. 사고를 한다. 사고를 이어나간다는 걸 체감하도록 왜?를 따져볼 필요성은 있지만 그 이상은 추론의 개념을 익히게 하는게 경험상 가장 좋았습니다. 하나정도 더 꼽아보면 유형화구요.
물론 집안 분위기가 공부 분위기거나 머리가 평균 이상인 아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사고를 한다는 초기문턱을 혼자 넘기 힘듭니다. 이런 애들이 실력이 향상되는 경우는 최소한의 성실성은 있는 상태에서 시험기간 때 1:1 혹은 소수로 집중적으로 봐주면서 정보를 다루는 피드백을 해줄 때 향상되더군요.
21/06/29 17:26
제가 학부모는 아닙니다만 부모님들이 하는 [공부하라]는 말이 진짜로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 배우라는게 아니라 [높은 점수를 따라]이니까
원래 목적이 아닌 다른걸 가르치고 있으면 짜증이 좀 나시긴 하겠죠 그리고 한국의 현실상 어쩔 수 없고요. 이걸 해결하려면 가르치는 사람이 뭘 하는게 아니라 극도로 높은 대학 진학률, 사무직 화이트 칼라에 대한 극단적 선호 이런걸 바꿔야 해서 교육계 자체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21/06/29 17:27
저는 학부형은 아니고 사회에 나가서 공업 회사서 꼰대 상사와 일하기 싫어하는 후임들에게 시달림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제가 공업회사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할때 자주 듣는 말이 "못알아 먹겠다. 이해시켜줘~~~ 이해시켜줘~~~~ 제발 이해시켜줘~~~~ 제발 제발 이해시켜줘~~~~~." 입니다. 권력관계가 없는 같은 동류의 사람들에게 설명할때 제 설명이 체계적이고 좋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는데요. 위에 언급한 부류는 같은 설명을 해도 못알아 먹는걸로 봐서는 학교때 별로 열심히 한거 같지는 않은 사람들인데 상사의 경우 좋은 대학 나온 경우도 많고 해서 일반화 하긴 그런데요. 애초에 "스스로 이해하고 싶다가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이해시켜줘야 한다. 네가 알아서 날 이해시켜라! 한다는거 자체가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이해를 통한 교육이 참 좋은 것이지요. 그런데 현실은 못알아 먹는 상사에겐 1.번 현상입니다. 2번 전개 방향입니다. 3번 결론입니다. 이렇게 주욱 나열해서 써놓고 강제로 딴말 못하게 빼도박도 못하게 해서 이해(?) 시키고. 부하직원은 1.번 뭐하세요. 2번 뭐하세요. 3번 뭐하세요. 라는 작업지시서를 손에 꼬옥 쥐어주고 언제까지 일 다해오세요 라고 해서 못 빠져나가게 만든 다음 결과를 기다립니다. 결과로 말하자면..... 스스로 할려는자는 두동동님 말씀대로 공부가 되겠지만, 하기 싫어 죽거나 꼰대짓? 뻘짓? 개짓거리를 하고 싶거나 하는 자들은 이해고 나발이고 순서만 가르켜서 통과 수준만 되게 하면 된다 입니다. "스스로 하려는 자" 에게는 이해의 교육이 좋고, "스스로 할 생각이 없는 자"들은 주입식 교육이 답입니다.
21/06/29 17:43
약간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논쟁이기는 할 것 같은데요 (군대에서 비슷한 경우 여럿 경험했습니다. 진짜 군대는...)
'스스로 할 생각이 없는 자'가 만들어지는 이유를 '어린 시절 수동적인 경험밖에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저렇게 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스스로 하려는 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말씀 감사합니다!
21/06/29 17:34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그런 개념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분들이 없어서 잘 이해를 못했습니다. (사실 제가 소심해서 못물어본거지만요)
그러다보니 중/고등학교때는 오히려 성적은 잘 못나왔지만 대학교를 다니면서 개념에 대해 깨우치는것에 재미를 느끼다보니 대학생때 오히려 공부에 재미를 느꼈었네요 크크 전공업무에 종사중인 지금에 와선 오히려 저보다 성적이 높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보다 설명은 잘하고 다니는 설명충이 되었습니다 (?)
21/06/29 17:35
다시 읽어보니 제 교육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중심이 된 글이었네요 크크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굉장히 이상적인 교육 방식입니다. 저 수업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이번에 학원 처음 온 친구가 자꾸 설명을 따라오지 못해서 몇 번이고 다시 설명해야 했던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그건 선생님이라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알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알려주면 결국 이해하더라고요. (인디언 기우제?!)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런 교육이 현재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대입 입시의 경쟁이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내려오면서 중학생들은 지금도 굉장히 많은 학원에서 많은 과목을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죠. 언급했던 것처럼 결국 전 '효율'을 따라가지 못해(=진도가 느려져서) 마지막 한 달을 매우 바쁘게 진행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학생들이 잘 따라와 주었지만... 교육에 경쟁이란 요소가 들어간 이상 효율성을 따질 수 밖에 없고, 이 구조는 수 많은 학생들의 고통과 부담이란 요금을 내면서 유지되고 있다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21/06/29 17:53
그리고 윗 분이 언급하셨지만 이 문제는 그렇기에 교육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죠. 교육에 왜 '효율'이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부터 생각해봐야 하는데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점이.... 어렵네요. 그래도 전 교육부터 바꿔가야 희망이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좀 교육부 일 좀 잘해라! 수능 범위 쓸데없이 좁히지 말고! ㅠㅠㅠ
21/06/29 17:50
저도 동의하는게
초~고교 학창시절때도 이게 대체 왜 이렇게 되는거지?를 뭔가 납득이 안되면 암기도 제대로 안되었던 경험이 많습니다.
21/06/29 17:55
대학교 때 생각나네요. 전공이 물리가 아닌데 일반물리를 두 학기에 걸쳐 들어야해서 책을 그냥 통으로 다 풀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전자기학은 '아 대충 이런거구나'하고 감이 잡혔고, 상대성 이론은 도저히 머리로 이해가 안되서 대충 작아야할 쪽에 무지성으로 감마? 곱해서 풀었네요.
21/06/29 18:11
비판적으로 말씀드려서 미안하지만, 제 생각에 질문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 : 자 이번엔 “속력”이란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속력이라고 부르는 건 정확히 뭘까? 우린 속력을 왜 구할까? → 시작부터 정확히 답할 것을 요구하다니, 부담스럽기만 할 뿐이죠. 게다가 질문 하나도 힘든데, 두 개를 함께 하다니요. 학생들 : 거속시! 속력은 거리를 시간으로 나눠서 구해요! 나: 오 아네! 근데 왜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지? 시간을 거리로 나누면 안 되는거야? → 이 역시 안 좋은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복잡해요. 머리가 꼬일 뿐이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제 생각엔 이렇습니다. 교육이란 건 시작을 다음 세 가지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1. 순수한 것 : 데카르트적인 것이죠. 순수한 것에서 차근차근 연결을 하는 것. 그것이 데카르트적인 것이고, 평범한 이성으로도 잘 이해될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2. 직관적인 것 : 학생들이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직관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은 거라 생각합니다. 속력에서 시작할 게 아니라, '빨리 달리고' '느리게 달리고' 이런 건 누구나 알 것입니다. 3. 유아적인 것 : 설령 정확한 개념은 아니더라도, 쉽고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부실한 점을 보완하면서 나가는 방법이 좋은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속력을 왜 구하는 건지 그걸 학생들에게 물어볼게 아니라, 속력을 구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을 미리 준비하고 말씀하시고, 아! 이런 경우 정말 필요하겠구나!! 이렇게 학생들에게 느끼게끔 하는 게 좋은 거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질문들이란게 실은 강의준비를 하지 않아도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이죠. 학생들이 정말 뛰어나고 의욕도 높다면야, 부담스럽고 어려운 질문에서 시작해도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쉬운 질문이어야 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질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생님은 함정 질문을 자주 던지는데, 긴장시킨다거나 깨우친다는 의미로, 그게 뭐 잘하는 거라 생각해서 계속하시겠지만, 학생들에게 수치를 안겨주고, 입을 닫게 만드는 효과를 낼 뿐이죠. 결국 학생들에게 뭐라 하실게 아니라, 선생님이 많이 준비하시고 많이 돌아보셔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들간 소통도 많이 하시고요. 다른 선생님이 그 강의를 보셨으면, 조언을 해주셨겠지요. 바둑도 훈수를 두면 더 잘 보이는 법이니까요.
21/06/29 19:26
비판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왜 미안하실 일인가요 흐흐 전 아직 많이 부족하고 배우는 과정인데요. 오히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질문을 되게 어렵게 했네요. 앞에 두 문답 빼고 "왜 거북이가 토끼를 따라잡기 힘들까?" 같은 예시를 주는 것이 좋았겠습니다. 이제 당분간 과외 학원 강의는 없을 것 같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생각해보아야 하겠네요.
21/06/29 19:59
좋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윗 댓글은 데카르트의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과 아인슈타인의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참고해서 적은 것인데요. 시간을 투자해서 읽을만한 좋은 책이니, 나중에라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학생들 가르치시는데 든든한 뿌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1/06/29 18:32
고등학교 때까지는 수학공식을 외어본적이 없었는데....
대학교 가서부터 외우게 되더니 대학원 가니까 난 수학을 잘한게 아니라 산수를 잘했구나. 라는걸 깨닭았죠.크크크
21/06/29 18:50
속력의 정의가 거리의 변화량을 시간의 변화량으로 나눈거 아닌가요? 그걸가지고 왜 그렇지 하는거 자체가 이상한거 같은데요. 연구하거나 개념을 확정하는 것도 아니고요.
세상에는 더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 있어도 처음 정한 방식대로 가는 것도 많은데, 정의를 잡아놓은걸 직관적인 표현으로 바꾸는게 이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직관적인 표현의 부정확성 때문에 엄격한 정의가 나온건데....
21/06/29 18:51
전 공교육의 질 문제라는게
정치 정책의 영향도 물론 많이 있지만 (A급 학원 강사들에 비해) 교사들의 역량이 형편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것은 보상의 크기가 넘사벽이기 때문에 치유 불가능한 문제이고.. 불가능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매달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정확히는 교대 입학이 가능한 정도 수준으로 공부를 한 분들은 그렇게까지 공부를 잘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본질적인 질문에 대답할 능력은 물론 없거니와 학생시절에 그런 의문 자체를 가져본 적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1/06/29 21:39
1. 교대 입학이 가능한 정도로 공부하려면 그렇게까지 공부를 잘해야 한다.
2. 사교육과 비교대상인 교사들은 애초에 교대에 가지 않는다.
21/06/29 19:05
이게 꼭 초중고 교육에만 국한 되는 게 아니죠.
좀 부끄러운 제 얘긴데, 시험 때마다 교수님들이 평균이랑 표준편차 주는 걸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 난감했습니다. 아니 표준편차 구하는 식도 알고 왜 구하는지도 알겠는데 정확히 이걸 어떻게 써먹으라고! 그러다 우연찮게 정규분포 정의 보다가 깨달았습니다. 진짜 머리를 세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어요. 95% 신뢰구간 구하고 표준화하고 t통계량 값 구하고 양측검정하고 p-value 보면서 가설 기각하고 하는 건 다 하면서 정작 정규분포의 제일 기본적인 의미는 신경을 안쓰고 있더라고요 크크크크크크크.
21/06/29 19:35
말씀하신 사례는 어차피 표준편차, 평균을 배우는 고등학교? 중학교인지 아무튼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 시점에서 배워봐야 그거보다 더 얕게 알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결국 그리스 문자를 계산식에서 익숙하게 쓸 수 있어야 하고 실제 데이터와 추상적인 개념들을 가지고 손계산 내지 엑셀로라도 계산을 해봐야 알게 되는 것들인데 이걸 어차피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해보기는 어렵죠. 아 물론 한학기 내내 그걸 이해하기 위한 내용을 진행하면 모르겠습니다만 배워야할 더 중요한 것들이 훨씬 많죠.
21/06/29 19:10
‘왜’ 이 개념을 지금 배워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어느 상황에나 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특히 수학이나 과학은 기본적으로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학문이잖아요? 그러면 정석대로라면 (1)현상을 관찰하고(개념의 필요성 입증) (2)그것을 추상화해서 식을 도출해낸 뒤에(개념정리) (3)그것을 다시 현실에 적용시켜야(문제풀이, 응용) 하는데 일단 (1)에서 (2)로 넘어가기 위해 추상화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거죠. ㅠㅠ 그나마 속력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편이지만 힘, 전기 같이 눈으로 바로 확인하기 힘든 것들은 더 (1)→(2) 과정이 어려울 것이구요.
저도 학창시절에는 깨나 수학 잘 하는 학생이었고 혼자서 수학의 정석 보면서 크게 어려움 없이 공부했지만, 정석도 각 단원의 시작은 “~~라는 개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같은 식으로 되어 있었던 걸로 가억해요. 극도로 효율성을 요구하는 교육시장의 문제에도 공감하지만, 어떤 학문들은 그 특성상 초기 단계에는 개념부터 일단 주입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제가 너무 구닥다리 공부법에 익숙해져 있는 탓도 있겠지만요^^;;) 그렇다고는 해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도 같아요. ^^ 고생하셨습니다.
21/06/29 19:45
중2때 대학생 쌤한테 과외받다가 거속시에서 미적분개념까지 넘어간 추억이 생각나네요. 그 때 과학 시험은 조졌지만, 그 이후에 흥미가 붙어서 이틀만에 물1 개념끝내고, 삼일만에 물2 개념끝냈습니다.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순수 공부시간 15시간 찍어봤네요.
덕분에 좋은 특목고도 들어가고, 명문대도 들어갔습니다만, 아직도 그때의 호기심, 열정, 집중력은 발휘된적이 없습니다 ㅜ
21/06/29 19:49
표본집단이 아주 작지만 제 경험상 공대 출신들이 위와 같은 방법론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 같더군요. 문과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음. 아무래도 답에 딱딱 정해져 있는 전공이냐 아니냐에 따라 성향이 갈리는 듯.
21/06/29 20:21
저도 고등학교때까지는 수학공부할때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는데 (논외로, 제목과는 전혀 다르게 개념원리의 이해 책은 개념을 이해하는데 전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교과서가 나음...), 대학와서 해석개론과 현대대수2를 배우면서 수학도 외우고 나서 이해가 따라오는게 된다는걸 느꼈습니다. 사실 이때 외우는건 공식은 아니고 그냥 증명을 머리속에 때려박는거긴 한데...
21/06/29 20:44
대학교에서 보니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은 사실 교과서 예제 수준의 증명은 머리속에 외우고 있거나 아니면 외울 필요가 없거나 더군요.
21/06/29 21:32
크크크 어쩌다보니 학원에서 과학 맡게 되었지만 수학과입니다. 정확히는 통계학과지만 뭐... 필수 전선빼고 전부 수리쪽이니까요!
증명과 정의를 머릿속에 때려박는 과정은 일반 암기랑 다른 것 같습니다. 뭐랄까... "대체 왜 이 타이밍에 이 명제를 왜 언급하고 증명해야 하는데?!" "대체 이 렘마가 왜 필요한데??!" "아니 왜 이 필요없어 보이는 조건을 굳이 정의에 넣어야 하는데?" 등등 단순 암기에서도 따져야 할 것이 많지 않나요? 사실 이때쯤 가면 암기나 이해나 거기서 거기 같긴 합니다만. 현대대수2까지 들으셨다니 갑자기 너무 반가워서... 급발진 좀 해봤습니다. [5차 이상의 방정식 근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증명으로 마무리되는 책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생각난김에 오랜만에 읽어봐야겠네요.
21/06/29 20:42
1. 개념을 이해하는게 먼저냐, 암기를 하는게 먼저냐가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그 뒤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 까마득하게 많기 때문에 거기서 몇번 읽고 듣고 해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현대의 여러 물리에 관련한 지식을 담을 그릇으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2. 그걸 실제로 실무에서 써먹어야 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냥 외워서 씁니다. 조악한 예를 들자면 기계공학 전공자조차도 엔진 rpm이 3000rpm에 총 기어비 23.1에 휠지름이 340mm인 자동차의 속력은 얼마일까 이런것들 그냥 공식으로 외워서 쓰는 것들입니다. 3. 그런 개념을 다시 재창조할 레벨의 사람들은 전체 인구 대비 많이도 필요없고 그 단계에서 머뭇거릴 정도의 지성이라면 거기서 끝입니다. 본문에 나온 속력 아니 속도의 본질을 꿰뚫어 과학적인 의미를 재창조했다고 할만한 20세기의 최고의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이 둔재였다는 이상한 속설 같은 것들 때문에 개념 이해를 늦게 깨우친 사람도 나중에 대학자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이 있는데 일반인이 이름들어본 적어도 20세기 이후의 수학자/물리학자(아인슈타인 포함해서)들은 적어도 수학영재급이라 속력같은 개념은 몇번 듣고 무리없이 이해했던 사람들입니다. 예외적인 경우가 극히 일부가 있겠으나 수포자가 개념을 이해했다고 해서 대학자가 되었을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됩니다. 일반인은 그냥 적당한 범위 내에서 이해 가능한 수준의 공식을 암기해서 쓰면 됩니다. 사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별 필요가 없습니다. 4. '왜?'를 물어보는 것은 적절한 접근방향이 아닙니다. 학자들의 고찰 끝에 인류 학문의 발전의 토대는 '왜?'에 대한 대답을 찾는것이 아니라 '어떻게?'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에 가깝다고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단순히 '왜?'를 물어보고 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성마른 학부모나 할법한 수준의 접근입니다. 그 왜 유튜브 영상 누가 캡쳐해서 올렸던 "중력이 왜 발생하는지는 '모른다'"라는 한 강사의 말이 상당히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데, 과학은 '어떻게'를 찾아가는 학문이지 더이상 '왜'를 찾아가는 학문이 아닙니다. 물론 교육을 하면서 학생에게 '어떻게'를 가르치는 것은 '왜'를 가르치는 것보다 어렵고 지난한 일입니다.
21/06/29 21:14
음 인류 학문 발전의 토대가 why가 아니라 how 라고 결론이 났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혹시 이런 내용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21/06/29 21:32
논문을 찾지는 못하겠고 읽어볼만한 칼럼 하나를 링크해드립니다.
https://www.npr.org/sections/13.7/2010/05/04/126512360/the-how-and-the-why-can-science-explain-purpose 물리학의 경우 '왜?'를 증명하고자 하면 어떤 질문이든 끝에서는 결국 설명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합니다. 결국 뉴턴조차도 '이렇게' 들어맞는 공식을 쓰면 낙체와 천체의 법칙을 설명할 수 있다. 라고 how를 설명한 것입니다. 수학 정도만 결국 공리계라는 것을 가지고 '왜?'에 대한 최종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걸요. 다른 학문들도 결국 how를 찾는게 맞는 방향 일겁니다. 신학이나 철학 정도가 예외가 될지도요. 대학교 이상의 지식을 배우면 어떤 영역에서인가는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는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결국 이 경우에 '어떻게' 이것을 설명해야 하는가를 고찰해가며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왜?'는 한방에 뭐가 풀릴 수 있을거라는 전제가 붙는 문제들에 붙는 것이죠.
21/06/29 21:51
제가 말한 이야기와는 살짝 다른 논지네요. 저는 어떤 개념을 처음 배울 때 그 개념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렇게 정의되었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을 설명할 여유 없이 결론만 외우게 시키는 현 상황이 굉장히 불만족스럽고. 그것을 단순한 개인 교습(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교육 환경의 문제로 넓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거에요. 사실 이 문제를 좀 더 사회적 측면으로 확장시켜보고 싶었는데 이건 샤워하면서 하는 망상 수준이라 크크크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과학은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는 신경쓰지않죠.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이미 '틀린' 이론인 뉴턴 역학이 잘 쓰이는 이유도 "어떻게" 이 세상이 작동하는지 꽤 괜찮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원자의 존재도 아인슈타인이 브라운 운동으로 간접적 증명을 하기 전까지는 그저 '모형'이었지만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설명했으니 문제가 없었던 거겠...죠? (이부분은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라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네요.)
21/06/29 21:39
밀도의 개념, 다시 말해서 단위 물리량에 대한 특정 물리량의 개념은 애초에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밀도의 정의나 압력의 정의나 속도의 정의 전부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사고법에서 도출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단위 물리량에 대한 정의는 보통 상당한 익숙함 뒤에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물론 원리에서 출발하는 접근으로 이해하는 것이 제일 좋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은 단위 물리량을 생각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결코 효율적인 접근이 될 수 없을테니까요. 전류의 경우에는 단위시간당 전하량이 정의로 되어있지만, 전하량 자체가 일상생활에 접하기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옴의 법칙에서부터 차근차근 뻗어나가는 것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위 물리량의 개념을 가르친다면 일상생활에서 가장 친숙한 거속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흥미를 느낀다면 이공계로 진학해서 더 넓은 개념을 배울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접목할만한 거속시의 공식은 외울 수 있습니다. 또한 거속시는 이공계에 진학할 학생들을 위한 밀도 개념의 첫 도입시도이며, 후에 수많은 물리량을 접할 학생들을 위한 튜토리얼과 같습니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이 원리부터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사례로는 소금물의 농도가 있겠네요.. 교육봉사할 때 저와 학생들을 무수하게 고생시킨 친구였죠.
21/06/29 22:31
뭐 뭐든지 정도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거리 속력 시간에 대해 잘 생각하다 보면 시간과 공간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호의존적인? 물리량이 아닌가 싶지만 학생들중에 그정도로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거든요.
21/06/29 23:07
한국의 교육 방향과는 모르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르치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국에서 자랐을때는 무조건 암산으로 최단시간내에 정확한 답을 구하는걸 추구했었고, 미국에 와서는 계산기 쓰는 반 친구들을 비웃었는데, 나중에 배우면 배울수록 사실 계산은 중요한게 아니고 답을 어떻게 도출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사실 풀이 방식 쓰면 나중에 고치기도 쉽죠. 그게 설령 1차 방정식이라고 하더라도요. 저도 화학 과외한적 있었는데 과정을 거쳐서 답을 유도하게끔 가르치긴 했는데, 학생은 답을 원하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하는것이 워낙에 많고 그런 사고 방식은 시간이 걸리다보니 그런듯 싶네요.
21/06/29 23:07
개인적 경험상 이해가 안되는 것에 대해 일단 외워놓고 나면 나중에 그 의미와 원리가 머릿속에 흩어진 퍼즐 짜맞춰지듯 파악되는 그런 케이스도 많아서 딱히 동의는 되지 않습니다.
21/06/29 23:24
순수 성능만 생각하면 암기 베이스 접근법엔 별다른 장점이 없다고 봅니다. 수능이나 학부 이후의 발전포텐셜 따위야 어차피 수학 관련 길을 걷지 않을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쳐도, 승부 당시 퍼포먼스가 딱히 우수하지도 않고, 지속력은 현저히 떨어지니까요. 암기 베이스로 쌓아올린 성은 건축 당시에는 튼튼했다 하더라도 결국 모래성이라 노터치로 20년쯤 지나면 거의 붕괴되는 반면, 자력돌파형으로 쌓은 성은 노터치 20년 앞에서도 뼈대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똑같이 노터치 25년차인 44세 설법이라도, 암기 베이스였던 사람에게 갑자기 수능 수학 문제지를 주면 손도 못 대는 문제가 많이 나오는데, 자력 돌파형이었던 사람은 어지간한건 풉니다. 물론 암기형도 한 번 지어본 감각은 있으니까 다시 쌓으라면 비슷하게 쌓을 수는 있고, 수능 이후에도 계속 터치업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안 무너지지만, 노터치로도 계속 남아있는 사람에 비해선 월등히 비효율적입니다.
그럼에도 암기 베이스 접근법이 널리 쓰이는 이유는 단순한 효율성 차이가 아니라, 결과물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암기가 가장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결과(=일반적으로는 좋은 간판 및 그에 필요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수학재능이 동일연령 1위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중학교 내지 공통수학 개념만 가진 상태에서 바로 수능 수학문제를 접하더라도, 처음 보는 기호의 의미만 알려주고 시간을 충분히 주면 대부분의 답을 꾸역꾸역 찾아낼 수 있습니다. 초등수학 개념만 가진 상태로 풀 수 있는 문제도 많고요. 이런 사람은 기본 문제를 쭉 풀어보고 나면 수능 문제 역시 그냥 풀리기 때문에 더 이상 점수를 위해 연습할 필요가 없고, 거기서 조금 더 연습하면 30분만에 다 풀고 자도 어쩌다 하나 틀리는 상태가 됩니다. 이 정도로 특이한 종자가 아니더라도, 상위 1% 근처의 재능이라면 개념형으로 가든 선암기형(예컨대 연습문제 세바퀴 돌리기 같은 방법)으로 가든 간에, 진도를 다 빼고나면 충분히 좋은 수능 수학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선 비슷합니다. 문제는 중간이나 중간 조금 아래에 있는 사람들인데, 여기 속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형태의 기본 문제와 유제를 방금 전에 풀었음에도 연습문제를 도저히 자력으로 풀어내지 못 하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력으로 진도를 빼는게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걔중에 승부욕이 있고 자력돌파에 필요한 시간이 자력돌파를 사실상 불능으로 만들만큼 길지 않아서 힘겹게 연습문제를 끝까지 한바퀴 돌린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상태에서 빠르게 못 풀어내는 문제가 꽤 남아버려서 충분히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순전히 짐작이긴 합니다만, 자력돌파형으로 수능에서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다수파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암기 베이스로 접근하면 이 정도 사람들까지는 시간만 충분히 투입하면 수능 내지 학부 정도까지는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되어 있기 때문에 널리 사용된다고 봅니다.
21/06/30 00:42
외운 다음 차후 이해하는게 분명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는것 같아요.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도 이 방법으로 공부해서 결국 왕도에 도달하는 사람도 있구요.
21/06/30 02:22
특히 물리는 원글님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는게 좋습니다. 적어도 학생들이 한번이라고 고민하게 하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게 그 목표죠.
다만, 진도는 잘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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