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선수와 119클랜 이야기 듣고 필받아서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좀 장문이 되었어요. 원래 A4용지 3장분량 생각해뒀는데 9장이나 쓰게 되었군요.
그래서인지 빨리 끝을 보고 싶은 심정에 되지도 않는 강행군을 하게 되어 글의 완성도가
굉장히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필받았을때의 마음은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글의 페이스도 일정하고, 흡입력이나 재치등 굉장히 뛰어나신분들(글잘쓰시는분들)
보면 정말로 부럽고 본받고 싶습니다.
역시 저도 수련을 열심히 해서 하루빨리 따라 잡아야죠.
그나저나 스카이 프로리그 2005 아직도 몇일 더 기다려야 하는데 계속 안절부절
아, 너무나 기다려 집니다. 요즘은 양대방송사 전부 결승에 들어가 게임도 안해서
못보니까 또 입에 가시가 돋는 것 같고(오버 23129389%정도 섞어서) 드디어 내일이
스타리그 조지명식인데 흐흐흐 그것도 기대됩니다.
과연 이번엔 어떤 주옥같은 명언들이 쏟아질지.
ps. 이번에도 100퍼센트 픽션입니다.
▼밑은 제가 필받은 119클랜과 강민선수 이야기 입니다.
https://cdn.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2&page=2&sn1=&divpage=3&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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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져 보이는 외모에, 말수도 적고 항상 무언가에 몰두해 있던 친구.
부잣집 자제에 사교적이지도 못하고 변덕도 심했지만, 친구에 관한 일이라면 저돌적으로
변해 버리던 의리의 사나이.
그 녀석과 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너는 왜 밥을 혼자먹지?”
때는 중학교 1학년 초. 신입생이 입학한지 한달이 넘을 즈음이라 보통은 친한 녀석들도
만들어 그룹을 형성하고, 힘 좀 쓴다는 녀석들은 파벌이 나누기도 하는 등, 학창생활 적응
완료기에 속했지만 이 녀석만은 늘 혼자였다.
“신경 꺼”
“말하는 것 봐라? 이런 건방진 녀석. 이러니까 친구가 없지.”
그 녀석과 나의 첫 대화. 첫 대화부터 톡 쏘아대는 녀석의 언행에 기분 나쁜 척
했지만, 사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어떤, 묘한 느낌이 들었다.
왜인지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분.
처음부터 녀석에게 갖고 있던 호감을, 그저 그 첫 대화가 느끼게 해준 것이 아닐까?
나는 이후로도 계속 아웃사이더 생활을 했던 그 녀석에게 꾸준하게 말을 건네주었고,
녀석도 차차 마음을 열어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린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되었다.
청년기를 함께 보내며, 나 말고는 별다르게 친한 친구가 없었던 녀석과 갖가지 취미
활동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우리는, 서로를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수
있게하는 잣대이자 경쟁자로 삼게 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최후의 승자 자리는 항상
그녀석이 차지하곤 했다.
그리고 녀석이 금방 싫증내며 버린 것을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끝까지 쥐고 있던 것도
언제나 나였다.
언제부터였을까? 익숙해 졌던 것인지, 어느 때부터인가 녀석에게 지는게 아주 자연스럽게,
매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녀석과 경쟁하기 보다 취미생활을 나의 방식대로 갈고
닦는데에 치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녀석은 늘 남과의 경쟁에 열중했다.
시간은 1998년,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던 해.
녀석이 이상한 CD 패키지 하나 들고 찾아와 한다는 소리가,
“이게 스타크래프트인데 요즘 신드롬이래!”
“그래? 요즘 너 뭐하나 했는데 그거하고 놀았냐?”
또래 녀석들 전부 수능 공부에 열중하고 있을 즈음, 우리는 스타크래프트 라는 게임에
푹 빠져있었다. 반 재벌가의 자제로, 가업을이으라 강요하는 가족들에게 반항하기 위해
일부러 대학진학을 하지 않았던 녀석, 그리고 IMF로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 큰 빛을
지게 되면서 대학 진학을 할 수 없었던 나.
우리 둘은 각자의 사정을 지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몸을 싩게 되었다.
녀석은 나에게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소개했던 그 당시부터 이미 상당한 고수의 반열에
올라 있었던 것 같다. -역시나는 녀석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고교를 졸업할 때가 다가오묘 현실의 압박이 더 심해져 올수록 우리는 스타크래프트에
더 빠져들어갔고, 당시 스타크래프트 열풍을 타고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생기면서, 상금을
걸고 수많은 게이머가 도전하는 대회도 우후죽순처럼 마구 열렸다.
우리는 당시 케이블 방송에서 시도된 스타크래프트 방송경기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러 대회에서 몇 번 입상하기도 하는등,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결국 피할 수 없는 법. 남들 공부하던 시기,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상당히 즐거운
나날을 보냈지만(심적으로 괴롭기도 했지만)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서 나는 공장에
나가, 몸져누운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족을 먹여 살리고 빛을 갚기 위해 게임을 그만두어야
만 했다.
“이제 졸업이구나..”
“꽤 괜찮은 고교생활이지 않았어?”
“그래..?”
나름대로 괜찮은 고교생활이었다 생각하는데,
대학 진학 대신 입문했던 게임을 그만두어야 했기 때문인지, 학창시절의 마지막이 너무
빨리 와서 였는지, 그냥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게임은 계속 할 거냐?”
“아니, 이제 못하게 되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말이지... 무언가를 말하려던 녀석은 잠시 침묵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이.
“아버지 빛 때문이지?”
“...그래.”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 다시 말을 잇는다.
“네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민감한지 알고 있어. 그래서 평소 그거에 관해선
조심스럽게 하려고 했는데, 이번만은 그냥 못 넘어가겠다. 그냥, 내 말 끝날 때까지
아무소리 말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대답은 그 다음에 하고.“
‘민감 하다라... 물론 그 문제란 돈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렇다, 당시 집안의 재정적인 어려움은 내 콤플렉스가 되어있던 것 같고,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 했지만, 녀석은 어느새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녀석이 금전적인 이야기에 지나치게 신중 해졌던 것도 같았다.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군. 그래, 본론은 뭐냐’
“너희 아버지 빛하고, 생활비. 그거 내가 대줄테니까, 게임 그만두지 마라.”
그때의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녀석이 말하기 전에, 이미 무엇을 말하려는지
예상했고, 한편으로는 바랐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던
녀석의 동정. 가난에 대한 분노는, 그 녀석에 대한 분노로 옮겨졌고, 내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이글이글 타는 것만 같았다.
“못들은 걸로 하겠다.”
“이봐.” / “닥쳐!!!” 녀석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말을 멈춘 녀석을 향해 말했다.
“쓰레기 같은 동정심 집어치워!!!!!!!!!!! 부잣집 도련님 도움 따윈 필요 없어!!!”
더 이상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소리를 치고 말았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그리고 녀석은 나를 매섭게 노려본다. 그녀석의 표정은,
“쓰레기 같은 동정심 이라고?”
웬만한 일엔 노기하나 띄지 않았던,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녀석.
하지만, 당시 녀석의 표정은 엄청난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너 예전에, 나한테 잘해준 것 말이다.
그것도 그 쓰레기 같은 동정심 이야? 내가 불쌍해보였냐?”
불쌍해 보이다니.
“무슨 말이냐.”
“친구도 없는 새ㅁ끼(필터)가, 불쌍해서 잘해줬냐 말이다.”
“무슨소리를 그렇게 하는거냐. 이것은 그것은 다르잖아!”
여전히 무서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녀석.
“무엇이 다르지?”
무엇이 다르다고... 할말이 없다.
“무엇이 다르냐 물었다. 대답 안해? 응? 쓰레기 같은 동정? 넌 내가 더럽게 불쌍해서
옜다 친구도 없는놈아 내가 친구 해주마 하고 동정 한거구나?“
“아냐.”
“그래. 아니지? 나도 똑같아. 그저 ‘친구’로써, 도움을 주고싶은 것 뿐이야.
게임은, 그만 둬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돈 따위는 프로가 되어 나중에 값으면
그만이야. 왜. 자신이 없는 거냐?“
그렇게, 나는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게임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고,
친구의 제안에 불같이 화를 냈던 전의 모습은 간데없이 사라져 버린채 그저 피씨방 구석
에서 잠을자고 끼니는 컵라면으로 때워야 했지만 게임을 다시할 수 있게 되어 너무도
행복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내가 게임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왔던 그놈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었
다며 게임을 그만두고 해외로 유학을 떠나 버렸다. 무엇이든 그냥 헌신짝처럼 버려도 되는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상류층 자제의 실망스러운 모습.
그것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녀석의 마지막 모습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녀석이 그만둬
버린 게임을 계속한 나는 결국 프로게임단에 입단하게 되었고, 처음엔 순탄치 않았지만,
차차 적응해 나갈수록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하여, 드디어 전성기를 맞게 된다.
당시 나의 기세를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파죽지세.
처음으로 오프라인 예선을 뚫고, 메이저 방송사 마이너 리그에 올랐던 나는, 바로
메이저 리그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고, 다음해 다른 메이저 방송사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양대 리그 우승자가 되었다.
그 시기 나에게 붙여졌던 별명이 펠리페 2세였는데,
펠리페 2세는 유럽 대항해 시대 때, 무적함대를 조직했던 에스파냐의 군주로,
하이테크 유닛을 고집했던 나의 파죽지세의 무적함대에서 유래한 별명이라 한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에스파냐의 무적함대를 쳐부순 프란시스 드레이크의 영국 함대가 있었듯이 완벽한 전략으로
나의 연승을 꺾으면서 리그에서 탈락하게 만든, 나보다 강력한 게이머가 등장했고.
게임 리그가 활성화 되어 더욱 거대해질수록 더 많은 강자들이 등장 하였다.
그리고 나는, 리그를 더해 갈수록 스타일이 많이 알려져 결국 지독한 슬럼프를 겪게 된다.
현재 나는 오프라인 예선까지 떨어진 상태로, 부활의 신호탄을 쏠 그날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얼마 후에 있을 O방송사 오프라인 예선을
돌파하기 위해, 하루에 4시간씩만 자며, 이외의 시간은 모두 연습에 쏟아 붓고 있다.
- 벌컥 -
문이 열리고, 같은 팀 동료인(후배) GA]Terius
[RA 최윤식이 연습실로 기어 들어온다.
“형, 형! 이거 봤어?.. 형, 뭐해”
“게임하는거 안보이냐?”
돌아보는 시간조차 아깝다.
“오프라인 예선 대진표 나왔어. 봐봐.”
“이거(게임) 끝내고.”
대진표가 나왔구나. 이번 대진운은 괜찮으려나? 뭐, 어차피 상관 없다.
최근 나의 컨디션은 최상이니까. 어느 누구와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 있다.
지금 나와 연습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는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 상대팀(SK-T1)
Keks))icandoit(이병철)로, 이 배틀넷을 통한 연습경기도 나의 압도적인 리드로
종반을 맞이하고 있다.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이번에야말로 꼭, 재기에 성공하고 말겠다.
“흐음...형은 이번에 대진운이 상당히 괜찮은데? 저그가 많기는 한데 전부 신예에 슬럼프
중인 선수들이야.“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어. 요즘 신예들 기세가 하도 무서워서”
“하하하, 어지간 하겠어. 그리고 나는, 보자....나도 꽤 괜찮은걸? 이름모를 무소속 선수도
끼어있고, 나도 괜찮은 것 같아.“
지금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GA]Terius
[RA 최윤식은 이번에 우리팀(KTF)에 들어와
커리어 매치를 거쳐 프로게이머 자격을 획득한 신예 프로 게이머로, 상당한 실력을 가져
곧 프로 게임계를 휩쓸만한 재목이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녀석도 나도, 이번 방송예선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후 오프라인 예선에서 나는 예상대로 모든 경기를 2대0으로 이기며 1위로
마이너 리그에 올라,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팀원들은 모두 식사를 마친 상태.
뒤늦은 식사와 목욕을 마친 뒤에도, 윤식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녀석 늦네, 경기가 길어지고 있는건가?’
윤식이의 현재 경기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현장에 가있는 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저 민이인데요, 윤식이 경기 아직 안 끝났어요?”
“어? 윤식이? 윤식이 2등으로 진출전 해서 올라갔어. 방금 갔을 텐데. 난 아직 진출전
안 끝난 애들 좀 보고 있다. 그거, 파포에 다 떴으니까 한번 봐봐.“
2위? 그 조엔 별다른 강자가 없어 보였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bangtong(도광일)이
이번에 다시 페이스를 찾은 건가? 궁금증을 뒤로한채 컴퓨터를 켜고, 파이터 포럼에
들어가 봤다. 도광일은...처음에 윤식이랑 만났군. 2:0. 윤식이는 준진출전까지 전부
2:0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최종 진출전에서 2:0 패.
상대는, BELA)Ton 김영민?!(무소속). 뭐지 이놈은. 녀석과... 동명이인 건가?
“2:0” “2:0”, “2:0” “2:0”... 이 녀석, 첫경기부터 최종 진출전까지 모두 2:0으로 승리했다.
5년 전, 스타크래프트에 흥미를 잃었다며 외국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던 김영민과 이름이
같은 무소속의 게이머. 설마 그녀석인가?
‘진출자 인터뷰를 확인해보자!!’
다행히, 때맞춰 모든 경기가 끝났는지, 진출자 인터뷰가 올라왔다.
* 김영민 ID : BELA)Ton 무소속 * D조 1위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 진출!
'사진은?.... 뭐야 이건, 정말로 김영민 이잖아!!!!!!!“
어떻게 된 일이지? 아무리 숙련된 게이머라도 두려워 하는곳이 바로 저 오프라인 예선이다.
페이스 난조로 떨어진 베테랑...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신예 게이머, 그 모두가
진출만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곳이니까. 그런데, 5년 전에 외국으로 훌쩍 떠난 녀석이
어째서 게임계로 다시 돌아왔고, 또 어떻게 모든 경기를 2:0으로 이기며 본선에 진출했단
말인가!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인터뷰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김영민 ID : BELA)Ton 무소속
우선, 진출해서(본선에) 기쁘고요, 예전에 1세대 시기에 게이머 생활 했었는데, 그땐 부득
이한 사정으로 원하지 않던 유학을 가게 되어서 게임을 관둬야 했어요. 집안에서 게이머
하는거 반대도 심했는데 일이 생겨서 아버지와 약속을 했어야 했거든요. 이젠 그런 것도
없고, 게임에만 매진할수 있게 되었으니까 메이저 올라가서 좋은 팀에 들어가 열심히
게임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와의 약속...? 그건....
아무리 반 재벌가의 아들이라고 해도, 고작 고등학생이, 그것도 부모에게 반항이나
해대서 부모와의 사이도 안좋았던 녀석이...하루 아침에 2억원이 넘는 거금을 마련할 수
있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
녀석은...게임을 그만두어야 하는 내가 게임을 계속 하게 해주기 위해서, 아버지와
유학을 전제로, 돈을 빌려와 나에게 건네 주고, 자신은 게임을 포기한채 유학을 떠나야만
했던 것이다.
‘빌어먹을 새ㅁ끼...’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재빨리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녀석이 게임을 헌신짝 버리듯 내다 버렸다며 실망감을 느꼈던 나와,
게임을 그만두고 몇 년씩이나 바라지도 않은 생활을 해야만 했던 그녀석....
“어? 형! 왜 울어?”
바보처럼 질질 짜고 있는 나를 보고 팀원들이 몰려온다.
“협회 전화번호가 뭐야.”
“형, 그건 왜? 근데 왜 울어, 무슨 일 생겼어?”
“지ㅁ랄 말고 빨리 협회 전화번호나 내놔!!”
내가 매서운 표정으로 소리치자, 태영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E스포츠 협회의 전화번호를
종이에 적어 건네 주고 방을 나간다.
‘555에 2918...’
“여보세요? 거기 E스포츠 협회죠. 저 민이인데요, 예, 프로게이머 김민이요. KTF 소속.
네, 무슨일이냐면 이번에 오프예선 나온 김영민 말이에요. 아이디 BELA)Ton 쓰는 김영민.
그 사람 연락처 알 수 있을까요? 신청서에 적혀있죠?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요.
저 아시잖아요. 네, 네, 01x-2xx7-7777이요? 알겠습니다. 다음에 찾아뵐게요.“
녀석의 연락처를 알아낸 나는, 주저 없이 녀석에게 다음 통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진짜 그 녀석이다...이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녀석의 목소리인가. 김영민.
“.......”
“여보세요? 전화 걸었으면 말씀을 하셔야죠.”
“나다. 민이.”
내가 말을 꺼내자, 놀랐는지 수화기 저편의 숨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민이냐? 야,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냐? 그렇지 않아도 너 숙소 찾아가보려고 했는데,
아무튼 반갑다. 야,”
“시끄러워”
녀석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뭐?”
“이 빌어먹을 새ㅁ끼야...누가, 그렇게 하면 고마워 해줄지 알았냐? 빌어먹을 새ㅁ끼...“
전화를 끊고 벽에 기대어 앉는다.
실컷 소리치고 나니 속이 한결 편안해 진 것도 같았으나, 그것도 잠시,
녀석이 계속 좋아하는 것(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녀석이 소비했던 5년이란 세월이란 무거운 짐을 메는 기분. 그리고 뒤이어 밀려오는
갖가지 희와 노, 복잡한 심정들. 나는 한동안 자리에 주저앉아 마음을 정리하려 애쓴다.
‘이런 것에 마음이 흔들려, 자신의 분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마추어로
족하다. 프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프로. 그저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자리(연습실)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 후, 대진표가 확정되었다. 나의 대진은, 운명의 장난처럼 녀석과 같은 조,
첫 경기의 A조로 확정 되었다.
1경기
Nal_rA 김민 KTF 프로토스
BELA)Ton 김영민 무소속 저그
맵 : 레퀴엠
경기 당일, 경기가 시작 되기 전 복도에서 잠시 녀석과 마주쳤지만, 녀석은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다만, 그녀석의 건방진 표정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넌 날 이기지 못해.’ 라고.
이윽고, 경기 시간이 되어 우리 둘은 모니터를 앞두고 마주앉아 조심스럽게 셋팅을
시작했다.
캐스터 :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던
김민 선수와 홍성철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이번 예선전엔 신예들의 기세도 장난이
아니었는데요. 이선수들. 이 베테랑 선수들이 올라왔다는 겁니다.
예, 다 올라왔어요 이 선수들! 팬들의 기대가 정말 크죠?
해설 : 예, 그렇습니다. 이 선수 다들 아시다시피 우승자 출신 스타급 선수고,
팀 내 연습경기 성적도 상당히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번 XX배 스타리그 이후로는
방송경기 성적이 아주 안좋았단 말이죠. 근데, 이번 예선에선 모든 경기를 압도적으로
2대0으로 잡으면서 아주, 파죽지세로 올라왔습니다. 제가 예선현장 가서 봤는데, 정말
기세가 대단하더라고요. 자세한 것은, 제가 나중에 더 리플레이 시간에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캐스터 : 아, 선수들 셋팅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에서는,
2승을 거두지 못하면 다시 그 피씨방 예선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선수들 셋팅시간이 좀더
길어지는데요. 상대방 김영민 선수는 어떤 선수죠?
해설2 : 예, 저선수도. 아주 그냥 2대0으로 기세 좋게 올라온 선수인데요. 아직 무소속이고,
네, 신인 드래프트 때 팀에 들어가겠지요? 사실은 신인이 아니고 예전 1세대때 게이머 생활
을 하다가, 학업상 잠시 게임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돌아온 선수랍니다. 경기 내용이 어떤가
리플레이를 살펴봤는데, 경기 내용도 아주 좋고 참 기대가 되는 선수입니다.
어라? 김민선수 5년만 기다려주세요 섹시하게 커서 돌아올게요?
푸하하하하 팬들 개그센스가 아주 늘었어요.
캐스터 : 네, 아직 김영민 선수는 무명이니까, 오늘 팬들은 대부분 김민 선수를 응원하러
많이 와주셨는데, 김영민선수 아직은 악역이군요. 허허허, 하지만 성적을 내면 팬들의 관심
도 있는거고, 일단 여기서 이기고, 듀얼 2차에서도 이겨서 메이저로 진출을 해야죠.
아, 지금 선수들 셋팅 끝났다고 콜 들어왔습니다. 저도 어서 결과를 알고싶은데요.
선수들 만나보시죠.
BELA)Ton : 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곡
BELA)Ton : 고고고고고고고
BELA)Ton : gogogogogogooggogog
Ongamenet(옵저버) : 아 좀 조용히 해요.
BELA)Ton : 네
하나!
둘!!
셋!!!
“김민, 파이팅!!!!!!!!!!!!!!!!!!!!!!!!”
“펠리페 이겨라!!”
“김민 파이팅!!”
캐스터 : 경기, 시작합니다.
‘너에겐 절대로지지 않는다.’