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7/03/31 10:56:41
Name 루크레티아
Subject 스카이 vs 쇼부의 경기를 보고.
저는 이 경기를 보기 전까지는 '국내 휴먼은 단지 극강 언데드에게 눌린 것일 뿐이다. 결코 국제대회에서 약하지 않다.' 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1경기를 따내는 쇼부를 보면서 '역시 맞아. 그냥 종족 상성 때문일 뿐이야.' 라는 믿음을 굳혀가고 있었죠.

하지만 역시...'최고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후의 경기들은 저의 사고관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스카이가 쇼부와 달랐던 점을 몇가지 언급해보겠습니다.


1. 쉬지 않는 유닛, 계속되는 정찰.

휴먼은 느립니다. 기본적으로 이동속도 오라를 가지고 있는 언데드, 오크의 기동성이나 스피드 부츠 하나만 신겨놓으면 종족의 명운을 걸고 활동하는 데몬과 비마(...;;)가 있는 나엘에 비하면 턱없이 느린 기동성으로 유저들을 답답하게 합니다.

하지만 어제의 스카이는 분명 달랐습니다. 그 느린 휴먼의 기동성을 이용하여 치고 빠지기에서부터 정찰까지 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의 풋맨과 밀리샤는 항상 멀티의 요소요소, 병력의 움직이는 길목 요소요소에 배치되었고 쇼부의 병력은 그 풋맨과 밀리샤를 볼 때마다 본진이나 멀티 사이에 묶여서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다 잡은 3경기는 상대의 멀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하지 못한 채로, 멀티에만 들어갔으면 이기는 경기를 본진만 냅다 들이 박다가 내주기도 했죠.

스타 경기에서도 엄재경 해설인가 김태형 해설인가 둘 중 한분이 '저그의 유닛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어느 게임, 어느 종족이든 이러한 정보력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아야 할 종족이 있을까요? 어제의 스카이는 정말 쉬지 않고 움직였습니다. 쇼부의 패배는 이미 철저한 정보전의 패배에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2. 타고났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센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 진다고 했습니다. 물론 저 말은 진짜일 수도, 가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감이 정말 빛나게 발휘될 때에, 그 사람은 진정 타고난 천재라고 불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카이가 마지막 에코아일에서 마킹을 뽑은 것은 센스라기 보다는 치밀한 계산과 전략이 깔려있을 확률이 농후합니다. 하지만 2경기의 버서커 구입은 가히 타고난 센스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 플레이 역시 많은 연습을 거친 전략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때 코볼트 한마리가 프리스트가 나가는 길을 막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 모습을 스카이가 잡아내지 못했더라면, 그와 같은 명장면은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난전 속에서도 프리스트가 갇혀 있다는 것을 잡아내고 버서커를 뽑을 생각을 한 것은 분명 센스입니다. 물론 에코아일에서 거의 막기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병력차이를 단지 그 짧은 시간에 '아메 무조건 점사' 라는 극약처방으로 극복하는 그의 모습 역시도 센스겠지요.

제니스님이 잡아내신 아메의 볼트 흡수무적도 센스라면 센스입니다. 하지만 어제는 쇼부의 그런 번뜩이는 모습이 거의 나오지 못하더군요.


3. 기본기의 탄탄함.

무슨 게임이든, 무슨 종족이든 전략과 운영, 컨트롤의 3가지는 게이머의 기본기이자 소양입니다. 스타계의 공식 4본좌나 워크계의 그루비, 안드로장은 저 3박자를 착실히 소화하며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스카이 역시 쇼부와의 경기에서 1경기의 모습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거의 '휴휴전은 이렇게 하면 이긴다.' 의 정석을 보여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판을 짜오는 전략과 자신이 어려울때 하는, 아니 해야만 하는 대처법과 병력이 유리하거나 동등하거나 불리한 상황에서 각각의 경우에 하는 컨트롤법까지...특히 4경기는 이 3박자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경기입니다. 기본적으로 팬더를 사용하여 다수 전투에 주도권을 잡아가는 휴휴전에서 급작스럽게 꺼내든 마킹의 카드는 쇼부를 당황하게 하였고, 초반에 들이닥친 쇼부의 대규모 병력을 '닥치고 아메 점사' 라는 컨트롤로 물러나게 하는 면모, 시간 끌고 유닛 잘라먹으며 마킹을 키우는 운영까지...감탄사를 자아내는 플레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번 쇼부와의 일전을 계기로 스카이를 보는 많은 시각들이 다시 한 번 변화했으리라 확신합니다. 고스톱(김동문)과의 리플 사건 때문에 스카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저나 다른 이들 역시도 실력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은 것은 안드로장 뿐...예전의 그루비처럼 안드로로 보내버릴 안드로장의 플레이도 기대되지만, 예전 토드와의 숨막히는 혈투 이후로 다시 w3에 피가 뚝뚝 흐르는 혈투가 벌어지길 기대합니다. 물론 저야 당연히 나엘 유저로써 아메 영감의 낙마 사고를 기원하겠지만 말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NeverMind
07/03/31 11:05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피지알에 리플을 남기네요....

하여간 뭐 스카이.... 두말할 필요 없는 선수죠 김동문선수와의 사건때문에 싫어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저도 그중 하나)실력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거든요(왜지 여기서 김동준해설이 오셔야 할것 같은....)그간 온라인대회와 유럽오프라인 대회에 중국인이라는 한계(???)때문에 참가 하지 못해서 많은 경기를 볼수 있는 건 아니였지만 종종 그가 보여주는 경기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최고의 휴먼이라는걸 증명했으니까요... 장재호선수가 넘어야할 마지막 산일지 모릅니다 진정한 안드로의 귀환을 위한...
키모스
07/03/31 11:16
수정 아이콘
피지알 다시 복귀되서 좋네요.

저의 기대를 스카이는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제가 휴먼유저라 스카이경기는 리플로 챙겨보곤 했는데 볼때마다

이 선수는 다른 휴먼과는 격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 경기에서도

여실히 증명하더군요. 스카이와 토드를 투톱으로 평가하긴 하지만

제가 경기를 보면서 토드는 스카이에 절대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2년 시절 임요환선수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운영, 컨트롤, 센스 모든면에서 박세룡선수를 압도하면서

이겨버리더군요.

IEST에서 3:1로 지기는 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스카이입니다.

아마 장재호선수의 국내 방송경기 무적행진을 무너뜨릴 선수라면

이 선수가 아닐까 싶네요.

전 스카이선수 응원할겁니다.
07/03/31 12:17
수정 아이콘
지난 경기를 보고 장재호선수를 응원하는 팬으로서 걱정이 듭니다.
스카이선수의 경기를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잘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본문처럼 좋은 시선으로 바라 볼수 없는 그런 선수였는데 팬이 되버리겠어요.
덤으로 방송리그가 더 생겨날 일은 없을까요? 워3리그 참 목마르네요=ㅅ=;;
DeepImpact
07/03/31 12:26
수정 아이콘
엑스피 가긴 그렇고 그렇다고 워겔을 가기도 그렇고... pgr 워게가 그리 큰곳은 아니지만 그정도로 만족할만한, pgr워게를 대체할만한 곳이 없다는게 너무 아쉽네요
AU)Asiel
07/03/31 19:22
수정 아이콘
이런 와중에도 WE를 올킬하는 안드로장을 보면......-_- 정말 누가 이길지 기대되네요 후후 그래도 역시 안드로장 화이팅
찡하니
07/03/31 23:12
수정 아이콘
박세룡 선수도 잘하지만 스카이에 비교하면 좀 답답하더라고요.
스카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수밖에 없는 플레이였습니다.
Daydreamer
07/04/01 00:08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입니다. "SKY, It's different"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누리군™
07/04/01 12:56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글이네요..

재호 선수도 정말 긴장 바짝 해야 될것 같드라구요. 스카이선수 경기는 본 건 처음(리플도 본 적 없다죠)인데 후덜덜하더군요 정말. 그 센스들이, 예전 그루비를 보는 거 같았다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931 미친듯한 영웅킬... [5] 지포스23506 07/04/05 3506
1930 W3 시즌2 Champion Match 크리티컬스트라이크 [8] Zenith8022991 07/04/05 2991
1929 2007 W3 DEATH DAY 오프 후기~ [16] DeMiaN3204 07/04/05 3204
1928 조이럭이말하는 WE.IGE가 월드쓰레기인 이유 [11] 우리동네안드4095 07/04/05 4095
1927 [WC3L XI] playday8 4k vs prae(4월6일새벽1시) [4] 우리동네안드2194 07/04/05 2194
1926 처음으로 워3 관전을 다녀왔습니다 [6] 아르키메데스3264 07/04/04 3264
1925 엠겜에 건의 합니다. [8] SK연임반대 FELIX2753 07/04/04 2753
1924 모두가 승리자 입니다. [12] 내일은태양2997 07/04/04 2997
1923 [NGL Final] 결과와 리플 링크 [10] 우리동네안드3135 07/04/02 3135
1921 NGL Final Offline 진행중입니다. MYM vs WE.KOR [53] 지포스23729 07/04/01 3729
1919 [NGL] "MYM 최종결승 진출" [15] 부모님께효도3156 07/03/31 3156
1918 스카이 vs 쇼부의 경기를 보고. [8] 루크레티아3222 07/03/31 3222
1916 요번주 크리티컬 스트라이크 [9] Zenith8022774 07/03/31 2774
1915 돌아온 슈퍼루키 Freedom.Werra [1] Zenith8025417 07/03/16 5417
1914 휴나전 고수분들 도와주세요..(나엘유저임) [10] ACA4350 07/03/16 4350
1913 곰 싸움에 지친 나엘 유저들을 위한 아리아 (下 - 실전편) [11] 낭천3709 07/03/16 3709
1912 Freedom.WeRRa 장용석 듀얼토너먼트 본선 진출!! [16] DeMiaN4051 07/03/15 4051
1911 곰 싸움에 지친 나엘 유저들을 위한 아리아 (上 - 이론편) [22] 낭천4080 07/03/15 4080
1910 박세룡vs김동문 크리티컬스트라이크 [18] Zenith8023809 07/03/15 3809
1909 2007 W3 시즌2 박세룡 vs 김동문 후기~ [6] DeMiaN3518 07/03/15 3518
1908 전략입니다, 인정해 주시죠? [32] 붉은낙타4048 07/03/14 4048
1907 100만원 버는법 [31] 천령6196 07/03/13 6196
1906 장재호선수의 GameX 우승을 축하합니다. [18] 라이크4818 07/03/12 48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