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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8/05 18:17:46
Name 상록일기
Subject [일반]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 (수정됨)
매해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생명체는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의 질병을 옮기는 모기라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사람에게 위협적인 종은 다름 아닌 같은 인간으로, 매년 세계적으로는 40만명 이상, 국내에서는 300여명 가량이 타인에 의해 목숨을 잃습니다. 살인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알프스 산맥에서 미라로 발견된 외치는 5천년 전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으로 추측되며, 4천년 전의 성문법인 우르남무 법전과 함무라이 법전에도 살인을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존재합니다. 작가 이영도의 말처럼 살인자는 살아남은 이고 피해자는 죽은 이이니 우리 모두는 피해자보단 살인자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0만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제 호모 사피엔스 선조들의 역사에 살인자가 없길 기대하는 것은 망상일겁니다.

어떤 살인자는 익명 속에 숨어 우리가 알 수 없지만, 또 어떤 이는 우리가 그의 존재를, 삶을 대략적으로나마 기억하기도 합니다. 1977년 광주 무등산에서 판자촌을 철거하던 공무직 남성 4명을 살해한, 일명 무등산 타잔으로 불리는 박흥숙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박흥숙은 빈한한 집안 출신으로 총명한 머리에도 불구하고 학비를 구할 수 없어 중학교를 입학하지 못하고 국민학교만을 졸업합니다. 그의 가족은 무등산 자락의 판자촌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 박흥숙은 열악한 사정에도 열쇠수리공으로 일하며 돈을 모으고 그것으로 고시를 준비합니다. 사회경제적 지위의 밑바닥에 있으면서도 체제 내에서의 신분 상승을 꿈꾸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판자촌을 철거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완전히 바뀝니다. 그들은 판자촌에 불을 지르며 사람들을 내쫓았고, 박흥숙은 분개해 그들을 살해합니다. 물론 박흥숙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고 피해자들은 공무집행 중 황망한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다만 그의 삶에 그가 살인자로 전락하지 않았을 분기점들이, 피해자들이 그런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 하지 않았을 지점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가 빈곤한 형편에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었고, 주거가 제공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다 못해 철거 과정에서 방화가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못했습니다.

또 다른 살인범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1992년, 여대생 김보은은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고 강도를 당한 것으로 위장합니다. 이는 얼핏보면 폐륜행각에 불과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하고 달랐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검찰 공무원이었던 의붓 아버지에게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했고, 성년이 되어서도 이런 범행이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의붓 아버지는 대학을 다니는 그녀를 자신의 곁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구속했습니다. 이혼을 요구하는 어머니를 위협했습니다. 검찰공무원이라는 사회적 지위는 모녀에게 법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해결책이 못된다고 생각토록 했습니다. 그녀에겐 극단적인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느껴졌을 겁니다. 그녀에게 더 지혜로운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범죄자들이 범죄자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지점들을 되집어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살인범들이 어린 시절 아동학대를 당했거나 범죄의 피해자였음을 증언합니다. 삶의 처음부터 그들을 괴롭혔던 빈곤함에 대해 말합니다. 신창원과 유영철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잦은 폭력을 당했고, 미국의 여성 연쇄살인자 아일린 워노스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하고 강간을 당해 임신합니다. 이들이 어린 시절 양육권자로부터 분리되고 정상적인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삶은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그들은 가해자가 되지 않았을 수 있고,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꿰어 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908년 미국에서 일어난 스티븐스의 사살은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침탈과 스티븐스의 행적을 알지 못한다면 유색인종에 의한 백인의 죽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맥락을 아는 우린 그렇게 평하지 않습니다. 1950년대 알제리에서의 프랑스인들에 대한 총격과 폭탄테러, 1970년대 IRA의 영국 정부요인들에 대한 암살, 1990년대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역시 미시적 관점에서 보느냐, 거시적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이 달라질 것입니다.

최근 인터넷의 사건사고란을 보면 보이는 댓글들이 있습니다.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마라" 이 문장은 사건을 정당화하지 말라거나,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쓰인 것일 수 있으며 이런 부분에 있어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다만 어떤 이들은 "알빠노?"란 입장에서 그냥 자신은 돌만 던지고 싶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문과 방송의 지면과 분량을 할애해 가해자의 삶에 대해 분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후자의 태도가 앞으로의 범죄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지 회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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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카이사르
23/08/05 18:27
수정 아이콘
음 근데 그래도 피해자 나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가해자에게 동정이 갈만한 것들은 보도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부분은 위정자 전문가 관련인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을까여?
상록일기
23/08/05 19:03
수정 아이콘
학술적인 연구를 넘어 정책적 입안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국민 다수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의 형성과 공론장에서의 논의를 위해선 사건의 개요와 사건 관계자들에 관해 대중이 인지할 수 있을 수준의 정보제공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3/08/05 19:26
수정 아이콘
밑에 분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국민다수의 공감대 형성 전에 예비 범죄에 대한 억지력이 떨어지는 것도 걱정되서요. 미디어는 엄벌을 말하는게 훨씬 사회적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VictoryFood
23/08/05 18:28
수정 아이콘
저는 앞으로의 범죄 피해를 줄이는게 중요한 형법 정신이 우선 순위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톡까놓고 이미 피해자는 피해를 입었지만 그건 어절 수 없는 일이고 우리는 나중에 우리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말이잖아요.
지금 피해입은 건 내가 아니니까요.
피해자 보상은 되면 다행이고 안되면 뭐 어쩔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구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피해자의 치유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회가 가해자에게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해놓고 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피해자는 두번 사회에서 버려진다고 느낄 겁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내가 피해를 받았을 때에도 사회에게 버려진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건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겠죠.
김파이
23/08/05 21:28
수정 아이콘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피해자에게 감정적 위로 말고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제3자에게 통쾌함만 주는 용도로 사용되지요.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더 집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VictoryFood
23/08/05 21:42
수정 아이콘
감정적인 위로라도 해주나요?
실질적인 지원이랍시고 뭘 해주는데요?
거부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다 를 모든 피해자에게 줄 예산이라도 있습니까?

상당수의 피해자는 내가 잘못해서 피해를 입었고 그로인해 가족에게도 피해를 줬다는 생각을 한다더군요.
피해자 가족도 내가 잘못해서 내 가족이 피해를 입었고 회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구요.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하면 피해자(가족)는 스스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만찐두빵
23/08/05 18:33
수정 아이콘
이은석 살인 사건을 다룬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를 보면 범죄자라도 개개인의 사연이 있고 몇몇은 참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만 이번 서현역 사건을 글쎄요... 그 사람이 DC에 쓴글들 보면 그냥 일본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일본팬이 해까닥해서 칼질 한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23/08/0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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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 범죄 나름이죠로 요약할 수 있지 싶습니다.
길게 예로 드신, 그래서 공감을 살 만한 사례는 다 무차별 범죄가 아니네요.
군령술사
23/08/05 18:50
수정 아이콘
묻지마 범죄 중에도 공감이 가능한 사례가 있습니다.

여의도광장 차량질주 사건
https://namu.wiki/w/%EC%97%AC%EC%9D%98%EB%8F%84%EA%B4%91%EC%9E%A5%20%EC%B0%A8%EB%9F%89%EC%A7%88%EC%A3%BC%20%EC%82%AC%EA%B1%B4

...
1970년 충청북도 옥천군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김용제는 어릴 때부터 시각장애(약시)를 가지고 있었지만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국민학교 때 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갔고 몇 년 뒤에 아버지마저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그것도 김용제의 눈앞에서 자살했다고 전해졌다. 이후 시각장애와 소극적인 성격으로 집단따돌림을 당했는데 결국 국민학교만 졸업했다.
그리고 칼을 지니고 다니다 '강도 예비 음모'로 체포되어 교도소에서 3개월간 복역한 적도 있다. 시각장애로 인해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지 못해 서울과 부산에서 중국집 배달원, 멍텅구리배 선원, 나이트클럽 웨이터 등을 전전했으며 급여 또한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마지막으로 다니던 화곡동의 양말 공장에서 해고된 뒤 범행을 저지를 마음을 먹었다.
...

아이까지 죽였으면서도 반성하지 않은 살인마지만, 사정을 들은 유치원생 희생자의 할머니는 탄원서를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23/08/05 19:06
수정 아이콘
아무리 그래도 저는 무차별 범죄는 공감이나 동정이 안가네요.
피해자들이 본인 불행에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23/08/05 19:18
수정 아이콘
이 사건은 저도 피해자라... 중학교 2학년 때였고 학교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자전거 탄 상태에서 하늘로 날아갔던 기억이 나네요. 프라이드로 지금은 여의도공원이 되어있는 당시의 여의도광장 끝에서 끝까지 질주한 건데 그나마 전 KBS쪽 그러니까 범인이 출발한 지점 쪽에 가깝게 있어서 속도가 덜 붙었을 때 치인거라 부상이 덜했습니다.
그 때도 신문을 비롯한 언론들에서 범인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꽤 많은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상당수의 부상자를 비롯한 죽은 사망자 2명이 모두 아이였고 그래서인지 동정 여론이 확산되진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와 함께 병원에 누워있던 사람들 중에도 심각한 장애가 남은 분들도 있었고 거의 보상조차 못 받아서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화를 내는 걸 기억하고요. 확실히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피해를 받은 경험이 커서인지 동정심을 느끼고 용서하는 게 쉽진 않네요.
군령술사
23/08/05 19:28
수정 아이콘
아이고, 큰 일을 겪으셨었네요 ㅠㅠ
저 희생자의 할머니가 특이하신 거지,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용서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사건을 떠올리게 해서 죄송하고, 댓글을 삭제하길 원하신다면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23/08/05 22:43
수정 아이콘
괜찮습니다. 워낙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전 어려서 그랬는지 후유증도 거의 안남았으니까요.
언론에서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면 언론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주위 사람을 도와야한다는 경각심을 줄 수는 있다고 봅니다. 내가 돕지 않은 주변인이 폭주했을 때 나 또는 내 가족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에 대한 보험으로라도 최소의 도움은 줘야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내가 직접 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겠다는 여론은 형성이 될테니까요.
다만 본문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후진국, 중진국 수준이었던 과거의 사례들이 기본 의식주의 측면, 말 그대로 먹고사는 문제의 한계에 도달한 사람들의 증오 범죄였다고 한다면 선진국에 진입한 현재의 고독한 늑대 스타일 범죄들은 충족되지 않는 정신적 측면에 기인하는 경향이 늘고 있어 이들을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가 더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23/08/05 19:34
수정 아이콘
저로서는 너무 공감하기 힘드네요….
애플댄스
23/08/05 18:56
수정 아이콘
김보은 사건은 TV프로그램 범죄의 재구성을 보고 알게 되었네요.
군령술사
23/08/05 18:57
수정 아이콘
저도 인간이 괴물로 바뀌는 일이 되풀이 되는 걸 줄여나가기 위해, 범인의 스토리를 복기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나도 그런 심연에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해요. 스토리를 복기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리검
23/08/05 18:58
수정 아이콘
어제 글과 비슷한 스탠스의 내용인데
솔직히 썩 공감가진 않아요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글에서도 안중생씨의 소시민적인
약간 비겁하다 말할 수 있을 정도? 의 행동을 예시로 들어
갑자기 내가-우리가-무차별 살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던건
그저 환경이나 기타 요소가 충족되지 않은 데 따른 운빨이다
식으로 점프하시더니

이 글에서도
여러 범죄중에서도 특히 사연많은 아주 특수한 사례를 예로들어
범죄의 원인을 환경이나 시스템에 전가하지 말라는
전반적인 주장에 대해 반박하시네요

아랬글 제목에 대한 제 입장을 여기 적어보자면
전 당당하게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전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고
일제시대에 태어났다면
비겁하게 체제에 순응하거나 소극적 부역? 은 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같은 민족을 팔아 영달을 누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금보다 환경이 더 안좋았더라도
지금보다 한심하고 망가진 삶은 살았겠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칼부림을 하는 광인이 되지는 않았을 거구요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습니다

영웅이나 독립운동가 의인이 아니라고 해서
소시민 혹은 자신에게 크나큰 상처를 준 자에대한 보복을 한 자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무차별 범죄자가 같은 카테고리에 묶일 이유는 없습니다
상록일기
23/08/05 19:11
수정 아이콘
(비꼬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만약 그리 느끼셨다면 전적으로 저의 표현력 부족 때문입니다) 수리검님의 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저 스스로에게 그렇게 확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레드빠돌이
23/08/05 19:20
수정 아이콘
지금의 내가 친일파가 되지 않을걸 확신할 수 있는건 독립한다는 미래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switchgear
23/08/05 19:27
수정 아이콘
그건 님의 사고 방식인거고요
레드빠돌이
23/08/05 19:41
수정 아이콘
네 저는 내가 경험하지 않는일에 확신은 못합니다
작은대바구니만두
23/08/05 21:40
수정 아이콘
자신의 현재 상태, 자신의 가능성, 바꿔 말하면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 두려움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가가 명상의 주제 중 하나이긴 합니다.
티아라멘츠
23/08/05 22:58
수정 아이콘
제가 친일했을지 아닐지 저는 모르겠네요.
인간실격
23/08/05 18:58
수정 아이콘
가해자에 대한 서사를 부여하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잘못된 서사를 부여하는 건 사회적 비용만 부가적으로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죠.

이번 서현역 사건에 서사를 부여하자면 오랜 시간동안 이어진 대책없는 장애인의 비시설화-정신장애인 강제입원 금지화 레토릭으로 인해 꾸준히 증가중인 정신장애인 범죄의 한 부분이라 볼 수 있겠구요. 처음에 인권위 이야기 관련해서 굉장히 불편해하시면서 복지만 늘려야된다 주장하시는 분들 계시던데 이런 점은 전혀 말씀 안 하시더라구요?

문제를 제기하려면 속사정을 정확하게 들여봐야 한다는 큰 그림에는 동의하지만, 글의 의도대로 방향성이 잡혀질지는 의문이군요.
상록일기
23/08/05 19:15
수정 아이콘
말씀에 동의합니다. 국립법무법원 정신과 전문의가 조현병 환자의 강제입원을 까다롭게 변경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우려를 표하는 글을 읽은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문의의 판단이 아니라 법원의 판결로서 정신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강제입원 시키는 방안이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정신증 환자의 권리와 사회적 안전 가운데서 제도적으로 적절한 위치를 찾아가길 바랍니다.
레드빠돌이
23/08/05 18:59
수정 아이콘
궁지에 물린 쥐가 물때는 고양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게 아니죠..
서사를 [부여]할 필요없지만 서사를 알아보는건 필요하죠
계층방정
23/08/05 19:03
수정 아이콘
피해자 비난과 피해자다움이라는 주제가 있습니다.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이상적 피해자상을 그려놓고 그렇지 않은 피해자는 비난하고 심지어 피해자임을 부인하기까지 하는 현상을 다룹니다.
가해자 서사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상적 피해자라는 편견을 버리지 않은 채 가해자 서사에 집중하는 것은 피해자 비난으로 빠질 수 있어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록일기
23/08/05 19:08
수정 아이콘
말씀에 동의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원조와 지지는 모든 사건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가 다시금 사회로 복귀하고 타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은 필수적이고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피해자가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도록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 역시 중요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이런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대바구니만두
23/08/05 21: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가해자 서사를 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어디까지나 무차별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독립적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단지 그날 같은 공간에서 만났을 뿐이기에, 각각의 서사를 따지는 것이 반대쪽을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은 비약이 됩니다. 이런건 보통 서로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에서나 먹히는 이야기가 되죠. 복수할만했네. 죽은놈이 잘못했네 등 말입니다.
밀리어
23/08/05 19:07
수정 아이콘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뺏는 살인자의 가정환경이나 사정은 알 이유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했던 과거가 있으면 그건 나쁜거니까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원한이 있다한들 살인으로 이어지는것도 방법이 잘못됬습니다. 게다가 제3자에게까지 살인을 저지른다면 사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비역슨
23/08/05 19:1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만, 본문의 열거해주신 사례들을 다룬 기사에서 사람들이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소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단독] 서현역 ‘외톨이 테러범’은 영재 출신…특목고 진학 실패에 정신질환 겹치며 비뚤어져
-> 이런 수준의 내용들로 이루어진 '서사 부여하기'를 본문의 사례들과 동격에서 논하는건 애초에 무의미하지 않나 싶습니다.

진작부터 정신과 치료가 선행되어야 했다거나 어떤 식으로 예방될 수 있었나를 다루는 내용이라면 말씀하신 대로 가해자의 삶을 분석하는 취지가 있겠습니다만, 솔직히 범죄자의 서사를 다뤘다는 보도들 중의 상당수는 위의 서현역 사건 보도 내용 같은 수준이죠
상록일기
23/08/05 19:16
수정 아이콘
댓글 감사하고 동의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보도가 신변잡기와 흥미 위주로만 흘러가고 기자들이 무분별하게 받아쓰는 것이 아쉽습니다.
valewalker
23/08/05 19:14
수정 아이콘
제목 보고 김구 암살자 안두희 살해하고 3년형 선고받은 뒤에 삼일절 대사면으로 1년 4개월만에 출소한 박기서가 젤 먼저 떠올랐네요.
만찐두빵
23/08/05 19:2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론 존속살해범인 이은석군이 가장 빨리 생각났습니다. 부모님에게 평생을 학대받았고 그 광기로 인해서 결국 부모를 죽인 아들이죠
-안군-
23/08/05 19:44
수정 아이콘
사실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차 있습니다. 착하고 올바르게 살아왔다고 해서 반드시 복을 누리는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살아가는 사람이라 해서 천벌을 받는 것도 아니죠.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를 우리는 더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선량한 사람이 먼저 피해를 당하고, 악한 사람이 이득을 보는 모습을 말이죠.

그러나, 종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철학과 윤리가 케케묵은 헛소리처럼 여겨지는 지금 시대에서도, 사람들은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믿음"은 버리지 않고 있고, 권선징악의 서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것은, 세상이 그런 논리로 돌아가야만 인간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범죄자에 대한 서사부여는, 그것이 권선징악의 형태를 가질 때에만 유효해집니다. 범죄는 악한 것이고, 악한 일을 저지른 자가 우리 사회에 다시 녹아들어 잘먹고 잘 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언더도그마 혐오, 누칼협, 알빠노, 각자도생의 메타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원칙조차 허물어지는 모습도 종종 목격됩니다. 남한테 피해를 주건 말건 법적으로 문제만 없다면 하고싶은 건 다 해도 된다는 논리나, 걸리지만 않으면 상관없지 않냐는 논리, 심지어는 범죄 피해자들을 오히려 조롱하는 등의 행태가 커뮤니티나 SNS을 통해서 많이 보여지죠. 특히나 어린 학생들과 얘기하다 보면 약간은 그런 논리에 더 기울어져 있는 모습들도 많이 보여요. 그리고 우린 모두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룰루vide
23/08/05 19:52
수정 아이콘
서사도 가해자 피해자간의 이해관계가 있던지 아니면 생계를 위해서 했는지의 제한된 영역에서만 따질수 있는거지
뮫자마 총기난사나 칼부림사건에 적용되는것은 웃긴일이죠
23/08/05 20:14
수정 아이콘
사회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거고 그러니 그 책임을 사회가 교화라는 형태로 지는거죠.
복잡한 걸 이해하려하지 않고 간단하게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게 맞는건가 싶습니다.
사형,극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칼부림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처나 사람들의 반응도 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걸로 사회안전망 운운하는 것도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인데 말이죠.
지나가던S
23/08/05 20:22
수정 아이콘
유영철 때도 밖에 어떻게 돌아다니냐. 무서워서 어떻게 하냐. 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죠.
이번에 일어난 사건들도 시간 지나면 그런 일들이 있었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방범만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요.
지나가던S
23/08/05 20:2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시는 바가 맞고 저도 공감하지만...
실제론 이뤄지기가 너무 힘든 일이죠. 범죄자 서사를 얘기하면 반드시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무조건 틀렸다고 하기도 힘듭니다.
반대로 범죄자 서사를 얘기하는 것자체가 틀렸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소리죠.
현실은 소설이 아니고 소설 같은 사이다는 소설에서만 찾아야 하는 법이지만, 그게 쉽게 되나요.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들만 그렇게 하는 거죠.
강제할 수도 없는 문제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범죄자 서사.
즉, 왜 이런 범죄자가 일어났는가는 법을 만드는 사람들과 집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쓰고 봐야 하는 문제인데...
뭐, 다들 제각각 느끼는 바가 있을 겁니다.
작은대바구니만두
23/08/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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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얼마든지 무차별 살인마가 될 수 도 있다는 점을 평생 깨닫지 못하고 가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는 법이니까요. 과연 그간의 무차별 살인마들은 자신이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이나 해봤을까요.
룰루vide
23/08/0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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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죄도 있고 그런 범죄를 영웅시 하는경우도 있다죠...애초에 사고방식이 다른데 자신도 그렇게 될수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죠
작은대바구니만두
23/08/0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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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태에서 갑자기 범죄자가 되는 시나리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룰루vide
23/08/0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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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도 결과는 갑자기 되는것뿐이지 사전증조는 꾸준히 있는것입니다
그리고 님이 말씀하신것과 제가 말한 경계를 구분할수 없는경우도 있습니다
작은대바구니만두
23/08/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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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나 글쓴이님이 이전글에서부터 말하는 것은 저 사람의 인생 일부를 내가 동일하게 경험했다고 했을때, 과거로 점점 나아가 dna와 인생 전체를 치환한다 하더라도 나는 저 사람과 다르게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런 경험을 겪지 않았으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내가 겪는 경험의 정도에 따라 나는 어떤 방향으로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이번 칼부림 사건 중 하나는 영재고 못간 이후로 조현병에 걸렸다고 나와있는데, 과연 그 이전인 중학교때부터 심각한 수준의 사전증조가 있었을까요? 자신이 무차별 살인마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을까요? 중학생이던 그 때의 아이는 저희랑 얼마나 다르기에 그렇게 쉽게 구분짓는게 가능할까요?
룰루vide
23/08/0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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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차별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대야할까요..?
그들도 자신이 무차별 살인마가 될거라 생각안했을텐데...근데 그게 무슨상관일까요?
내국인이 무차별범죄를 저질러도 외국인이 무차별범죄를 저질러도 둘다 마찬가지로 서사는 별로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은대바구니만두
23/08/0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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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국인을 구분해야할 이유가 있나요?
제 댓글이 부족하다면 아래 nacht님의 댓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범죄자의 서사가 왜 중요한지 조금 다른 방향이지만 동일한 맥락에서 충분히 설명되어 있어요.
The)UnderTaker
23/08/0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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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사례같은 경우 말고는 범죄자의 서사를 알필요도 부여할필요도 없죠. 전문가들이야 당연히 분석해서 시스템보완과 범죄예방 빠른검거를 위해 분석할 필요가 있는거고요.
대다수의 범죄들은 보통 돈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그외 원한관계, 지속적인 피해등등을 제외하고 무차별 난동범죄류는 일반인은 실행은 커녕 상상조차 못하는게 일반적이죠.
내년엔아마독수리
23/08/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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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칼부림 사건 범인한테 뭐 서사라고 할 게 있는지 모르겠네요.
금수저 집에서 태어나서 중학교 때까지 멀쩡하게 살다가 영재고 못 가서 조현병 걸리고 흑화했다...라는 건데, 뭐 동정도 안 가고 공감도 안 되고
23/08/0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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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댓글타래를 쭉 읽어보니 좀 본문에 대해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해석입니다만, 본 글의 결론은 [그래서 가해자를 동정 or 공감하라는 말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게 아니다] 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결국 이유가 어찌되었든 무차별 살인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살인 혹은 연쇄살인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인 게 맞고, 이를 저지른 피의자들은 죗값을 치뤄야 합니다. 물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케어도 동반되어야겠구요.

그럼 뭐가 말하고 싶냐라는 점이 문제인데 [가해자의 서사에 대해 동정을 해라] 라는 게 아니라, [가해자의 서사를 참고해서 이를 예방, 미래에 이런 일이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자] 라는 게 본문 작성자분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 아닌가 합니다. 아래 몇몇 예시를 들겠습니다만, 진짜 역사에 안좋은 의미로 이름을 남긴 시리얼 킬러들의 사례를 보면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은 성장과정에서 범죄자가 될 만한 환경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이하 아래 예시에서는 해당 범죄자들의 행각에 대해 피치못하게 잔인한 묘사가 있습니다. 이런 표현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의바랍니다]




1. 찰스 맨슨: 아마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살인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유명 락스타(이젠 좀 한물간 양반이지만) 마릴린 맨슨의 예명 중 패밀리 네임이 바로 이 찰스 맨슨에서 따온 이름이죠. 영화감독 로만 폴린스키의 아내를 포함 당시 현장에 있던 전원을 맨슨 패밀리와 함께 잔혹하게 살해한 범죄자인데, 맨슨의 성장과정을 보면 어머니는 알콜중독자였고, [맨슨의 훗날 증언에 의하면 창녀]였다고도 합니다. 기르던 어머니와 삼촌은 강도짓을 벌이다 체포당하기도 하고, 어머니가 맨슨을 맡긴 카톨릭계 수도원에서는 교육을 빙자한 구타를 일삼았습니다. 또 그 후 절도행각 끝에 붙잡혀 들어간 소년원에서는 [맨슨의 주장에 따르면 수형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2. 앨버트 피쉬: 수많은 어린아이를 유괴, 강간하고 살해한 뒤 식인행위까지 일삼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입니다. 피쉬의 성장과정도 범상치 않은데, 어머니는 경계선 지능장애에 삼촌은 조증, 큰형과 누나도 정신병을 앓고 있었고 피쉬 자신은 어머니에 의해 강제로 보내진 고아원에서 구타와 공개 자위행위 강요를 당하는 등 학대받다가 결국은 [학대를 통해 쾌감]을 느끼기에 이릅니다. 또 고아원에서 부모에게 되돌아간 뒤 얼마 안되어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머리에 심각한 상처]도 입습니다.

3. 에드워드 "에디" 게인: 공식적인 피해자는 두 명입니다만 그의 집에서 수십구의 사체가 발견되는 등 정확한 범죄규모는 불명인 범죄자로 네크로필리아이기도 합니다(시체성애). 게인은 어릴적부터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고 자랐는데, 스스로의 성기에 침을 뱉으라고 하거나 ["성욕은 인간의 원죄" "여자들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악마의 꾐에 넘어가는 것이다"] 등등의 지식을 주입시키며 게인을 학교에서 왕따당하게 만듭니다.

4. 제프리 다머: 밀워키의 식인종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연쇄살인범입니다. 다머의 경우는 그나마 위 세 명보다는 가정환경은 좀 나았기는 했습니다만, 역시나 그의 성장과정을 돌아보면 위험요소가 존재했습니다. 어머니는 다머를 임신중인 상태에서도 정서불안을 이유로 모르핀 등을 과다복용했고, 출산 후에도 우울증에 시달리며 [아들을 방치했습니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집에 거의 없었던 관계로 다머는 [유년시절 거의 방치된 상태로 성장]했으며, 7~8세 되던 즈음부터는 부모의 부부관계가 파탄이 나면서 [매일같이 부모의 부부싸움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어지간한 심각한 수준의 범죄자들의 경우, 그 성장과정에서 이미 대부분의 경우 범죄자가 될 만한 환경요건이 존재했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다시피 위에 예시로 든 찰스 맨슨, 앨버트 피쉬, 에디 게인, 제프리 다머는 환경적인 요인이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저지른 범죄행각이 용서되는 건 아닙니다. 그들은 죗값을 치뤄야 했고, 찰스 맨슨의 경우는 결국 감방에서 생을 마감한 바 있습니다. 이들이 이런 서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동정하거나 정상을 참작해 줘야 할 이유는 단 1도 없습니다만, 이런 이들의 서사를 파악해서 앞으로 비슷한 처우의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가해자의 서사를 들여다보는 것도 일정한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록일기
23/08/06 08:56
수정 아이콘
정성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써주신 내용 구절구절 동감합니다
헝그르르
23/08/06 08:55
수정 아이콘
제 가족이 살해 당했고 사형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정말 악독하고 잔인한 가해자가 감옥에라도 살아 있다면 매일 매일이 괴로울거 같네요.
이보다는 서사?가 있는 가해자가 있는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도 있을거 같아요.
작은대바구니만두
23/08/06 14:16
수정 아이콘
참된 구원은 응보가 아닌 범죄자의 참회와 그에 따른 용서라는 이야기도 그래서 존재하는거죠. 이를 위해서는 범죄자의 의식이 한 단계 상승해야만 자연스러운 일인데, 사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건 응보가 아니라 교화라는게 모두에게 힘든 부분이죠.
바이바이배드맨
23/08/06 09:48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봤습니다 쉽지 않은데 이런 글 감사합니다
23/08/06 09:53
수정 아이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예방책 논의 차원에서 분석은 가능하다 정도로 봅니다.
First love again
23/08/06 11: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두 가지 이유에서 살인마의 서사를 자세히 조명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네요
첫째로는 본문과 댓글에 나와있듯 어떤 후천적 요인이 살인마를 탄생시키게 되었는지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이고
둘째로는 가정, 학교, 사회에서 지금 이 시각에도 유무형의 폭력을 통해 예비 살인마들을 양성하고 있을 쓰레기들에게 나도 까딱하면 살해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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