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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0/09/03 16:18:43 |
Name |
BK_Zju |
출처 |
15년째 사라진 10위안의 행방을 찾고있는 나의 머리속 |
Subject |
[유머] 사라진 10위안 |
중국 대학교 유학시절이었다.
가난난 한국 유학생 + 이명박&서브프라임 사건으로 위안화 환율이 130원대에서 최대 240원대로 올라갔던 그 절망의 시절.
한국에서는 똑같은 비용의 용돈을 줬지만 내 손에 들어온 RMB 위안화는 거의 1/2로 줄어있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매일매일 가계부를 기록했고 절대로 한턱 쏘는 행동은 없이
사소한것 하나까지도 더치페이를 주장했던 나 비케이...
그래도 한달에 한번 한국 음식점에 가서 삼겹살을 먹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었다.
평소에는 한끼에 4~5위안 (현재 한국돈 680원~850원)의 학식만 먹는 불쌍한 신세였지만
이날 만큼은 1인분 20위안 (현재 한국돈 3400원)의 삼겹살을 먹으리라!
나는 아는 한국인 형과 버스 1위안 (170원)을 내고 한국 음식점으로 갔다.
2위안 (340원)이면 에어컨이 있는 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1위안 에어컨 없는 버스를 탔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더치를 하는 개념인이었기에 각각 1위안씩 내고 버스를 탔다.
장정 2명이서 삼겹살 2인분 = (40위안)을 먹었다.
솔직히 2인분으로 배는 안차지만 추가 공기밥+된장찌개가 공짜로 나오는 것을 노리고 공기밥 2공기를 먹으며 배를 채웠다.
나름 만족한 식사였다.
2명이서 (40위안)을 먹었으니, 1인당 20위안을 내야겠지.
근데 우리 둘다 잔돈이 없이 100위안 1장만 가지고 있었다.
서로 눈치를 본다. 누가 100위안을 낼것인가!
물론 지금 누군가가 먼저 100위안을 내고 40위안을 계산하고, 나중에 그 형을 따로 만나서 20위안을 돌려 받으면 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있다. 앞으로도 계속 볼 사이다.
그럼에도 100위안을 선뜻 내밀기는 쉽지 않고 정적이 약 10초정도 있었다.
결국 내가 100위안을 내고, 그 형에게 "나중에 20위안 주세요" 라고 흔쾌히 말했다.
20위안 언제 돌려 받을수 있을까.. 머리속에는 그 생각&걱정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태연한척 했다.
기숙사로 돌아가려니 시간이 늦어서 버스가 끊겼다.
아차.. 삼겹살에 너무 감동하느라 버스 끊기는 시간을 착각하다니... 걸어거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고
어쩔수 없이 택시를 탔다.
택시 기본요금 10 위안에서 계속 요금이 오른다... 11위안 -> 12 위안 -> 13위안...
결국 20위안까지 오른 상황에서 택시는 기숙사에 도착했다.
밥을 40위안 먹었는데 택시비가 절반인 20위안이 나왔다.
눈물이 나왔다.
삼겹살 더치비용 20위안도 언제 받을지 모르는데 택시비가 또 이렇게 20위안이 나오다니.....
20위안.... 응?
택시비가 20위안이네. 어차피 내가 이 형한테 20위안 받아야 하고, 형한테는 아직 100위안 지폐가 남아있다.
그래서 형한테 말했다. "형이 삼겹살 20위안 저한테 줄거 택시비로 내면 되겠네요"
그 형은 알겠다면서 택시비 20위안을 냈다.
오늘의 더치는 깔끔히 끝났다.
기숙사로 돌아왔다.
언제나 처럼 가계부를 썼다.
나는 오늘
버스비 : 1위안
삼겹살 : 40위안
택시비 : 0위안
총 41위안을 썼다.
응????
뭔가 이상하다.
다시 머리를 굴려 계산을 해보았다
나는 오늘
버스비 : 1위안
삼겹살 : 40위안 나왔는데 2명이니까 20위안씩 써야하는데 내가 일단 40위안을 냈다
택시비 : 20위안 나왔는데 형이 삼겹살 20위안 줄거를 택시비로 냈다.
더치는 분명히 깔끔히 끝났다.
나는 41위안을 썼다.
근데 형은 왜 21위안을 썼지?
평소에 수학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그랬나....
약 15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이때 손해본 10위안 (지금 한국돈 1700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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