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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06 01:47:37
Name The xian
Subject [스타2 협의회 칼럼]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위하여 필요한 것 (1) THE LIVE
* 이 칼럼은 2010년 12월 22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장민철 선수의 우승으로 GSL 오픈 시즌 3까지 마무리되며 2010년 GSL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단지 지켜보는 처지였습니다만. 석달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세 번의, 그것도 64강 규모의 개인리그를 준비하고 치르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출전을 준비하고 자신의 기량을 선보인 선수 및 팀 관계자분들, 양질의 경기를 차질 없이 치러내기 위해 수고하신 곰TV 관계자분들, GSL을 공식 후원하고 기술지원을 해 주신 블리자드 관계자분들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세 번의 오픈 시즌이 무사히 치러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11년이 되면, 여러 곳에서 보도된 것처럼 지금까지 치러낸 오픈 시즌은 아무것도 아닐 만큼 많은 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생각나는 것만 열거해 봐도 GSL 코드 S/코드 A 투어, 코드 S와 코드 A를 통합한 슈퍼토너먼트, 월드 챔피언십, 블리자드 컵, 그리고 GSL 팀리그까지. 1년에 과연 다 치러낼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많은 대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이런 대회들 속에서 GSL이라는 브랜드를 주축으로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역사는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계속 쌓여 나갈 것이며, 그 역사는 2011년부터 비로소 위대한 시작을 맞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시작되는 2011년을 앞둔 상황에서, 약간 찬물을 끼얹는 것 같지만 저는 조금의 우려를 표하고 싶습니다. 세 번의 오픈 시즌이 성황리에 끝났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괜찮은 것일까...?' 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잘 진행해 오기는 했지만 본 궤도에 들어선 이후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정착하기 위해서 저는 지금의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는 물론, 나아가 스타크래프트 2라는 게임 역시 몇 가지를 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저는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첫 번째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제목처럼 'The Live'를 꼽았습니다. 이것은 바로, 더 많은 '방송', 특히 '생방송'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미의 키워드입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소리이고 어떻게 보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소리일 수 있습니다. 저도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GSL을 시작하기 전, 곰TV 관계자 분들도 케이블 채널의 협력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작권을 무시하고 리그를 강행하고 있는 기존 방송사에 GSL을 비롯한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고, 다른 방송의 기회가 열리기를 바라지만 아직 발표된 곳이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 몸담은 관계자 및 협의회 분들은 물론이고, 저 같이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도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채널을 이용해서라도 더 많은 방송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첫째.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국경을 뛰어넘은 방송이 가능하며, e스포츠 및 게임 마니아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수집하고 그에 따른 빠른 피드백을 발휘해 마니아들을 만족시키고 충성도 높은 관중을 만드는 데에도 매우 좋은 매체입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는 임요환 선수의 경기 조회수가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조회수보다 많았다는 이야기 등에서 보았듯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파괴력과 가능성을 갖춘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확보 가능한 시청자'라는 면에 있어서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공중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과도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아직까지 엄연한 사실입니다. 시청자를 더 많이 확보하게 되면, 팬도 더 많이 확보하게 되고,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역량도 더 강해집니다. 그래서 TV를 통한 더 많은 방송이 필요합니다.

둘째. 기존 팬들의 배려 차원에서도 더 많은 방송의 기회는 필요합니다. 인터넷망을 통한 생방송 혹은 VOD만이 제공된다는 것은 PC,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의 극히 제한된 경로로만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케이블이나 공중파를 통해 생방송 및 다시보기가 지원된다면 지금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은 굳이 PC나 스마트폰을 켤 필요 없이 TV를 켜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어느 쪽이 팬들을 위해 더 좋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도 커뮤니티에 있는 팬들은 TV를 통해 GSL을 비롯한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를 좀더 다양하고 편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셋째. 선수와 관계자들의 권익을 인정받기 위해서도 더 많은 방송의 기회가 필요합니다.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가 비영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선수와 관계자들은 아무 대가 없이 봉사하는 아마추어리즘의 소유자가 아니라 '프로' 선수이고, '프로'를 지도하는 코치, 감독님이며, '프로의 경기'를 송출하여 돈을 버는 방송 관계자분들입니다. '프로'로서 권익을 인정받고, 경기를 준비하고 방송한 만큼의 노력을 두루 인정받으려면 당연히 더 많은 방송의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방송의 기회가 확대되어 받게 되는 유무형의 권익은 누구는 누리고 누구는 닭장 시스템에 갇히는 방식이 아니라, 상생하는 형태로 두루 돌아가야 하겠죠.


물론 지금 TV를 통한 공중파 및 케이블 생방송이 당장 어렵고, 인터넷을 통한 반응이 좋은 편이니 이대로 그냥 가는 것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분들께 - 이미 몇몇 분들에게 말한 일도 있는 예화입니다만 - 한 가지 가까운 과거의 예를 들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난 2010년 월드컵 16강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전통의 빨간색 유니폼이 아닌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대한민국에서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게 해 달라고 했지만, FIFA 측은 "아직 세계에는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흑백 TV로 경기를 보기 때문에, 두 팀의 유니폼 구분이 쉽도록 원정팀인 대한민국이 상하 모두 흰색을 착용해야 한다" 라고 하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FIFA는 대부분의 나라에는 중계권료를 징수하지만 최빈국에 해당하는 소수의 나라에는 무료로 월드컵을 볼 수 있게끔 배려하고 있기도 하지요.

물론 이런 행동은 배려이기도 하고, 자신들의 권익과 명분을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축제 중 하나인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조차도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배려를 항상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막 본 궤도에 오른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가 만에 하나 - 오해를 막기 위해 첨언하자면 지금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 관련 주체가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 인터넷을 기반으로 거둔 성공적인 분위기와 뜨거운 반응에 안주하는 듯한 태도의 일면이라도 보이려 한다면, 그런 태도는 지금 이 판을 사랑하는 팬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상투적인 속담이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에 하나하나 연결시켜 보면, '좋은 경기'는 '구슬'입니다. 그 구슬을 '준비하고 꿰는 작업'은 '관계자들과 선수들의 노력'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만들어진 '보배'를 잘 알려지게 만들어야 하는 것, 그게 '방송'의 역할입니다. 저는 게임인으로서 지난 7년 동안, 그저 그런 콘텐츠를 가진 게임이 잘 알려지는 흐름을 탄 덕에 쏠쏠하게 돈을 버는 광경도 보았고, 반대로 괜찮은 게임인데도 알려질 수 있었던 흐름을 타지 못하고 묻힌 덕에 쓸쓸하게 역사 속으로 모습을 감춘 게임도 보았습니다.(물론 잘 만든 게임이 잘 되고, 못 만든 게임이 잊혀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지금의 경기가 재미있다 해도 제한된 틀 속에서만 방송이 되고 그로 인해 관중이 정체되고 더 늘어나지 않게 된다면 점점 스포츠로서의, 콘텐츠로서의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더 많은 시청자가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관중이 되어 우리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그 분들 역시 팬으로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여기에 청춘을 바치고 돈과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이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는 더 많은 방송의 기회가 필요하고, 기왕이면 녹화방송보다는 생방송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자문위원 The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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