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2/25 18:49:53
Name 딸기거품
Subject [정치] 모든 것은 신뢰의 문제?

0.
정치 게시판을 보다보면 대한민국은 정말 문제가 많은 국가입니다.
여야당, 대통령, 저출산, 수도권 집중, 노동, 교육, 2030이 문제
모든 것이 다 문제입니다.

그런데 일반탭에 있는 교도소 글을 보고 인간을 믿는다는 것에서 착안해서
문제의 원인으로 신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이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1.

EBS 다큐프라임_자본주의 1부_돈은 빚이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자본은 빚이고 믿음은 돈이 됩니다. 전통적으로 종교가 그랬고 요즘 뜨는 건 SNS 인플루언서죠. 저도 금융(여신과 수신)에 대해 잘 모를때는 그냥 현금, 부동산이 많으면 장땡이다 수준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할수록 은행에서 돈을 잘 빌릴 수 있는 능력을 신뢰라고 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사법신뢰도가 OECD 최하위권(41위/43개국)이라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검사나 판사, 국회의원이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대출이 안나오나요? 아니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이 잘 나옵니다.

대출이 잘 나오는데 신뢰도가 낮다? 이 간극은 바로 신뢰를 열심히 현금으로 바꾸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옵니다. 굳이 사람 이름을 대면서 사례를 대지는 않겠지만 모두들 알고 있는 그냥 사실이죠. 그들은 사적인 신뢰도 뿐만 아니고 자신이 속한 집단과 국가의 신뢰도를 같이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언론 신뢰도는 46개국 중 40위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 대안으로 사람들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AI를 이야기하죠. AI판사, AI기자... 과연 AI는 믿을 수 있을까요.

[참고]
검찰‧사법부 신뢰 흔드는 법복 국회의원들 (경실련, 2020.03.30, http://ccej.or.kr/60052)

검찰, 형사사법기관 신뢰도·공정성 6년 연속 꼴찌 (노컷뉴스, 2022.03.24, https://www.nocutnews.co.kr/news/5728356)

법 왜곡죄 만들자 (경향신문, 2023.02.03,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2030300105)

뉴스에 대한 신뢰도, 한국은 여전히 최하위 수준(한겨레, 2022.06.15,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47074.html)

2.
돈이 많으면 믿을 수 있는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돈이 많다?

대한민국이 경제 사기 범죄에 대해 처벌이 미약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평소에 궁금했던게 벌금이 왜 고정되어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벌금도 올려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최근 1심에서 1700만원 횡령이 인정되어 벌금이 1500만원이 나온 사건이 있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정당과 관계없이 징벌적으로 10배인 1억 7천을 물려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사기에는 '내가 이렇게 돈이 많은데 사기를 왜 쳐' 또는 '날 믿으면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 이런 식의 접근이 많죠. 대한민국 사치품 소비 세계 1위라는 이면에는 '내가 이렇게 돈을 많이 버는 믿을 수 있는 사람' 이라는 걸 과시하기 위한 마음이 있을 것이고 사람 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많고 잘 버는 기업은 믿을 수 있는 기업" 이라는 프레임으로 비도덕적인 기업 운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계속 옹호하고 방치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절대 끝나지 않겠죠.

당연하게도 돈이 많다는게 신뢰할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합니다. 잠시만 생각해도 사기친 돈으로 무마한건지 뭔지 제대로 끝나지 않아서 사법신뢰도를 계속 깎아먹고 있는 사건이 여럿 떠오르는데 말로라도 거짓말 안하고 범죄자 잡고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지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법조 프리즘]사기죄 형량 높이자 (이데일리, 2022.03.29,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74246632268240&mediaCodeNo=0)

“과시욕이 주도”… 韓 1인당 명품 지출 세계 1위 (서울신문, 2023.01.15,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115500016)

코리아 디스카운트, 16년째…최저 수준 배당·취약한 지배구조 여전(머니투데이, 2022.09.15,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91509595241375)


3.
연애, 결혼, 출산도 마찬가지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직설적으로 성행위 신뢰도라고 할까요.
(어떤 사람들은 이 얘기할 때 성행위를 빼놓고 얘기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둘을 분리할 수 있는지 좀 이해가 안갑니다)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서로를 신뢰해야 같이 손잡고 다닐 수 있고, 또 같이 살 수도 있는거죠.
국가에서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뒤통수칠 것 같은 못미더운 사람하고 같이 결혼하고 애를 낳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걸린 돈이 크면 신뢰 없이 비즈니스 계약서를 쓰고 결혼을 하겠지만 예외적인 상황이니 제외하겠습니다.
또 아래에 여러 게시글에서 다루신 이야기들도 넘어가겠습니다.

그러면 왜 결혼 적령기인 2030은 연애를 안하고 결혼을 안하고 출산을 안할까요? 돈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라는 말은 많이 나왔는데 제 생각에는 여러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2030의 신뢰도라는 것은 넷으로 나눠서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도, 다른 2030에 대한 신뢰도, 사회(전체연령대)가 바라보는 2030의 신뢰도 마지막으로 2030이 전체 사회를 보는 신뢰도입니다.

첫번째로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 자존감입니다. 배금주의가 강한 대한민국에서는 돈을 버는 능력이 곧 나의 가치입니다. 고소득자나 자본가 또는 믿고 있는 것(철학, 종교, 이데올로지든 국뽕이든 뭐든)이 있다면 괜찮겠지만 사회에서 신뢰도가 낮은(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못 받을) 사람들은 대체로 자존감도 그만큼 낮을 겁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자기 자신도 믿고 사랑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믿을 수 있을까요? 이것 역시 자존감이 먼저인지 신뢰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자살률의 원인 중 하나겠죠.

두번째는 서로에 대한 신뢰도입니다. 남여갈등은 세계 최고수준이니 따로 부연설명할 필요없이 넘어가겠습니다.

세번째는 사회가 보는 2030의 신뢰도입니다. 뭐 어느 세대 갈등이나 마찬가지겠지만 MZ니 뭐니 하면서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많이 어필합니다. MZ는 책임감이 없고 회사에 충성하지 않으며 이기적이고 뭐 이러쿵저러쿵... 마케팅 용어로 쓰이면서 책도 많이 나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건 언론의 세대 갈라치기라고 봅니다. 그냥 사람 따라 갈리는거지 태어난 연도에 따라서 책임감이 생겼다 없어지고 그런건 말이 안되고 일종의 신입 기죽이기식 퍼포먼스라고 봅니다. 극단적으로 줄여말하면 '너희는 뉴페이스니까 월급도 권한(신뢰)도 많이 못 주겠다' 수준의 언플이랄까요. 왜 그렇게 보냐면 돈 관련 범죄(지능, 특경)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연령대는 통계청 피셜 51~60세라서 그렇습니다. 어느 세대라도 신입에 대한 신뢰도는 비슷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데 주저리주저리 길게 썼네요.

네번째로 2030이 사회를 보는 신뢰도입니다. 1번과 2번에서 설명한대로 기존 기득권에 대한 신뢰도는 처참한 수준입니다. 이건 3S 정책 등으로 통제받던 언론이 풀려나고 시대가 2000년대로 바뀌면서 그동안 쌓여왔던 구체제의 모순들이 터져나올때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고학력자가 된 사람들의 시선에 더러운(또는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일면이 그대로 노출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성적으로 말로만 보수적인 사람들의 청량리, 용산, 미아리, 용주골 등에 대한 모순적인 행태까지 더해졌구요. 페미니스트들이 객관적으로 우수한 치안을 가진 대한민국의 밤거리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와 일부 맥락을 같이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장자연, 김학의나 버닝썬 지분도 크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과거에 그런 사례가 더 많이 있었겠지만 공론화된건 최근이니까요.

아무튼 남여를 구분하지 않고 결혼하고 애 낳기에는 "현재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 그게 제 결론이고 이 네 점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저출산 대책에 돈을 많이 부어도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도생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서로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다르게 말한거죠.

[참고]

파주 용주골 폐쇄 지지 성명서 (고양일보, 2023.02.20, http://www.goyang1.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50)

범죄자 범행시 성별 연령 (경찰청범죄통계, 2022.10.11,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32&tblId=DT_13204_4110)

4.
좀 다른 이야기지만 '탈선'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요. 옛날에는 어떤 말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정말 탄탄하게 다져져 있는 길은 '의사가 되는 길' 이겠죠. (요즘보면 검사가 더 갑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만큼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앞길이 훤히 뚫려있는 '믿을 수 있는' 길로 걷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길이 그렇게 넓고 큰가요? 영화 타짜의 대사처럼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면서 경쟁을 통해 좁은 길에 올라갈 사람이 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비포장 도로든 수풀이 무성한 정글이든 헤치고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길에서 벗어나 검증되지 않은 길로 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넌 할 수 있어' 라는 신뢰나 새로운 길을 낼 수 있는 도구를 빌려주기는 커녕 비웃기 바쁩니다. 결국 서로를 돈으로 밖에 신뢰할 수 없어진 사람들의 모임인 이너서클은 더욱 작아지고 파편화되어서 결과적으로 집단 전체의 생산성을 낮춥니다.

다시 2030의 취업 시장으로 돌아가서 보면 '거기(그 기업)를 가느니 배달 알바, 편의점 알바를 한다'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1차원 적으로 보면 그냥 노동에 비해 돈을 적게준다인데 신뢰면으로 보면 해당 기업의 신뢰도가 배달대행업과 편의점체인의 신뢰도보다 낮다는 의미로 들리고 말을 살짝 바꿔보면 '그 기업 근로자는 배달업 종사자나 편의점 알바보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는 ???스러운 결론이 도출되죠. 뭐 실제로 은행에 대출 받으러 가면 다르겠지만 인식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2천, 3천만원대 연봉을 받는 사람은 기업이 그만큼만 기대한다는 뜻이고 반대로 사람도 기업에게 그만큼만 기대하죠.
구어체로 표현하면 "홍길동 씨, 당신은 아직 믿을 수 없으니까 월급은 최저임금만 줄게요. 회사를 다니면서 당신에게 신뢰가 쌓이면 연봉을 올려드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인데 대부분의 경우 막연한 신뢰는 의미가 없고 월급이 더 높은 회사와 쉽게 비교되어 이 회사는 대기업에 비해 연봉 상승률이 적다, 미래가 없다, 오래 다닐 수 없다, 믿을 수 없는 회사라는 결론에 다다르기 쉽죠.

이걸 보완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어떠한 면에서든 낮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안전망(근로장려금, 실업급여,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확충보다는 보조금을 줄이고, 협동보다는 경쟁을 더욱 강조하며, 40시간 근무 대신 69시간 근로를 추진하죠. 근로자가 69시간 일해야 정상적으로 돌아갈거라고 말하는 기업과 40시간 일해도 괜찮은 기업을 비교하면 어느 기업이 더 오래 믿고 일할 수 있는 기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참고]

[단독] ‘週최대 근로시간’ 69시간·64시간 중 고를 수 있다(조선일보, 2023.02.24, https://www.chosun.com/national/labor/2023/02/24/XM4SJ33G3RFCLLBVPPCPNQCGIY/)

5.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체의 신뢰도를 회복시키면서 외연을 확장해야 하고 신뢰도가 낮은 개인을 국가가 보조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거짓말하지 말라'는 도덕률이나 '믿으면 복이 온다'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기본적인 이야기는 다들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겁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공적인 자리에서 거짓말하는 사람조차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믿고 배신당한 사람이 수두룩하니까요.

그래서 신뢰도를 올리는 방법으로 개인이 퇴직금으로 50억 받을 만큼 노력^^해서 신뢰도를 쌓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특정 라이센스의 취득을 단계별로 할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들고 (문턱을 없애는건 반대도 심하고 부작용도 심하니까요) 신뢰를 시스템적으로 잃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특정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 조건을 더욱 키우거나 등급을 세분화하거나 등등이요.

뭐 권력을 계속 쪼개서 나눠줘라, 사다리 걷어차기하지 말라는 말을 다르게 표현한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안하니까 계속 말이 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 또 신뢰를 잃지 않는 방법은 역시 뻔하지만 신뢰를 배신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범죄자에게 수수료를 왕창 물리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를 모아서 한 방에 현금으로 바꾸는 사기, 횡령, 배임은 늘어나면 늘어나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서 뭐 '공유지의 비극' 이라던가 '세금은 눈먼돈,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 같은 말을 더 붙일 수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출산율은 더 바닥으로 향해 갈거고 다 줄여서 결론만 얘기하면 "대한민국 망해, 이러다 다 죽어" 하기 전에 좀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쓰고보니 여기저기 논리에 구멍이 많은데 여기까지 긴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남은 주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02/25 19:18
수정 아이콘
논조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시니컬하게 개인주의를 외치며 남을 믿지 않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분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는데 제가 보기엔 좀 우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지만 정의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서 신뢰가 값싼 농담이 된 시대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겠죠. 순간순간 임기응변으로 내 자신이 믿는 정의를 지키면서도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뿐입니다.
딸기거품
23/02/25 19:54
수정 아이콘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다른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제 정의를 지켜가겠습니다
23/02/25 19:19
수정 아이콘
개념을 혼용해서 쓰고 계시는데 신뢰외 신용은 다른 겁니다. 대출이 잘 나오는 것은 신용과 관계가 있지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 할 것이 아닙니다.
딸기거품
23/02/25 19:50
수정 아이콘
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둘을 엄격하게 구분하는건 너무 어렵더라구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데는 신용이 필요하지만 친구에게서 돈을 빌리는데는 신뢰가 필요한게 아니겠습니까.
맹렬성
23/02/25 19:29
수정 아이콘
서로에 대한 신뢰라...사생활 보장과 개인존중 문화가 확산될수록 사람간에 믿음은 줄어들수밖에 없죠. 옆집 김씨 숟가락 개수까지 파악하고 있던 과거 사회에서 서로를 더 믿을수있단건 너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반대로 현재 사회는 백년해로를 약속한 부부간에도 스마트폰 속 대화내용은 보여줄수없다는 사람들이 다수죠. 그저 하나를 얻은만큼 하나를 잃었다, 정도로 생각해야겠죠.
딸기거품
23/02/25 20:51
수정 아이콘
듣고보니 물리적으로 안심하고 쉴 수 있는 프라이버시한 공간이 작거나 없는 것도 중요한 요인인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고오스
23/02/25 19: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윗분 말씀대로 신뢰와 신용이 섞여서 아쉬운 부분이 있긴한데 글 전반적인 맥락에는 매우 공감합니다

한국사회는 개인간, 단체간 신뢰가 많이 사라졌고 그 결과 중 하나가 각자도생이죠

그리고 신뢰가 깨진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언론과 법조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야 더 말할것도 없고 법조계는 곽상도 아들 50억으로 설마하며 법조계를 믿던 사람들마저 대놓고 엿을 먹이면서 신뢰가 바닥으로 갔다고 생각합니다
딸기거품
23/02/25 22:3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게 바로 신뢰와 신용(돈)을 약간의 수수료만 내고 환전한 케이스죠.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든든한 자본금을 얻었으니 다시 자본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할거라는게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경규
23/02/25 19:51
수정 아이콘
공감되네요. 상대방에 대한 신뢰는 차치하고 나자신에 대한 신뢰, 내가 이 사회에서 꾸준히 쓸모있는사람일 수 있을까? 촤근 chatgpa에 더 심화되는 생각이네요.
딸기거품
23/02/25 21:01
수정 아이콘
네 챗gpt는 빠르긴 한데 자꾸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경향이 있죠. 다른 외물보다 스스로 믿는 게 어느때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23/02/25 19:57
수정 아이콘
추천 버튼 어디 갔죠 ㅜㅜ 정치탭 추천 없어서 아쉽......
평소 제가 하던 몇몇 생각들을 풀어 써 주신 느낌이라 잘 읽었습니다.
딸기거품
23/02/25 22:42
수정 아이콘
많이 엉성한 글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글 쓰면 좀 더 다듬어야 부끄럽지 않겠네요.
abc초콜릿
23/02/25 20:30
수정 아이콘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의 후속 실험 중에서 마시멜로를 주기 전에 과자를 주겠다고 해놓고서 약속대로 과자를 준 팀과 안 준 팀 간에 격차가 유의미하게 보였죠. 원본 실험과는 상황이 달라져 버려서 얻을 수 있는 결론도 여기서 달라졌지만 여기서 얻어낸 결론은 "부모도 자식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한번 어기면 신뢰는 수복하기 힘들다"라는 거였죠.

사실 각자도생 얘기는 최근에 나온 것도 아니고 한참 전부터 할 사람들은 하고 있거나 눈치 챈 사람들도 반사회적이라고 욕 먹을까봐 가만히 있었던 거지 이미 10년 전에도 알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었죠. 이미 1953년 이후에 만들어진 약속은 1997년에 완전히 깨져버렸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없을 거라 봅니다만은 그 이후로도 이미 깨져버렸음에도 어떻게든 주워담으려는 노력은 없었고 지금까지 이미 깨져버렸으니까 그냥 가루로 만들 사람들만 득실득실 했었던 거로 느껴집니다.
딸기거품
23/02/25 22:45
수정 아이콘
말씀만 들어도 깨진 신뢰를 다시 붙이는 것은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새로 신뢰를 구축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될것 같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소독용 에탄올
23/02/26 13:30
수정 아이콘
53년 이후 만들어진 약속 같은게 있긴 했는지가 문제 아니니가요.....

사기당한걸 부정할 수 없게 된 것이 97년 이후라고 볼수도 있는 일인지라....
23/02/25 21:16
수정 아이콘
그 사회의 신뢰성의 척도인 정치, 법, 언론의 신뢰도가 가장 바닥네요.
딸기거품
23/02/25 22:50
수정 아이콘
네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바닥이니 이제 반등할 일만 남은게 아닐까요?
고오스
23/02/25 23:18
수정 아이콘
주식에선 밑바닥 밑에 무저갱이 있다고 하죠

무작정 희망회로 돌리는게 가장 위험하다고 봅니다
23/02/25 22:0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신뢰 사회 강조 자체가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 효과를 가진다고 생각해서... 예를 들면 "적자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건보재정(혹은 국민연금, 전기, 난방, 대중교통...등 각종 사회 인프라들)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시스템 신뢰도 문제를 지적할수록 각자도생(사보험, 이민, 사적 품앗이망 구축...), 자력구제, 개인쉘터 마련 방향으로 이탈하는 개인들이 늘어나게 되고, 그럼 시스템을 신뢰하는 잔류자들에게 걸리는 시스템 유지보수 분담 비용이 상승하고 지속가능성 전망이 더 나빠져 신뢰도 이슈로 이탈자들이 또 늘어나게 되고 다시 피드백, 장기적으로는 정말로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의료민영화 체제 전환을 바라는 사람에겐 좋은 전략일 듯.) 비유하자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불황이 오고 있다고 믿기 시작하면 그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고 투자가 줄어들어 정말로 불황이 오는 것처럼. (그 경우 가장 크게 피해 보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불황이 오리라 생각하지 않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사람이겠지만, 불황에 대비한 사람들도 손해를 보긴 보죠. 크든 작든 모두의 손해.) 물론 사회적 신뢰는 공짜가 아니고 갈수록 비싸지고 있으며 사용하고 나면 다시 채워넣어야 하는 자산인데 한국은 그간 그걸 소홀히 한 업보 같기도...
실제상황입니다
23/02/25 22: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출산율을 비관하면 비관할수록 출산율은 더 나빠지는 효과도 비슷하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비관이 어찌 보면 한국사회의 본모습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그게 달리 말하면 세속성, 돈에 대한 맹목적 신앙, 냉소적인 현실주의, 효율지향 및 안전지향, 위험의식의 개발 등등이 아닌가 싶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충 살자. 아무렇게나 대충 살아도 적당히 행복하다는 그런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보구요.

https://cdn.pgr21.com./humor/470839
그러고 보니 예전에 유게에 올라온 이 글도 좀 생각나네요.
장기계획, 불확실성회피, 자유로운 영혼 지표 보면 확실히 한국은 그런 면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너무 획일적이고 다양성이 부족하고 틀에 맞춰지고 꽉 막힌 뭐 그런 사회가 아닌지...
딸기거품
23/02/25 23:00
수정 아이콘
눈에 잘 보이지 않아 환경 오염이나 지구 온난화가 문제가 된 것처럼 신뢰도 역시 지켜야했던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나 합니다. 누군가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소모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apidSilver
23/02/25 22: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후관계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 가끔 요즘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세속적이고, 이게 상호 신뢰의 붕괴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시시콜콜한 인터넷상의 농담에서도 그런 기류가 좀 보이는게, 문과밈이라던가, 외모나 돈만 있으면 인생프리패스~ 같은 거라던가, 자기가 감성적이지 않다는걸 자랑스레 생각하는 사회적 기류라던가, 뭐 그런거요. 뭐 그런 사고방식이야 충분히 가질 수 있는것인데, 문제는 세속적인것 보다 정신적인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선' 혹은 '도태' 취급하는 분위기가 너무 짖게 형성되어있다는거지요.

사회적 신뢰 붕괴가 세속화를 만든건지, 아니면 세속적인 한국인의 특성이 상호간의 끊임없는 의심을 만드는건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딸기거품
23/02/25 23:30
수정 아이콘
어떤 심리학 실험에 따르면 미담보다는 악담이 4배 빠르게 퍼진다고 합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도덕적인 이야기보다는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데 사람들은 과몰입하지 말고 현생을 살라고 말하죠. 저도 뭔가 악순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팍팍한 현실 커뮤니티 대신 인터넷을 선택한 만큼 현실을 좋게 만들어야 그런 분위기가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No.99 AaronJudge
23/02/26 00:58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너무 조롱이 많아요
실제상황입니다
23/02/25 22: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한국은 철학이 부족한 나라라고 하던가요?
윗분 말씀대로 문과밈 하나에도 그런 천박함이 묻어나 있죠.
얼마 전에 한국은 극단적으로 속물적인 국가라는 조사가 유게에 올라오기도 했었구요.
그렇듯 돈을 신봉하는 세속성과 수단 지향적인 태도가 한국을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도 맞겠지만요.
돈에 대한 신뢰만큼은 하여튼 최고인 사회.
딸기거품
23/02/25 23:54
수정 아이콘
인버스 2배의 인기와 부동산 폭락을 보면 그냥 돈보다는 달러라고 말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ㅠ
MissNothing
23/02/26 12:13
수정 아이콘
신뢰라는 말이 너무 포괄적으로 쓰이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저 신뢰 사회로 가고있다는 것 자체는 동의합니다.
전세계가 다 그렇지만, 한국은 유독 심한느낌이예요.
굳이 최근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선 입소문, 리뷰 등이 해외보다 훨씬 큰힘을 발휘한건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안군-
23/02/26 13:17
수정 아이콘
독재시절에 군부와 중정 등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거기 아부하고 뇌물을 먹이면서 성장한게 지금의 대기업들이고, 그 대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당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의 자손들이 여전히 사회 지도층, 엘리트, 고위층을 차지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신뢰가 그나마 이정도라도 남아있는게 더 신기한겁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020 [일반] 인간사 [2] 방구차야6499 23/02/27 6499 5
98019 [일반] 기록 2. [2] TheWeeknd7664 23/02/26 7664 3
98017 [일반] 인플레이션은 결국 화폐적 현상 : 그동안 도대체 돈을 얼마나 풀었길래? [37] 된장까스16119 23/02/26 16119 11
98016 [일반] 수영을 다시 시작하고, 55일간의 후기 [44] v.Serum13161 23/02/26 13161 10
98014 [일반] 요즘 본 영화 감상(스포) [1] 그때가언제라도6814 23/02/26 6814 0
98013 [일반] (스포)블루 피리어드 이거 수작이네요. [10] 그때가언제라도10471 23/02/26 10471 1
98012 [정치] 정순신 "수사 최종 목표는 유죄판결" 대통령실 관계자 "과거 정부는 민간인 사찰 수준의 정보 수집" [114] 동훈16566 23/02/26 16566 0
98011 [일반] 법으로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가해자 부모들 [43] 흰긴수염돌고래12551 23/02/26 12551 44
98009 [일반] 겨울 바람에 용과 같이 선인장에서 꽃이 피었군 [5] 라쇼10426 23/02/26 10426 6
98008 [일반] [팝송] 샘 스미스 새 앨범 "Gloria" [13] 김치찌개7959 23/02/26 7959 3
98007 [일반] 13년만에 친구랑 축구장 간 이야기 [3] 及時雨8302 23/02/25 8302 9
98006 [일반] 풋볼 1도 모르는 문외한의 풋볼 영화 4편 감상기 [28] 인민 프로듀서8333 23/02/25 8333 1
98005 [일반] 옛날 일본노래 이방인의 커버곡 영상들 [11] 라쇼10253 23/02/25 10253 5
98004 [정치] 모든 것은 신뢰의 문제? [28] 딸기거품14856 23/02/25 14856 0
98003 [일반] <스즈메의 문단속> - '다녀올게'라는 약속(최대한 노스포) [18] aDayInTheLife7835 23/02/25 7835 2
98002 [일반] 지상 최악의 교도소에 가다 : 사이프러스 교도소 / 인간의 교화는 가능한가? [18] 토루14187 23/02/25 14187 25
98001 [정치] 검찰 xxx부친 집도 대장동 범죄수익으로 동결 [105] 환경미화17435 23/02/25 17435 0
97998 [일반]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노는 요즘(2) [3] 닉언급금지7041 23/02/25 7041 1
97997 [일반] 심심해서 쓰는 무협 뻘글 2 [3] 具臣6549 23/02/25 6549 2
97996 [일반] 마법소녀의 33년 이야기 (2) : 70년대의 등장 1부, 토에이 대 전성시대 [8] 카드캡터체리20817 23/02/25 20817 13
97995 [정치] 정순신 국수본부장, '학폭 가해 아들' 전학 취소 소송에 가처분까지 [387] Odin30588 23/02/25 30588 0
97994 [일반] `22년 중국의 수출 대호황과 압도적인 무역수지 [39] 민트초코우유13222 23/02/24 13222 18
97993 [일반] 『더 세컨드 슬램덩크』에게 바라는 점 [19] 라울리스타10736 23/02/24 10736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