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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2/15 18:14:50
Name 창이
Subject 미스터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Mysterious Girl) <스물 두번째 이야기>


미스터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 Mysterious Girl )




스물 두번째 이야기.







“미안해...그래도 너랑 여기 꼭 와보고 싶었거든”

“여기가 어딘데..?”

조금 망설이다가 곧 씨익 웃으며 말을 꺼냈다

“우리 할아버지 계신 곳..”

“할아버지?”

“응! 우리 할아버지!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 온거야”

“할아버지가 여기서 일 하시는거야? 아..아니면 여기가 그냥 약속장소야?”

“따라와”

갑자기 그냥 부산쪽으로 놀러 와보고 싶어서 왔다는 식으로의 핑계로

여기를 왔다고 말 했으면 화를 냈을 것이다

어쩌면은 홧김에 휙 돌아서서 그냥 다시 곧바로 서울로 돌아갔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할아버지를 만나러 왔다는 말에

막상 화를 내기도 힘들었고 나도 모르게 일단은 말을 따르기로 했다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나를 무작정 여기로 같이 데려온데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일테니까

“그럼...태일이형 죽었다고 했잖아...태일이형 묻힌 곳은 알아?”

“몰라... 알아보려고 했는데 알 수가 없더라..”

음..신비의 할아버지라.. 정중하게 인사할 준비를 해야겠네

신비의 할아버지는 과연 어떤 분이실까?

“근데 왜 나랑 같이 오려고 한거야? 거짓말까지 하면서까지..”

“우리 할아버지께 보여 드리고 싶었어. 너를..”

“아..그렇구나...엥? 뭐..뭐라고??”

“너 보여드릴려구”

“아니..잠깐.. 우리가 약혼한 사이 같은 것도 아닌데...”

“태일이 오빠랑 비슷하게 생긴데다가 너도 태일이오빠랑 가까운 사이였으니까

의미 있잖아..에헤헤”

“뭐...뭐야...정말..”

신비가 내 손목을 잡아 끌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서로 손을 맞잡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킨쉽은 역시

가슴이 떨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끌려가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는 그냥

단순한 환경조성용, 시민들의 휴식용 같은 공원이 아닌 듯 했다

군데 군데 세워져있는 안내 팻말에 써져있던

‘납골당 , 묘지’ 그리고 침울한 표정을 지은 검은 정장의 사람들.

그렇다면 호...혹시..?

“앗..여긴...그렇다면 너희 할아버지 혹시...?”

신비는 아무말 없이 고개만 두 번 끄덕 거렸고 계속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나를 데려가 도착한 곳은 납골당의 한 곳이였다

거기에는 신비의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이 있었다

“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신비 왔어요”

신비는 영정사진을 보며 지그시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행복한 웃음이 아니라 슬픔이 담긴 그런 웃음이였다

“얘는요.. 한진이라고 하는 친구에요. 인사해 인사”

나를 툭툭 건드리며 말하는 신비 때문에

나도 영정사진을 보며 겸연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태일이오빠랑 많이 닮았죠?! 근데 신기한건 얘가 태일이오빠랑 친한 사이에요

심지어 노래도 잘 불러요 태일이 오빠처럼...

그런 애를 나는 만났어요.. 우연하게도...”

‘신비야 그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였을지도 몰라’라고 말 하고 싶었지만

막상 그렇게 말할 용기가 안 났다

신비는 영정사진을 가로막은 유리막을 어루만지며 슬픈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요즘 전 잘 크고 있어요. 숙녀가 다 됐다구요 헤헤..”

그렇게 몇 분을 그렇게 영정사진을 향해 안부 얘기를 혼잣말로 하다가

말 없이 가만히 서있는 신비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신비야”

난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올리다가 마음을 굳게 먹고

다짜고짜 신비의 손목을 잡고 건물 밖으로 나와 근처 벤치로 데리고 갔다

신비를 벤치에 앉히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난 신비의 손목을 잡은게 아니라 손을 맞잡고 있었다

“앗!! 미안! 미안! 흑심 같은 것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고..

너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 있어서..!!

잠깐만 기다려~ 마실 것 사올게”

서둘러 근처 자판기로 달려가 음료수 두 개를 뽑아

신비가 앉은 벤치에 같이 앉았다

“자..”

“고마워”

음료수 캔뚜껑을 따며 조심스레 물어봤다

“이런 것 물어봐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궁금해..”

“할아버지가 고혈압이셨는데 그것 때문에 결국 돌아가셨어”

“그렇구나..그럼.. 그 후엔 넌...?”

“장례를 치르고 나서 혼자 살 용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서 살았지.

참 태일이오빠도 대단해. 그치? 혼자 살 생각도 하고...난 그렇게 못 하겠더라구”

“응..”

“할아버지한테 잘 해주지도 못 했는데.. 잘 해준..것도 없..없는데..흐흑..

태일이 오빠 사망소식 때문에..에...흐흑 슬픈 마음이 생겨 괜히

할아버지한테 신경질도 마...막... 으흑... 내고 그랬었는데...

내가..할아버지 꼭 호강시켜...흑..흑....흐흑.... 드린다고 약속했는데...흐윽...”

눈물 범벅이 된 신비의 눈이 다이아몬드처럼 빛이 났다



두 눈에서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두 손으로 음료수 캔을 든 채로

부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다

오열하며 울고 있는 신비가 안쓰러웠다

안아주고 싶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먹다 만 캔을 벤치 위에 올려 울고 있는 신비를 가볍게 안아줬다

내 품에 꼬옥 파고 들어 펑펑 우는 신비를 나는 그냥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 때 신비가 오늘 해줬던 말이 기억났다

태일이형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막 들었을 때는 실감도 안 나고

왠지 모르게 담담하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우는 신비 때문에 이제야 실감하게 된 것일까..?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도 눈물이 조금 흘렀다

그렇게 한참을 나는 신비를 부둥켜 안았고 서로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너무 오래 이렇게 있으려니 또 어색하기도 했다

“이제 갈까..? 집에...”

“으..응.. 근데 너도 울었어?”

“아..아니야..그냥..”

이제야 부끄러운 듯이 내 품에서 벗어나 얼굴을 붉히며

눈물을 마저 닦으며 일어서며 말했다

아까 마시다 만 음료수 캔을 집으려는데 캔이 안 보였다

“어..? 내 음료수 어디갔지?”

“이거? 내가 마저 다 먹었어”

두리번거리다가 그 때 내 바로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너 여기엔 어떻게? 미행했어??”

명호가 음료수 캔을 든 손으로 가볍게 흔들며

나와 신비에게 손인사를 했다

“응...미행했어”

“한진아 미안하다...”

“미행한 걸 미안해 할 필요는 없고 왜 그랬어? 그냥 같이 와도 되잖아”

“그게...사실... 저기..이름이 신비 맞죠?”

“네..”

“신비양이 정말 태일이형에 대해 알고 있는건지 나몰래 알고 싶어서

따라와봤었어”

“뭐야..그건.. 이유가 안 맞잖아...게다가 몰래라니..”

“그게..사실 나 태일이형 어딨는지 알고 있어”

그 순간 나와 신비 모두 놀랐다

“뭐..??진짜? 어디야?”

“저기...나 사실은 말야...태일이 형 죽은 사실 안 것도 좀 오래 됐었어”

명호는 고개를 떨구었다가 내 시선과는 마주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여러 번 두리번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왜 나한테 사실대로 얘기 안 한거야??

언제부터 알았는데??”

“태일이형 안부 조사 때문에 고모한테 연락을 해서 겨우 닿았는데

첨에는 나 몰라라 식으로 나오다가 몇 번 더 밀어 붙이니까

힘들게 말을 꺼내시더라고”

“나한테 왜 숨겼냐고?”

“너한테 말 하려다가 이상하게 타이밍을 몇 번 놓치더라구...

어느 날 마음 제대로 먹고 너한테 얘기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네가 했던 말이 뭐였는지 아냐?”

“몰라”

“나 아무래도 태일이형이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강렬해졌다고...

그런 생각 하긴 싫지만 자꾸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태일이형이 없으면 계속 노래 부르는 것도 더 이상

자신이 없다면서 그랬었어.. 그 때 사실대로 말 하면

네가 금방 포기할까봐 난 그게 걱정 되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네... 하하...”

“짜식...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리고 누가 포기한다고 그래~? 참나..어쨌든 태일이형 묻힌 곳이 어딘데?”

“바로 이 곳이야”

“뭐?? 정말?”

“응...나 미행하고 있었는데 너희가 여기로 오더라고..

그래서 알고 있는가보다 했는데 태일이형 있는 곳이 아닌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고... 어떤 분 만나러 온거야?”

“아...신비 할아버지...”

명호가 가깝게 다가워 귓속말로 물어봤다

“근데 너를 왜 데리고 갔대..?”

“아..옛날에 할아버지도 태일이형을 잘 알고 지냈나봐

내가 태일이형이랑 비슷한 점이 많으니깐 보여드리고 싶었다나 뭐라나..”

“아..일단 따라와”

고개를 끄덕거린 후에 나와 신비를 안내했다

명호 말대로 정말 같은 공원의 납골당에도 태일이형이 있었다

아까 울었던 탓에 또 눈물이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말 사실이란 것이 확실해진 것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신비는 가슴이 여린지 또 오열했고 나와 명호는

신비를 보채느라 힘을 다 썼다

세명 모두 힘 없이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근데 말야.. 괜찮은거지? 생각보다 담담해보이네”

“뭐가? 인마”

“이전까진 설마설마 해왔는데 사실을 알게 되었잖아

그냥 너 담담해 보여서..”

“짜식... 난 사나이야...라고 말하긴 좀 그렇네...

에휴... 나도 이율 잘 모르겠어..그냥 이상하게 담담해”

그렇게 우리 셋은 아무 말 없이 뒷정리를 다 마치고

떠날 준비를 했다

바람에 풀과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벌레소리 그리고

한두마리의 새소리만 들릴 뿐 주위가 조용했다

“가자”

버스에서 좀 많이 자서 그런지

늦은 저녁에 집에 도착했는데도 피곤하지 않았다

엄마,아빠는 어디론가 외출하셨는지 보이시지 않았다

무슨 모임 가신다고 하던 것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어쨋든 집에서 가만히 있기도 심심해서 컴퓨터를 켰다

‘나도 참나..태일이형 소식을 접한 당일 날 이러고 있다니..’

스타크래프트를 하려고 배틀넷에 접속했다

1:1대결을 구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채널로 들어갔다

1:1이나 몇 판하고 자야지...

“저 가르쳐 주실 스타 사부 구합니다”

나도 모르게 한 사람의 채팅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어쩌다 보니 내 스타사부는 신비였었지.. 하하

이전까지는 누구한테 가르침 없이 해왔는데 말...

아..

사부와 제자 관계 같은 것을 명확하게 서로에게 박아 두진 않았지만

태일이형이 나에게 가르쳐 온 것이 많았었구나

가창과 스타크 그리고... 꿈에 대한 열정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 없는 한적한 곳에서 자판기 음료수를 마시며 얘기하다가

캔을 마이크로 삼아 같이 노래 불렀던 적이 있었고...

집에서 늦게까지 같이 놀다 한 방에서 잔적도 몇 번 있었고...

피시방에서 같이 스타 하다가 내가 형한테 치사하게 드롭 오냐면서

성질부린 적도 있었고...

매번 형과 1:1을 해서 질 때마다

다음번에는 분명히 이길 수 있다, 꼭 이기고 만다라고 선전포고를

질리도록 해온 적도 있었지....

하하.. 갑자기 그 때 했었던 게임들이 조금씩 기억나려고 한다

지금은 잘 안 하는 맵이지만 그 땐 로스트템플에서 좀 많이 했었었지

그 때의 몇몇 리플레이를 보고는 싶지만

옛날에 갑자기 이사가버린 형 때문에 성질을 부린답시고

홧김에 리플레이 통째로 스타크래프트를 지웠던 적이 있어서

그러지를 못 한... 어?

난 갑자기 서둘러서 컴퓨터책상 주위와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20분을 넘게 한참을 뒤진 끝에 찾아낸 것은 한 3.5플로피 디스크가

여러 개 담긴 통이였다

“이거던가..?”

하나를 집어 컴퓨터에 넣고 열어보았다

“이거닷!!”

리플레이파일이 담긴 디스크가 있었는지도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니..

난 정말 바보야...

그걸 이제야 볼 수 있다니.. 뭐.. 어쨌든 다행이다

아~~ 감회가 새롭겠는 걸!!

난 설레임에 가득찬 채로 후다닥 디스크를 컴퓨터에 저장시킨 뒤에

스타크래프트로 돌아 가 리플레이를 찾은 뒤에 실행시켰다

맵은 로스트템플이였고 나와 태일이형 둘 다 테란이였다

둘 다 팩토리를 올리는 것 까진 똑같았지만

형은 투팩이였고 나는 원팩 원스타였다

오.. 이 게임 기억 날 것 같아

하하 내가 저때는 저렇게 못 했었나?

이거 완전 바보짓 투성이잖아 유닛을 막 흘리지를 않나...

일꾼들이 놀지를 않나...아직 후반도 아닌데 자원관리를 너무 못 해...

그러나 그렇게 생각 한 것도 잠시였다

정말 뭔가가 이상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태일이형의 테란도 마찬가지였다

아차...

버젼이 안 맞아서 정상적인 재생이 안 되는 것이구나...

“하하하 그러고 보니 버젼이 너무 안 맞고도 남을 때 것이잖아 하하하

그래놓고선 볼..볼려고.. 킁..했었다니...”

미소 짓던 입에서 웃음소리가 나오다 말더니 나도 모르게

밑 입술이 위로 당겨졌다

눈물이 갑자기 주르륵 흘러내렸다

모양이 바뀐 입술을 타고 그렇게 쉴 세 없이 흘러내렸다

“윽..우윽 흑흑”

오늘 신비가 데려다 준 그 곳에서 형의 죽음을 확신했을 때는

흐르지 않던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

이젠 쉽게 옛기억을 더듬고 싶어도 그러기엔 어렵다는 사실에,

그리고 이렇게 같이 게임을 했던 추억이라고 할 수 있는

형과의 리플레이를 더 이상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형의 죽음을 지금에서야 실감하고 있는 것이였다

난 그렇게 우두커니 컴퓨터 앞에 앉아 눈에 고인 눈물 때문에

흐릿흐릿하게 보이는 스크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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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3-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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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용
09/03/06 06:07
수정 아이콘
뭔가 얘기가 점점 복잡해지는거서 같네요 ^^;;

명호는 어떻게 몰래 미행 했는지.. 버스 짐칸에라도 타고왔나? 크크킄크킄

잘보고 갑니당 헤헤-
꼽사리
09/03/06 07:15
수정 아이콘
좀 복잡해져감 아음[..진짜]
암흑객비수
09/03/06 07:24
수정 아이콘
택시 타고 쫓아왔을까요?~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09/03/06 20:35
수정 아이콘
버스 위로 잠복했습니다 (응?)

스토리 흐름상 묘사는 안 했지만 얼굴 가리고 몰래 탔다고 생각 해주세용
웨이투고
09/03/07 05:03
수정 아이콘
헉 =_= 스토리가 대폭 수정된듯 싶네요 ~

이런 스토리 전개로 결말도 달라질꺼 같은데...

정말 요즘 월금이 너무 기다려지네요 ~ ^^
The Greatest Hits
09/03/07 15:52
수정 아이콘
기다리고 있는데..왜 안나올까요~~~
웨이투고
09/03/07 20:49
수정 아이콘
The Greatest Hits님// 월요일 금요일이 연재되는 날이래요 ~
09/03/08 23:42
수정 아이콘
웨이투고님// 뜯어 고치니 느낌이 새롭네요..^^;;

The Greatest Hits님// 기다려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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