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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2/01/14 17:21:10 |
Name |
너 |
File #1 |
화면_캡처_2022_01_14_172025.png (12.8 KB), Download : 26 |
출처 |
https://www.fmkorea.com/best/4248982721 |
Subject |
[텍스트] 개인적으로 대학생때 최고의 강의.txt |
7년 전쯤 대학생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강의임
교양과목이었는데 정보 통신인가 벤처기업정신인가.. 사실 잘 기억 안 남 대충 저런 거였음
이 교수님의 수업 특징은 오늘 뭘 배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거였음
초반에 썰을 조금 풀어주시고, 다짜고짜 다른 사람들이랑 놀이 같은 거 시키고, 수업 끝나기 전에 몇 마디 해주시는 게 전부임.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마지막 강의였음.
911테러 영상 틀어서 보여주시고는
테러범이 승객들한테
‘우린 곧 빌딩에 충돌한다. 가족들에게 연락할 시간을 주겠다.’
라고 했다고 한다
‘만약 여러분들에게 저런 일이 닥친다면, 여러분들은 누구에게, 어떤 연락을 하겠느냐’
종이를 한 장씩 주시고는 종이에 한번 써보라고 하심.
나는 내 아빠, 엄마여서 고마웠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사랑한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썼던 거 같음
심지어는 쪼금 몰입해서 개같은 누나한테도 나름 고마웠다고 씀
한 십분쯤 시간 주시더니
쓴 거 그대로 보내라고 하심
혹시 곧 죽는다는 내용을 쓴 사람이 있다면
죽는다는 내용은 빼라고 크크 자기 이거 때문에 몇 년
전에 시말서 썼다고
그래서 나는 그대로 보냈음
나랑 같이 수업 듣던 친구는 민망하다고 안 보냈지만...
보낸 사람도 있고 민망해서 안 보낸 사람도 꽤 있었겠지?
그리고 갑자기 전화 오면 받아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난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한테 사랑한다고 카톡 보내본 듯??
아빠의 답장이 엄청 따듯하게 와서 의외였던 걸로 기억.
누나도 생각보다 착하게 답장해 줌
교수님은 뭐라고 보냈는지, 답장이 뭐라고 왔는지 물어보거나 발표를 해보라거나 하지는 않으셨음
그러고는 교수님이
‘여러분, 혹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표현하시나요? 오늘은 제가 시켜서 하셨죠?
표현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때가 올 수 있어요,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교양의 마지막 강의였음.
내가 대학시절 공부에 열의 있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저 교수님은 잊지 못한다.
한번 만나서 소주 한잔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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