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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6/25 04:42:54
Name ma[loser]
Subject 6/24 간단한 온게임넷 듀얼토너먼트 관전평
6/24 듀얼토너먼트의 이슈는 단연 이재훈선수였습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듀얼에서의 역전패였기에 더욱 부각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한량'토스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선수였기에 타 선수들의 역전패보다 더 눈에 뛰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기요틴에서의 심성수선수에게 당한 패배는 많은 게임팬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심성수 선수에게 당한 패배는 장진남 선수와의 대결에 비해 네임밸류라는 측면에서는 더 충격적일 수 있었지만, '방심'이라는 측면에서 봤을때 이재훈선수의 실수로 인해 자초한 패배라기 보다는 심성수선수의 대토스전 능력이 더욱 돋보이는 한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 경기를 지켜보면서 다시한번 느꼈던 것은 테란이란 종족의 묘한 특성입니다. 분명히 상대 편에 비해 턱도 없이 모자르는 병력으로 대부대를 물리치는가 하면 충분히 압도할만한 병력으로 진출하다 상대의 적절한 포지션과 컨트롤로 몰살당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택땅으로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니 어택땅으로도 이길 수 있다 해도 중반이후 테란병력의 진출은 거의 대부분 그 경기 최대의 승부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필 바로 그 순간 이재훈 선수의 셔틀은 일꾼테러를 위해 상대편 본진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그 작은, 하지만 결정적인 병력의 공백은 중앙교전에서의 테란의 승리를 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재훈 선수의 승리가 멀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경기는 토스의 본진을 밀고도 테란이 패하는 시나리오의 전제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끌어줄 다크템플러의 활약이 보이지 않았고, 게이트웨이에 촘촘히 박혀버린 마인의 압박때문인지 본진을 너무 쉽게 포기하면서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심성수선수의 동시다발적 공격에 무너집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실수'나 '방심'이라는 단어로 폄하시키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명승부였습니다. 제가 볼때 실수나 방심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선택'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봅니다. 단 몇초에 불과한 사이사이들 마다 이재훈 선수의 선택에 맞추어 경기를 운영한 심성수선수의 능력이 돋보인 한판이었을 뿐입니다. 이재훈 선수가 그때 이랬으면, 저랬으면, 모두 결과론적인 얘기입니다. '만약' 심성수 선수의 진출 단 몇초전에 셔틀 게릴라로 scv의 피해를 입었다면, 테란의 병력이 분산된 사이 본진의 병력을 뚫어버려 본진 게이트를 모두 살렸다면.. 다면.. 그 어떤 경우에라도 실수나 방심이라는 말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단지 이재훈 선수는 괜찮은 여러가지 경우의 수중 하나를 택했을 뿐이고, 그러한 이재훈 선수의 의도에 심성수 선수가 따라가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재훈 선수와의 경기를 이기자 의미있는 통계로 다가가지 못했던 심성수 선수의 대토스전 전적에 갑자기 무게감이 실립니다. 토스가 유리한 맵에서의 대테란전 극강의 이재훈 선수였지만 이재훈 선수가 테란에 강한 것 못지 않게 토스에 강한 심성수선수를 만났을 뿐입니다. 이 경기를 '실수'나 '방심'이란 말로 폄하하는 것은 최소한 상대종족간의 능력만으로만 따지면 스타리그 결승전 못지 않는 수준의 선수들이 펼친 명승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재훈 선수의 2차전은, 바로 전경기에 그렇게 명경기를 펼쳤던 선수였기에 장진남선수와의 두번째 경기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서 2차전의 패배였다기 보다는 첫번째 경기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위의 너무나 당연시 했던 승리에 대한 예상이 빗나가게 된 것이 이재훈 선수를 더욱 소극적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대저그전 '한방러쉬'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닐터인데 유리한 상황에서 병력을 집중하고 상대편을 밀어버리지 못하고 멀티를 늘리며 오히려 병력의 분산을 자초함으로서 역전승의 여지를 장진남 선수에게 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재훈 선수의 '방심'을 얘기하기 보다는 장진남선수의 판단력을 더욱 칭찬하고 싶습니다. 상대의 한방러쉬의 절대적인 압박속에서도 하이브테크와 동시에 울트라리스크를 선택하며 병력의 공백기를 가졌던 장진남선수의 그 무모할 정도의 대담성이 승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자신감이 챌린저리그 예선과 스타리그 본선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속에서 발휘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패배한 선수를 탓하기 보다는 먼저 승리한 상대선수들의 실력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재훈 선수에 대한 패배의 아쉬움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선수들은 분명 이재훈 선수를 이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재훈 선수 역시 그들을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챌린저리그의 1위로 진출하는 이재훈 선수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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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찌개
03/06/25 05:26
수정 아이콘
이재훈선수가 크게 잘못한건 없었죠^^ 선수입장과 옵저버입장은 분명 틀리잖아요. 게시판 들어와보고 느낀건 이재훈선수 요즘들어 더욱 인기도 많아지고 기대도 많이 받는 선수라는거.. 아마 결승가면 이윤열 선수를 격파할만한 가장 가능성 높은 선수로 부각됐기 때문일 겁니다. 저역시 팬의 입장에서 이재훈선수께서 pgr회원님들의 따끔한 지적과 충고에 좌절하지말고 약으로 삼아 더욱 강력해지셨으면 합니다.
03/06/25 12:23
수정 아이콘
이재훈대장진남전은 장진남선수가 잘하긴 했지만 이재훈선수가 못해서 진 면이 분명히 큽니다.
그동안 매번 이재훈선수는 저그전에서 앞마당을 잘 먹은 후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게이트 늘릴 타이밍에 멀티를 하나 더 가져가는 플레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죠. 개스멀티와 뒷마당멀티를 돌리기 시작했으면 그자리에서 8-9게이트까지 채운후 질럿아칸을 쏟아내야 했습니다. 확보된 병력으로 저그의 추가멀티를 저지하며 삼룡이멀티를 가져가는게 아주 정상적인 플레이죠. 이 정상적인 플레이는 당시라면 90%이상 승리를 보장해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게임에 있어서 게이머의 입장과 옵저버의 입장이 다르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게이머의 판단이 완전히 틀린 것으로 결과가 나온 경우에는 더더욱.

이재훈선수의 선택이 첫겜 역전패의 여파로 인한 실수였기를 바랍니다. 그상황에서 멀티 두개를 더 먹으려고 한 판단착오가 실수가 아니라면 당분간 이재훈선수의 저그전은 계속 기대하기 힘들겠지요.
온리시청
03/06/26 00:50
수정 아이콘
첫번째 경기는 분명히 이재훈 선수의 실수보다는 심성수 선수의 날카로운 상황판단 능력이 돋보인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재훈 선수가 그렇게 기대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 보여준 4차전은 분명히 지적받아야 할 큰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실수는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누가보기에도 그럴수 있다고 생각되는 실수라면 이렇게 게시판이 시끄러워지지 않겠죠...

갑자기...작년 스카이배 결승 4차전이 생각나는군요...
김도형 해설위원이 '이렇게 타이밍을 잘 잡습니까? 임요환 선수'라고 목이 터지며 외치는 순간 탱크 5~6기 정도가 게이트 앞에서 뭉쳐서 시즈모드를 했고 그 전에 리버에 당해서 마린이 모두 없어진 상태에서 셔틀스톰 두방에 탱크가 모두 터지고 추가오는 병력이 합류를 못해서 결국 게임을 졌죠....탱크만 안뭉쳐 있었더라면 게임은 임요환 선수쪽으로 매우 유리해 졌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얼마전 재방송에서도 그 상황을 보면서 저는 지금도 정말 아쉬워하고 있고 게임의 승부를 좌우하는 중대한 실수였다고 생각하지만 그 실수가 지금의 이재훈 선수가 받고 있는 지적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화요일의 '그'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중대한'실수를 했었습니다...
아~~~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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