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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21 20:13:04
Name 낭만드랍쉽
Subject [잡담]자격지심
오늘도 변함없이 8시에 집을 나선다.

21년만에 나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에 등록된 차에 몸을 싣고 회사로 향한다.

"김성주의 굳모닝 FM"을 다른 사람이 모두 들리도록 크게 틀어놓고, 이 프로 아침에 들으

면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사람도 함께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크게 틀어놓고 출근한다.(신

호 기다릴때 웃긴얘기 나올때 옆차에 웃음소리 들리면, 뿌듯하다-_-;;)

충주와 청주를 지나 제천을 이어주는 36번 국도, 충청북도의 대동맥과 같은 도로이다.

이 36번 국도의 증평과 음성 사이.. 내가 매일 두차례 이상씩 다니는 길이다. 오늘도 도안

3거리 신호에서 여지없이 걸린다. 이상하게도 이 신호등에서 신호 걸리면, 맨앞에는 내 차

지다. 아마, 집에서 36번 국도로 진입할때, 직진 신호는 빨간 불이어서 그런가보다..

오늘도 이 정적이도는 도안 3거리에 "김성주의 굿모닝 FM"이 울려퍼진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뒤에서 다른 쿵쾅거림이 내 귀를 덮쳐왔다. 룸미러로 눈을 돌리는 순간..

움찔.. 내눈에 들어온 그 엠블램은 포르쉐였다.-_-; 고등학교 그 시절 그리도 갈망하던 포

르쉐.. 모델은 포르쉐 911GT2였던거 같다. 내차는 추월차선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점 내귀에 다가오는 어색한 쿵쾅거림.. 나도 모르게 그 차로눈을 돌렸다.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이는 20대 중반.. 얼핏 웃음이 묻어나는 그의 표정에서 나는 왠지

모를 "울컥" 솓아 오름을 느꼈다. 그가 나를 비웃는것만 같아서 였다.

순간.. 내 마음속에는 자격지심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그 억울함..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흥, 이겨보리라." 머릿속은 계산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3600cc 6기통 후륜구

동이다. 4초면 시속 100km 가속이 가능하다는.. 포르쉐 911GT2.. 그러나 상대가 방심한다

면, 순간 좌회전 신호가 주황으로 돌아왔다. 나는 서서히 오른발을 엑셀로 옮겨놓기 시작

했다. 반짝이며 녹색불이 들어온다. 순간.. 엑셀이 부러져라 오른발목이 부러져라 밟아대

기 시작했다. 10..20..30..40..50..60..70..80..90..100.. 추월차선이 었던 나에게 거침은없었

다 더군다나.. 흥분상태.. 여기서 회사까지 '무인카메라는 없다.' 되뇌이며..

주행 차선에는 앞에 화물물류 센터에서 나온 대형화물차가 보였다. 포르쉐는 뒤쳐졌다.

아니.. 뒤쳐진것 보다는 앞에 있는 화물차에 막혀있었다..

내차는..120..130을 넘고 있었다.. 화물차를 추월했다. 뒤이어 화물차를 추월하는 포르쉐

그 쿵쾅거림이 다시 내 귀에 다가왔다. 오기.. 그랬다.. 단순한 오기.. 자격지심이 내 오른

발에 힘을 싫게 했다.140..150 그러나.. 포르쉐는 이미 내 옆에서 나를 스쳐갔다. 왠지 모

를 서글픔에 더더욱 밟았다.. 160..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러나 그때 나는 그럴수 밖에 없었

다. 순간.. 깜박이 키고 추월차선에 진입하는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끼~이..익".. "쿵" 아찔했다. 며칠전에 라이닝 갈은 기억이 떠으르며.. 다행히 크게 부딪치

진 않았다. 버스기사는 괜찮냐며 다가온다. 앞에 범버만 새로 도색하면된다.. 눈물이 났

다. '이 차가 어떤 찬데..' 차에게 너무 미안했다.

99년식 올 뉴 아반떼.. 내 생애 이보다 디자인 잘된 차는 없다며.. 아빠의 SM3, 엄마의 라

세티, 삼촌의 베르나 새차 유혹을 모두 뿌리치고 한달넘게 중고시장을 뛰어다니며, 일주

일 넘게 가격흥정 하며 샀던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중고차 아닌가..

자격지심.. 그렇다 그는 그냥 웃은거였을 거다..

차를 맡기고 나오며 정말 눈물이 나는것 같았다. 내 생애.. 이제는 이런일이 없을거다..

이제는 만족하고 감사하는 것을 배워야겠다.. 약..2~4분 그 동안 나는 내가 아니었다..

이제는 나를 컨트롤할수 있을거다..

오늘 나는 10만원을 주고 1000000000원치 배웠다...젠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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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태
03/07/21 20:24
수정 아이콘
...ㅜㅜ 참 슬프셨겠어요..
오늘 읽은 무협지에 모니까 형태에 대해서 말을 하더군요.
形(형)이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나타냄으로 미소는 형이라고 할수 있으며
態(태)는 태도를 나타냄으로 미소라는 형(形)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수 있다는 것이라고...(뭔소리야!)
그 웃음의 형태는 그냥 웃음일 수도 있지만 비웃음일 수도 있다는 얘기죠..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달라지는 그런 웃음일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형태에 현혹되어서 만물의 진실을 보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무협지에서 나온거라고 믿기 힘든...)

사람이 형태를 보지 아니하고 본심을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별 쓸데 없는 생각이 들어서 써봤습니다 -_-;

제 친구 셋이 있습니다. 한명은 이화여대 의대 다니는 친구고 나머지 두명은 지방대인데요...
나머지 두명을 만나면서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화 여대 다니는 그 '친구'는 3가지 꼴불견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하나는 학벌 두번째는 돈 세번째는 외모랍니다.
그 셋중에 한가지를 가진 사람은 부담스럽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그런 생각 전혀 못했는데...-_-; 그 친구들은 이대 친구의 어떤 '형태'를 보고 판단해 버린 것일 껍니다...^^ 그러나 그 얘기를 들은 후에 그 이대 친구를 만날 떄마다는 항상 그 얘기가 떠올라서 괴롭더군요...
어떤 형태에 대해 알게 되면 그에 현혹되는건가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재밌는 실수를 했을때 흔히들 웃죠..... 그때 그 웃음이 비웃음이라고 생각하면 울그락 불그락 하면서 화낼 수 있겠죠 그 웃음을 자신이 주었다고 생각하면 약간 쑥스러워 하면서 머리를 긁을 수 도 있을 꺼 같아요...^^
다음부터는 그냥 머리 긁으며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_^
03/07/21 21:21
수정 아이콘
큰거 배우셨는데 젠장이라뇨~ ^^
그리고 굿모닝 FM 진행하시는 분은 황성주(?) 가 아니라, 김성주 아나운서 예요~ :)
아뵤^o^
03/07/21 21:27
수정 아이콘
저랑 가까운 동네에 사시는것같네요..반가움이란...^^
낭만드랍쉽
03/07/21 21:28
수정 아이콘
풋.. 황성주...-_-; 우리 충청북도의 자랑이신 김성주님을..ㅠ ㅠ ;;
수정..
03/07/22 13:00
수정 아이콘
황성주..씨는 황성주 생식을 개발한 사람이 아닐런지요..;; (..);
03/07/22 16:04
수정 아이콘
무엇보다도 크게 다치지 않으신 것 같아 천만 다행입니다..
상대방의 웃음이 비웃음이라고 느껴진 이상, 액셀을 밟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낭만드랍쉽님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테니 안전운전하시기 바랍니다..
03/07/23 00:30
수정 아이콘
아악.. 너무 공감이..... -_- 저도 언젠가 에쿠스와 나홀로 경쟁을 했던 기억이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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