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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3/04 02:10:55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034178632
Subject [일반] <TAR 타르> - 음침한 심연과 케이트 블란쳇.(약스포)
처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먼저 떠올린 영화는 <위플래시> 였습니다. 그러니까, 음악 영화의 탈을 쓴 뭔가 음침하고 어두운 싸이코 스릴러에 가까운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고 해야할 것 같네요. 그리고 보고 온 이후는 저는 <위플래시>와 <나이트크롤러>가 떠오르네요.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타르'는 성공한 지휘자입니다. 인정받고, 커리어도 탄탄하고, 많은 것들을 가진 사람입니다. 동시에, 굉장히 음침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묘하게 말투가 몰아가는 경향이 있어요. 그냥 무난하게 넘어갈만한 대화였다고 받아들여지는데, 자세히 대화를 뜯어보면 이 사람, 뭔가 음침합니다. 가장 단적으로 영화의 초반부이자 후반부 몰락에 한 역할을 담당하는 강의 장면도 그렇고, 부지휘자를 자르는 장면도 그렇습니다.


동시에, 이 인물의 내면은 종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측면에서 이 사람은 악인이지만, 본인이 한 일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처럼도 보여요. 잠을 깬다던가, 꿈을 꾼다던가, 혹은 본인이 한 일에 대해서 무엇인가 아무것도 아닌 '척'하는 것이 눈에 띄는 모습이라든지요.


그리고 이 모든 모습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로 표현됩니다. 그러니까, 뭔가 '압도적'이라든가, 혹은 다른 엄청난 수식어로 연기를 표현하기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고, 이 기묘하고 알 수 없는, 그러니까 완전한 확신범도 아니지만 우발적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 그 인물을 케이트 블란쳇이 그려냅니다. 그 기묘한 접점을 집어내는 묘기를 선보입니다.


영화의 톤은 그런 점에서 매우 차분하고 가라앉아 있습니다. 섣불리 지적하거나 혹은 동조하지 않아요. 오히려 굉장히 냉담하고 건조합니다. 이런 부분이 영화 상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 애매한 지점 같아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앞서 언급한 두 영화와는 달리 확신에 차있는 소시오패스라기엔 애매합니다. 그렇다고 인물이 완전히 무고하지도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영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쉽사리 내리긴 쉽지 않습니다. 뜨겁지 않고, 외려 차갑다에 가까운 시선에서, 음침한 심연을 그저 바라보는 영화에 가깝습니다. 위기에 처한(at risk, krista) 주인공에게 어떤 성취도, 어떤 가능성도 보여주지 않지만, 동시에 완벽하게 몰락한 결말이라기도 애매하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단순히 '좋다 나쁘다'의 개념으로 접근하긴 애매합니다. 감정적으로 동조하기 힘든 인물과 감정적으로 거리감을 두는 영화이기 때문에요. 하지만, 그 모든 상황에서도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말 그대로 일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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픨뤼릐야
23/03/04 10:42
수정 아이콘
영화에 대해 여러 부분 동의되는 해석이네요.

죄책감에 대한 부분은 영화속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자신이 불타는 꿈이라던지, 일그러진 자화상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괴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표현된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를 한줄로 줄이자면 '장엄하게 내리꽂는 마에스트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강하는 구도는 시작과 함께 시작된 엔딩 크레딧으로도 추측할 수 있다고 봅니다. ^^
aDayInTheLife
23/03/04 11:09
수정 아이콘
천천히 젖어드는 음침함이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거기에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완벽하게 타락하지도, 완벽하게 몰락하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인물의 상황을 정확하게 집어 올린 거 같은 연기였습니다.
말다했죠
23/03/04 11:23
수정 아이콘
보고 싶은 영화인데 근처에 개봉관 찾기가 쉽지 않네요
aDayInTheLife
23/03/04 11:24
수정 아이콘
저도 근처에 하루에 한 번 하더라구요..
Miles Davis
23/03/04 12:06
수정 아이콘
갠적으로 주인공의 이름 자체가 영화의 주제를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TAR(타르)라는 이름은 RAT이랑 ART로 나타날 수 있죠. 들쥐처럼 더러운 인물이면서 예술처럼 우아한 인물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픨뤼릐야
23/03/04 12:37
수정 아이콘
오 그렇게 생각 할수도 있네겠네요. 좋은 포인트네요
aDayInTheLife
23/03/04 12:49
수정 아이콘
양면성을 잘 짚어주셨네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Arya Stark
23/03/04 13:32
수정 아이콘
크 당장 영화보러가게 만드시네요.
23/03/04 14:47
수정 아이콘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보고싶어해도 관심 별로 없었는데 보고싶게 만드시네요 크크. 블랙스완 보고 강박증이 도져서 ‘내가 이 돈을 주고 트라우마 다시 체험하러 왔는가’ 떠올리던 기억이 납니다.
aDayInTheLife
23/03/04 15:58
수정 아이콘
아앗.크크 비슷한 카테고리로 묶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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